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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처럼 떠도는 존재 핵발전소 하청노동자
[경제와 책]
[85호] 2017년 05월 01일 (월) 윤종호 bebelow@hanmail.net
윤종호 편집·발행인
 
한때 사형제도에 관심이 높았다. 관련 책을 읽어보니 찬성·반대 이유가 팽팽하게 대립했고, 나는 이런저런 이유로 사형 반대 입장 쪽에 가까웠다. 그즈음 어느날 우연히 사형을 다룬 만화책을 보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그간의 논의와 달리 사형수를 공무(公務)로 죽이는 사람, 즉 사행집행인의 일상과 고민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비록 사형수라고는 하지만, 사람 죽이는 일을 업무로 해야 하는 이를 떠올리니 ‘이런 노동을 사회가 하게끔 해도 괜찮은 걸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로선 사형 반대의 근거가 또 하나 더해졌다.
 
   
<원전 집시: 피폭하청노동자의 기록> 호리에 구니오 지음 | 고노 다이스케 옮김 | 무명인 펴냄 | 1만5천원
핵발전소 역시 최근 한국 사회에서 찬반 논쟁의 한가운데에 선 주제다. ‘위험하다, 안전하다’ ‘경제성이 있다, 없다’ 등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고, 관련 서적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과 달리 나름 꽤 출판됐다. 여기 소개하는 이 책은 핵발전소 노동자, 그중에서도 핵발전소 정비 등을 담당하는 하청노동자의 이야기다.
 
저자 호리에 구니오는 1978년 나이 삼십의 프리랜스 기자로 일본 도쿄에 사는 부인과 아이를 뒤로하고 주변 지인들의 만류를 뿌리친 채 지방의 외떨어진 핵발전소 노동자로 잠입한다. 핵발전소와 관련된 상반된 정보, 소문으로 흘러나오는 이야기만으론 ‘답답해’ 핵발전소의 실체를 직접 대면해보겠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보통 사람은 고개를 갸웃할 정도로 무모해 보이는 이유지만 ‘기자’라는 그의 직업을 생각하면 수긍할 만한 것이기도 하다.
 
핵발전소는 1~2년 간격으로 정기검사를 하는데 이때 비정규 일용직 노동자가 많이 필요하다. 핵발전소 인근 지역 여관을 전전하며 짐짓 일자리를 찾는 척하는 저자에게, 핵발전소 관련 일로 생계를 이어가는 지역주민들은 스스럼없이 일자리를 알선해준다. 핵발전소 정비에 동원되는 일용직 하청노동자의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저자는 일본 후쿠이현의 미하마발전소를 시작으로 후쿠시마 제1발전소를 거쳐 악명 높은 쓰루가발전소까지, 7개월 동안 동료 하청노동자와 똑같은 삶을 살아간다. 이 책은 그 노동과 일상의 기록이다.
 
필자가 겪은 고단한 노동, 작업 도중 부상 등은 현장 노동자라면 누구라도 생길 수 있는 일들이다. 하지만 핵발전소 정기검사에 동원되는 일용직 노동의 특징은 하청에 하청이 거듭되는 ‘피폭’ 노동이다. 어마어마한 장비와 부품으로 이루어진 핵발전소는, 시설 정비와 교체 등을 이유로 내부로 들어가는 순간 방사능을 공기처럼 접할 수밖에 없다.
 
비록 방사능에 대한 허술한 지식밖에 없지만, 하청노동자도 두려움을 안고 작업에 임한다. 때론 호기를 부리는 이도 있지만, 지금과 이후 건강에 끼칠 영향과 피해에 불안감을 갖고 있다는 것은 동료들과의 이야기 속에 생생하게 드러난다. 몸뚱이 하나로 살아가는 이들로선,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견디며 하는 일인 것이다.
발전소 한 곳의 정기검사는 대략 2개월이면 마무리된다. 그럼, 이들은 다른 발전소의 정기검사를 찾아 떠나야 한다. 각지의 원전을 떠돌아다니는 일용직 하청노동자가 자조와 슬픔이 뒤섞인 마음을 담아 스스로를 ‘원전 집시’라고 불렀다.
 
여러 현장을 전전하는 과정에서 전력회사, 관련 기업, 지역주민들은 ‘타지 사람’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라며 핵발전소 하청노동자들을 백안시한다. 그들은 방사능 아래 혹독한 노동을 강요받고, 작업이 다 끝나면 잘려서 그 지역을 내쫓기듯 떠나야 하는 스스로를 원전 집시라고 부른 것이다.
 
저자는 그날, 그 순간의 경험을 바로바로 화장실에서, 버스 안에서 남몰래 메모했다. 그의 경험이, 감정이 날것 그대로 전해진다. 그가 체험한 핵발전소는 컴퓨터나 시스템으로 제어되는 현대화한 곳이 아니라, 노동자가 일상적으로 방사능에 피폭당하며 먼지와 악취 속에 ‘불안감’을 안고 일하는 노동 현장이다. 두꺼운 장벽처럼 ‘비밀주의’에 가려진 핵발전소 실체의 전체상은 아니지만, 그와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일부를 이해할 수 있다.
 
‘과학적 관점’에서 핵발전소의 실체를 알려주는 책들과 달리, ‘인간의 관점’에서 실제 노동하는 사람들의 삶을 조명한 ‘피폭 하청노동’의 실태를 다룬 책은 국내에서 처음 소개된다. 노동량이 곧 피폭량인 핵발전소 내부의 작업 현장을 성실하게 묘사한 글과 그림, 자연과 사람에 대한 빛나는 감성 등은 마치 현장에서 함께하는 듯 실감하게 해준다. 일회용품처럼 피폭 뒤 버려지고 다시 새로운 노동자가 투입되는 노동 시스템은 핵발전소가 운영되는 한 피할 수 없는 현실임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한국에서 진행되는 핵발전소 논쟁의 또 다른 측면에서 이 책이 참고가 되면 좋겠다.
 
1979년 일본에서 처음 출판되고 1984년 문고판으로 재출간된 이 책은 핵발전소 노동 분야의 고전으로 평가받는다. 2011년 3월11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직후 개정증보판으로 다시 일본에서 출간된 책을 번역했다. 비록 40년 가까이 된 책이지만, 당시 저자가 직면한 현실은 지금도 여전하다. 핵발전소 노동자의 작업 환경과 피폭 하청노동 등의 현실은 일본도 한국도 당시 상황과 달라진 게 없다고 한다.
 
 

● 인사이트 책꽂이
   
비커밍 스티브 잡스
브렌트 슐렌더, 릭 테트젤리 지음 | 안진환 옮김 혜윰 펴냄 | 2만5천원
아이폰으로 전세계 휴대전화 사용 양상을 완전히 바꾼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잡스를 25년 동안 지켜본 전기작가 슐렌더가 기술 분야 전문 편집기자와 함께 썼다. 저자들은 잡스 사후에 나온 대부분의 분석이 1980년대에 만들어진 이미지를 반복한다며 잡스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장담한다. 잡스는 많은 언론이 묘사한 것보다 “언제나 더 복합적이고 더 인간적이며 더 감성적이고 훨씬 더 지적으로 보였다”고 한다.
 
 
 
 
   
제임스 다이슨 자서전
제임스 다이슨, 자일스 코렌 지음 | 박수찬 옮김 미래사 펴냄 | 1만6천원
스티브 잡스에 비하면 훨씬 덜 알려졌지만, 영국 생활가전 업체 ‘다이슨’ 창업자도 창조적 발상에서 그에 뒤지지 않는 인물이다. 디자인 전공자 제임스 다이슨은 1990년대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를 들고나왔을 때만 해도 그저 유별난 발명가 정도로 인식됐다. 그가 2000년대에 ‘날개 없는 선풍기’를 선보이면서 그에 대한 평가도 달라졌다. 이 책은 그의 성공담이 아니라 지독한 실패담을 담고 있다.
 
 
 
 
   
난센스
제이미 홈스 지음 | 구계원 옮김 문학동네 펴냄 | 1만6800원
이 책은 혼란에 빠졌을 때, 앞으로 나아갈 길이 분명하지 않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설명하려 한다. 빨간색 신호등이 들어오면 브레이크를 밟는 것 같은 명료한 상황과 입자물리학자들의 토론을 들을 때처럼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 상황 사이의 중간지대를 다룬다. 이런 모호한 상황이 세상을 점점 예측할 수 없게 만들고 여기에 대처하는 데 필요한 것은 “이해하지 못하는 대상을 다루는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세상을 바꿀 테크놀로지 100
닛케이BP사 엮음 | 이정환 옮김 나무생각 펴냄 | 1만6800원
‘4차 산업혁명’은 이제 산업계뿐 아니라 정치인들도 말끝마다 꺼내는 용어가 됐다. 이 말이 더 자주 오르내릴수록 “누구도 4차 산업혁명이 뭔지 모른다”는 비아냥도 늘어간다. 일본의 기술 전문 잡지 편집장 30명이 중심이 되어 100가지 미래 기술을 선정했다. ‘냄새 센서’부터 ‘인공 광합성’까지 다양한 기술을 요약해 설명한다. 실체가 있건 없건 ‘4차 산업혁명’ 개념을 이해하는 것은 필요하다. 100가지 기술 목록이라도 확인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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