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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쑥 크는 ‘포르노 이코노미’
[Culture & Biz] 성인 콘텐츠 산업의 성장
[84호] 2017년 04월 01일 (토) 문동열 redbros@redbros.co.kr
흔히 ‘포르노그래피’라고 불리는 성인용 콘텐츠 산업이 최근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1980년대 초반 극장용 영화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한국 성인 콘텐츠는 이후 가정용 비디오(VHS), 주문형 비디오(VOD), 모바일을 거치며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영화, 드라마, 소설은 물론 웹툰이나 게임으로도 성인 콘텐츠가 만들어졌다. 가상현실(VR) 기술과 기기가 발전하면서 좀더 실감나게 즐길 수 있는 성인 콘텐츠도 속속 등장할 전망이다.
 
문동열 레드브로스 대표
 
   
▲ 2016년 9월 일본 도쿄 게임쇼에서 관람객이 성인용 가상현실(VR) 콘텐츠를 체험하고 있다. VR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를 활용한 성인 콘텐츠도 속속 나오고 있다. REUTERS
 
콘텐츠가 가진 상품으로서 일차적 기능 중 하나는 인간의 욕구를 충족하는 것이다. 인류 역사를 되짚어보면 욕구 충족을 위해 수많은 창작물이 탄생했고, 창작물은 그 목적에 따라 인류 문명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해왔다. 이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의 원초적 본능인 성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콘텐츠는 그 수나 보급률 등을 생각하면 충분히 주류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는 장르다. 하지만 종교적, 사회·윤리적 이유 등으로 역사의 전면에 나서지 못하고 언제나 뒤안길에 머물러 있다. 흔히 ‘포르노그래피’라 불리는 성적 콘텐츠는 인류가 문명을 만든 이래 가장 많이 개발해온 분야 중 하나다.
 
대중의 삶에 깊숙이 파고든 포르노그래피는 20세기 들어 사회·기술적 변화를 통해 극적 변화를 맞는다. 당시 각국에 퍼진 민주주의는 개인의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확대했고, 이를 통해 제작자의 창작 범위가 확대되면서 다양한 콘텐츠가 등장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하지만 과도한 선정성이나 폭력성, 반사회성을 담은 콘텐츠도 범람했다. 그러자 각국은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줄 과도한 내용이 포함된 콘텐츠의 청소년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사전검열제나 등급제 같은 제도를 만들기 시작했다. 성인용 콘텐츠는 이 검열이나 등급제를 통해 ‘성인’만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 됐다.
 
각국의 문화나 사회적 기준에 따라 ‘선정성의 과도함’에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나라에서든 성인 대상 콘텐츠는 필요한 경우 법적으로 제작·유통에 제약을 받는다. 이를 통해 포르노그래피는 ‘음란물’과 ‘성인 콘텐츠’로 구별돼, 성인 콘텐츠는 불법 음란물과 달리 합법적 저작물로 저작권 보호를 받으며 콘텐츠 산업의 한 분야로 당당히 자리잡았다.
 
한국에 산업적 성인 콘텐츠가 본격 등장한 것은 한국전쟁이 끝난 뒤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면서다. 미군기지에서 흘러나오는 <플레이보이> <펜트하우스> <허슬러> 같은 포르노 잡지와 함께 일본에서 밀수돼 들어오는 포르노 잡지나 사진집이 불법적 형태로 1970년대까지 30년 정도 한국 성인 콘텐츠 시장을 형성했다. 성문화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던 시대였기 때문에 성인 콘텐츠는 철저히 불법이었으며, 이 와중에 국산 성인 콘텐츠 제작은 그야말로 꿈꾸기 어려웠다.
 
한국 성인 콘텐츠의 역사
국산 성인 콘텐츠가 산업으로 자리잡은 것은 1980년대 5공화국 출범과 함께였다. 1980년대 초반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정권이 정부에 대한 불만을 돌리려는 일종의 우민화 정책으로 스포츠(Sports), 스크린(Screen), 성 풍속(Sex)을 장려하는 이른바 ‘3S정책’을 통해 극장용 영화 검열을 완화하자, 16mm 극장용 영화에 처음으로 국산 성인 영화들이 나왔다. 이제는 전설이 돼버린 유명한 <애마부인> <변강쇠> <뽕> <무릎과 무릎 사이> 같은 수많은 성인영화 시리즈를 필두로 많은 국산 성인영화가 쏟아져나왔다.
 
국산 성인영화가 얼마나 큰 붐을 일으켰는지 1982년 2월 <애마부인>이 개봉됐을 때 밀려드는 인파로 영화 매표소 유리창이 깨지는 소동이 있었고, 주연 배우 안소영씨는 일약 국민적 섹스 심벌로 떠올랐다. 이후 제작비는 적고 흥행 성공률이 높은 성인영화 제작에 제작자들이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1980년대 한국 영화계에 성인영화 전성기가 열린다. 우민화 정책의 일환이라는 애초 시작점 때문에 그 평가에는 빛이 바랠 수도 있겠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 제작된 <땡볕> <씨받이> 같은 작품이 단순한 성인영화 수준을 넘어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으며 한국 영화산업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한 것도 분명하다.
 
   
▲ 한국 성인 콘텐츠 시장은 텔레비전에 이어 가정용 비디오테이프가 보급되면서 크게 성장했다. 1980년대 후반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의 불법 포르노 비디오테이프 노점. 연합뉴스
급속도로 활성화된 한국 성인 콘텐츠 시장은 텔레비전과 함께 가정용 비디오테이프(VHS·Video Home System)가 보급되면서 획기적 전환점을 맞는다. 비디오플레이어 보급과 함께 1980~90년대 크게 유행한 비디오대여점은 극장에만 의존한 성인 콘텐츠 시장을 가정의 거실로 끌어들였고, 이렇게 확산된 8mm 비디오 성인 콘텐츠 시장은 <젖소부인 바람났네> 같은 히트작을 잇달아 터뜨리면서 폭발적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비디오 성인영화가 뜻밖의 문제에 부닥친다. 1990년대 후반 초고속 통신망의 등장과 함께 성인 콘텐츠 시장이 서서히 디지털화되자 아날로그 시대를 대표하던 비디오대여점이 점점 줄게 됐다. 동시에 기존 비디오 시장에만 안주한 나머지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에 적극 대응하지 못한 한국 성인영화 시장 역시 인터넷을 통한 외국 불법 포르노 보급과 함께 점점 쇠퇴해갔다.
 
하지만 최근 한국 성인 콘텐츠가 다시 부활하고 있다. 바로 인터넷과 텔레비전이 결합한 IPTV 서비스를 통해서다. 국내 IPTV 시장은 2016년 기준으로 가입자 1300만 명을 돌파하며 덩달아 VOD(주문형 비디오) 시장 역시 큰 폭으로 성장했다. 디지털 케이블TV VOD 시장까지 포함하면 전국 대부분의 가정에 VOD 유통 경로가 보급된 요즘 성인 콘텐츠 시장이 요동치는 것이다. 성인 VOD 콘텐츠는 IPTV만 보더라도 연간 140억원 규모로 전체 VOD 매출 중 15~20%를 점유한다. VOD 매출로만 따지면 수백억원이 들어간 블록버스터 영화에 결코 뒤지지 않고 투자 수익률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자본과 인력이 대거 몰리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 영상 시장에 이어 성인 웹툰이나 웹소설 같은 전자책 시장의 성장도 괄목할 만하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 대형 포털 업체가 거의 점유하다시피 한 웹툰 시장에서 ‘레진코믹스’ ‘탑툰’ 같은 신생 웹툰 서비스 업체가 초고속 성장한 배경에는 성인용 웹툰이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수익의 대부분이 성인 콘텐츠에서 나온다고 할 정도로 그 비중이 높다. 최근 대형 포털 업체도 성인 콘텐츠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어 2015년 4천억원 규모이던 웹툰 시장이 2017년에는 두 배 가까운 7천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성인 콘텐츠와 첨단 기술의 진화
VOD용 성인영화 시장 확대에서 보듯이 성인 콘텐츠는 장르적 특성 때문에 매체나 유통 구조가 개인화할수록 더 성장하는 특징이 있다. 아무래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개방된 극장보다 개인적 영역인 가정의 거실로 매체가 옮겨오며 시장이 확대된 것이 이를 보여준다. 현재 성인 콘텐츠의 대부분이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유통되는 것도 성인 콘텐츠가 드러내놓고 즐기기에는 아직 부끄러운 ‘은밀한 콘텐츠’라는 특성이 있기 때문 이다. 이 특징은 ‘개인의 은밀함’을 보장하기 위해 성인 콘텐츠 산업이 항상 다양한 첨단 기술을 적극 활용한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최근 도입되는 가상현실(VR)은 성인 콘텐츠 시장에 일대 변혁을 가져올 것으로 예측된다. 모바일보다 더욱더 개인화에 최적화됐고 거기에 더 확장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VR 기술에 국내외 많은 성인 콘텐츠 제작사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미 게임·영상 분야 콘텐츠도 빠르게 나오고 있으며 늦긴 했지만 한국 업체들도 발 빠르게 추격 중이다. 그동안 많은 첨단 기술이 제대로 상용화되지 않다가 신기술 도입에 적극적인 포르노 시장이 그 기술을 도입해 콘텐츠를 생산하면서 빠르게 보급됐다. 이런 전례를 볼 때 성인 콘텐츠 시장이 VR 기술에 관심을 보인 이상 VR 기술의 상용화 및 보급 속도는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이렇듯 신기술과 결합해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장으로 인정받는 것이 성인 콘텐츠다. 2014년 기준 미국의 시장 규모는 13조원이다. 일본의 AV(어덜트 비디오) 시장 규모도 5120억원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엔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불법 다운로드 시장을 제외하더라도 VOD, 웹툰, 소설, 게임 등 여러 성인 콘텐츠 장르의 개별 통계를 단순 합산하면 약 700억원 규모라고 한다. 불법 다운로드 시장까지 포함하면 2천억원을 가뿐히 넘을 것이라고 하는 업계 관계자들도 있다.
 
철저한 통제 사회인 북한에도 포르노와 성애소설이 유통된다는 보도를 얼마전에 봤다. 솔직히 인간이 사는 곳이라면 언제 어디라도 나타나는 게 성인 콘텐츠다. ‘포르노 이코노미’에 대해 무엇이 옳고 그르냐는 판단 잣대를 들이대거나, 각자의 사회윤리적 가치관에 따라 규제해야 하니 산업적으로 육성해야 하니 논쟁을 벌이는 건 의미 없어 보인다.
 
성인 콘텐츠가 단순한 ‘포르노그래피’였던 수천 년 전부터 짊어지고 온 논쟁이 말해주듯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이 특이한 콘텐츠 분야의 근원이 인간 이성의 영역이 아니라 인간 본성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할지도 모른다.
 
* 문동열은 영상 콘텐츠 스타트업 레드브로스 대표로 저비용·고효율의 한국형 영상 콘텐츠 제작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미디어 마케팅을 전공했고 SBS 콘텐츠허브에서 방송 프로그램 제작을 담당했다. 또한 IBK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에서 콘텐츠 금융과 콘텐츠 기업 컨설팅을 맡았다. 방송 제작과 금융에 모두 정통한 문화콘텐츠 산업의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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