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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등지는 중국 큰손들
[Finance] 중국의 자본통제와 글로벌 부동산 시장
[84호] 2017년 04월 01일 (토) 윤석천 maporiver@gmail.com
한때 ‘큰손’으로 통하던 중국인들이 글로벌 부동산 시장을 떠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자본 유출 통제 강화가 중국인들의 국외 부동산 매입을 무력화했다. 중국인 매수자가 몰린 미국, 영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선 매수세가 실종됐다. 한국에선 사드 배치의 후폭풍마저 덮치면서 충격파가 더 크다. 중국인들이 빠져나가면서 글로벌 부동산 시장 열기도 빠르게 식고 있다. 일각에선 부동산을 넘어 국제 금융시장 전반에 악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윤석천 경제평론가
 
2016년 한 해에만 중국인들이 사들인 국내 토지가 서울 여의도 면적에 육박한다고 한다. <YTN> 보도에 따르면 이는 미국인이 사들인 것의 2.7배, 일본인의 24배에 달한다. 이런 흐름이 최근 주춤하고 있다. 실제 2017년 2월 제주도의 주택 매매량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3% 정도 줄었다. 전국의 주택 매매량이 7% 이상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제주도는 익히 알고 있듯 중국인 매수세가 집중됐던 곳이다.
 
그런데 대다수 언론의 보도는 이 현상, 즉 특정 지역의 부동산 하락세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제 배치로 인한 후폭풍으로만 여긴다. 마치 한국만 유일하게 중국인 부동산 매수세가 줄어든 것처럼 말한다.이런 보도가 나올 만도 하다.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전방위적 보복이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의 여파가 중국인 부동산 매수세에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현상의 일부만을 본 것이다. 문제의 원인을 잘못 짚었다. 중국인 매수세가 줄어든 원천적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중국인의 부동산 매입이 줄어든 것은 한국만이 아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 전체에 중국인 매수세가 줄었다. 그래서 사드 배치로 제주도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다는 건 온전한 진실이 아니다. 사드 배치 때문이 아니라 중국의 자본통제 영향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전문가들이 예상한 것과 달리 글로벌 부동산 시장은 호황이었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만 해도 그렇다. 영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등 주요국의 부동산은 금융위기 직전 상태 혹은 그 이상으로 회복됐다. 한데 세계 부동산 시장의 호황 국면이 마침내 끝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발 훈풍이 멈출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큰손은 누가 뭐래도 중국인이었다. 중국인 매수세가 멈추거나 줄어들면 타격받을 수밖에 없다.
 
   
▲ 중국 정부가 자본통제를 강화함에 따라 중국인들의 국외 부동산 매수가 사라졌다. 베이징의 부동산 투자자들이 2015년 제주 라온프라이빗타운 모델하우스에서 단지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증가로 돌아선 중국 외환보유액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017년 2월 외환보유액이 3조달러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의 전망에 반한다. 중국의 예상치 못한 외환보유액 증가는 8개월 만에 처음이다. 중국의 자본 유출이 유입으로 역전됐다. 이는 외화가 중국 본토에서 이탈하는 게 아니라 유입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2017년 2월 말 기준으로 전월에 비해 외환보유액이 약 0.25%(69억달러) 늘어 총 외환보유액은 3조50억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2016년에만 약 2200억달러 줄었다. 2017년 1월에는 120억달러 감소했다. 다른 말로, 그만큼의 달러가 중국에서 빠져나갔다. <로이터>가 이코노미스트들에게 조사한 결과, 2017년 2월에도 250억달러 정도 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2월 외환보유액이 소폭이지만 늘었다. 애널리스트들의 전망보다 319억달러 증가한 것이다.
 
중국은 지난 몇개월 동안 위안화 방어와 외환보유액 감소를 막기 위해 국경을 넘는 자본 유출을 통제했다. 2016년에만 약 3200억달러의 외환을 투입했지만 위안화는 여전히 달러 대비 6.6%나 하락했다. 이는 1994년 이래 가장 큰 연간 하락폭이다. 한데 최근 이 흐름이 역전된 것이다. 중국 정부와 국가외환국(SAFE·State Administration of Foreign Exchange)이 2016년 12월31일 외환 규제를 강화한 뒤부터다. 이로써 2015년 8월부터 위안화 하락이 시작된 이래 2016년 12월28일 달러 대비 최저점을 찍은 뒤 위안화는 반등하고 있다.
 
중국민은 현재 외화 환전시 일종의 쿼터 제한을 받고 있다. 1인당 연간 5만달러까지만 환전할 수 있다. 이 정도 액수로는 선진국의 부동산을 살 수 없다. 하나, 편법을 써서 중국인들은 국외 부동산을 매입해왔다. 친구나 가족, 혹은 전혀 모르는 사람의 쿼터를 이용하는 것이다. 보통 이것을 스머핑(Smurfing)이라 부른다. 일종의 돈세탁이다. 스머핑은 규제를 피하기 위해 큰 액수의 돈을 잘게 쪼개는 과정을 말한다. 그 돈은 다수의 사람들에 의해 송금돼 국외 은행의 단일 계좌로 합쳐진다. 이는 미국과 캐나다 같은 국가의 은행들이 이 과정을 돕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인민은행과 국가외환국은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 새로운 규제를 시행했다. 2017년부터 5만달러 한도는 동일하나 2만9천달러 이상 송금할 경우 은행은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이는 의무 사항이다. 이로써 자신의 한도를 타인에게 빌려주는 행위는 현저히 줄었다. 중국 정부의 새로운 규제는 부동산 매입 자금뿐만 아니라 채권, 보험 상품 매입에도 적용된다.
 
이제 개인이 아닌 기업마저 국외 부동산을 취득하려면 정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매수하려는 부동산이 주요 사업 목적이 아니라면 쉽게 승인받을 수 없다. 규정을 어기면 3년 동안 외화 반출이 불가능하고 돈세탁 조사를 받는다. 이로써 상황은 완전히 역전됐다. 결론적으로 중국의 자본통제는 애널리스트들이 전망한 것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강하게 추진해온 자본 유출 통제가 효과를 보는 것이다.
 
   
▲ 중국인들이 2017년 2월 말레이시아 남부 휴양도시 조호르바루의 ‘시티리조트’ 투자설명회에서 조감도를 살펴보고 있다. 중국 정부의 외화 유출 통제 때문에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호황이 끝나갈 조짐을 보인다. REUTERS
 
사라진 글로벌 부동산 시장 큰손
중국 본토 투자자들은 현재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손이다. 지난 몇년 중국의 국외 부동산 업체들은 수십억달러 규모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이는 다시 중국 내 부동산 열기를 국외로까지 이어지게 한 원동력이 됐다. 이 때문에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영국, 프랑스, 홍콩 등의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다. 한국의 제주도 부동산 가격 오름세에도 중국인이 일조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오죽하면 부동산 매입을 ‘쇼핑’한다고까지 표현했을까. 마치 면세점에서 화장품이나 옷가지를 사듯 중국인들은 금융위기 이후 국외 부동산을 사들였다.
 
현재 중국은 자본통제를 통해 명확하게 국외 부동산 매입을 금지하고 있다. 이는 중국 매수자가 시장을 지속적으로 견인할 수 있을지 의문을 증폭시킨다. 중국의 자본통제는 분명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는 악재다. 중국인이 이끈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호황이 끝나간다고 전망할 정도다.
 
실제 중국인 매수자가 몰렸던 캐나다 밴쿠버의 경우 매수세가 실종됐다. 중국의 춘절은 중국인의 부동산 쇼핑이 몰리는 때다. 자본통제가 본격화하기 전 중국 부동산 포털 주와이(Juwai)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국 춘절 여행객의 절반 정도가 ‘부동산 매입에 관심 있다’고 답했다. 한데 중국 당국의 자본통제로 이 열기가 대폭 감소했다. 이 때문에 밴쿠버 지역에서 2017년 춘절 기간 중국인의 단독주택 매매 건수는 전년보다 87.3% 감소한 119건에 그쳤다. 이는 콘도미니엄과 타운하우스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매매 역시 대폭 줄었다.
 
<블룸버그>도 중국의 부동산 매수자가 외환통제가 시작되면서 갑작스런 현금 부족 상황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런던의 경우 중국인들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런던 최고층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밀려들었지만 현재는 대금 지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서도 같은 상황이 연출된다. “모든 것이 변했다. 중국인들은 돈을 국외로 송금하는 게 더욱 어려워졌다. 2017년 2월 외환보유액 증가는 중국 매수자들이 국제 부동산 시장을 더 이상 견인할 수 없음을 보여준 최초의 공식 데이터다.” <블룸버그>의 이 결론은 중국의 자본통제가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 미친 한파를 잘 표현한다.
 
물론 중국인 매수자가 글로벌 부동산 시장을 상승시키는 유일한 변수는 아니다. 그러나 많은 시장에서 중국인의 자금이 큰 역할을 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사실, 부동산 시장을 비롯한 모든 자산시장은 ‘돈의 유입’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좌우된다. 돈이 몰리면 자산시장은 상승한다. 하나, 어떤 이유에서든 돈의 유입이 멈추거나 줄어들면 하락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은 더욱 그렇다.
 
가수요가 사라진 부동산 시장은 장기적으로 낙폭을 키우게 된다. 따라서 중국발 자본 유입이 줄어든 글로벌 부동산 시장은 일정 부분 타격받을 수밖에 없다. 제주도의 부동산 열기가 줄어든 것 역시 마찬가지다. 사드 배치 영향 때문만은 아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 유입된 중국 자금이 멈췄기 때문이다.
 
우려되는 점은 미국의 금리 인상에 더해 중국마저 국외 유동성 공급을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주요 2개국(G2) 모두 국외에 공급하던 자본 흐름을 역류시키고 있다. 미국은 금리 인상을, 중국은 자본통제를 통해서다. 이는 글로벌 자산시장뿐 아니라 금융시장 전반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신흥국 시장은 그 타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활황이 끝나간다는 징후는 그 서막일 수 있다. 향후 채권시장을 포함한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다.
 
* 윤석천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금융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금융에 관한 여러 권의 책을 썼으며, 특히 외환과 관련해 많은 강의를 해왔다. <한겨레> ‘세상 읽기’를 연재했으며, 현재 팍스TV <이슈포커스>에 출연하고 있다.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를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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