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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손’은 바로 가사노동 하는 여성의 손
[경제와 책] 편집자에게 듣는 경제와 책
[84호] 2017년 04월 01일 (토) 안유정 편집자 youjahn@bookie.co.kr
안유정 편집자
 
2016년 5월, 서울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한 남성에게 살해된 ‘강남역 살인사건’은 여성혐오 범죄라는 상징성을 띠고 한국 사회에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뜨거운 관심을 입증하듯 서점에서는 페미니즘 관련 도서가 불티나게 팔렸고, 이후 도서시장에는 페미니즘 이론서와 페미니즘 활동 지침서부터 페미니즘 문화학·종교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변주된 도서들이 출간돼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을 이어갔다.
 
<잠깐 애덤 스미스씨, 저녁은 누가 차려 줬어요?>는 기존 페미니즘 도서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다른 페미니즘 도서들이 정치사회적 관점을 가진 것과 달리, 이 책의 저자 카트리네 마르살은 성 불평등 문제를 현대 주류 경제학의 뿌리에서 찾고, 이것이 어떻게 성 불평등 경제 구조를 고착화했는지 보여준다. 국제 금융·정치와 여성주의에 대한 글을 쓰는 이 스웨덴 기자 출신 저자는 이 모든 논의의 시작으로 ‘정치경제학의 아버지’로 꼽히는 스코틀랜드 출신 18세기 학자 애덤 스미스에게 저녁상을 누가 차려줬는지 정면으로 따지는 발칙한 시도를 감행한다.
 
   
▲ 카트리네 마르살 지음 | 김희정 옮김 | 부키 펴냄 | 1만5천원
애덤 스미스는 1776년 발간된 <국부론>에 현대 주류 경제학의 시초가 된 한 문장을 적었다. “우리가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이나 양조장 주인, 빵집 주인의 자비심 덕분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그들의 욕구 때문이다.” 이때 애덤 스미스는 자신의 이익 추구 욕구가 아닌 자식에 대한 사랑으로 희생적 노동을 감수한 자신의 어머니를 까맣게 잊어버렸다. 당시 가족 돌봄이나 집안일 등 보이지 않는 노동을 하는 사람(여성)이 없었다면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쓰지도, 푸줏간 주인과 빵집 주인이 음식을 생산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또한 효율적 시장경제와 그 모든 물적·인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중요한 가사노동은 현재까지도 국내총생산(GDP)에 포함되지 않는다. 경제적 의미가 없는 노동이라는 것이다. 아직도 이런 상황이니, 경제학 교수들이 “집에서 모시던 어머니를 양로원에 보내면 GDP가 올라가고, 집에서 일하던 가사도우미와 결혼하면 GDP가 감소한다” 따위의 농담 같은 진실을 강의 시간에 되풀이해 말하는 것이다.
 
저자는 여성들이 집안일에서 벗어나 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노동시장에 진출한 뒤에도 이들이 주로 종사하게 된 돌봄 분야의 노동은 여전히 가치가 낮고 보수도 남성보다 훨씬 적다는 것을 지적한다. 이 산업들에 여성이 많이 종사하기 때문에 보수가 낮은지, 보수가 낮기 때문에 여성이 더 많이 종사하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이 상황이 지속되면 미래 국가 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것임은 확실하다. 이제 더는 여성들도 저임금·고강도의 노동을 감수하지 않으며, 그 결과 수많은 나라에서 돌봄 노동자들이 유출되고 있다. 탄탄한 사회복지 체계로 칭송받는 스웨덴에서조차 2030년이 되면 돌봄 노동자 13만 명이, 미국에선 자격을 갖춘 간호사가 40만 명에서 80만 명까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187쪽). 경제학적으로 봤을 때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기초한 노동력의 자유로운 이동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현실은 숫자놀음이 아니다. 돌봄 인력의 부족은 특히 노령화가 빠르게 이뤄지는 국가들에서 중대한 위기를 불러올 것이다.
 
맞벌이 부부의 가사노동 분담 문제에 대한 주류 경제학자들의 설명 또한 비판의 대상이다. 저자는 1950년대 이후 시카고학파 경제학자들이 맞벌이 가정의 여성이 왜 가사노동을 더 많이 하는지 경제학적으로 분석했으나, 결론은 설득력이 전혀 없었다고 말한다. 이들은 맞벌이 부부의 아내가 가사노동의 대부분을 맡는 것은 바로 여성이 가사노동을 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유는? 경제학적으로 봤을 때 만약 여성이 가사노동을 전담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면 지금쯤 남성이 가사노동을 하고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여전히 여성이 맡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지금의 구조가 더 효율적이라는 논리다. 시장은 언제나 가장 효율적인 지점을 향해 가게 마련이므로. 저자는 전통적으로 고착된 여성에게 불합리한 구조를 기존 이론으로 간단하게 합리화한 결론이 설득력을 가지기는 어렵다고 힘주어 말한다.
 
사실 경제학의 시작점에서 당시 세계 인구의 절반이나 되는 사람들의 노동이 누락됐다는 사실부터가 현대 주류 경제학의 한계를 말해주는 듯하다. 카트리네 마르살은 이렇게 현대 주류 경제학이 가진 모순점을 여성의 눈으로 조목조목, 그러나 시종일관 유쾌한 필치로 풀어낸다. 이와 더불어 주류 경제학의 기본 전제에 대한 비판과 금융위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비합리적 거래 양상, 세계 금융위기를 설명조차 해내지 못한 한계점 등 기존에 제기됐던 주류 경제학의 문제들이 페미니즘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명쾌하고 날카롭게 짚어낸다. <잠깐 애덤 스미스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는 페미니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고 싶은 독자와 경제학을 다른 시각으로 보고 싶어하는 독자 모두에게 유익할 것이다.
 
 

● 인사이트 책꽂이
 
   
누가 미래의 자동차를 지배할 것인가
페르디난트 두덴회퍼 지음 | 김세나 옮김 미래의창 펴냄 | 1만7천원
자동차 제조사를 두루 거친 독일 자동차 전문가인 저자는 자동차업계가 포드의 컨베이어 시스템, 도요타의 ‘린 생산방식’에 이은 세 번째 물결을 맞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변화는 배기가스 없는 구동 기술, 인공지능, 공유경제가 촉발했다. 저자는 전통 자동차 제조사가 어떤 사업 모델과 전략을 도입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지 논한다. 우버, 구글, 애플, 중국 인터넷기업 등을 ‘사이비 혁명가’로 평하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가까운 러시아 다가온 유라시아
정성희 지음 | 생각의길 펴냄 | 1만8천원
저자는 지난 20년 동안 대기업의 현지 법인장 등을 맡아 러시아를 비롯한 독립국가연합(CIS)과 인근 지역을 돌아다녔다. 저자가 말하는 ‘유라시아’는 시베리아, 카프카스, 중앙아시아, 몽골, 중국 서부다. 라틴, 비잔틴, 슬라브, 아랍, 몽골-투르크, 아시아의 다양한 문화를 수용한 곳이다. 책은 이 지역 관련 정보를 총정리했다. 저자는 “유라시아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물류, 특히 횡단철도에서 표면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격변의 패턴
딜로이트 안진경영연구원, 딜로이트 센터포엣지 지음 원앤원북스 펴냄 | 1만7천원
이 책을 요약하면 머리말 제목 ‘격변이 창출하는 새로운 기회를 활용하라’로 충분하다. “전통기업의 대체를 일으키는 격변을 정의하고, 격변이 실체화되는 조건과 기존 기업들의 대응이 어려운 이유를 설명”한다. 책은 ‘격변의 패턴’으로 9가지를 꼽는다. 시장 범위 확장, 인접시장의 저활용 자산 활용, 제품의 플랫폼화, 연결하기, 제품 개발 분산화, 번들링 상품 해체, 가치사슬 단축, 사용량에 따른 가격 책정, 제품 융합이다.
 
 
 
 
   
인구절벽을 넘어 다시 성장하라
알렉스 자보론코프 지음 | 최주언 옮김 처음북스 펴냄 | 1만6천원
저자는 노령화 연구를 지원하는 영국 생물노인학연구재단의 이사다. 그는 노령화 시대에 중요한 것이 “노인을 둔하게 만드는 수많은 신체적 제약 없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라며, 과학이 조만간 이를 해결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음 20년 동안 목격할 기술은 사회적, 경제적 영향을 비롯해 노화의 전체적인 지형을 바꾸어놓을 만큼 약진할 것”이라는 주장은 과학만능주의 냄새를 풍긴다. 그래도 고려 가치는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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