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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제국, 빈약한 중산층
[Emerging] 중국
[6호] 2010년 10월 01일 (금) 쑨샤오지 외 economyinsight@hani.co.kr

왕서방, 좌절하다

쑨샤오지 孫驍驥 경제평론가

최근 “치솟는 집값이 중산층을 없앤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면서 ‘중산층’이란 개념이 다시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회의 중견 세력인 화이트칼라를 대표하는 중간소득계층은 대부분 낮은 소득과 떨어질 줄 모르는 높은 집값 사이의 기형적인 격차에 직면해 있다. 그 밖에도 자동차 대출과 교육비 및 생활비의 부담으로 인해 이 소득계층은 말 그대로 ‘샌드위치 계층’이 되었다. 상위층처럼 막대한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저소득계층이 누리는 사회복지의 보장을 받을 수도 없어 돈을 버는 동시에 인플레이션의 압력을 가장 많이 감내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일본 학자 미우라 아쓰시는 5년 전에 출판한 <하류사회>란 책에서 이런 상황을 언급하며 “하류사회가 중산층을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득수준과 소비수준의 격차가 계속 확대되면서 일본에서는 1950년대 이후 형성된 1억 명 남짓한 중산층이 점차 저소득, 저조한 근로 의욕과 소비 의욕을 가진 ‘하류’ 계층으로 분화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미우라가 서술한 이런 상황이 중국의 중산층이 당면한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중국의 중간소득계층이 처한 상황은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중간소득계층을 중산층과 같은 개념으로 볼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필자는 이 두 가지 개념을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글자 그대로의 의미를 보면 중산층이란 영어의 ‘Middle Class’에 해당한다. 이것은 사회자원의 점유 비율에서 사회구조상 중간에 처한 계층이다. 밀스는 1951년 출판한 <화이트칼라: 미국의 중산층>에서 기계화와 농업의 노동생산성이 향상되고, 도시 소생산자가 대형 회사에 자리를 넘겨주면서 ‘기존 중산층’이 새로운 ‘화이트칼라’로 대체됐다고 지적했다.

중산층의 기원, 서구와 달라
현대사회에서 중산층의 등장은 마르크스주의에서 말하는 자본과 노동의 양극화를 어느 정도 완화시켰고 자본주의 사회를 안정시켰다. 자본시장이 완성되면서 지적 노동을 위주로 하는 중산층은 사회에서 최대 비율을 차지하게 되었고, 미국에서는 중산층이 전체 인구의 80%를 차지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화이트칼라 계층이 개혁·개방 이후부터 급속하게 형성됐으므로 경제정책이 초래한 부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베이징 번화가인 왕푸징에서 시민들이 거리를 가득 메운 채 바삐 걸어가고 있다.
또한 엄격한 의미에서 중산층은 탈공업화 사회 이후에 탄생한 중간계층을 겨냥한 말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경우 정보산업과 서비스업이 중심이 된 새로운 경제구조가 형성되면서 비숙련직이 대량으로 사라지고 블루칼라 노동자가 전체 노동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969년의 40%에서 2000년에는 30%로 떨어진 반면, 화이트칼라 비율은 대폭 상승했다. 일본의 경우 1950년대 이후 제조업이 부단히 발전하고 일본식 자본주의가 일어나면서 ‘전 국민의 중산층’이 국민이 고대하는 염원이었다. 거품경제 시기 일본 국민이 스스로를 사회의 ‘중간’계층이라고 생각하던 비율이 무려 90%에 달했다.
하지만 사회 전체의 자산이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개인 소득의 재분배가 부족했고 그 결과 일본 중산층은 ‘하류화’하기 시작했다. 일부 중산층은 자신이 감당해야 할 사회적 책임을 포기한 채 사회의 소외계층이 되었다. 예를 들면 생활의 질을 강조하되 고정적인 직업을 회피하는 ‘프리터족’이나 ‘스파족’ 등이 그것이다.
중국도 일본이나 서구의 자본주의 국가와 비교했을 때 ‘중간’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계층이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실제 수를 따져보면 그 비율이 인구 전체의 75∼80%를 차지하기엔 아직 역부족이다. 결국 중국에는 중간계층 아래에 그 수가 더욱 방대한 바닥층이 존재하고 있어, 일본이나 미국 등 선진국의 상황과 다르다. 게다가 중국에서 ‘중산층’이란 말을 거론할 때는 취업인구의 80%, 국내총생산(GDP)의 70% 이상을 민영 기업의 근로자가 창출하고 있는 현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그들은 전통적 의미의 중산층이 아니고, 그들 스스로도 ‘중산층’에 속한다고 생각하기 어려울 것이다.

`감압기가 가압기로’ 변한 사회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점은 문화적 의미에서 중국의 중산층은 아직 ‘공석’ 상태라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전후 베이비붐 세대가 196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사회문화를 주도했다. 이들은 비슷한 문화적 품격과 심미적 취향을 갖고 전후 새로운 중산층 문화를 만들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홍콩만 보더라도 비슷한 상황이 나타났다. 1980년대를 풍미한 홍콩 문화의 ‘황금기’ 역시 1950년대에 태어난 세대가 만들어낸 고학력·고소득의 중산층이 주도했다.
그런데 중국에서의 중산층은 그 수가 너무 적다. 문화·사회적 의미에서 보면 거론할 수준이 못 된다. 우리가 학습한 것은 소비 관점에서 바라본 중산층 생활의 껍데기에 불과하다. 중국인은 이제 겨우 해외에서 유명한 브랜드를 분별할 수 있게 됐고,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를 사기 시작했다. 일부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는 등 그들이 상상하는 중산층의 생활방식을 모방하기도 한다. 문제는 커피에 설탕을 얼마나 넣는지만 고민할 뿐 역사적으로 커피잔 속에서 일어났던 혁명은 의식하지 못하는 데 있다.
체제 전환기의 러시아 중산층을 언급할 때 한 사회학자는 중산층 내부의 다양한 경제 이익과 정치적 취향으로 인해 고정적인 정의를 내리기 힘들다고 했다. 러시아 사회의 복잡한 중간계층은 빈곤계층과 ‘노비 루스키’1) 사이에 있는 사람들이다. 중국 중산층이 처한 상황도 이와 비슷해 일종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계층이었는데, 최근에는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중산층이 사회적 주도 세력으로 충분히 발전하지 못하고 중산층 문화가 형성되지 못한 상황에서 중국의 중간계층은 벌써 ‘하류화’하고 있다. 이런 기형적인 상황으로 인해 이들은 사회적·문화적 변혁을 이끌지 못하고 오히려 ‘감압기’의 역할에서 ‘가압 밸브’로 변해 사회의 불안정을 일으키는 잠재적인 요인이 되었다.
 
 왕서방, 분노하다

정융녠 鄭永年 경제평론가

금융위기의 그늘에서 벗어난 뒤 중국 정부는 경제 구조조정의 속도를 높여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실현하길 기대하고 있다. 구조조정은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지만 최고의 목표는 내수형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다른 분야의 구조조정을 아무리 성공적으로 진행해도 내수형 사회 없이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유지하기 어렵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내수형 사회를 건설하지 못하면 중국 사회 내부의 각종 사회문제가 악화돼 정치와 사회의 안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베이징 외곽의 허름한 임시 가옥과 멀리 보이는 도시의 고층 빌딩 숲. 개발이 급속도로 진행되는 동안 빈부격차도 그만큼 더 커졌다.
내수형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중국은 세 가지 문제와 임무에 직면해 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경제구조의 합리성과 경제발전의 지속 가능성이다. 중국이 현재 당면한 경제와 사회 분야의 문제는 대부분 경제를 한층 더 발전시켜야만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 경제발전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만, 때로는 기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낸다.

분배의 정의는 어디로 갔나
긍정적 의미의 발전을 촉진할 수 있는 조처는 많지만 경제 분야에서는 계속 ‘시장의 심화’란 목표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중국이 직면한 문제는 경제 분야의 시장화는 부족한데 사회 분야의 시장화는 과도하게 진행된 것이고, 이른바 ‘정실경제’가 경제 분야의 시장화가 부족하게 된 주요 걸림돌이 되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경제발전 성과의 공유 문제다. 전체 국민이 경제성장의 성과를 공유하지 못하고 소득격차가 갈수록 확대되면 사회 양극화를 피할 수 없게 된다. 고도로 분화된 사회는 내수형 사회가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굉장히 불안정한 사회가 된다. 역사적으로도 모든 소비사회는 최저한도의 사회적 형평을 갖추고 있었다. 경제적 측면에서 봤을 때 최저한도의 사회적 형평은 사회 각층이 경제발전의 성과를 공유하는 데서 기인한다.
경제성과를 공유하는 문제에서 중국은 두 가지 도전에 직면했는데, 그 중 하나는 1차 소득분배의 불공정성이다. 중국은 오랜 세월 1차 소득분배는 효율을, 2차 소득분배(소득재분배)는 공정성을 강조했지만 이것은 크게 잘못됐다. 1차 소득분배는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에 1차 분배가 기본적인 공정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2차 분배 역시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기 때문이다. 1차 소득분배에서 노동자가 받는 노동소득이 너무 적다. 특히 GDP의 증가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지방정부는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노동자의 임금과 복리 수준을 과도하게 억압했고, 노동자의 존엄과 합법적 이익 보장에 주목하지 않았다.
소득의 2차 분배는 성과를 공유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중국의 현행 세제는 대체적으로 역진적이지 누진적이지 않다. 보통 노동자가 납부하는 개인소득세는 세금 부담 기준이 과도하게 높고, 부자에게 적용하는 세금, 예를 들어 각종 재화나 재산에 부과하는 세금은 아직 도입하지 않았거나 제대로 징수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부자는 과도하게 소비하고 가난한 사람은 소비가 부족한 상황을 만들었다.

벼락부자 구조의 함정 
내수형 사회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세 번째 문제는 사회정책의 확립이다. 국유기업의 강력한 행정과 정치력의 제약에 부딪혀 서구식 신자유주의는 중국의 경제 분야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지만, 사회 분야에서는 이미 활개를 치고 있다. 주택과 교육, 사회보장, 의료보건 등의 분야에서는 신자유주의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없다. 이 사회 분야들은 원래 정부의 재정적 지원과 각종 법규 및 정책의 보호를 받아야 하지만 현재 과도한 시장화의 함정에 빠져 몇몇 소수가 ‘벼락부자가 되는 분야’가 되었다.
효과적인 사회보장 체제 없이는 중산층의 성장을 도모할 수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중산층은 높은 부동산 가격의 압박 속에서 ‘무산계급화’하고 있다. 중산층 없이 어떻게 내수형 경제를 만들 수 있겠는가?
아직까지 일부 정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경제의 구조조정을 중국 사회 발전의 총체적 배경 속에서 추진해야 효과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충분한 정책적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왕서방, 이민가다

위펑후이 餘豊慧 경제평론가

“지금은 제가 했던 말을 바꿔야 합니다. 집값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급등한다면 중국의 1선 도시(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투자이민의 조건을 갖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치리신 베이징 이민알선기관협회 회장이 언론에 전한 말이다. 얼마 전 그는 “이론적으로 제2순환로 안쪽에 거주하는 베이징 시민은 미국으로 이민갈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고 말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베이징 싼리툰 지역에서 유명 부동산 개발업체 소호가 짓고 있는 500여 채 규모의 아파트 단지 공사 현장.
그래서인지 최근 언론에 새로운 이민 열기에 관한 보도가 많아졌는데, 이번 이민 열풍은 1980년대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당시의 이민 열풍은 중국이 개혁·개방을 시작한 초기였고, 외국에 대한 호기심과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 대한 맹목적인 숭배가 동반된 ‘묻지마’ 이민이었다. 그때 이민을 떠난 사람들은 각계각층이 섞여 있어 복잡했다. 하지만 최근에 일어난 이민 열풍은 주로 고학력의 유학생과 일정 수준의 경제력을 갖춘 계층이 중심이다. 물론 이민을 결정한 원인은 다양해서 외국에서 기회를 찾거나 국내에서보다 외국에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은 계층,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지 않고 이민을 추진하는 경우와 해외투자를 위해 이민을 결정한 유형 등이 있다. 하지만 그 가운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중요한 원인이 있다. 그것은 중국의 높은 집값 때문에 중산층이 고국을 떠나고, 유학을 마친 고학력의 인재가 고국으로 돌아오지 않는 현상이다.
“중국에서 부동산을 구입하면 70년 동안 토지사용권을 얻지만, 해외에서 부동산을 구입하면 영구적인 토지소유권을 갖는다.” “200만위안(약 3억4천여 만원)이면 미국 도시의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고 공용면적도 없다.” 베이징이나 상하이에서는 200만위안으로는 입지 조건이 좋은 지역의 그럴듯한 집을 살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일부 중산층과 고학력 인재들이 이민을 선택하고 있다.

부동산 거품이 중산층 쫓아내 
미 국무부에서 발표한 최신 자료에 따르면, 2008년 10월부터 2009년 9월까지 연방정부 회계연도에 EB-5 투자이민 비자를 받은 사람은 총 4218명이었는데 그중 70% 정도가 중국 출신이었다. 캐나다 이민국의 통계를 봐도 2009년 캐나다의 투자이민 유치 목표는 2055명인데, 중국에 할당된 인원이 1천 명 정도였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는 더 많다. 높은 부동산 가격으로 인해 중국이 중산층과 유학파 고학력 인재를 쫓아내는 것은 비극이다.
세계 각국은 중산층을 길러내려 애쓰고 있다. 중산층은 한 나라와 사회의 안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중산층은 사회의 중간에서 위와 아래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사람이 많을수록 사회의 안정도가 높아지고 사회는 더욱 빠르게 진보할 수 있다. 소득분배를 포함해 중산층이 주체가 되는 타원형 사회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중산층은 경제발전을 견인하는 근본적인 힘이기 때문이다. 중산층은 중요한 소비 주체고, 소비는 한 나라 경제의 근본적인 원동력이다. 미국은 가장 성공적으로 중산층을 만들었고, 이는 미국이 100년이 넘도록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가 될 수 있었던 원인이 되었다.
중국도 중산층을 키우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는 중국의 정치와 경제, 사회가 번영과 안정으로 향하는 관건이 되는 단계다. 그런데 부동산 거품이 중국의 중산층을 외국으로 떠나도록 만들고 있다. 이는 중국의 경제발전에 불길한 조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중국의 부동산 조절 정책은 더욱 강도를 높여야 한다. 대담하게 앞으로 나아가야지 좌우를 살피며 머뭇거릴 수 없는 일이다. 높이 치솟은 집값을 끌어내려야 중산층이 돌아올 것이고 국민의 행복지수도 높아질 것이다.
ⓒ 21cbh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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