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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은 위험한 생각 실패할 수밖에 없다”
[경제와 책] 역자에게 듣는 경제와 책
[82호] 2017년 02월 01일 (수) 이유영 번역자 y.younglee@yahoo.com

이유영 번역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뒤 이어진 글로벌 대침체는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퇴장과 더불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돈 쏟아붓기식 해법은 그만두고 ‘성장’과 ‘고용’에 대해서 고민할 때라는 주문이 힘을 얻고 있다. 마치 신성불가침의 가르침처럼 운위되던 ‘재정 건실화’니 ‘구조 개혁’이니 하는 구호는 살짝 자리를 감춘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경제포럼, 경제협력개발기구, 세계은행 등이 주도하는 경제정책 관련 지침들의 배경에는 여전히 긴축이라는 ‘위험한 생각’이 자리하고 있다. 

이미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허리띠 졸라매기’식 고행을 거친 바 있는 한국민들에게 긴축은 구조조정, 고금리, 실직, 공공서비스 감축을 즉시 연상 시킨다. 미국 브라운대학 교수(국제정치 경제)인 블라이스는 긴축을 ‘일종의 자발적 디플레이션 정책으로 경쟁력 회복을 위해 국가 경제가 임금, 물가, 공공 지출 감축을 통해 조정이 이루어지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블라이스는 그 과정에서 동원되는 이른바 ‘최상의 정책적 수단’이 재정 지출 및 부채, 적자 재정 감축이란 점에 주목한다. 
 
   
▲ 마크 블라이스 지음 | 이유영 옮김 | 부키 펴냄 | 2만2천원
유년 시절 영국 복지정책의 수혜자였음을 고백하는 저자는 근대 자본주의 체제 태동 이래 부침을 거듭하면서도 여태껏 생명력을 잃지 않는 긴축에 대해 이미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실패할 수밖에 없는 ‘위험한 생각’이라고 단언한다. 그 이유로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긴축이 폭넓게 시행됐지만 재정 건전성 회복이나 성장 및 고용 개선은 이뤄지지 않은 반면, 오히려 저소득층은 직격탄을 맞아 삶의 질이 추락했다는 사실을 든다. 
 
이에 덧붙여 간단한 사고 실험을 통해서도 긴축이 성공할 수 없는 해결 방안임을 지적한다. 긴축이 몸에 밴 습성을 글로벌 시장 참여자 모두 따르게 된다면 결국 소비와 수요를 이끌어갈 주체가 없어지기 때문에 함께 공멸할 것 아니냐는 진단이다. 이처럼 경제에서 개별 참여자의 올바른 행위가 전체적으로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두고 폴 새뮤얼슨은 합성의 오류를 경제 영역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고 언명한 바 있다. 
 
블라이스는 나아가 긴축을 ‘인류사 최대의 유인상술’이라고 비판한다. 본래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불황기가 아니라 호황기가 긴축을 시행할 적절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작은 정부론과 시장 우위를 앞세운 반케인스주의 진영이 유력한 무기로 휘두르는 긴축은 특히 불황기를 맞아 그 힘을 발휘한다. 물론 이들은 ‘방만한 재정 운영과 시장의 혁신적 활동을 저해하는 통화·재정 정책으로 위기가 벌어졌다’는 진단을 앞세운다. 
 
하지만 블라이스는 긴축론자들의 주장과 정반대로 위기는 ‘정부 부채’발이 아니었다는 점을 미국과 유럽의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위기의 근원은 미국 금융시장의 복잡성과 극히 미흡한 리스크 관리 체제, 그리고 유럽권 은행의 과도한 투기 행각에 있었음을 명쾌하게 드러낸다. 한마디로 팽창을 거듭하던 금융권이 제대로 된 관리 없이 쌓아놓은 부채가 고스란히 정부의 몫, 궁극적으로 납세자 몫으로 이전된 거라는 진단이다. 
 
그렇다면 이는 일반 납세자에게 난데없이 청구서가 날아든 것이고 정부로서도 억울하게 문제아로 낙인찍힌 셈이니, 블라이스의 표현처럼 긴축정책은 금융권발 사기 행각이란 말도 그리 과한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이와 동일한 맥락에서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를 금융 지배가 낳은 오도된 경제 질서의 중대한 문제로 꼽은 바 있다. 
 
‘규제 개혁’이나 ‘재정 건실화’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포장된 긴축론은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또는 유력 중앙은행 등을 앞세워 전개되는 경우가 많다. 이 글로벌 기구와 유력 기관들은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사변적·실증적 연구 결과를 주요한 원군으로 활용한다. 특히 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의 90%를 초과하는 순간 국가 경제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진단한 라인하트와 로고프의 연구 결과가 대표적이다. 이후 ‘워싱턴 컨센서스’가 등장해 위기 해결 또는 위기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이유로 각국 정부가 주체적 문제 해결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에서 이뤄진 진단을 해명하기 위해 부산을 떨어야 했던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지적한 것처럼 90% 기준선은 엑셀 스프레드시트 계산 오류로 나온 거였다. 석사과정 재학생이 확인할 수 있던 오류를 그 위세 등등한 기구와 기관은 물론 학계와 시장 전문가들도 미리 지적하지 못한 점은 사실 우습고도 슬픈 일이다. 
 
긴축옹호론이 학계와 유력 기구 및 기관에 득세하는 이유가 금융권의 이해관계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경제 기구와 학계, 업계 사이에 설치된 회전문을 드나드는 이들이 이론과 정책 그리고 이윤 실행 과정을 사익 추구와 일치시키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일종의 사회학적 현상이라 할 수 있는 ‘인지포획 현상’(규제자가 규제 대상 사고방식에 동화되는 현상 -편집자)이 사익과 뚜렷한 연계점을 찾기 힘든 일반 시민 사이에서도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긴축이라는 인류 역사상 최대 사기극은 인지포획이 만연한 실상이 아니라면 애초에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 인사이트 책꽂이
 
   
 
돈을 찍는 자
 
쉬진 지음 | 권하정 옮김 | 내인생의책 펴냄 | 2만2천원 
금융 이념의 변화에 입각해 지난 200년 금융사의 변화와 사건을 소개한 책이다. 중국 <파이낸셜타임스> 주간인 저자는 “금융위기와 중앙은행이라는 두 뿌리가 서로 교차하면서 일어난 사건에서 생겨난 거품 그리고 이성적 이익 다툼의 반복은 금융시장이 계속 발전하도록 도왔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금융의 시선으로 본다면 인류를 멸망에 이르게 하는 건 오직 인간의 탐욕뿐이라며 감독자가 흐름에 맞게 계속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왜 돈이 없을까 
 
나카가와 준이치로 지음 | 손나영 옮김 | 도슨트 펴냄 | 1만3천원 
백수가 되어 여러 사람을 만난 뒤 작가가 된 저자는 “절약을 마음속에 새기고 몸소 실천한다면 얼마나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저자는 절약이 부끄러운 게 아니라며, 다른 사람과 경제 상태 따위를 비교하지 말고 자신만의 척도를 갖자고 권한다. 특히 금전 감각을 강조하는데, 자신의 금전 감각은 대학 때 이삿짐 아르바이트를 하며 느낀 ‘한 시간의 고통=9410원’에서 확고해졌다고 한다. 
 
 
 
 
 
   
 
블록체인 혁명 
 
돈 탭스콧, 알렉스 탭스콧 지음 | 박지훈 옮김 | 을유문화사 펴냄 | 2만5천원 
경영 컨설턴트와 블록체인 회사 설립 자문을 하는 벤처 창업자가 함께 썼다. 이 책은 온라인 화폐 비트코인을 계기로 주목받는 기술 블록체인이 인터넷을 어떻게 바꿀지, 블록체인을 어떤 방법으로 써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블록체인은 “네트워크상의 공적 거래장부”이며 “출생 및 사망 증명서 발급부터 보험금 청구와 투표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정보를 안전하게 기록할 수 있다”고 한다.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 
 
오준호 지음 | 개마고원 펴냄 | 1만4천원 
논픽션 작가이며 ‘기본소득 한국네트워크’ 회원인 저자는 기본소득이 미래를 바꿀 열쇠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사람들이 실패를 겪은 뒤 새 기회를 잡으려면 물질적 조건이 갖추어져야 하며, 이런 조건을 누구에게나 똑같이 일정 액수를 지급하는 기본소득제가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허무맹랑한 생각으로 여겨졌으나 이제는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른 기본소득제가 어떤 발상인지, 과연 현실화할 수 있는지 등을 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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