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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에서 샘솟는 창조성
Editor’s Letter
[82호] 2017년 02월 01일 (수) 신기섭 편집장 marishin@hani.co.kr
해가 바뀌면 뭔가 새로운 일이 생기려니 기대를 걸어보게 됩니다. 뉴스를 전하는 기자의 삶을 살면서 붙은 습관 같습니다. 별다르지 않은 소식을 반복하는 걸 가장 괴롭게 여기는 직업이 기자입니다. 없으면 만들어내고픈 유혹까지 때때로 찾아옵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집착은 언론인의 직업병이라 해도 심하지 않습니다. 
 
한 달에 한 번 만드는 월간지 기자들은 부담이 다른 기자보다 더합니다. 게다가 일주일이나 보름씩은 앞서 생각해야 하니, 막막하기도 합니다. 독자가 잡지를 받아보실 때쯤은 상황이 크게 달라져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잡지 내용을 구상합니다. 
 
이런 부담이야 월간지 기자의 숙명 같은 것이지만, 요즘은 더욱 괴로운 시기입니다. 한국 상황도, 세계 경제 상황도 불확실의 연속입니다. 경기 침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양상이나 정도만 변할 뿐이니 뉴스 전달자로서는 고역입니다. 
 
이때 잡지 편집자 처지에서 절실한 건 창조적 발상입니다. 어둠 속에서 뭔가 다른 조짐, 남들이 놓친 흐름을 집어내려면 다른 눈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저는 발상의 전환, 반짝이는 아이디어 같은 것과 거리가 아주 먼 사람입니다. 창조성 같은 건 포기하고 삽니다. 머리가 못 따라주니 몸이 고생합니다. 
 
제 처지 탓인지 이번호를 준비하면서 가장 눈에 띈 기사가 창의력을 끌어내려고 기업들이 어떤 방법을 동원하는지 소개하는 기사였습니다. 16~23쪽에 집중기획으로 다뤘습니다. 
 
직원들의 두뇌 활동에 최적인 공간을 만들어내려 머리를 짜낸 대표 사례로 삼성전자가 등장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미주 총괄 사옥을 새로 지으며 뇌과학 연구자, 문화인류학자까지 동원했다고 합니다. 아마존 등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시도를 하고 있답니다. 
 
경영컨설턴트들은 심지어 원시시대 인간까지 연구하나봅니다. 드넓은 초원에서 먹잇감과 위험을 재빨리 감지하고 필요하면 동굴로 숨어드는 삶 속에서 인간의 머리가 상당히 발달할 수 있었답니다. 초원과 동굴을 인위적으로 조성해보면 창조적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게 결론입니다. 결론치고는 좀 어이없지만, 경영계가 혁신과 창조에 얼마나 절박하게 매달리는지 보여주는 얘기입니다. 눈여겨볼 가치가 있습니다. 
 
창조성이나 아이디어와 담쌓은 저로서는 여전히 허전한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는데, 마지막에 눈이 번쩍 뜨이는 대목이 등장합니다. ‘에스쿨라프’라는 독일 의료기 업체 사례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창조하고 싶고 책임감 있게 일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고 믿고 직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끊이지 않고 샘솟는다”고 합니다. 
 
인간에 대한 믿음, 신뢰, 존중을 말하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실천하기는 어렵습니다. 사람을 믿고 맡기면 자발성과 창조성을 발휘하기도 한다는 걸 정말 몰라서 안 하는 건 아닐 겁니다. 믿어줄 용기가 없는 거겠죠. 
 
이제 저도 조금 희망이 생깁니다. 난 안 된다고 포기하지 않고 제 머리를 좀 믿어봐야겠습니다. 믿어주면 제 머리에서도 창조적 아이디어가 혹시 나올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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