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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오면 빈손으로 못 나가요”
[Interview] 이마트 ‘노브랜드’ 김형수 라이프스타일개발팀장
[80호] 2016년 12월 01일 (목) 김정필 fermata@hani.co.kr
브랜드 없는 브랜드 ‘노브랜드’가 소비자의 입소문을 타며 주목받고 있다. 프랑스에서 생산한데다 카카오버터를 사용해 만든 1180원(100g)짜리 초콜릿부터, 유명 감자칩 프링글스 값의 절반도 안 되는 890원이란 가격에 중독성 있는 맛을 자랑하는 감자칩까지 소비자는 즐겁기만 하다. 한편으로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어떻게 이런 가격이 가능하지? 이름까지 버리고 반드시 필요한 기능만 남겨 초저가를 실현한 노브랜드의 영업 비밀을 들어봤다.
 
김정필 부편집장
 
노브랜드 아이디어는 어떻게 착안했나.
경기 불황이 수년째 이어졌다. 가처분소득이 줄고 양극화 현상도 심해졌다. 소비자가 합리적 소비를 하는 경향이 도드라졌다. 소비자 처지에서 생각하면 단순히 가격만 저렴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품질 역시 중요했다. 소비자의 합리적 소비에 맞춰 가성비 높은 상품 개발 필요성에 내부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됐다.
 
소비자가 ‘스마트 소비’를 하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
해외 직구와 전자상거래 기업 쿠팡 등이 부각되면서 개별 상품에 대해 소비자가 파악하는 정보 수준이 크게 높아졌다. 가령 A라는 상품을 구매하기로 결정하면 기존 브랜드와 해외 직구, 쿠팡을 놓고 고른다. 이런 상황에선 기존 엠디(Merchandising·일회성 또는 유행성 프로모션 성격을 갖는 기획상품 -편집자) 상품으로 살아남기 어렵다고 봤다. 가격이 저렴하지만 품질도 만족할 상품을 개발해야겠다고 판단했다. 2015년 4월부터 ‘노브랜드’라는 브랜드명으로 테스트 론칭을 한 뒤 같은 해 12월 정식 브랜드매니저(BM)를 구성했다.
 
상품 이름이 역설적이지만 브랜드가 없다는 의미의 ‘노브랜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해외 출장을 다니던 중 임원들과 한 박람회에 참석했다. 그때 이름 없는 비슷한 콘셉트의 브랜드들을 보고 작명할 때 아이디어를 줬다. 여기에 착안해서 브랜드가 아니라 소비자가 중심이라는 의미를 담아 ‘노브랜드’로 지었다.
 
지금은 익숙하지만 ‘노브랜드’란 작명의 리스크가 컸을 텐데.
사실 브랜드는 상품의 얼굴이다.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할 때 절대적 요인이다. 그런데 상표 브랜딩을 하려면 상품 본연의 품질과 무관한 브랜드 개발 및 광고 비용이 들어가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된다. 상품 본질의 기능만 남기고 포장 디자인은 물론 이름까지 과감히 없앤 것이다. 품질과 가격에 자신 있었기 때문에 승산이 있다고 봤다.
 
브랜드의 디자인 색상은 전반적으로 이마트와 비슷한 노란색 위주지만 크게 눈에 띄는 편은 아니다.
처음에는 노란색 이미지를 상품 포장에 강조했지만 가성비 측면에서 굳이 노란색을 부각하지 말자고 했다. 고객이 다른 이미지에 현혹되기보다 해당 상품을 가장 잘 볼 수 있고 그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 패턴을 바꿨다. 예컨대 생리대의 경우 지금은 생리대라는 상품 특성을 고객이 바로 인지할 수 있게 포장에 꽃무늬를 넣었다. 고객 처지에선 상품 인지력이 높아져 즉각적으로 그 상품에 손이 간다. 콜라만 해도 노란색 이미지를 강조하면 어색하지 않나. 콜라는 붉은색 그대로 살려주는 방식이다.
 
   
▲ 이마트 ‘노브랜드’ 김형수 라이프스타일개발팀장이 노브랜드를 만든 배경과 브랜드 네이밍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노브랜드는 ‘좋은 품질과 합리적 가격’에 최고의 가치를 두고 있다. 한겨레 박승화
 
초기 9개에서 800개로 상품 확대
현재 노브랜드 상품은 몇 종류고 매출 추이는 어떻게 되나.
2015년 4월 뚜껑 없는 변기시트와 와이퍼, 건전지 등 총 9개 노브랜드 상품을 처음 내놔 한 달 동안 1억9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6년 10월 현재 전체 상품은 800여 가지로 대폭 확대돼 매출이 241억원이다.
 
어떤 상품을 우선적으로 개발하나.
자주 쓰고 먹고 입는, 소비자에게 가장 밀접한 생활필수품이 상품 개발 선택의 기준이다. 사실 노브랜드 출시 초기에는 상품 구성만 보더라도 가성비보다 가격 슬림화에 초점을 맞췄다. 처음 내놓은 뚜껑 없는 변기시트가 그런 사례다. 뚜껑이 없으니 가격이 싸다는 식의 접근이었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지금은 콘셉트가 완전히 달라졌다. 가격과 품질 모두 만족해야 한다.
 
상품 800개는 노브랜드가 진화한 역사로 보면 되나.
그렇다. 지금도 진화는 진행 중이다. 본사 건물의 한 사무실에는 2015년 4월부터 최근까지 시판한 상품 800개가 모두 진열돼 있다. 굳이 따지자면 1세대와 2세대 상품으로 나뉜다. 우리가 상품을 개발하면 이 방에서 브랜드매니저를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한다. 품평도 동시에 하는데 이를 통과하면 최종 결재 뒤 시판한다. 이 사무실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은 무엇인가.
매출액 기준으로, 버터쿠키와 물티슈, 초코칩쿠키, 굿밀크우유, 믹스넛, 감자칩, 슈레드치즈, 자색고구마칩 순이다. 판매량 기준으로, 물티슈와 감자칩이 1, 2위에 올라 있다. 처음 나온 물티슈 상품은 잘 팔렸지만 너무 얇고 향이 없다는 소비자 불만이 있었다. 지금은 좀더 두껍게 만들고 향도 넣었다. 가격은 800원 그대로다. 물티슈처럼 소비자 요구를 계속 반영해 업그레이드하며 가성비 높은 최적의 상품으로 품질을 높여가고 있다.
 
상품 개발 과정이 궁금하다.
우선 생활필수품 위주로 아이템 하나를 선정한다. 곧장 국내외 시장조사를 한다. 품질과 가격 조건을 따져 외국 업체 또는 국내 업체를 결정한다. 최저가격과 원하는 품질 기준을 설정하고 그 기준에 맞는 것을 고른다.
중요한 것은 가격 결정 과정이다. 통상 다른 업체들은 임의로 가격을 먼저 정하고 거기에 맞는 품질을 찾는다. 우리는 고객 입장에서 시장조사해 해외 직구나 쿠팡 등으로 해당 품목의 최저 가격대를 설정한다. 업체가 선정되면 시제품을 받아 확인한다.
 
국내 납품하는 제조업체 풀은 충분한가.
이 업무를 하면서 놀란 부분이 있다. 국내에 장인정신을 가진 OEM(주문자가 요구하는 제품과 상표명으로 완제품을 생산하는 것 -편집자) 제조 중소업체가 정말 많았다. 기술력도 뛰어나다. 그런데 기존 거래 업체와의 관계를 굉장히 중요시하기 때문에 다른 곳에 납품을 잘 안 하려 한다. 나름의 자존심이 있는 것이다. 전국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그런 분들을 찾아가 설득해 판로를 확보한다.
 
중소 제조업체와 노브랜드 어느 쪽이 이익인가.
양쪽 모두 이익이다. 우리는 중간 유통 과정을 생략하고 직거래하니까 가격 단가를 낮출 수 있다. 중소업체들은 불경기 때 제조라인을 놀리지 않기 때문에 가동률이 좋아진다. 당연히 생산효율성이 높아져 원가가 절감된다. 우리가 원하는 성분의 명세를 제시하면 중소업체가 불필요한 성분을 골라내 원가를 절감하기도 한다.
 
소비자는 ‘어떻게 이 가격이 가능하지’ 의문을 갖는다.
타사 유사 상품과 비교해 예를 들면, 노브랜드 감자칩은 890원이지만 프링글스는 2700원이다. 두 상품 모두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만든다. 프링글스는 수입업자, 물류업자, 마케팅, 광고, 매장 등의 유통 마진이 붙어 2700원의 가격이 형성된다. 당연히 중간에서 이익을 창출해야 하니까 그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는 고생 좀 하더라도 직거래를 하니까 싸다. 가격이 저렴한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가 발품을 더 팔면 된다. 감자칩의 경우 숱하게 많은 상품의 맛을 비교했다.
 
상품 개발에 얼마나 시간이 걸리나.
품목 선정에서 최종 포장 작업까지 마무리하는 데 평균 5~6개월 걸린다.
 
상품 개발 원칙은 무엇인가.
품질은 우리가 애초 생각한 기준이 있다. 그것은 양보하지 않는다. 중간 직간접비에서 조금 손해 보더라도 되도록 최저가격을 맞추려 한다. 소비자는 가격과 품질 둘 다 만족하지 않으면 뒤돌아보지 않고 구매를 포기한다. 우리가 이 두 가지를 양보하면 노브랜드의 본질적 가치는 무너진다.
 
소비자 반응은 어떤가.
굳이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소비자가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용 후기 등을 남기며 홍보해주고 있다. 노브랜드 상품 포장에는 ‘#’ 기호를 붙인 해시태그와 해당 제품 검색에 어울리는 ‘간식’ ‘안주’ 등의 단어 조합이 담겨 있다. SNS에서 ‘#특정단어’를 누르면 관련 정보를 올린 사용자들의 글을 볼 수 있다. 소비자가 SNS에서도 상품 관련 글을 찾아보기 쉽게 추천 ‘#특정단어’를 표시해놨다. 소비자가 이를 바탕으로 상품 내용을 공유하고 의견을 교환해 마케팅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가끔 우리도 들어가보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 놀란다.
 
   
▲ 이마트 ‘노브랜드’ 김형수 라이프스타일개발팀장이 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점 노브랜드 매장에서 상품들을 배경으로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하나의 상품을 내놓으려면 준비 작업에만 5~6개월이 걸린다. 한겨레 박승화
 
판매자보다 똑똑한 소비자
요즘 소비자들의 특징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가치 소비’가 대세다. 예전에는 매장에서 피엘(PL·Private Label, 제조업체가 아닌 유통업체 상표를 붙여 판매하는 상품 -편집자)을 카트에 담으면서 굉장히 창피해했다. 하지만 지금은 당당하게 노브랜드 상품 구입 뒤 셀카를 찍어 SNS에 올린다. ‘나는 스마트하다’ ‘나는 호갱이 아니다’ ‘나는 합리적인 사람이다’라고 자랑하는 행위다. 쇼핑문화 자체가 바뀌었다.
 
노브랜드의 부수적 효과는 무엇인가.
사실 일시적 기획상품으로는 경쟁사와 차별화하기 힘들다. 예컨대 ‘삼겹살 10원 전쟁’이라고 해서 이마트를 포함한 경쟁사들이 서로 마진을 10원씩 줄여가며 출혈경쟁을 한 적이 있다. 우리 전략은 다른 경쟁사들이 단기간에 쫓아올 수 없는 상품을 만드는 것이다. 그 효과를 누리고 있다. 소비자가 노브랜드 매장을 방문하면 빈손으로 나가지 않게 하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다.
 
노브랜드 정신과 지향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매장에 고지된 문구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그대로 읽어드리겠다. “마트의 본질이란 좋은 품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브랜드보다 중요한 건 소비자라는 기준을 정하고 소비자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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