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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싸고 성능 괜찮은 스마트폰이 뜬다
[국내이슈] 지갑 얇아진 소비자,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잡아라
[80호] 2016년 12월 01일 (목) 이완 wani@hani.co.kr
통신사 전용 단말기 내놓으며 시장 주도… 단통법 시행 이후 점유율 50% 육박
 
잘하면 공짜로도 구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국내 시장에서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2~3년마다 50만~100만원의 거금을 주며 첨단 스마트폰으로 바꿔 쓰던 ‘통신 과소비’는 완연히 퇴조했다. 경기 침체와 단말기 보조금 규제 등이 ‘스마트 소비’를 촉발한 것이다. 이 흐름을 먼저 간파한 곳은 이동통신사다. 통신사들은 괜찮은 성능에 값도 싼 전용 스마트폰을 앞다퉈 내놓았다. 삼성·LG전자 등 대형 제조업체들도 시장을 잃을세라 중저가폰을 강화하고 있다. 어느덧 중저가폰의 시장점유율이 40~50%에 달했다. 단순히 값만 싼 게 아니라 동영상, 사진, 음악 등 특정 기능을 강화한 스마트폰이 많아지면서 중저가폰 시장이 점차 세분화하고 있다.
 
   
▲ 값비싼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는 아이폰7을 사기 위해 매장 앞에서 기다리는 행렬. 연합뉴스
 
이완 <한겨레> 기자
 
“중저가폰이오? 엘지(LG) 유(U)폰이 지난달 말에 새로 나왔는데 이거 괜찮아요.”
 
2016년 11월13일 경기도의 한 이동통신사 판매장. 저렴한 스마트폰을 찾는다고 하니 판매장 직원이 LG U폰을 권했다. “5.2인치 디스플레이에 3천mAh 배터리, 32기가바이트(GB) 메모리를 장착했는데도 가격이 저렴해요. 신용카드를 새로 만들어 30만원 이상 쓰면 카드사 할인까지 받아 거의 공짜로 쓸 수 있어요.”
 
U폰의 출고가격은 39만6천원이다. 여기서 공시 지원금 13만3천원을 제하고 남은 할부원금 26만3천원도 제휴 신용카드를 새로 만들면 없앨 수 있다는 솔깃한 제안이었다. 판매장 직원은 “인터넷 검색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위주로 쓴다면 중저가폰을 쓰는 것도 괜찮아요. 찾는 손님도 많아요”라고 말했다.
 
그 옆의 또 다른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선 중저가 스마트폰 가운데 중국 화웨이 폰을 공짜로 줄 수 있다고 했다. 대리점 안에는 젊은 여성이 삼성의 중저가 스마트폰을 구입하고 있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저가폰 판매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2015년 내놓은 중저가폰 ‘루나폰’이 20만 대가 팔리면서, 이를 본 다른 이동통신사 업체들까지 시장에 뛰어들어 중저가폰의 흐름을 만들었다”고 했다. 중저가폰은 보통 출고가격 60만원 이하의 스마트폰을 말한다. 삼성의 갤럭시S나 애플의 아이폰은 제외된다. 스마트폰 보조금 지원을 제한하는 단통법(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시행 이후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저가폰 비중은 40~50% 선까지 올라온 것으로 전자업계는 본다.
 
중저가폰 시장 확대는 전용폰을 내놓은 이동통신사들이 이끌고 있다. 2016년 전용폰 출시 현황을 보면 SK텔레콤은 알카텔 쏠, 삼성 갤럭시와이드, 갤럭시A8, LG X5, TG 루나S 등 5종을 내놨다. KT는 삼성 갤럭시J7, LG X5, 화웨이 비와이 등 3종을 출시했다. LG유플러스는 LG X스크린, LG U, 화웨이 H 등 3종을 선보였다.
 
이 가운데 각 통신사들의 대표적 전용폰을 살펴보면 중저가폰도 소비자의 눈길을 끌 만한 괜찮은 성능을 가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SK텔레콤이 내놓은 루나S는 2015년 중저가폰 시장에서 이른바 ‘설현폰’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루나의 후속작이다. 루나S는 5.7인치 쿼드HD의 대화면을 갖췄고 저장 공간은 32GB 메모리, 배터리 용량은 3020mAh로 키워 사용자 편의를 높였다. 또 1300만 화소 자동초점(AF) 전면 카메라 모듈을 탑재해 셀프카메라 기능을 강화했다. 가격은 56만8700원으로 상대적으로 비싸다.
 
루나S를 만든 제작사 TG 이홍선 대표는 전작 루나에 견줘 가격이 비싼 것은 스마트폰 소비자의 선호도를 빅데이터로 분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선호 스마트폰에 대해 소비자가 쓰는 형용사는 ‘편리하다’ ‘넉넉하다’로 바뀌었다. 그래서 스마트폰의 저장 용량은 넉넉하게 만들고, 많은 기능 대신 필요한 것만 넣어 편리한 스마트폰 쪽으로 기획했다.”
 
LG유플러스는 2016년 10월31일 LG전자와 손잡고 보급형 스마트폰 ‘LG U’를 내놨다. LG U의 강점은 가격 대비 성능이다. 5.2인치 풀HD 디스플레이와 3천mAh 대용량 배터리, 32GB 내장 메모리 등을 갖추고 가격은 39만6천원이다. LG전자는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G5’에 탑재한 셔터를 누르지 않아도 얼굴을 자동 인식해 사진을 찍는 ‘오토셀피’ 기능을 LG U에도 넣었다. 공시 지원금 외에 휴대전화 판매장에서 추가 지원금을 제시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
 
KT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화웨이가 만든 ‘비와이폰’(Be Y Phone)을 선보였다. 화웨이는 중국 업체라 생소하겠지만, 2016년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과 애플에 이어 시장점유율 3위를 차지한 곳이다. 비와이폰은 얇은 두께에 금속 본체로 세련된 디자인을 갖췄고 3천mAh 일체형 배터리가 탑재돼 장시간 사용이 가능하다고 KT 쪽은 설명했다. 출고가격은 31만6천원이다.
 
중저가폰의 가장 큰 장점은 물론 가격이다. 삼성전자 갤럭시 J시리즈의 출고가격은 23만1천~36만3천원, 이보다 성능이 좋은 갤럭시 A시리즈는 35만2천~52만8천원이다. LG전자 X시리즈의 출고가격도 25만3천~31만9천원이다. 출고가격은 수십만원이지만 소비자가 실제 구매하는 가격은 선택 요금제에 따른 공시 지원금과 이동통신사 판매점의 추가 혜택 등이 더해지면 거의 공짜인 휴대전화도 매장에 가면 찾을 수 있다. SK텔레콤의 전용폰 쏠(34만9800원)은 저렴한 요금제인 3만2890원(월정액 기준)을 선택해도 공시 지원금이 30만원에 이른다.
 
   
▲ 값싼 전화기를 찾는 이들을 끌기 위해 중저가폰 홍보판을 설치한 매장. 최첨단 제품의 시연장 같던 한국 이동전화 시장에서 중저가폰 점유율이 40~50%에 이르는 등 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연합뉴스
 
인기를 끄는 모델 가운데는 삼성전자 제품이 많다. 스마트폰 시장조사 업체 ‘아틀라스리서치’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10월 한 달간 중저가폰 모델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삼성의 ‘갤럭시J5 2016’이었다. 아틀라스리서치는 전국 1천여 이동통신사 대리점을 통해 집계한 3만 건 이상의 휴대전화 개통 건수를 분석했다.
 
갤럭시J5 2016은 전체 개통량 가운데 약 5%를 차지했다. 이어 갤럭시A7 2016(3.5%)과 갤럭시 와이드(2.7%), 갤럭시A5 2016(2.3%) 등 삼성전자 모델들이 골고루 팔렸다. 삼성전자는 2016년 4월 카메라와 배터리 기능 등을 보강한 J시리즈를 내놓고 시장 공략에 들어갔다. J5의 경우 공시 지원금 등을 받아 24개월 할부로 구매하면 기기 가격이 한 달에 1만원꼴도 안 돼 소비자가 쉽게 지갑을 연 것으로 보인다.
 
한 스마트폰 제조업체 관계자는 “단통법이 발효되면서 지원금 상한제가 생겨 프리미엄폰 가격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가 많다. 특히 학생층과 노인층에서 중저가폰 구매가 많다. 전자업체도 이를 눈여겨보고 많은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고 했다. 또 계속되는 경기 불황도 중저가폰 선호를 키운다. 최근 삼성 갤럭시노트7의 이상연소에 이은 단종도 ‘프리미엄폰이 제일 좋다’는 소비자들의 생각을 깨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스마트폰 업체들도 전략적으로 중저가폰을 늘리고 있다. SK증권의 ‘2017 스마트폰 산업지도’ 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는 A와 J 등 신규 보급형 스마트폰 출시로 점유율 하락 방어 및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2016년 10월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7을 단종시키면서 삼성전자는 중저가폰 투자를 추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6년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전화 회의)에서 “중저가에 해당하는 갤럭시A, 갤럭시J 시리즈의 3분기 판매량이 직전 분기 대비 증가했다. 올해 4분기에는 중저가폰 신규 모델 출시 등을 통해 물량 성장을 추진해, 갤럭시노트7 단종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의 중저가폰 전략은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를 만회할 뿐만 아니라 신규 업체의 시장 진입을 억제하는 효과도 노린다. 삼성전자 관계자의 설명이다. “중저가폰은 사실 별로 이익이 남지 않는다. 그럼에도 중저가폰을 출시해 인도 등 개발도상국 시장을 집중 공략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중국 등 다른 스마트폰 업체들이 개발도상국 시장에서 규모를 키워 프리미엄급까지 올라오는 것을 막기 위한 전략적인 측면이다.”
 
LG전자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LG전자는 휴대전화 시장이 스마트폰으로 급격히 변화하면서 시장점유율을 크게 잃었다. 2016년 초에 출시한 프리미엄급 전략 스마트폰 ‘G5’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의 적자가 계속되면서 특화된 중저가폰으로 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도 솔솔 나온다.
 
LG전자는 2016년 3분기 실적 콘퍼런스에서 “스마트폰 시장은 판매 경쟁 심화가 예상된다. 현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V20과 X, K시리즈 등 보급형 스마트폰 판매에 주력하고 사업구조 개선을 통한 근복적인 체질 개선을 지속 추진한다”고 밝혔다.
 
중저가폰 시장 확대는 소비자에게 유리하다. 애플 아이폰7과 삼성 갤럭시S7 등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의 출고가격은 손에 들어가는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100만원에 가깝다. 이들 업체는 1~2년에 한 번씩 최신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광고 등 마케팅을 집중해 소비자에게 트렌드에 맞춰 바꿔야 한다고 유혹한다. 사실 여기서 가장 많은 이익이 남기 때문이다.
 
중저가폰 모델이 많아진다면 합리적인 소비자가 굳이 비싼 스마트폰에 매달릴 필요가 있을까. 동영상, 사진, 음악 등 특화된 영역을 가진 중저가폰이 많아지고 있다. 자신의 필요와 관심에 맞춘 ‘스마트’한 소비가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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