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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정국 주도권은 대권 티켓?
[윤희웅의 선거와 경제] 대권 경쟁에 꼬인 최순실 정국 해법의 실타래
[80호] 2016년 12월 01일 (목) 윤희웅 waymaker@opinionlive.co.kr

최순실 블랙홀이 대한민국을 집어삼키고 있다. 쑥대밭이 된 정국을 풀 묘수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야 3당과 여당의 비박계 등이 목소리를 내지만 해법은 저마다 다르고 의견은 수렴되지 않는다. 누군가의 의견에 동조하면 자기 이름 석 자가 그 누군가에게 묻혀버리기 때문이다. 이는 대권 경쟁에서 밀리는 것을 뜻한다.

의아해하는 시각이 있다. 왜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의 전말이 드러나는데 정치권은 우왕좌왕하는지 말이다. 마치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허둥지둥했던 무능한 정부의 모습을 닮았다. 국민적 분노는 고조되고 허탈감은 깊어지는데, 대통령과 새누리당 친박계를 제외한 정치세력은 매끄러운 해법의 흐름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저마다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목소리를 높이지만 대중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 정당은 물론 정당 내 각 세력, 대권을 노리는 인물, 정치적 존재감을 키우려는 주요 인물 등 모두 파편처럼 각개전투할 뿐 국면을 해소하기 위한 공동 합의 방안을 도출하고 실천하는 데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준다.

대중은 ‘박근혜 대통령의 직접적이고 독점적인 통치를 거부한다’고 분명히 밝히는데 정치권의 플레이어들은 왜 협력하지 못할까. 여당 내 비박계도 마찬가지다. 당을 변화시키는 길을 차단하고 민심에 반응하지 않는 친박을 제치고 왜 단일대오를 이뤄내지 못할까.

그것은 바로 이번 사태가 차기 대권 경쟁과 직접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퇴진하게 하는 것은 곧 새로운 대통령을 세우는 일이다. 사실 이들은 새로운 권력 획득 경쟁을 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지금은 누군가 돋보이면 바로 영웅이 되는 상황이다. 특정 정치세력이 국민적 신뢰를 얻으면 대권 경쟁에서 바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기회다. 검찰 수사와 특검, 국정조사와 탄핵 등이 모두 이어질 경우 최순실 사태 국면은 생각보다 길어지게 된다. 내년엔 어떤 형태로든 대선이 치러지는데 최순실 사태 속에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다. 이 상황이 완전 종결된 환경이 조성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모든 정치세력은 ‘최순실 국정 농단의 대응 국면’이란 링 위에서 대권 획득 경쟁을 해야 한다. 저마다 점수를 따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런데 여기서 누군가 부각되면, 또 어느 정파가 국민적 관심을 끌면, 곧 다른 인물들과 다른 세력들은 대권 경쟁에서 바로 뒤처진다. 어쩌면 경쟁에서 아예 탈락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 현 국면을 풀 획기적인 정답을 제시하더라도 다른 세력들은 이를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다. 한 사람, 한 세력의 독주를 서로 용인하지 못하는 환경에 처한 셈이다. 누군가 군계일학이 되거나 낭중지추가 될 조짐이라도 보이면 바로 흠집을 내는 이유다.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016년 11월19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야 3당은 동상이몽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더민주 대표의 헛발질

권력을 제약하기 위해 달려든 모든 세력이 새로운 권력을 획득해야 하는 ‘목적함수’도 존재하기 때문에 간단해 보이는 매듭이 쉽게 풀리지 않고 더 단단해진다. 대선 주자들 간, 각 정치세력 간 이해관계와 득실이 다르고 그에 따른 해법도 다르기 때문에 박 대통령의 권력 행사를 막으려는 1차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전개된다. 마치 한배에 올라탔지만 서로 다른 방향으로 노를 젓고 있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도는 현상처럼 말이다.

2016년 11월14일 이른 아침,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전격적인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다른 정당은 물론 당내 일부 세력도 맹렬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놨다. 영수회담이 성과를 낼 경우 현 국면에서 민주당의 독주, 추미애라는 특정 인물의 독주 그리고 추미애 대표와 가까운 대선 주자의 독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다른 인물과 세력들에는 컸기 때문이다. 결국 추 대표는 영수회담 제안을 철회하며 체면을 구길 수밖에 없었다.

이 혼란의 와중에 청와대와 새누리당 친박계는 전열을 가다듬는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은 공석인 고위 공직자들을 임명하고, 정치권 인사들의 연루 의혹이 있는 새로운 사건의 엄정 수사를 지시하고, 친박계 정치인들은 대통령을 엄호했다. 이에 놀란 야권의 모든 세력은 2016년 11월17일 한자리에 모여 공조의 모양새를 연출했지만 세부 대응 로드맵을 도출하지는 못했다. 상징적 자리에 머물렀다.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각 세력에게 미치는 유불리 효과가 다르니 합의안이 미흡할 수밖에 없다.

대선 주자들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본인이 이 국면을 주도하며 조명받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어느 특정 대선 주자가 주도하는 상황을 막으려는 내심을 모두 갖고 있다. 서로 자주 회담을 하지만 불안한 동거일 수밖에 없다. 그저 개인별로 자기만의 플레이에 더 무게중심을 두고 움직이기 때문이다. 모든 미디어가 온통 최순실 사태와 관련한 것만 보도해, 현재 다른 이슈를 통해 대중에게 본인을 어필하고 지지층을 확대할 수 없다. 그러니 최순실 사태의 대응에 대해 서로 경쟁적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비난도 하는 것이다. 또 어떤 이는 대통령의 즉각 하야를, 어떤 이는 단계적 하야를, 어떤 이는 탄핵을, 어떤 이는 이 기회에 개헌 논의를 해야 한다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낸다. 남들이 주도할 때 수동적으로 동의하거나 침묵할 경우 대중을 만날 수 있는 통로인 언론은 외면한다.

새누리당 비박계도 이 상황을 조기에 매듭짓고 싶지만 내부 이견이 적지 않다. 대선과 대선 뒤 지방선거를 위해서라도 대중의 외면을 받는 대통령과 친박계와는 절연하고, 새롭게 보수 정치세력을 구축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하지만 주요 대권 주자별로 이후 권력 획득 경쟁과 관련해 서로 다른 생각을 품은 탓에 정비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비박계를 규합해 탈당과 분당까지 염두에 두고 있지만, 비박계의 또 다른 주자인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이에 매우 소극적이다. 이 국면을 지켜낼 경우 결국 친박계의 세는 약화되고 현재 새누리당을 사실상 접수할 수 있다고 계산할 가능성이 크다. 굳이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광야로 나갈 이유가 없다. 가뜩이나 힘이 부치는 비박계로서는 공동 대응을 해도 모자랄 판인데 이렇게 주요 인물들이 일치된 행동을 보이지 못하니 대중의 기대를 얻기 힘들다.

만약 대통령의 권력을 제한만 하면 되고, 다음 대권 경쟁과 연동되지 않는 사안이었다면 정치권 전반은 진즉에 합의된 의견, 단일한 행동으로 이번 사태를 순조롭게 정리했을 것이다. 간단해 보이지만 이후 권력 획득 문제와 연계되다보니 대중의 분명한 요구조차 정치권이 수용하지 못하고 서로 생채기를 내며 미덥지 못한 모습을 보인다. 박 대통령도, 정치권의 다른 플레이어들도 모두 권력 독점성의 유혹에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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