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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슈] 고속철 “대기업 수익 사업 전락” 우려
정부, 민자철도 무리하게 전국 환대 추진
[79호] 2016년 11월 01일 (화) 김소연 dandy@hani.co.kr

정부가 수도권 등 일부에 국한된 민자철도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사회간접자본 투자 여력이 없어서 민간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게 이유다. 이를 두고 조세·재정 정책의 실패라는 지적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기존 민자철도의 성과를 철저히 분석·평가하지 않은 채 밀어붙인다는 점이다. 기존 민자철도 상당수는 수요 예측 실패 탓에 공공재정으로 적자를 보전해줘야 하는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민자사업 방식도 문제가 된다. 흔히 민영화의 장점으로 ‘민간 운영에 따른 효율 향상’을 내세우지만, 고속철에 눈독 들이는 현대산업개발은 선로 건설 등에 투자한 뒤 정작 운영은 코레일 등에 위탁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알짜 노선 투자 수익만 얻겠다는 식이다. 영국, 일본 등의 사례를 볼 때 민영화가 철도사고 증가와 요금 인상 등을 부른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소연 <한겨레> 기자
  
철도 민영화의 ‘위험한 질주’가 시작되는 것일까. 정부는 공공철도인 코레일을 분야별로 쪼개고, 일부 노선은 민간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철도 민영화는 박근혜 정부 들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 2016년 7월 ‘민자철도사업 활성화 방안’이다. 앞으로 10년 동안 새로 확대할 노선 36개 중 14개의 건설과 운영을 민간에 맡기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수색~서울~금천구청’과 ‘평택~오송’(경부·호남고속선), ‘용산~청량리~망우’(중앙선), ‘김천~거제’(남부내륙선), ‘춘천~속초’(춘천속초선) 등 전국 곳곳에 민자철도가 들어설 예정이다.
 
민자철도 문제는 최근 새롭게 불거진 얘기는 아니다. 한국에선 9개 노선에서 민자철도가 운영되고 추가로 9개 노선이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민자철도는 수도권 광역철도에 집중됐다. 이번에 달라진 점은 정부가 지역 간 연결 철도 등 국가철도망 전체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주무를 맡고 있지만, 기획재정부의 작품이다.
 
기재부는 2015년 4월 ‘민간투자사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도로, 철도, 환경(하수처리시설 등), 항공까지 민간투자를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투자하는 민간기업의 수익을 위해 부대사업을 지원하고 세금 혜택도 줄 예정이다. 기재부는 민간투자를 확대하는 이유도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침체된 경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가 시급한데, 재정이 부족해 한계가 있다. 반면 민간에서는 여유자금이 풍부하지만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사내유보금이 쌓이거나 해외에 투자한다. 민간자금을 SOC 사업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가 민간투자 활성화의 핵심 이유로 꼽은 취약한 재정 문제는 원인이 따로 있다.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증세는 없다’고 못박아 장기간 세입 확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영향이 크다. 조세정책의 실패다. 한국 조세부담률은 17.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5.8%(2013년 기준)에 견줘 8.3%포인트 낮다. 이 차이를 세금 액수로 환산하면 약 100조원이다. 정부 재정이 열악하다보니 복지도 취약하고, 국가채무도 2016년 처음 국내총생산(GDP)의 4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철도 등 공공성이 강한 SOC 분야에 정부 재정을 투입하기 위해서라도 증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민간자본으로 출발한 서울 지하철 9호선이 제때 투자하지 않아 ‘지옥철’ 오명을 듣고 있다. 9호선은 2단계 구간 개통과 함께 승객이 더 몰리면서 발 디딜 틈 없이 붐빈다. 연합뉴스
 
기존 민자철도 ‘세금 먹는 하마’
민자철도가 전국적으로 확대되면 요금 인상이나 안전 문제, 적자 등 부작용 우려도 크다. 그동안 민자철도 운영은 이득보다는 문제점이 컸다. 민자사업이 정부의 수요 예측 실패로 일정 수준의 운영수익이 나오지 않아 재정으로 이를 보전하거나 공공철도에 견줘 높은 요금을 징수하는 일이 잇따랐다. 현재 정부가 주도한 민자철도는 5곳이 운영 중이고 4곳이 건설되고 있다. 대표적 민자철도인 인천공항철도는 수요 예측 실패 탓에 2008~2014년 7년 동안 1조3천억원의 재정이 들어가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비용 보전 제도에 따라 2040년까지 8조원의 재정이 추가로 들어가야 한다. 2016년 1월 개통된 신분당 연장선은 요금 폭탄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신분당선 1개 노선을 2개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면서 적자 운영 등을 이유로 요금을 높게 받고 있다. 현재 신분당선 전 구간인 강남~정자~광교역 편도 요금은 2950원이다. 같은 거리인 분당선 강남~죽전 요금 1750원에 견줘 1200원이나 비싸고, 광교에서 강남까지 운행하는 광역버스보다 450원이나 비싸다. 지역사회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한 민자철도도 문제가 심각하다. 서울, 부산, 경기도에서 모두 4개의 민자철도가 운영되고 5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민자철도인 서울지하철 9호선은 2012년 요금을 일방적으로 500원 인상한다고 발표했다가 큰 갈등을 겪었다. 최근에는 차량 증설이 늦어지면서 아침 7시30분부터 8시30분까지 염창역에서 당산역 구간 급행열차 혼잡도가 최대 234%에 이르는 등 ‘지옥철’로 불리고 있다. 부산~김해 경전철, 의정부 경전철, 용인 경전철은 수요 예측이 실패해 적자 보전으로 지방자치단체 재정까지 흔들리는 상황이다.
 
일본과 영국만 봐도 철도 민영화의 폐해는 심각하다. 일본은 1987년 철도가 민영화한 뒤 이익이 우선시되면서 인력을 적게 뽑고 경쟁이 강화되면서 크고 작은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2005년 일본 오사카 근처에서 철도가 탈선해 107명이 사망한 사고는 일본철도 민영화 이후 철도회사의 과도한 경쟁, 비용 절감을 위한 열차 자동정지 장치 미설치, 직원 간 경쟁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영국도 1994년 민영화 뒤 정부 보조금이 상당 부분 들어가는데도 철도 요금이 두 배 이상 폭등하고 철도사고가 급증했다. 영국 보수당은 철도 민영화가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점을 뒤늦게 인정했고, 노동당은 아예 철도 재국영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처럼 민자철도의 부작용에 대한 세밀한 대책도 없이 정부는 민자철도 확대를 밀어붙이고 있다.
 
철도 사업이 워낙 많은 돈이 들어가는 만큼, 결국 대기업 특혜로 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무리하게 민자철도를 추진하는 것은 대기업들의 ‘새로운 먹거리’를 챙겨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실제 정부가 2016년 7월 민자철도 방안을 발표하기 4~5개월 전에 대형 건설사 3곳이 이미 민간투자사업 제안서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정부는 이들이 제안한 노선 가운데 2곳을 민자 대상으로 선택했다.
  
“민간 운영 통한 효율” 명분도 내팽개쳐
현대산업개발은 2016년 2월 경기도 평택~충북 오송 46.5km 구간에 고속철도 선로 상·하행선을 추가 건설하고 30년 동안 운영하겠다는 내용의 민간투자사업 제안서를 냈다. 현대건설도 3월 ‘김천·구미~거제’ 고속철도를 건설하겠다고 민간투자 제안을 했다. 정부는 평택~오송 노선에 민자사업이 적합한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검토를 맡긴 상태다. 
 
현대산업개발이 눈독 들이는 평택~오송 고속철도 구간은 ‘알짜배기’ 노선이다. 경부고속철도와 호남고속철도가 모두 이 구간을 지나간다. 2016년 말 수서에서 출발하는 고속철도가 운행을 시작하면 운행 횟수도 크게 늘어난다. 현대산업개발은 선로를 건설하고 고속철도 차량을 구매한 뒤 운영은 공공기관인 코레일과 수서고속철도(SR)에 위탁할 예정이다. 대기업이 실질적 운영을 맡지 않아 ‘민간의 효율적 운영’이라는 명분조차 충족되지 않는데도 선로 사용료나 운임 수익을 챙길 수 있게 된다. 철도노조는 “고속철도에서 가장 노른자 구간에 대기업이 ‘알박기’를 하고 30년 동안 수익만 챙기려는 발상”이라고 반발한다.
 
현대산업개발은 9개 시공회사와 사모펀드 등 투자자를 모아 ‘평택오송고속철도주식회사’(가칭)를 만들 계획이다. 적격성 평가를 거쳐 정부가 최종적으로 결정하면 고속철도 분야에선 첫 민영회사가 된다. 민자사업이라고 해도 민간자본만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총사업비의 30~50%는 정부 재정이 투입된다. 철도 건설을 맡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은 현대산업개발이 제출한 ‘평택~오송 고속철도 민간투자사업 제안서’를 분석해보니 “공사비가 부풀려져 있고, 고속철도 운행 횟수 등 예측 수요도 과다 추정됐다”며 “정부가 재정으로 직접 사업을 할 때 9439억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 2004년 11월7일 영국 버크셔 철도사고 현장에서 수습대원들이 대화하고 있다. 영국은 철도 민영화 이후 사고가 늘고 요금이 크게 오르는 등 갖가지 폐해에 시달리고 있다. REUTERS
민자철도가 확대되면 코레일 중심의 공공철도가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코레일은 고속철도 부분은 흑자지만, 무궁화호 등 일반철도에 적자 노선이 많아 지금도 경영이 어렵다. 수익성이 좋은 수서고속철도는 자회사 SR로 넘어가고, 고속철도의 알짜 노선을 쪼개 민간이 가져가면 수익이 줄어들게 된다. 지금도 코레일은 수익 악화 탓에 할인제도를 없애고 있는데, 앞으로 요금 인상이나 지방의 적자 노선이 폐지될 가능성이 높아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된다.
 
정부의 철도 민영화는 코레일 조직을 분야별로 쪼개는 방안과도 병행해서 추진되고 있다. 코레일은 물류, 차량 정비·임대, 유지·보수 등 3개 사업으로 나눠 독립적으로 운영한 뒤 2017년부터 단계적으로 자회사로 전환할 계획이다. 차량 정비, 시설 유지 등의 업무는 점진적으로 민간에 넘기는 아웃소싱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철도노조는 수년째 철도 민영화 정책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2013년 수서발 고속철도(KTX)는 코레일에서 분리됐지만 노조가 22일 동안 파업을 하면서 코레일이 대주주가 되는 등 그나마 공공성을 지켜냈다. 정부로서는 철도노조가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정부는 성과연봉제와 저성과자 퇴출제를 통해 노조를 약화시키려 한다. 노조가 약화되면 철도 민영화는 좀더 속도를 낼 것이다. 철도 공공성이 ‘풍전등화’와 같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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