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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책] 청년 세대의 선언 ‘빚지지 않을 권리’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
[79호] 2016년 11월 01일 (화) 천주희 flydebtor@gmail.com

천주희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 저자

한 달이 지나면, 수험생들은 새벽부터 시험장으로 향할 것이다. 버스는 저마다 시험장 이름을 달고 달린다. 어떤 직장은 출근을 1시간 뒤로 미루기도 한다. 이날은 1년에 한 번 나라 전체가 가장 숨죽이며 누군가를 응원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날이다.

대학 합격통지서라도 쥐는 날에는 모든 걸 다 얻은 기분일 거다. 그것도 잠시다. 한 학기 등록금 300만~500만원, 입학금 100만원을 준비해야 한다. 2016년 서울 소재 사립대 중 등록금 상위 10개 대학은 연간 793만~890만원이 든다. 등록금 고지서를 받은 예비 대학생, 그리고 학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는 빚을 지면서 대학에 다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일상에서 대학(원)생이 경험하는 학자금 대출, 생활비 대출과 같은 부채를 채무자의 관점에서 보여줬다. 그리고 대학 권하는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채무자가 될 수밖에 없는 그들의 감정, 삶의 양식, 생애 기획 등을 풀어냈다.

나는 대학원에서 대학(원)생이 채무자가 되는 과정을 연구했다. 2000년 이후 한국 대학(원)생들이 어떻게 학자금 대출, 생활비 대출을 받으며 학교에 다녔는지, 빚과 함께 자신의 삶을 조율하며 살아가는지 말이다. 채무자가 된 20~30대 청년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이들을 ‘부채 세대’로 호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시기’였던 1997년 말, 나는 초등학생이었다. 내가 대학생이던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여파로 또 한 번 경제위기가 찾아왔다. 성인이 되기 전부터 이미 나는 국가부채의 부담을 떠안아야 할 시민이었고, 이후에는 학자금 대출을 지며 사는 대학(원) 생이었다.

사람들은 대학원에 다니면 집에 돈이 많거나 직장을 다니며 공부하는 줄 안다. 그러나 나는 독립자금 1천만원을 받고 20 살 이후 경제적 독립을 했다.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홀로 부담해야 했다. 2005년부터 2015년까지 대학(원)생으로 살면서 약 5천만원의 등록금을 냈다. 아르바이트는 필수요, 학자금 대출은 운명이었다. 대학에서 나왔을 때, 내 손에 쥐어진 것은 졸업장보다 더 큰 대출금 1300만원이었다.

부모님 세대가 20~30대일 때쯤 한국은 고성장 시대였다. 그러나 지금은 저성장 시대다. 대학만 졸업하면 직장이 기다리는 시대도 아니고, 취직하더라도 계약직을 면하기 어렵다.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하지 않으면 나의 기술과 직무 능력은 곧 쓸모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늘 배우는 ‘학생’으로 살아야 하고, 배우기 위해 ‘채무자’가 되어야 한다. 그 첫 관문이 대학에서 받는 학자금 대출이다.

한국장학재단에서 발행한 <2014 통계 연보>에 따르면, 2005년에서 2014년까지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생은 총 685만 4522명이다. 학자금 대출 누적액은 23조 9204억4800만원이다. 학자금 대출 규모는 2000년 이후 가파르게 상승했다. 대출 규모가 커질수록,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해 신용유의자가 된 학생 수도 늘었다. 2006년 670명이던 대학생 신용유의자 수는 2014년 1만9783명이 되었다.

한국 사회는 부채 문제에 대해서 유독 채무자를 질타하거나 도덕적으로 비난한다. 무분별하게 대학 등록금을 올리고, 학자금 대출을 장려한 한국장학재단에 책임을 묻기보다 대학(원)생 혹은 그들 부모의 무책임함을 따진다.

   
▲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 천주희 지음 l 사이행성 펴냄 l 1만 3800원

한국은 ‘IMF 시기’를 극복하는 동안 구조적으로 대량 실업자와 채무자를 양산했는데도, 그 책임은 국가가 아니라 개인에게 지웠다. ‘금융복지’라는 형태로 말이다. 복지를 펼쳐야 할 대상에게, 빚질 수 있는 권리가 복지인양 선전하며 채무자로 만들었다. 학자금 대출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학업을 위한 시간을, 학자금 대출과 생활비 대출을 장려하는 방식으로 마련해주었으니 말이다. ‘복지’라는 착한 가면을 쓴 금융은 상환이 어려울 때 본모습을 드러낸다. 문자, 전자우편, 전화로 추심하고 때로 가족에게 상환을 독촉하기도 한다.

나는 누구나 공부하려 할 때 경제적 조건 때문에 차별받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내가 책에서 말하는 ‘빚지지 않을 권리’다. 대학 교육은 공적 영역인데, 한국에서는 사적 영역이라는 사고 안에 갇혀 있다. 대학 교육은 선택이고 그 선택의 책임은 개인이나 학부모가 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말의 폭력성은 한 개인에게 ‘앞으로 너는 빚을 계속 지며 대학 공부를 하고, 그에 대한 책임은 네가 죽어라 공부하고 일해서 갚으라’는 사고방식에서 드러난다.

수능일은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수험생을 응원하지만, 막상 그들이 대학에 진학한 뒤에는 관심 없다. 대학(원)생이 얼마나 비싼 대학 등록금의 무게를 지며 사는지, 이들이 어떻게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돈을 벌어서 공부하는지, 무얼 먹고 사는지, 그 비용은 어디에서 마련하는지 말이다. 이 책은 금융위기 이후 출현한 ‘부채 세대’의 자화상이자, ‘빚을 지면서까지’ 모두 대학에 가야 한다고 말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서다.

나는 학부모들이 누구보다 먼저 이 책을 읽기 바란다. 갈수록 기울어가는 저성장 사회에서 내 자식만큼은 안정적 직장을 얻고 대기업에 들어가길 바라는 부모라면 더욱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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