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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슈] 총량에 가려진 가계부채 위험의 본질
정부 ‘8·25 가계부채 대책’ 실효성 논란
[78호] 2016년 10월 01일 (토) 권순우 economyinsight@hani.co.kr

저금리 유동성이 만든 부동산 활황과 대출 증가는 필연…
가계부채, ‘생계형 빚’ 관리에 초점 맞춰야

정부가 2016년 8월25일 부동산 과열로 늘어나는 가계부채의 불을 끄려고 또다시 대책을 내놨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신규 아파트 분양 물량 급증을 막고 과도한 청약 열기를 잠재우기 위한 조처다. 하지만 시장은 항상 그렇듯 정부의 정책 방향과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을 두고는 2018년 위기설과 불패 신화가 공존한다. 어느 쪽이 들어맞든 수요가 존재하는 곳은 살아남을 것이다. 정부가 예의 주시할 대목은 가계부채의 총량이 아니라 질이다. 주택을 담보로 생활비를 빌린 대출, 법인돈과 개인돈 구분이 모호한 개인사업자 대출, 다중채무자 등 부실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무너지게 될 기둥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해 대비해야 한다.

권순우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반대로 간다는 속설이 또다시 입증됐다. 정부는 2016년 8월25일 과도한 아파트 청약 열기와 그로 인해 급증하는 가계부채의 대책을 내놨고, 시장은 이에 대해 공급 물량 축소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유발한다며 ‘부동산 가격 부양 정책’이라고 폄하했다.

정부의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23% 올라 2016년 주간 기준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신규 분양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 속에 사람들은 앞다퉈 견본주택을 방문했다. ‘래미안 장위 1구역’ 견본주택은 하루 평균 1만 명이 넘는 인파가 방문하며 2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과도한 청약 열기를 잠재우기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보증 거부라는 강수를 둔 서울 개포주공 3단지 재건축 아파트의 청약 경쟁률은 평균 100 대 1이 넘었다.

이번 가계부채 대책은 이전 가계부채 대책과 성격이 다르다. 이전 가계부채 대책은 가계빚의 총량을 관리하거나 질을 개선하는 차원에서 진행됐다. 안심전환대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등 이전 가계부채 정책은 소기의 성과를 냈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2015년 상반기 32조7천억원에서 2016년 상반기 23조6천억원으로 9조원 넘게 줄었다. 분할상환 대출은 2010년 말 6.4%에서 2016년 상반기 41%로, 고정금리 대출은 같은 기간 0.5%에서 38.8%로 개선됐다.
 
2018년 부동산 위기설 솔솔

   
▲ 2016년 8월25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신호순 한국은행 금융안정국장(맨 왼쪽)이 가계부채 현황 및 관리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시장은 정부가 설정한 정책 목표 방향과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은행 주택담보대출 규제의 풍선 효과로 제2금융 대출이 늘었고,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받지 않는 집단대출이 급증했다. 주택담보대출이 이미 지어진 주택의 그림자라면, 집단대출은 신규 분양 아파트의 그림자다. 이번 대책은 집단대출 급증, 즉 신규 아파트 분양 물량 급증과 과도한 청약 열기를 잠재우기 위해 시행된 것이다.

우선 신규 분양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택지 공급을 원천적으로 줄였다. 2016년에는 아파트 12만8천 가구를 지을 수 있는 부지(6.9km²)가 공급됐는데, 2017년에는 7만5천 가구를 지을 수 있는 부지(4km²)만 공급하기로 했다. 정부가 예측하는 적정 주택 공급은 연간 39만 가구(21km²)다. 쉽게 계산해도 31만5천 가구를 지을 택지가 부족하다는 답이 나온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2012년 이후 분양 시장이 위축돼 건설사들은 신규 분양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 보유한 택지 재고가 상당 부분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공급이 가능했지만 재고 택지를 모두 소진하고 나면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보증 승인 강화,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과도한 인허가 자제도 이번 대책에 포함됐다. 이와 함께 금융 당국은 금융 공기업의 보증 비율을 100%에서 90%로 축소하고, 1인당 보증 건수도 최대 4건에서 2건으로 줄이기로 했다. 집단대출은 한번에 1천억원 이상 대규모로 이뤄지기 때문에 보증 비율이 10%포인트만 줄어도 은행은 큰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 시중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보증 비율이 낮아지면 우량 건설사, 우량 지역만 집단대출을 승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8·25 가계부채 관리 방안’이 발표된 이후 정부의 의도와 달리 사람들이 더욱 급하게 부동산 시장으로 달려가자 정부는 급히 수습에 나섰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016년 8월29일 “현시점에서는 역대 최다 분양 물량이 나오고 있어 미분양 물량 등 공급과잉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김경환 국토교통부 1차관은 “주택 인허가가 급격히 증가한 2015년에 이어 2016년에도 공급 증가가 이어진다면 공급과잉으로 판단해 대응하겠다는 것이 2015년 하반기 이후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주택시장이 공급과잉 상태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아파트 착공 물량은 2013년 42만 가구에서 2014년 50만 가구로 늘더니 2015년에는 76만 가구로 급증했다. 아파트를 짓는 데 통상 2~3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2017년 이후부터는 100만 가구가 넘는 엄청난 규모의 신규 아파트가 쏟아져나온다. 정부의 공급과잉 우려는 지극히 타당하다.

인구구조에 따른 부동산 가격 하락 위험도 간과할 수 없다. 한국은행은 2015년 금융안정보고서에서 한국 부채의 핵심 수요 계층인 자산축적연령인구(35~59살)가 2018년 이후 감소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베이비부머(1955~63년생)가 향후 10년 이내에 대규모 은퇴를 앞두고 있어 집을 팔려는 사람이 단기간에 몰릴 수 있다. 집을 팔 수밖에 없는 계층은 늘어나고 이를 받아줄 자산축적연령인구는 줄어드는 것이 지금으로부터 1년6개월 뒤의 상황이다. 지금 있는 주택만 해도 차고 넘치는데, 여기에 150만 채를 새로 지어 2017~2018년에 쏟아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2018년 위기설은 설득력이 있다.

반면 가계부채의 위험을 지나치게 과장할 필요가 없다는 반론도 상존한다. 가계부채의 총량이 문제가 되는 것은 가처분소득을 줄여 민간소비를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양적 증가에 따른 이자 상환 부담을 상쇄했다. 오히려 실질 민간소비 증가율은 2014년 1.7%에서 2015년 2.2%로 늘었다. 빚이 양적으로 많아진 상황에서 금리가 급하게 오르면 충격이 올 수 있지만 글로벌 저금리 기조가 단기간에, 급격하게 변할 것으로 예측하는 전문가는 단 한 명도 없다.

주거문화 변화로 인해 늘어난 가계부채는 오히려 내재된 위험이 적다.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면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다. 전세는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돈을 빌리는 구조다. 집주인이 주택 구입을 위해 세입자에게 돈을 빌리는 대신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주택담보대출이 발생한다.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면 사금융이 제도권 금융으로 옮겨오고, 숨겨진 가계부채가 통계상으로 잡히게 된다. 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연구실장은 “사금융 시장에는 전세가격 하락 또는 임대인의 디폴트 위험이 잠재돼 있는 반면 주택담보대출의 위험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등을 통해 제도권에서 관리되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이에 대한 긍정론도 맞고 부정론도 맞다. 문제는 세부 사항이다.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된 결정적 요인은 저금리다. 저금리가 만들어낸 어마어마한 유동성은 안전 자산을 찾아 헤맨다. 1%대 금리를 주는 예금에 무려 1200조원이 쌓여 있다. 한국 사람들의 인식 속에 부동산은 안전 자산이다. 안전 자산을 찾는 자금은 부동산 중에서도 서울, 서울 중에서도 강남을 향해 이동한다. 2018년 입주 대란이 일어나든 말든 수요가 있는 곳의 부동산은 탄탄하게 유지될 것이다.

   
▲ 정부가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억제하려고 신규 분양 물량 조절에 나섰지만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한 노른자 땅에는 여전히 돈이 몰리고 있다. 서울 시내 한 부동산중개소. 연합뉴스
그렇지 않은 곳은 굳이 2018년이 되지 않아도 이미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 평택은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장 신설, 수서발 고속철도 개통, 미군기지 이전 등 호재가 많았다. 그 바람에 2015년부터 3만 가구가 넘는 물량이 공급됐다. 수요 부족은 호재보다 강했다. 2016년 6월 평택의 미분양주택은 약 3천 가구로 전달보다 1700건 넘게 늘었다. 전국 미분양주택은 6만3127가구로 전달보다 5.2% 늘었다. 수도권 미분양주택은 8.3% 감소한 반면 지방은 13.8% 증가했다. 특정 지역에서는 과열이 발생하고, 다른 지역에선 침체를 보이는 시장의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가계부채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 개포주공 3단지 ‘디에이치 아너힐즈’의 집단대출이 막히자 오히려 쾌재를 부른 사람들이 있다. 집단대출이 안 되면 자금 여력이 없는 사람은 청약을 할 수 없으니 경쟁률이 떨어진다. 14억원 넘는 돈을 스스로 조달해야 하는데, 청약률은 평균 100 대 1이 넘었다. 이들에게 부채가 좀더 늘어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가계부채 총량보다 질적 관리가 중요

반면 시중은행에서 주택을 담보로 생활비를 빌린 대출금은 135조6천억원으로 1년 사이 8조4천억원이 늘었다. 당장 현금이 부족한 베이비붐 세대가 주택을 담보로 생계자금을 빚내어 쓰는 것이다. 개인사업자(소호) 대출도 2016년 들어 16조원 넘게 늘며 173조원을 돌파했다. 자영업을 하면서 법인자금과 개인자금을 구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집이든 가게든 담보로 잡고, 생활자금이든 사업자금이든 구분 없이 쓴다. 경기가 안 좋아지면 소호 대출의 부실은 곧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이어진다. 다중채무자도 문제다. 2011년 335만 명에서 2013년 326만 명으로 줄었던 다중채무자는 2014년 8월 이후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금은 353만 명으로 늘었고, 그들이 보유한 부채는 370조원에 달한다.

가계부채의 전체 규모가 1200조원이라는 사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2012년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가계부채 생각만 하면 잠이 안 온다”며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을 당시 가계부채 규모가 900조원이었다. 무려 300조원이 늘었지만 한국 경제는 무너지지 않았다. 가계부채, 부동산 정책은 안정적으로 총량을 관리하며 외과수술을 하듯 위험 요인들을 제거해야 한다. 일관성 있는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줄이면서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뇌관을 제거해갈 때 ‘2018년 위기론’을 부정론자의 기우로 만들 수 있다.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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