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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와 경제] 무플보단 악플! “날 좀 봐주세요”
정보 홍수가 부른 ‘관심병 정치’
[77호] 2016년 09월 01일 (목) 윤희웅 economyinsight@hani.co.kr

정보의 홍수 속에 사는 ‘SNS 시대’, 정치인들이 싸워야 할 대상은 상대 후보뿐만이 아니다. 유권자의 정치적 관심을 빼돌리는 스포츠와 가족, 돈벌이 문제 등과도 경쟁해야 한다. 대중의 관심은 그 크기가 한정돼 있어 ‘관심의 파이’를 조금이라도 더 떼어 먹으려면 민생투어 때 빨래도 하고 수염도 기르고 독도도 방문해야 한다. 대중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이끌어내려면 무엇보다 자신의 이미지 정체성을 잘 파악해 브랜드화해야 한다.

   
▲ 정치인은 유권자의 관심으로 먹고산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2016년 8월13일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에서 관광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2년 6월13일 경기도 양주에서 주한미군 장갑차에 여중생 둘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해 추모 촛불시위가 이어지고 반미 여론이 상당히 거셌다. 사실 이 사건이 사회적 주목을 받은 것은 사건 발생 열흘이 지난 뒤였다. 당시 한·일 월드컵 기간이었고 대중의 관심이 4강까지 오르는 축구대표팀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이번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기간에도 강력사건들이 다른 시기와 별 차이 없이 발생했지만 대중은 별로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또 각종 정치적 사건이 많았지만 주목도는 제한됐다. 제1, 2당의 전당대회도 올림픽이 없었다면 더 관심받았을 것이다.

이는 사람들의 ‘관심’이 무한하지 않기 때문이다. 관심이 무한 자원이라면 아무리 많은 사건이 발생해도 쉽게 인지하고 관심을 보이고 기억할 수 있다. 그러나 대중은 모든 것을 수용하지 못한다. 하나에 관심을 쏟으면 다른 데는 무관심하기 마련이다. 이렇듯 관심은 희소성을 지닌다. 이 때문에 최근 ‘관심’을 하나의 재화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단지 쌀이나 의복처럼 눈에 보이는 것만 재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관심을 기울이다’의 영어 표현은 ‘pay attention’이다. 금전 지급을 의미하는 단어 ‘pay’가 사용된다는 것은 관심이 재화적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일종의 화폐적 성격을 지닌다는 것이다.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관심을 먼저 얻어야 한다. 관심이 부재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관심 경제’(Attention Economy)에 산다고 할 수 있다. ‘관심 시장’(Attention Market)의 작동 기제를 이해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

최근에는 실제 상품이나 콘텐츠보다 소비자의 관심 자체가 더 높은 가치를 지닌다. 사람들의 관심을 쉽게 끌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갖춘 기업은 별다른 수익모델을 찾지 못해도 투자자가 모여든다. 사람들에게 바로 다가갈 수 있는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은 초반에 흑자를 내지 못했지만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했다. 수익을 내는 상품이야 나중에 얹으면 되기 때문이다. 좋은 상품이 먼저이고, 상품이 좋으면 고객이 찾기 마련이라는 전통적 경제 사고는 흔들리고 있다. 오히려 대중의 관심을 쉽게 획득할 수 있는 플랫폼이나 네트워크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이런 관점에서 토머스 데이븐포트는 <관심의 경제학>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측정이 어려운 ‘관심’을 계산하는 영역도 발달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보는 방법이 주로 사용된다. 특정 사안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지, 구매 의향이 있는지 등을 묻는다. 텔레비전 시청률 조사 기기의 발달도 관심을 측정하는 기술의 발전을 보여준다. 애초에는 가구 구성원을 구분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개별 구성원을 구분한다. 또 텔레비전을 적극적으로 시청하는지, 그저 틀어놓기만 하는지도 구분할 수 있다.

현대 정보사회에서는 대중의 관심을 획득하는 일이 더욱 어려워졌다. 정보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허버트 사이먼은 “정보가 무엇을 소비하는지 분명하다. 바로 정보 수용자의 관심이다. 따라서 정보가 넘쳐나면 관심은 부족하게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1472년 당시 세계 최고 대학도서관이던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퀸스칼리지 도서관에는 불과 199권의 책이 있었다고 한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척 보면 영어로 쓰인 책이 아주 많아 보일지 몰라도 자세히 보면 턱없이 부족하다”고 불평했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 자체가 정보로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특정 정보로 특정인의 관심을 유발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과제가 된 것이다.

정치인이 ‘관심병’에 걸리는 이유

대중의 관심을 얻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현대 기업의 문제는 정치인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유권자에게 알리고 호감을 갖게 하고 지지하게 하며, 궁극에는 투표장까지 나오도록 해야 하는 일련의 과정은 더욱 혹독하다.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사는 일과는 전혀 다르게 당장의 필요성을 느끼는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현대 정치인들은 다른 정치인들과의 경쟁뿐만 아니라 관심 측면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보이는 돈벌이, 가족, 스포츠, 휴식 등과도 싸워야 한다. 대중의 유한한 관심이 다른 곳에서 지속적으로 소비되고 있어 정치인에게 던져줄 ‘여유 관심’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다급한 정치인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연일 논쟁적 주장을 올린다. 민생투어를 하고 수염도 길러본다. 광복절에 즈음해선 독도도 방문한다. 어떤 이슈가 발생하면 세밀하게 준비되지 않은 메시지로 일단 해당 사안을 언급한다. 미디어를 통해 본인이 소개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얻기 위함이다.

그런데 사실 대중의 관심을 어떻게 얻을지도 중요하지만, 조직의 관심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지도 중요하다. 기업이 갖고 있는 관심을 내부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 상당 부분 쏟듯이, 정치인도 대중의 관심을 무작정 좇기보다 우선 내부, 즉 해당 정치인이 어떤 상태이고 무엇이 문제인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피터 드러커가, 조직이 내부 문제보다 시장 상황이나 거래처 등 외부 상황에 과도한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고 한 지적은 정치인에게도 적용된다.

대중이 본인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갖는지, 어떤 인물로 기억하는지 알고 그에 맞춰 대중의 관심을 얻는 방법을 현명하게 찾아야 한다. 본인의 브랜드 하나 없이 대중에게 다가가기만 하려는 정치인은 오히려 ‘지속적 관심’을 얻지 못한다.

복사기를 ‘제록스’라 부르고 티슈를 ‘크리넥스’라고 부르듯, 본인이 대중의 관심을 얻을 수 있도록 ‘브랜드’를 갖추는 작업이 필요하다. 경제든 외교든 통합이든 갈등 해결이든 본인만의 브랜드를 구축해야 대중의 관심을 유지할 수 있다. 대중이 아류에게까지 관심을 주진 않는다.

또 대중은 ‘관심 타성’(Attention Inertia) 을 갖고 있기 때문에 특정 인물에게 관심이 쏠려 있으면 아무리 정보를 쏟아내더라도 다른 인물에게 관심을 주는 데 제약이 따른다. 어설픈 접근으로는 대중의 관심을 비집고 들어가기 어렵다.

waymaker@opinionl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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