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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수입 완성차 홀대, 자국 제조차 환대
알제리의 자동차산업 보호무역주의
[77호] 2016년 09월 01일 (목) 조기창 economyinsight@hani.co.kr

자원 부국인 알제리는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유가 하락의 여파로 고통받고 있다. 알제리가 선택한 돌파구는 자국 산업 보호 조처다. 자동차산업의 국내외 자본에 대한 비대칭적 규제는 알제리의 이런 의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알제리의 수입차 쿼터 축소는 공급량 부족과 판매가 인상을 초래해 수입 완성차 딜러들이 문을 닫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알제리는 자국에 공장을 짓고 차량을 제조·판매하는 국외 자동차기업에만 혜택을 주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는다. 알제리 자동차 시장을 공략하려면 이제 ‘알제리 법’에 따라야 한다.

조기창 KOTRA 알제리 알제무역관 관장

2011년 아랍 독재자들을 대거 퇴진시킨 ‘아랍의 봄’ 이후 알제리 정부는 2012년 대대적으로 공공부문의 급여를 인상했다. 공공부문 급여 인상으로 알제리 국민의 가처분소득이 늘어난 덕분에 자동차 구매가 많아져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 알제리의 자동차 판매 대수는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해 2011년 28만 대, 2012년과 2013년에는 연속 40만 대 이상 팔리는 등 자동차산업이 호황을 누렸다. 2013년에는 총 42만3천 대의 차량이 판매돼 세계에서 26위, 아프리카에서는 두 번째로 많은 자동차 판매 대수를 기록했다.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던 알제리 자동차 시장은 2014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유가 하락으로 타격을 입었다. 2014년 자동차 판매 대수가 전년 대비 19.5%나 감소한 34만 대에 그쳤다. 2015년에는 수입쿼터제 실시와 신규 차량 수입 조건 강화에 따라 전년 대비 31% 급감한 22만 대까지 추락했다.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돼 2016년 새 차 판매 대수는 10만 대 안팎까지 급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 알제리의 수도 알제의 중심지인 밥엘우에드 거리에 사람들이 서성이고 있다. 자원 부국인 알제리는 유가 하락으로 극심한 경기 침체에 빠졌다. REUTERS
알제리가 수입쿼터제를 실시한 배경을 잠시 살펴보자. 북아프리카의 알제리는 한반도 면적의 10배가량 되는, 세계에서 10번째로 넓은 영토를 가진 국가다. 국토의 90%가 사막이지만 세계 원유 확인 매장량의 0.7%(122억 배럴)와 4.5조m³의 천연가스(세계 10위 규모)를 보유하고 있다. 또 세계 3위에 해당하는 19.8조m³의 셰일가스가 매장된 자원 부국이다.

알제리의 석유·가스 산업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수출 기준 전체의 98%이며, 국내총생산(GDP) 기준 절반가량이다. 국가재정 수입의 4분의 3이 이 분야에서 발생하는 등 국가경제가 석유·가스 산업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고유가 시대에는 석유와 가스만 수출해도 알제리 경제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고 풍부한 외환으로 북아프리카 지역의 다른 국가들에 비해 외채가 거의 없는 복지국가였다. 1962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알제리는 1991∼2002년 극심한 내전을 겪으며 사회주의 체제에 들어섰다. 밀가루·우유·식용유·설탕 등 기초식품과 휘발유·전기·가스 등에 국가보조금을 지급하고 국민 모두에게 의료와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원유로 번 돈은 국내 인프라 개발에 투입하거나 외환으로 보유했다.

알제리, 현지 투자 기업에 선물 보따리

하지만 계속된 국제 유가 급락으로 알제리는 다른 산유국들보다 더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 외환보유고가 감소하고, 2015년 수출은 전년보다 40%가량 줄어 무역수지와 재정수지가 크게 나빠졌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알제리 정부는 강력한 수입 규제를 시작했고 국내 제조업 육성을 정책의 최우선에 두었다.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많은 특혜를 제시했으며, 국산품 사용 캠페인을 벌이고 보편적 복지에서 선별적 복지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수입 규제가 가장 강하게 집중되는 산업이 자동차산업이다. 해가 거듭될수록 알제리 정부의 수입 완성차 규제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규제 강화의 가장 큰 배경인 저유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저유가가 계속되는 한 외환보유고 감소와 재정 악화를 해결하기 위해 수입 완성차 규제 강화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알제리 정부는 2016년 상반기 완성차 수입쿼터를 전년 35만 대에서 절반 수준인 15만2천 대로 발표했다가 다시 8만3천 대로 줄여버렸다. 자동차 수입허가증 발급 요건 역시 대폭 강화됐으며, 2016년 5월 80개 신청사 중 최종적으로 40개 자동차 딜러에게만 수입 라이선스를 발급했다.

2016년 주요 제조사별 알제리 완성차 수입쿼터 현황을 살펴보면, 르노자동차그룹의 르노와 다치아는 브랜드별로 2015년에 비해 각각 70%, 63% 감소했음에도 결국 가장 많은 1만5천 대씩을 배정받았다. 반면 알제리 현지 공장 설립과 관련해 파트너십 계약을 늦춘 푸조는 징벌적 쿼터를 배정받아 2015년 알제리에서 판매한 신차 3만6324대보다 80% 이상 깎인 7천 대의 쿼터만 배정받았다.

현대자동차는 주요 자동차 브랜드 중 전년 판매량 대비 90%나 감소한 쿼터 배정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 밖에 폴크스바겐이 1만1천 대(-63%), 기아가 6800대(-55%)를 배정받아 쿼터 감소율이 큰 제조사 중 상위에 올랐다. 스즈키·포드자동차는 쿼터를 전혀 배정받지 못했다. 수입차의 대폭적인 쿼터 축소는 공급량 부족을 초래했다. 게다가 알제리 현지 통화(디나르) 가치가 하락하면서 수입차의 소비자 판매가가 크게 올랐다. 아울러 많은 수입 완성차 딜러들이 폐업 상황에 놓이고 대량 실직 사태로 이어졌다.

알제리에서 수입차가 이토록 홀대받는 상황에도 돌파구는 있다. 알제리 정부가 자국 내에서 조립·생산된 차량에 한해서는 각종 혜택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석유·가스 산업 의존도를 줄이고, 투자 유치를 통해 국내 제조업을 육성하며, 실업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유에서다. 현지에서 자동차를 조립·생산해 판매할 경우 세금 감면 등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

   
▲ 알제리의 서북부 항구도시 오란에 위치한 르노 공장 자동차 조립 라인에서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알제리는 국외 자동차기업의 자국 공장 설립 유치에 적극적이다. REUTERS
알제리 정부의 정책에 호응해 르노자동차는 2014년 11월부터 연 2만5천 대를 조립·생산할 수 있는 알제리 현지 공장을 가동해 심볼(SYMBOL)이란 모델의 승용차를 생산한다. 2015년 다치아의 로건(Logan)이 판매 대수로는 가장 많이 팔렸지만 판매량이 전년 대비 10% 감소한 반면, 심볼의 판매량은 63%나 급증했다.

2016년 들어 더욱 까다로워진 완성차 수입 규제로 인해 심볼이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면 르노자동차가 알제리 자동차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르노자동차는 현재까지 알제리에서 현지 조립 승용차를 공급하는 유일한 외국인 투자 기업이다. 르노와 다치아 브랜드로 배정받은 3만 대와 현지 생산분 5만 대 중 2만5천 대를 합해 2016년 총 5만5천 대를 알제리에서 판매할 것으로 기대된다. 르노자동차는 두 번째 모델이자 스포츠실용차(SUV) ‘다치아 산데로 스텝웨이’(Dacia Sandero Stepway)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현지 조립차인 르노의 심볼이 잘나가는 이유는, 수입 완성차의 경우 수입 규제로 인한 공급 물량 감소와 현지 화폐 가치 하락에 따라 판매가격이 크게 오른 반면, 현지 조립 생산차에 대해서는 알제리 정부가 6년 전부터 규제해오던 신용대출 구입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알제리 정부의 규제를 피하고 혜택을 받기 위해 많은 외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알제리 현지 공장 건설에 나서고 있다. 폴크스바겐과 르노트럭, 현대자동차 등이 새로운 자동차 생산 공장 설립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애초 계획보다 지연되고 있지만 푸조시트로앵이 알제리 제2의 도시 오란에 현지 공장을 건설해 본격 생산에 들어가면 알제리 국내 자동차시장은 더욱 활기를 띨 것이다. 이 밖에 이탈리아 이베코(Iveco)가 알제리 현지 파트너사인 이발(Ival)그룹과 합작해 연간 1천~1500대 생산 규모의 현지 상용차 공장을 건설 중이다.

알제리 정부 역시 현지 공장 설립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2015년 10월 알제리 정부는 경제개발 모델로 삼는 이란 정부와 함께 이란 자동차 제조업체인 호드로(Khodro)와 사이파(Saipa)의 알제리 현지 생산 공장을 건설하기로 합의문에 서명했다.

한국 기업 중에는 현대자동차가 현지 생산 공장 설립의 선두주자로 나섰다. 현대차는 2016년 6월7일 알제리 수도에서 400km 떨어진 바트나에 상용차 조립 공장을 준공해 7월부터 본격 조립차 생산에 뛰어들었다. 이 공장은 현지 상용차 대리점인 글로벌모터스에서 6300만달러(약 697억원)를 투입해 건설했으며, 현재 450명을 채용해 중형트럭 마이티와 대형트럭 트라고를 SKD(부품을 일부 조립해 수출 -편집자) 형태로 연간 1만5천 대를 생산한다. 현대자동차는 2020년까지 채용 인력을 2천 명, 연생산량을 2만2천 대로 늘리고 현지 부품 조달 비율을 4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2016년 내에 승용차 부문 현지 조립 공장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6년 자동차 수출 피해 불가피

2016년 상반기 한국의 알제리 자동차 수출 실적은 전년 대비 크게 감소했다. 승용차의 경우 2월 이후 석 달 동안 수출이 거의 중단되다가 알제리 정부의 완성차 수입면허 발급이 완료된 시점인 6월부터 소폭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2016년 배정쿼터가 많이 준데다 중고차 수입은 원천적으로 금지돼 큰 폭의 수출 감소는 불가피하다.

현재 상황에서 알제리 현지 공장 건설을 통한 시장 공략이 최선의 시장 확대 방안이다. 국내 자동차기업 역시 수출이 계속 감소할 것에 대비해 현지 공장 설립을 통한 자동차 조립생산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알제리 자동차 시장 공략 방안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

kccho@kotra.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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