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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 Biz] 크라우드펀딩과 콘텐츠 다양성
한국 콘텐츠 산업이 다양성 확보하려면…
[76호] 2016년 08월 01일 (월) 문동열 economyinsight@hani.co.kr

콘텐츠 산업은 무엇보다 다양성이 중시되는 분야다. 사람들의 개성이나 취향이 제각각인 만큼 콘텐츠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면 수요는 제한되고 시장은 성장할 수 없다. 그러나 최근 한국 콘텐츠 업계의 ‘쏠림 현상’은 시장 확대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콘텐츠 제작부터 배급까지 돈줄을 쥔 투자사들이 이른바 ‘되는 콘텐츠’에만 투자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영세 제작사 처지에선 투자자들 입맛에 맞춘 뻔한 콘텐츠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에서 크라우드펀딩이라는 새로운 자금조달 방식이 하나의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문동열 레드브로스 대표

   
▲ 영화 <사냥> 출연진과 감독이 2016년 6월 서울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냥>은 크라우드펀딩 모집 하루 만에 목표 금액 3억원을 모았다. 연합뉴스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이란 ‘군중’이라는 의미의 크라우드(Crowd)와 ‘자금조달’을 의미하는 펀딩(Funding)이 합쳐진 말이다. 불특정 다수의 대중한테서 자금을 조달하는 새로운 개념의 자금조달 형태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인터넷을 통해 전문적으로 자금조달을 중개해주는 플랫폼이 생겨나면서 시작된 크라우드펀딩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 벤처기업을 활성화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6년 1월 ‘크라우드펀딩법’이라고도 불리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면서 크라우드펀딩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의 가장 큰 장점은 여러 이유로 기존 금융 시스템에서 소외됐던 창작자나 아이디어 창업 기업들이 자금 모집 통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크라우드펀딩 수혜자들은 아이디어를 가진 예비 창업자나 소규모 창작 그룹이 많다. 이들은 인터넷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프로젝트를 피칭(투자자에게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일)하고 프로젝트에 동감하는 불특정 다수의 대중한테서 자금을 모집한다.

크라우드펀딩은 크게 후원형, 지분투자형, 대출형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후원형은 후원이나 기부의 형태로 투자한 사람들에게 금전적 보상이 아닌 사전에 약속된 선물이나 후원자 표시 등을 제공하는 것이다. 흔히 ‘리워드 펀딩’이라 불리는데, 투자 수익보다는 사회적 공익 개념의 크라우드펀딩에 많이 활용된다. 최근 많은 사회단체나 개인이 공익 목적의 프로젝트에 후원형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하고 있다. 지분투자형은 투자 금액만큼 프로젝트나 기업의 지분을 확보하는 펀딩이다. 후원형보다는 더 투자 개념에 가까운 형태로 창업 초기 기업이나 수익성이 기대되는 프로젝트에 주로 활용하며, 프로젝트 청산 또는 약정 기한 이후 자신이 투자한 지분만큼 수익을 배당받는다. 대출형은 지분투자 펀딩과 비슷하나 일반 대출처럼 사전에 이자를 약정하고 프로젝트 종료 이후 투자자가 약정 이자를 가져가는 형태다.

2017년 크라우드펀딩 시장 규모 102조원

외국에선 킥스타터(Kickstarter), 인디고고(Indiegogo) 같은 많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 여러 산업 분야에서 맹활약 중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매솔루션(Massolution)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세계 크라우드펀딩 시장 규모는 27억달러(약 3조600억원)였지만 매년 급성장을 거듭해 2015년에는 340억달러(약 38조6천억원)에 이른다. 크라우드펀딩 전문가들은 이런 상승세라면 2017년에는 전체 시장 규모가 900억달러(약 10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아이리서치(iResearch)에 따르면, 중국 시장은 2015년 상반기에만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가 100억위안(약 1조7천억원)으로 2014년 대비 200% 이상 늘었다. 중국은 크라우드펀딩을 국가 차원의 창업 장려 지원책으로 지정해 정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현재도 많은 창업 기업들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초기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일명 크라우드펀딩법 시행 이전부터 이미 온라인 포털과 언론사들을 중심으로 투자 형태가 아닌 후원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 활성화됐다. 2015년 법 통과 이후 2016년 1월 금융위원회가 5개 업체를 온라인 소액투자 중개업자로 등록하면서 본격적으로 지분 투자나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이 활성화되고 있다. 크라우드펀딩 유행과 함께 최근에는 크라우드펀딩을 소재로 한 방송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SBS는 뉴스나 방송 프로그램에 나온 사연을 소개하고 직접 후원하는 ‘나도 펀딩’ 서비스를 운영 중이고, 2016년 5월부터는 예능 감각의 투자 오디션 프로그램 <크라우드펀딩쇼 투자자들>을 방송하고 있다. KBS도 <창업 생태계 특집: 크라우드펀딩쇼>를 제작하는 등 한국에서도 크라우드펀딩이 차츰 대중화하는 저변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

   
▲ 임종룡 금융위원장(맨 오른쪽)이 2016년 5월 서울 중구 문화창조벤처단지에서 열린 ‘크라우드펀딩 출범 100일 업계 현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콘텐츠 업계는 크라우드펀딩 확산을 크게 환영하고 있다. 한국의 콘텐츠 산업 자체가 산업구조의 취약성으로 인해 대형 유통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크라우드펀딩의 활성화로 초기 투자비나 부족한 자금을 손쉽게 조달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중 하나인 ‘와디즈’는 국내 최초로 2016년 5월부터 지분투자형 콘텐츠 소액투자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미 안성기·조진웅 주연의 영화 <사냥>은 투자 모집 하루 만에 목표 금액 3억원을 모았다. 또한 <덕혜옹주> <밀정> 등 한국 영화들이 줄지어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거나 모으기 위해 대기 중이다. 와디즈에서 콘텐츠 투자를 담당하는 윤성욱 이사는 “<사냥> 이후 많은 한국 영화사와 애니메이션, 게임 업체 등에서 크라우드펀딩에 대해 문의하고 있다”며 “콘텐츠 산업별로 서로 다른 자금조달 시기에 맞춘 크라우드펀딩 상품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크라우드펀딩의 활성화는 장기적으로 볼 때 한국 콘텐츠 산업의 다양성 부족 문제를 밑바닥부터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초기 개발 자금을 대형 유통사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면 시장 논리에서 벗어나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져나올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특히 콘텐츠 산업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웹툰, 인디게임, 1인 유튜버, 창작그룹 같은 1인 창조 기업이나 소규모 콘텐츠 기업에 크라우드펀딩 혜택이 미친다면 이들을 통한 콘텐츠 시장 확대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활성화 땐 콘텐츠 다양성 확보 기대

무엇보다 콘텐츠 업계에서 크라우드펀딩을 반기는 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충성도 높은 커뮤니티를 확보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 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대중의 입소문이 마케팅에서 중요한 몫을 하는데, 크라우드펀딩은 자금 확보 측면 외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무장한 지원자 그룹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더욱 콘텐츠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에 긍정적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대표적 크라우딩펀딩 플랫폼 킥스타터가 2015년 펜실베이니아대학 경영대학원인 와튼스쿨의 이선 몰릭 교수와 함께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전체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 중 약 9%가 투자자에게 보상하지 못했다. 또한 다른 조사에선 75%에 가까운 기업들이 프로젝트를 완수하기는 했지만 애초 약속한 기한을 훌쩍 넘기는 등 ‘먹튀’와 ‘약속 불이행’이 여전히 크라우드펀딩의 위협 요소로 남아 있다.

하지만 이런 위험부담이 있음에도 크라우드펀딩 투자자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와튼스쿨 보고서에서도 보상받지 못한 투자자의 73%가 다시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는 손실이 나더라도 부담 없는 소액이라는 점이 작용했겠지만, 단순한 소비자에 머무르기보다 자신이 좋아하고 만나고 싶은 콘텐츠의 제작을 바라는 적극 지원자 구실을 자처하는 ‘팬’의 투자 심리가 강하게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기존 투자자와 다른 논리로 움직이는 ‘군중’의 힘은 그들이 지닌 취향의 다양성과 연결돼 콘텐츠 다양화로 이어지게 된다. 크라우드펀딩은 시장 논리에 끌려다니는 한국 콘텐츠 시장에 다양성을 불어넣어준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크라우드펀딩으로 만들어낼 한국 콘텐츠 산업의 ‘씨앗’은 군중의 지원으로 산업 곳곳에 뿌려질 것이다. 이 씨앗 중 몇몇은 크게 자라 시장을 선도하는 ‘흐름 주도자’로 다시 등장할 것이다. 이런 선순환이 반복되고 그 속에서 소비자의 취사선택 폭이 커진다면 한국 콘텐츠 시장의 경쟁력 또한 자연스럽게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rabike0412@gmail.com

* 문동열은 영상 콘텐츠 스타트업 레드브로스 대표로 저비용·고효율의 한국형 영상 콘텐츠 제작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미디어마케팅을 전공했고 SBS 콘텐츠허브에서 방송 프로그램 제작을 담당했다. 또한 IBK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에서 콘텐츠 금융과 콘텐츠 기업 컨설팅을 맡았다. 방송 제작과 금융에 모두 정통한 문화콘텐츠 산업의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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