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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생존 위한 경제, 생존 위한 외교
‘중동의 스위스’ 꿈꾸는 카타르의 전략 변화
[75호] 2016년 07월 01일 (금) 이용호 economyinsight@hani.co.kr

‘중동의 스위스’를 이상으로 삼는 작은 나라 카타르는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갈등을 겪으면서 소국의 한계 극복에 힘을 쏟고 있다. 요즘 카타르를 지배하는 열쇳말은 ‘안보’다. 특히 농산물 해외 의존을 줄여 ‘식량안보’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치안과 정보기술 보안도 카타르 정부가 안보 차원에서 공들이는 분야다. 한국 기업도 이런 변화에 대응해 장기 진출 전략에 관심을 기울일 때가 됐다.

이용호 KOTRA 카타르 도하무역관 과장

카타르는 소국의 한계를 극복하려 정치·외교 영토 개척에 힘을 쏟지만 이런 노력은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카타르는 하마드 전 국왕이 무혈 쿠데타로 즉위한 1995년 이후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돼, 불과 20년 만에 1인당 국민소득 세계 1위의 부국으로 성장했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 2014 세계수영선수권대회, 2015 핸드볼 월드컵 등 각종 국제 스포츠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끝에 2022년 월드컵 개최국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뤄냈다. 또 2008년 레바논 평화협정을 성사시켰고, 2014년 탈레반에게 수년간 포로로 감금됐던 미군 석방 협상 중재에 성공하는 등 외교적 역량도 과시했다. 카타르의 이런 국가적 역량에는 지리·문화적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

1900년대 초 카타르 인구는 3만 명을 밑돌았다. 당시 진주 채취가 주요 산업이던 카타르는 일본의 진주 양식 산업이 성장하자 진주 생산에서 비교우위를 잃고 그나마 국가를 지탱해오던 수출산업이 쇠퇴한다. 생계수단을 상실한 당시 카타르 국민은 일자리를 찾아 주변국으로 이동했다. 이에 따라 국가 존립 위기에 빠졌던 카타르는 적극적으로 이민 수용 정책을 전개했고, 원유 탐사 성공과 맞물려 1990년대 이르러서는 인구가 48만 명에 달했다. 사실상 카타르도 이민국가이다. 이민자 중 대다수는 주변 아랍 국가와 아프리카 출신이지만, 이 중에는 카타르 등 걸프협력회의(GCC) 가입국의 주류인 수니파와 대립하는 시아파 쪽 이란계 이민자도 상당수 차지한다.

카타르는 이런 상황에서 여러 민족과 각기 다른 신념이 공존하는 방법을 채득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배경에서 다른 GCC 국가보다 이란 관련 이슈에 미온적 입장을 취하는 카타르 정치·외교 노선의 근원을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카타르의 중립적·다원적 외교정책의 결과이기도 하다. 이는 영국 보호령의 역사적 경험과 함께 카타르가 주변 아랍 국가들보다 개방정책을 펼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카타르는 GCC 중 바레인에 이어 두 번째로 작은 국가다. 카타르의 공식 영문 국호가 ‘Kingdom’이 아닌 ‘State of Qatar’인 이유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주변국으로부터 핍박받거나 원치 않는 전쟁에 연루되기도 했다. 1990년대 카타르는 할리파 전 국왕의 소극적 경제·외교 정책 때문에 GCC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1990년대 사우디아라비아와 국경 분쟁을 겪으며 영토 일부를 빼앗긴 불행한 과거도 있다. 1990년대 중반 하마드 전 국왕의 즉위와 함께 발동이 걸린 경제 발전을 원동력으로, 카타르는 본격적으로 국제사회 진출과 활발한 교역을 시작했다. 카타르 생존 전략의 서막이 열린 것이다.
 
사우디의 견제와 카타르의 왕권 이양

‘중동의 스위스’, 이는 카타르의 이상이다. 카타르는 주변 GCC 국가들과는 독립된 외교정책을 전개해 지탄받아왔다. 특히 ‘아랍의 봄’ 이후 카타르와 사우디의 갈등은 골이 깊어졌다. 왕정에 반대하는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카타르의 지원과, 사우디 비판을 일삼는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에 대한 사우디의 시선이 고울 리 없었다. 사우디가 카타르를 가시 같은 존재로 여긴다는 한 중동정치연구소의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성장가도를 달리던 카타르에 혹독한 시련이 닥쳐온다. 2013년 외교가와 외신에는 카타르 왕권 이양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2013년 6월 하마드 전 국왕은 60대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갑작스럽게 왕권을 이양하겠다고 발표했다. 유수 외신들은 하마드 전 국왕의 건강 이상설과 외압설을 보도했다. 외신들은 외압설을 좀더 비중 있게 다뤘다. 그동안 하마드 전 국왕의 실용주의 다자외교 정책에 대한 사우디와 주변국의 압박, 모자 전 왕비의 해외 유수 대학 유치 등 서구화 움직임에 대한 왕가 내부의 우려가 고조돼 왕가회의에서 왕권 이양을 종용했다는 설이다.

이를 방증한 것이 하마드 전 국왕에 비해 보수적이고 무슬림형제단과 강한 유대관계를 갖고 있는 타밈 빈 하마드 알타니 국왕의 즉위 직후 행보다. 타밈 국왕은 즉위 뒤, 무슬림형제단의 지지로 이집트 대통령에 선출됐다가 군부에 의해 축출된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를 철회하고 이집트 군부가 무르시 전 대통령을 하야시킨 데 환영의 뜻을 표명했다. 기존 카타르의 태도와는 극명히 다른 모습이다.

사우디는 최근 유가 정책에서 보여줬듯 좀더 강경하게 카타르를 몰아붙였다. 2014년 3월 사우디는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과 함께 자국이 파견한 카타르 주재 대사를 소환했다. GCC에서 비교적 중립적이고 독자 노선을 추구하는 쿠웨이트와 오만은 카타르에 대한 외교정책에 변화가 없었으나, 카타르로서는 GCC 안에 확고한 우군이 없는 상태로 고립된 것이다.

실제 사우디의 물리적 영토 봉쇄 협박도 이어졌다. 2014년 11월 사우디·UAE·바레인이 소환했던 대사들을 다시 파견함으로써 카타르와 사우디의 갈등은 고비를 넘긴 듯 보였으나, 정치연구기관들은 언제든 같은 상황이 재발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일각에서는 GCC 존립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지속되는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카타르의 태도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카타르를 비롯한 주요 중동 산유국들은 유가 하락으로 긴축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사실 카타르는 전체 수출 중 원유 비중이 12%로 유가 하락의 타격이 크지 않지만 긴축재정에 누구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단기 유동성 확보 문제도 있으나 카타르로서는 그동안 비효율적이고 방만하게 운영되던 정부기관과 재정을 단속할 좋은 기회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정부 지출 감소는 경제지표 다방면에 영향을 끼친다. 카타르는 전체 소비의 50%가량을 정부가 책임지고 있어 정부 지출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카타르는 기존에 추진하던 대규모 석유화학 플랜트 프로젝트를 잇따라 취소하고,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개최 준비에 필요한 것을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재정립해 프로젝트를 발주하고 있다. 여러 해에 걸쳐 카타르 프로젝트 발주만을 기다리던 기업들에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 지출이 줄어들지 않는 분야가 있다. 바로 ‘안보’다.
 
카타르의 키워드는 ‘안보’

카타르는 기후 여건상 농업이 발달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90% 이상의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그중 곡류를 제외한 식량의 약 23%를 사우디에서 수입한다. 취약한 식량안보의 심각성을 인지한 카타르는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특히 사우디와 갈등이 심화됐던 2014년에는 전문 컨설팅기관에 의뢰해 국가 식량안보 방안을 모색했다. 과거 농산물 재배 분야에 한국 기업들이 진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했으나, 카타르 정부의 개각으로 유관 부서가 해체되고 사업이 이관되는 바람에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카타르는 자국 투자청을 활용해 오스트레일리아, 동남아시아에 대규모 농지를 확보하고 나섰다. 이를 통해 수입 노선을 다각화하고 식량안보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과거 사우디가 카타르를 압박하는 카드로 사용한 국토 봉쇄의 위험을 안고 있는 카타르로서는 자국 영토 내 식량 생산 역량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이란이라는 ‘비상구’를 마련해놓고 있으나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카타르는 또 다른 안보인 치안 유지를 위해 보안설비를 증강하고 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개최 준비와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 등으로 외국인이 급격히 유입되고 있다. 하지만 자국민은 전체 인구 235만 명의 10%(약 28만 명)에 불과한 수준이어서 외국인 범죄 등에 대비하기 위해 치안 유지에 정부 지출을 늘리고 있다. 인구 밀집 지역에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설치 규정을 강화했고, 산업단지 내 공장에 설치된 CCTV 녹화 영상도 정기적으로 카타르 정부에 보내도록 규정했다. 이와 더불어 월드컵 경기장 건설 등 대규모 프로젝트에는 최첨단 보안설비가 설치될 계획이어서 향후 수년간 보안설비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14년부터 시행된 군 의무복무로 인해 군수물자 구입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프랑스 라팔 전투기 24대를 75억달러(약 8조8천억원)에, 아파치 공격용 헬기 24대를 6억8천만달러(약 7900억원)에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카타르 정부기관, 공기업, 은행들은 심심치 않게 해외 해커들로부터 위협받고 있다. 카타르 정부는 전담부서를 조직해 대응하지만 2016년 4월 중동 최대 은행인 카타르 국영 은행(Qatar National Bank)이 해킹 공격을 받고 고객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와 함께 증설되는 정보기술 인프라에 발맞춰 사이버 보안을 위한 범정부적 대비책 마련이 예상된다.

카타르는 한국에 주요 천연가스 공급원이다. 한국은 자동차, 휴대전화, 전자제품, 플랜트 기자재 등을 수출하며 상호보완적 무역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물론 2015년 한 해에만 20억달러(약 2조3천억원)를 안겨준 카타르의 프로젝트 시장도 간과할 수 없다. 단기적 측면에서 국내 수출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행선지로는 카타르가 부적합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카타르와 주변국 정세 변화가 한국에 미칠 영향에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한다.

ian@kotra.or.kr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세계 각국의 최신 경제 흐름과 산업 동향을 소개한다. KOTRA는 전세계 83개국에 121개의 해외 무역관을 보유한 ‘대한민국 무역투자 정보의 메카’로 생생한 해외 정보를 수집·전달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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