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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st&Sullivan] 자동차, 여심을 잡아라
자동차산업에 휘몰아치는 여성 파워
[74호] 2016년 06월 01일 (수) 강은주 economyinsight@hani.co.kr

자동차업계가 여심(女心) 잡기에 나섰다. 여성 운전자가 늘면서 차량을 구매하는 주요 소비층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최근 자동차업계가 소형 스포츠실용차(SUV) 등 소형차를 앞다퉈 내놓는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특히 여성의 구매력이 판매 증대를 위한 주요한 요소로 자리잡으면서 자동차업체들은 여성 맞춤형 상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이와 함께 여성 인력의 자동차업계 고위직 진출도 늘어나고 있다. 전통적으로 ‘남초’인 자동차회사가 최근 들어 여성 고위 인력을 적극적으로 임명하는 것은 자동차업계에도 여성의 시각이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강은주 프로스트앤드설리번 연구원과 함께 최근 자동차산업에 불고 있는 여성 파워에 대해 알아본다.

강은주 프로스트앤드설리번 연구원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통한 활발한 외교활동 및 힐러리 클린턴의 대통령선거 출마로 다시 한번 여권 신장과 여성의 소프트파워 위력을 실감하게 되었다. 여성의 지위는 정치에서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성의 경제력이 강화되고 전통적으로 남성의 전유물로 여긴 자동차에서도 여성 소비자의 구매력이 확대됐다.

미국을 예로 살펴보면 2012년을 기점으로 자동차산업 역사상 최초로 운전면허증을 보유한 여성 수가 남성을 추월했다. 캐나다에서도 여성의 운전면허 보유율이 49.9%에 이른다. 남성이 자동차시장을 장악한 독일에서도 여성 운전자 비율이 40%에 이르며 지난 3년간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한국은 2012년 40%를 넘어섰다.

   
▲ 여성이 차량을 구매하는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여성 인력의 자동차업계 고위직 진출도 늘고 있다. 프랑스 시트로앵을 이끌고 있는 린다 잭슨 최고경영자(CEO)가 2015년 12월 전기자동차 ‘E-메하리’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REUTERS
자동차 소유와 관련한 동향을 정확하게 예측하긴 어렵지만 자동차 구매 결정에서 이미 80%가 여성의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자동차 구입시 여성들은 실용적이며 작고 기동성이 좋은 차를 선호하는 한편 디자인, 안전성, 소재 우수성, 차량 색상, 장기간 유지 가능 여부 등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한 주차 보조 기능, 모바일 기기와의 통합 기능, (아이를 태운 엄마들을 위한) 엔터테인먼트 기능 등에 관심이 높다. 이런 이유로 향후 여성들은 자율주행, 디지털 호환 및 헬스케어, 웰빙 같은 더욱 진보된 기능을 탑재한 차량을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자동차업체들은 스마트 트렁크 개폐 기능을 통해 양손이 장바구니로 가득할 때도 스마트키를 소지하고 트렁크 쪽으로 다가서면 자동으로 열리는 기능, 시속 60km 이하 도심 주행시 핸들 조작을 가볍게 해주는 ‘시티(City) 모드’ 기능, 소지품이 남성보다 많은 여성을 위한 차량 내 시크릿 박스 설치 등을 적용해 여성을 겨냥하고 있다.

자동차 구매시 여성은 자동차 자체 기능뿐만 아니라 색상, 편안함 같은 가치도 고려한다. 대중적 브랜드의 차량에 대해서는 브랜드 가치, 모델 혹은 해치백(뒷좌석과 트렁크를 합친 형태) 등 자동차 변형 기능에 상대적으로 적은 관심을 보인다. 물론 일부 여성들은 브랜드에 높은 가치를 두고 유명인이 선호하는 럭셔리카 브랜드에도 관심을 보인다. 가수 출신 디자이너 빅토리아 베컴이 모델로 나선 랜드로버의 이보크(Evoque)는 여성 소유율이 60%에 이른다. 메르세데스 SLK(60%), 피아트 500(70%) 등도 여성 구매율이 더 높은 모델이다.
 
‘랜드로버 이보크’ 여성 소유율 60%

피아트, 르노, 재규어, 포르셰 등 완성차 업체들은 여성을 겨냥한 자동차 모델 개발에 힘쓰고 있다. 이들이 내놓는 모델은 초기에 소형차 카테고리에 국한됐으나 최근에는 남성의 전유물로만 여긴 럭셔리 세단이나 스포츠실용차(SUV)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판매량 기준 상위 10개의 자동차 제조업체는 각각 4~5개의 여성 친화 모델 개발에 힘쓰고 있다.

여기서는 여성의 자동차 구매와 관련해 자동차업체들이 어떤 접근 방식을 택했는지 알아본다. 럭셔리카 브랜드인 포르셰의 경우 여성 소비자 확대를 위해 ‘마칸’(Macan)을 내세웠다. 포르셰는 앞서 2013년 테니스 선수 마리야 샤라포바를 모델로 내세워 포르셰에 대한 여성 소비자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려 했다. 이 모델은 도시에 거주하는 젊은 여성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 여성 체형에 맞춰 운전시 시야 확보가 쉽도록 자동차 시트를 높게 장착했고 옵션을 약 600개로 세분화해 여성의 기호를 최대한 반영했다. 그 결과 포르셰 소유자의 85%는 남성이지만, 마칸의 경우 여성 소유 비율이 25%에 이른다.

닛산의 최고경영자(CEO) 카를로스 곤은 2014년 7월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여성을 겨냥한 자동차 판매 및 마케팅 전략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닛산은 여성 고객을 위해 전세계 378개 매장에서 ‘레이디 퍼스트’(Lady First)라 불리는 딜러십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 전략을 시행한 뒤 여성의 매장 방문 비율이 약 10% 증가했다. 닛산은 이 전략이 적용되는 매장 바닥을 광택이 나는 나무로 처리해 인테리어의 우수성을 높이고 아동 놀이공간 확보, 수유실 설치 등을 통해 여성의 발걸음을 잡고 있다.

여성 운전자 보험상품도 잇따라 출시

   
▲ 가수 출신 디자이너 빅토리아 베컴이 모델로 나선 랜드로버의 스포츠실용차(SUV) ‘이보크’는 여성 소유율이 60%에 이른다. REUTERS
BMW는 여성에게 좀더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가기 위해 2009년부터 ‘퍼포먼스(Performance·성능)보다 즐거움(Joy)’이라는 키워드를 앞세운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BMW는 30살 이하 전문직 여성의 차량 리스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캠페인을 펼쳤다.

기아자동차는 2016년 3월 K7 여성 운전자를 대상으로 자동차 관리가 쉽도록 ‘레이디 케어’ 서비스를 도입했다. 현대자동차는 2013년 국내에서 여성 운전자를 위한 자동차정비센터 ‘블루미’(Blueme)를 론칭하기도 했다. 렉서스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렉서스 기술 워크숍을 비롯해 자동차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부 자동차업체는 여성을 고위직 임원으로 임명하고 있다. 이는 자동차산업이 여성에게도 열려 있고 여성을 위한 판매·마케팅 전략 개발에 힘쓴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혼다는 2014년 2월 최초로 여성 이사를 임명했고, 프랑스 시트로앵은 아예 여성 CEO 린다 잭슨이 회사를 지휘한다. 제너럴모터스도 여성 CEO 메리 배라가 회사를 이끌고 있으며, 포드는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여성이 맡고 있다.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부품회사 등 자동차 관련 업계에서도 여성 임원은 증가 추세다. 독일과 미국의 합작기업인 ‘게트라크포드 트랜스미션’(Getrag-Ford Transmission), 스페인 최대 자동차부품 업체 그루포안토린(Grupo Antolin), 다임러(Daimler) 등이 여성 고위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는 분명 자동차산업 내에서 여성의 구매력을 중요시하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영국의 재규어 랜드로버는 여성 엔지니어 고용 확대를 위한 별도의 고용정책을 통해 여성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자동차보험 분야에서도 여성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영국에서는 대형 자동차 사고의 68%가 남성에 의해 발생하며 남성이 여성보다 2배 이상 제한속도를 준수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해 ‘여성처럼 운전하라’(Drive like 운전 습관 반영) 보험상품이 출시됐다. 이 보험상품은 차량 안에 블랙박스 키트를 장착해 일정 기간 운전습관을 파악하고 운전자가 안전한 운전습관을 유지할 경우 보험료 인상을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와는 다르지만 국내 보험업체에서도 여성을 위한 자동차보험 상품을 판다.

여성의 운전면허 취득 및 차량 구매 증가와 함께 여성이 남성보다 안전하게 운전한다는 인식과 여성을 위한 별도 상품이 개발 중임은 앞으로 주목해야 할 자동차업계와 자동차보험 시장의 시사점이라 할 수 있겠다.

여성의 자동차 구매와 관련해 기타 시장 참여자들도 존재한다. 자동차 판매 사이트 ‘트루카’(Truecar)는 가격 흥정을 더 쉽게 하고 가격 투명성을 선호하는 여성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과 영국을 기반으로 하는 여성 친화 딜러숍 ‘폭시 레이디 딜러십’(Foxy Lady Dealership), 여성들의 자동차 리뷰를 공유하는 사이트 ‘브룸걸스’(Vroomgirls) 등이 그 예라 할 수 있겠다.

현재 자동차업계는 전기자동차, 자율주행, 헬스케어 연동 등 기술적 개발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 판매 증대를 위해 그동안 간과한 것이 바로 자동차업계에서 여성의 구매력이다. 앞으로 자동차업계는 여성을 위한 편의 기능 개발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홍보에 더욱 주력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로 여성을 겨냥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자동차 개발이 기능과 성능 위주의 하드웨어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여성의 감성을 자극하는 소프트웨어적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와 함께 딜러, 차량 리스 업체, 보험회사, 정비업체 등도 여성을 대상으로 별도의 상품 개발과 마케팅 전략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자동차산업에서 여성 파워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eunju.kang@frost.com

* 프로스트앤드설리번(Frost & Sullivan)은 고객 성장의 가속화를 위해 협력하는 ‘성장 파트너’로서 팀리서치(TEAM Research), 그로스컨설팅(Growth Consulting), 그로스팀멤버십(Growth Team Membership)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이 효과적인 성장 전략을 수립·평가·실행할 수 있는 성장 위주의 문화를 창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50년 이상의 경험을 바탕으로 6대륙 40개 이상 사무소에서 1천여개 글로벌 기업, 새로운 비즈니스 분야 및 투자계와 협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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