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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링컨의 공화당, 트럼프의 공화당
[74호] 2016년 06월 01일 (수) 정의길 economyinsight@hani.co.kr

정의길 <한겨레> 선임기자

미국에서 에이브러햄 링컨이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추앙받는 것은 그가 노예해방을 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가 없었다면 지금의 미국, 즉 미국 연방이 존재하지 않고, 미국 대륙에는 여러 나라가 난립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싸움에서 나의 최고 목적은 연방을 구하는 것이지, 노예제를 구하거나 파괴하려는 것이 아니다. …내가 노예제와 유색인종에 대해 하려는 것은 그것이 연방을 구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링컨이 남북전쟁에 대해 한 말이다. 남북전쟁은 대농장 중심 경제의 남부와 상공업 중심 경제의 북부 사이에서 커져가는 경제적 이해 갈등이 원인이다. 노예제는 그 갈등의 한 상징이다. 링컨이 노예해방을 한 것은 도덕적 동기도 있었지만, 상공업 경제 중심의 북부 주도로 미국 연방이 통합돼야 한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분명 진보적 가치였고, 미국은 이를 통해 강대국으로 부상했다.

   
▲ REUTERS
링컨이 전쟁을 불사하며 연방을 구한 반석은 공화당이었다. 당시 진보적 가치를 가진 세력들이 1854년 공화당을 창당했고, 링컨은 그 첫 대통령이다. 공화당은 1860년 링컨의 취임부터 1932년까지 미국 행정부와 의회를 휩쓴 다수당, 아니 지배정당으로 군림했다. 공화당은 북부 대자본 세력 중심으로 기울고 대공황이 발발하자,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이끄는 민주당의 뉴딜연합에 밀리며 소수정당으로 전락했다. 특히 공화당은 1994년 뉴트 깅리치 당시 하원 원내대표가 이끈 총선까지 60여 년간 거의 의회에서는 소수당이었다. 미국 남부가 민주당의 텃밭이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공화당이 의회에서 다수당으로 올라선 것은 남부가 공화당의 텃밭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공화당의 보수화 전략이 주효했다. 미국 보수우파 세력들은 1960년대 배리 골드워터의 공화당 대통령 후보 출마 이후 공화당을 꾸준히 우경화하며 주도권을 장악했다. 총기 소유, 동성결혼, 범죄 대책 등 사회적 이슈에서 강경한 보수우파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며 보수적 백인 중하류 계층을 포섭했다. 특히 보수적 성향의 남부는 이 과정에서 공화당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반면 민주당은 동서부 연안의 대도시 지역으로 기반이 완전히 역전됐다. 흑인들도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완전히 옮겨갔다. 1994년 의회 다수당으로 올라서면서, 공화당은 과거 실용주의 세력이 완전히 퇴조했다. 특히 2010년 전후로 보수적 풀뿌리운동인 티파티가 공화당에 막강한 영향을 행사하며, 공화당의 이데올로기와 주류 세력은 보수우파 일색으로 바뀌었다.

도널드 트럼프는 그 산물이다. 보수적인 미국 백인 중하류층들은 공화당을 일관되게 지지했으나, 공화당은 이들의 이익을 챙겨주지 않았다. 작은 정부, 사회복지 축소, 감세 등으로만 일관했다. 트럼프는 결코 막말만 하지 않았다. 그는 노후연금인 소셜시큐리티, 노약자와 저소득층 의료보장인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등 사회복지 수호를 말했고, 미국 국내의 일자리를 유출하는 자유무역협정 등 글로벌리제이션 조류를 반대했다. 그는 이민 등 사회문제에서는 강경한 보수주의를 내세우면서도, 경제문제에서는 중하류층을 의식한 포퓰리즘적 정책을 내세워 공화당 대선 후보를 거머쥐었다.

이제 공화당은 기로에 섰다. 트럼프의 부상은 공화당의 기층 지지세력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보여줬기 때문이다. 최상류층 이익에만 복무했던 공화당의 보수우파 노선을 개혁하지 않으면, 또 다른 트럼프가 나올 것이다. 미국을 구한 링컨의 정당이 부활하려면, 링컨의 진보적 가치와 사명감, 결연한 의지가 필요하다.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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