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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기득권 지키는 선거
[73호] 2016년 05월 04일 (수) 정의길 economyinsight@hani.co.kr

정의길 <한겨레> 선임기자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선출이 아무래도 난장판이 될 것 같다.

후보 경선에서 선두인 도널드 트럼프가 선거제도가 불공정하다고 연일 비난하고 있다. 트럼프는 4월15일치 <월스트리트저널>의 ‘내가 미국에 질문 하나를 하자’라는 기고에서 지난 4월9일 콜로라도에서 주민들의 투표가 배제된 대의원 선출을 맹비난했다. 콜로라도에서 공화당은 당원이나 주민들이 투표하는 경선을 벌이지 않고, 당원들만의 주전당대회를 열어서 대의원을 선출했다. 트럼프의 경쟁자인 테드 크루즈를 지지하는 대의원들이 모두 선출됐다. 트럼프는 이를 “조작됐고” “사기”라고 맹비난한다. 공화당의 콜로라도 주당은 이 제도를 트럼프가 경선 출마를 선언하기 전인 1년 전에 정했다며 문제가 없다고 하나, 트럼프를 낙마시키려는 꼼수라는 의혹을 산다.

트럼프가 인종차별적 막말을 서슴지 않으나, 그의 이런 비난은 타당하다. “나는 수십 년 동안 국민을 희생시키며 정당의 이익에 봉사해온 시스템을 옹호하는 데 관심이 없다. 컨설턴트, 여론조사가, 정치인, 전문가, 특정 이해관계자들로 구성된 클럽의 멤버들은 더 부자가 되고 힘이 세지나, 국민은 더 가난하고 고립되고 있다.”

   
▲ REUTERS
현재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은 941만2426표, 버니 샌더스는 703만4997표를 얻었다. 그런데 힐러리는 대의원 1774명을, 샌더스는 1117명을 확보했다. 힐러리는 경선으로 선출되지 않는 당직자 등 슈퍼대의원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의 선거제도는 모순투성이이다. 2000년 공화당의 조지 부시와 민주당의 앨 고어가 대결한 대선은 미국 선거제도가 민의를 왜곡하고, 의도적인 부정으로 얼룩진 징후까지 보였다. 앨 고어는 전체 투표에서 이겼음에도 확보한 선거인단이 부시보다 적어서 패배했다. 더구나 플로리다에서 고어를 찍은 것이 명백한 투표지들이 대거 무효 처리되면서, 부시가 플로리다에서 승리해 선거인단을 독식한 덕에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선거에서 돈 많고 영향력이 큰 쪽이 이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제도 자체는 민의를 최대한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게 설계돼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이나 한국의 의원 선거는 종다수 선출제도이다. 전체 유권자 중 투표한 사람이 아무리 적어도, 투표자 중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한 사람이 당선된다. 예를 들어 전체 유권자가 1만 명인데, 그중 3명이 투표해 2표만 얻으면 당선될 수 있다는 말이다. 보통, 미국과 한국에선 전체 유권자의 25% 정도의 지지를 얻으면 당선될 수 있다.

미국에서 트럼프에 대한 지지가 높고, 그가 미국의 불공정한 선거제도를 비난하는 것도 충분한 이유가 있다. 트럼프는 막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소외됐던 공화당의 중·하류층 지지자들의 감정을 대변해주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트럼프 현상’이 그동안 공화당에 무조건 투표하거나 정치에 무관심했던 계층의 정치에 대한 관심을 고양시킨다면 그걸로도 충분히 의의가 있을 수 있다.

유럽의 결선제도나 높은 비율의 정당비례대표는 민의의 반영을 더 정확히 하는 제도다. 유럽이 이런 제도를 갖는 것은 미국이나 한국보다 20~30%포인트 높은 투표율로 알 수 있듯, 유권자가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4·13 총선이 끝나자마자, 대통령선거제도 변경 얘기가 나온다. 결선투표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기득권 집단의 이해가 걸린 문제라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여소야대 상황을 이용해 개정을 시도하면서 여론을 환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의가 있다고 본다.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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