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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시 미국인가
[Editor's letter]
[6호] 2010년 10월 01일 (금) 한광덕 kdhan@hani.co.kr

한가위 연휴 뒤 독자가 받아볼 이번호를 구상하다가 2년 전 이맘때 추석이 생각났다. 9명이나 되는 조카들에게 용돈을 얼마씩 줘야 할지 갈등하고 있던 중, 외신을 통해 낯선 부음이 급타전되고 있었다. 리먼브러더스였다. 조카들은 영화사 하나 망한 게 뭐 그리 대수냐며 시큰둥했다. ‘워너브러더스’로 잘못 들은 게지. 하지만 연휴가 끝나고 우리는 그 이름이 1997년 ‘캉드쉬’에 버금가는 공포의 전령이었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 공포는 한국의 ‘리-만 형제’에 의해 국내에서 더욱 가공할 화력을 과시했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방아쇠가 격발된 지 2년이 지난 지금도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이 낮다는 좋은 소식이 나오자 달러는 기분이 나쁜 듯 꼬리를 내린다. 반면 장기 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은 달아오른 엔화를 진정시키려고 외환시장과 일전에 나섰다.

약한 달러 뒤에 달라붙은 중국이 ‘검은 백조’에 투자할 것이라는 소식도 들렸다. 중국의 국부 펀드를 ‘블랙 스완 펀드’ 투자로 이끈 주인공은 바로 <블랙 스완>의 저자 나심 탈레브 뉴욕대학 교수다.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믿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같은 엄청난 충격이 다시 몰아칠거라는 탈레브의 비관론에 중국은 동의하고 있는 걸까? 중국이 최근 한국 국채를 꽤 많이 사들이자, 호사가들은 한국의 통화·환율 정책이 무기력해질 수 있다는 급진적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자국의 경제회복을 위해 통화가치를 낮추면 그 피해는 경쟁국에 돌아간다. 현학적인 사람들은 ‘근린 궁핍화 정책’(beggar-my-neighbor policy)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모든 나라가 살아남기 위해 자국 통화의 약세 전략을 취하려 할 것이다. 이게 지금 벌어지고 있는 ‘환율 전투’다.

21세기 기축통화 자리를 놓고 달러·유로화·위안화의 치열한 패권 각축이 점쳐져 왔다. 그러나 지금의 양상은 통화전쟁의 패자(覇者)가 아닌 패자(敗者)를 고르는 게임에 가깝다. ‘강한 통화’는 간데없고 서로 우리가 더 못났다며 상대의 양보를 강요하거나 희생양을 찾는 경주다.

미국도 중국도 수출에 사활을 걸면서 이번 경제위기의 근원으로 지목되고 있는 소득 양극화와 교육 불평등 문제는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있다. 임금소득의 비중은 계속 낮아지고 실업 사태는 깊어만 간다.
 이번호 표지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빈부격차를 겪고 있는 미국의 현장을 담았다. 로스앤젤레스에서 가까운 벤투라라는 소도시에는 노숙과 무료 급식으로 연명하는 어제의 이웃들이 넘친다. 스타벅스에서 94번째 입사지원서를 쓰는 대졸 실업자 톰의 모습은 ‘가로등도 꺼진 비포장도로 위에서 방황하는 신세’라는 폴 크루그먼의 탄식과 부합한다. 미 경제정책연구센터 딘 베이커 소장과 시카고대학의 반시카고 학파 라구람 라잔 교수의 ‘같은 진단, 다른 전망’은 현장을 재해석해준다.

창간 6개월을 맞는 <이코노미 인사이트>가 ‘외도’를 시도한다. 대중적 소재를 경제의 울타리로 끌어들이고 (‘디자인’ ‘스포츠 경제’) 경제적 소재를 대중의 눈높이로 품어안는다(‘쏙쏙 경제’ ‘헤리 프리뷰’). 조금 사고를 치더라도 이유 있는 외도는 계속된다.

한광덕 총괄편집장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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