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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vironment] 원자력과 화력 없이 전기 자급 가능
독일의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 시나리오
[72호] 2016년 04월 01일 (금) 뱅상 불랑제 economyinsight@hani.co.kr

“2050년 재생에너지 비율 80%까지 높일 것”…
전력 수급 안정성 확보가 관건

독일은 복합발전소 프로젝트를 통해 전력 생산의 중심을 기존 화석에너지에서 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으로 이동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특히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도입된 ‘에너지 이행 전략’을 통해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최소 80% 수준으로 높이기 위한 정책을 체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재생에너지 중심 정책이 지속적으로 충분한 양의 전력을 생산하고 전력 수급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느냐다. 무엇보다 전국 각지에 분포된 수천 개의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을 동시에 가동하려면 신뢰성 높은 통신 인터페이스를 구축해야 한다.

뱅상 불랑제 Vincent Boulanger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재생에너지만 사용한 전력 생산이 가능할까? 최근 세계 각국에서 100%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보고서가 잇달아 발표됐다. 프랑스의 환경에너지관리청(ADEME)도 2015년 10월 우여곡절 끝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100%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의 예상 비용이 원자력발전소를 현재 규모로 유지할 경우 충당해야 할 비용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 독일은 최근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80%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을 도입했다. 독일 헤센주 바트헤르스펠트의 태양광 시설 앞에 독일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REUTERS

반면 독일에선 높은 재생에너지 비율 달성이 더 이상 이론적 문제가 아니라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도입된 ‘에너지 전환’(Energiewende) 정책의 공식 목표다. 당시 독일 정부는 에너지 전환 정책을 발표하면서 2022년까지 독일 전력산업의 탈원전화를 완성하고 2050년까지 에너지 믹스 대비 재생에너지 비율을 ‘최소 80% 수준으로 높인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한 이론적·경험적 토양은 이미 마련돼 있었다. 2000년대 초 여러 연구기관은 에너지 전환 연구를 진행하고 이 프로젝트가 실현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적 있다. 더욱이 이후 연구자들은 이론적 고찰에 그치지 않고 실제 검증 작업에 나섰다.

2006~2008년 프라운호퍼 풍력에너지·에너지시스템 연구소(Fraunhofer IWES)에서 진행한 ‘복합발전소(Kombikraft -werk) I’ 연구 프로젝트는 재생에너지로만 전력을 공급하더라도 연중 전력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러나 이 연구는 질적 측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다. 예를 들어 100%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 시스템에서 전력망의 안전 보장 여부, 다시 말해 전압과 전기 주파수가 필요한 수준으로 연중 유지될지에 대한 연구는 진행되지 않았다. 2010년 프라운호퍼 연구소는 복합발전소 II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이 연구의 목표는 바로 이 문제의 답을 찾아내는 것이다.
 
전력 공급-소비 불균형 해소

전력 공급과 소비 사이에 예상치 못한 불균형이 발생할 경우, 화력발전소와 수력발전소는 생산량 조정이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에 자동으로 전력 생산을 늘리거나 줄여 주파수를 안정시킨다. 여기서 잠깐 주파수의 안정화에 대해 설명하자면, 일반적으로 전력망의 전압과 주파수는 특정 수준으로 계속 유지돼야 한다.

물론 약간의 변동은 가능하다. 전압은 배수관의 수압과 비교할 수 있다. 즉, 전류를 특정 방향으로 ‘흐르게’ 만든다. 전압은 전력망 유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230V(볼트)∼60kV(킬로볼트)를 저·중압, 61∼230kV를 고압, 231∼400kV를 초고압 전력망으로 규정하는데 각 전력망에서 전압은 기준 전압의 5∼10% 범위 내에서 변동 가능하다.

전압이 기준치를 크게 웃돌 경우 전선·엔진 같은 전기 설비가 손상될 수 있고, 반대로 기준치를 크게 밑돌면 단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전압은 재생에너지 발전이든 아니든 전력 생산자가 비교적 쉽게 조정할 수 있다.

반면에 주파수 유지는 좀더 까다롭다. 주파수는 교류 전류의 핵심적 특징으로, 유럽 전력망의 기준 주파수는 50Hz(헤르츠)이며 최저 49.5Hz에서 최대 50.5Hz 범위 내에서 변동 가능하다. 전력 소비량이 공급량을 초과할 때 주파수가 하락하고 반대의 경우엔 상승한다. 만약 주파수가 안전 범위를 과하게 벗어난다면 전자제품 및 설비 보호를 위해 전기가 자동으로 차단된다.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015년 6월 북부 항구도시 로스토크의 풍력터빈 제조기업 노르덱스를 방문해 회사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REUTERS

다시 원래의 주제로 돌아오면, 어쨌든 재생에너지 100% 시스템에서도 지열이나 메탄가스를 이용한 발전소 등 화력발전소가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비중은 매우 적을 것이다. 그렇다면 재생에너지 위주의 전력 시스템에서 주파수 안전 범위 유지라는 본질적 기능이 어떻게 담보될 수 있을까.

프라운호퍼 연구소는 이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재생에너지 비율 100% 달성시 전력 소비량을 현재와 거의 비슷한 수준인 연 600TWh(테라와트시)로 전제하고, 풍력이 전력 소비량의 60%, 태양광발전이 20%, 바이오매스가 10%, 수력과 지열이 10%를 담당하는 전력 생산 시스템을 가정했다. 풍력의 비중이 압도적인 이유는, 첫째 풍력은 가장 저렴한 재생에너지이고, 둘째 낮에만 전력 생산이 가능한 태양광발전에 비해 풍력발전은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이 시나리오에서 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은 80GW(기가와트)를 생산하는 현재보다 3배 이상 많은 260GW의 전력을 생산해 수요에 부응할 것이다. 그런데 전력 수요를 현재와 비슷한 수준으로 가정했으므로 지금보다 3배 이상의 전력 생산은 결국 시기에 따라 잉여 전력이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발생한 잉여 전력을 수요가 몰리는 시기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저장해야 한다. 따라서 프라운호퍼 연구원들은 건물에 설치된 태양광발전 시스템의 3분의 1은 자체 배터리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파워 투 가스’(P2G·Power-to-Gas) 혹은 ‘메탄화’(methanization)라고 불리는 신생 기술도 잉여 전력 저장의 한 방법이다. P2G 기술이란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고 이 수소를 다시 메탄가스로 변환하는 기술로, 이렇게 만들어진 메탄은 도시가스망에 투입된다.
 
전력 수요량에 맞춰 공급량 조절

이상의 시나리오에 기초해 프라운호퍼 연구원들은 정교한 100% 재생에너지 국가 전력 시스템 모형을 구축하고, 고성능 컴퓨터를 이용해 전국 곳곳에 퍼져 있을 수천 개의 가상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의 작동, 잉여 전력 저장, 가상 전력망상의 전력 흐름을 두고 시뮬레이션을 했다. 또한 복합발전소 II 프로젝트가 막바지에 다다른 2013년, 연구팀은 2곳의 풍력발전 단지, 15곳의 태양광발전소, 7개의 바이오가스 발전 설비를 활용해 현장 실험을 실시했다.

당시 여러 지역에 분산돼 있던 이 시설들은 한곳의 중앙통제본부에서 원거리 운영이 가능하도록 특별한 통신 네트워크가 구축됐다. 다시 말해 일종의 ‘가상 발전소’ 환경을 구축한 것이다.

중앙통제본부는 원거리 운영을 통해 주파수의 상승·하락을 조정해 주파수를 변동 가능 범위 내로 유지해야 한다. 이에 대해 쿠르트 로히그 프라운호퍼 연구소 부소장은 “이번 실험을 통해 재생에너지가 충분한 전력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력망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밝혔다.

   
▲ 독일 남부의 펠트하임은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100% 전력을 공급받는 에너지 자립 마을이다. 펠트하임의 풍력발전 시설. REUTERS

바이오가스발전소는 여타 화력발전소와 마찬가지로 전력 수요량에 맞춘 공급량 조정이 가능하다. 풍력발전소와 태양광발전소에서는 하루를 기준으로 공급량 예측이 가능하다. 예측 신뢰도도 높은 편이다. 게다가 풍력·태양광 발전 시설은 이미 전자제어 시스템을 통해 원격 통제된다. 예컨대 전력 공급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전자제어 시스템이 발전 시설의 작동을 억제하거나 전체 전력망에서 분리한다. 만약 현장 실험에서처럼 주파수 변동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발생하더라도 전자제어 시스템은 공급 전력을 줄이거나 늘림으로써 변동을 수정해 주파수를 안정화할 수 있다.

라인하르트 막켄젠 프라운호퍼 연구원의 설명이다. “풍력과 태양광은 추가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방법도 간단하다. 필요한 경우 전력을 높일 수 있도록 출력을 최대치보다 약간 낮게 설정한 상태로 전력을 생산하면 된다.” 예를 들어 풍력발전에서 출력 조정은 블레이드(날개) 각도를 조정하는 것으로 간단하게 처리된다. 각도를 조정하면 블레이드의 회전 속도가 달라진다. 특히 전자제어 시스템 덕분에 상황에 따른 반응 속도도 빨라졌다. 태양광발전과 태양전지를 예로 들면 수천 분의 1초 만에 신속한 반응이 가능하며, 풍력발전기도 5초 내로 조정할 수 있다. 따라서 재생에너지 발전소는 현재 전통적인 화력발전소가 담당하는 주파수 조정 역할을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전력망이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상황이라면 재생에너지 발전도 조정의 필요에 부응할 수 있다. 반면 블랙아웃(black-out·대정전 사태)이 발생할 경우 상황은 좀더 미묘해질 수 있다. 기존 대형 발전소는 자체 복구 시스템 덕분에 블랙아웃이 발생하더라도 곧바로 재가동된다.

그러나 현재 풍력발전소와 태양광발전소에는 자체 복구 시스템이 설치되지 않았다. 따라서 단전이 발생하면 시설 내 각종 장치의 작동에 필요한 전력이 부족해 이 시설들은 재가동될 수 없다. 라인하르트 막켄젠 부소장은 “이 주제는 또 다른 연구 프로젝트의 대상”이라고 명시하면서도 “풍력발전 단지 안에 배터리를 설치하면 단지 전체에 독자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풍력발전 단지 근처에 바이오가스 발전소가 있다면, 이 발전소가 유사시 전력 공급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전국 각지에 분포된 수천 개의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을 동시에 원격조종하려면 신뢰도가 매우 높은 인터페이스와 통신 수단 구축이 필요하다. 따라서 재생에너지 발전이 모든 상황에서 전력망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지 결론을 내리려면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블랙아웃 발생시 대응책 마련돼야

마지막으로 복합발전소 프로젝트는 100% 재생에너지 전력 시스템의 기술적 실현 가능성에 한정된 연구였다. 따라서 경제적 실현 가능성 여부는 프라운호퍼 연구소의 다른 분과의 연구 주제이지만, 전기 부문만이 아닌 여러 부문을 아우르는 연구가 필요하다. 현재 프라운호퍼 연구소는 향후 2050년까지 전력, 난방, 교통을 포함한 독일 에너지 시스템 전체를 100% 재생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을 연구하고 있다.

프라운호퍼 연구소는 이 프로젝트를 ‘헤라클레스 프로젝트’라 부르고 2014년 첫 번째 평가서를 발표했다. 연구소는 평가서에서 100% 재생에너지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투자 금액을 독일 국내총생산의 1.3%인 300억유로 내지 400억유로(약 53조원)로 전망하며, 늦어도 2030년에는 화석에너지 수입 감소를 통해 투자액 회수가 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 참고로 현재 독일은 화석에너지 수입에 연평균 900억유로(약 120조원) 이상을 쓰고 있다. 결국 평가서의 결론에 따르면, 에너지 전환 정책은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이득을 가져오는 매우 유익한 정책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6년 2월호(제354호)
L’Allemagne en route vers le tout-renouvelable
번역 박수현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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