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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황금알 낳는 녹색산업 잡아라
중국의 스모그 경제학
[71호] 2016년 03월 01일 (화) 정진우 economyinsight@hani.co.kr

중국 베이징은 엄청난 스모그로 ‘오염의 도시’라는 기분 나쁜 닉네임을 갖고 있다. 중국발 스모그는 대륙에 그치지 않고 한반도에도 상륙해 피해를 주기 때문에 남 일이 아니다. 중국이 아프면 우리는 독감에 걸리는 불편한 상황이다. 긍정적 측면에선 이를 꼭 고깝게 여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중국의 환경오염은 새로운 시장을 구상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더군다나 ‘녹색리더’를 자처하는 시진핑은 환경 규제에 기반한 녹색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스모그 예방에서 파생된 음식 배달, 방문서비스 및 교육, 의약품, 의료장비 산업이 벌써부터 호황이다.

정진우 KOTRA 중국 베이징무역관 과장

2016년 1∼2월 중국 베이징 하늘은 유난히 푸르다. 난방 수요가 많은 시기라 스모그가 가장 심할 때지만 유례없는 한파와 강풍에 스모그도 쓸려간 듯하다. 무엇보다 베이징 스모그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주변 허베이성의 공장 조업 중단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2월 초 한국의 음력설에 해당하는 춘절 휴무를 앞두고 중국 공장들은 짧게는 1주, 길게는 3주 정도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하거나 운영을 제한한다. 하지만 2016년에는 평소보다 많은 공장들이 더 긴 기간 조업을 중단했다고 한다. 무역관에서 연락하는 바이어나 기업 관계자들도 예년보다 훨씬 일찍 고향에 내려가거나 휴가 중인 경우가 많았다. 제조업 경기 둔화가 본격화되고 재고가 늘어나면서 일용직 인건비를 포함한 경영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일부 기업들이 자구책을 강구한 것이다. 맑은 하늘에도 즐거울 수만은 없는 까닭이다.
 
환경오염 위험 구간에 진입한 ‘경제 지형’

   
▲ 중국 베이징에 첫 대기오염 적색경보가 내려진 2015년 12월8일 마스크를 쓴 남녀가 걸어가고 있다. 베이징의 스모그는 당분간 걷히지 않을 전망이다. REUTERS

불황이나 한파 때문이 아닌 진정한 환경 개선으로 스모그가 없어지려면 얼마나 걸릴까. 통상 경제발전 초기 단계에서는 경제가 성장할수록 환경이 오염되다가 소득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개선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것이 바로 ‘환경 쿠즈네츠 곡선’(Environmental Kuznets Curve) 이론이다. 역U자 모양에서 최상단에 위치한 전환점을 기준으로 기술 진보와 환경 보전 등으로 오염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주요국의 환경오염이 가장 심했던 시기나 환경오염 사건이 발생한 시점을 살펴보면 일정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중국의 한 증권사 보고서에 따르면, 선진국의 역사적 경험으로 비춰봤을 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8천달러~10만달러(2000년 불변가격 기준), 제조업 비중이 45% 정도를 상회할 경우 해당 국가에 환경 공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1960년대 ‘4대 공해 사건’으로 불리는 환경오염 사건이 발생했고, 영국은 1950년대에 런던 스모그로 4천 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미국 역시 1940년대 로스앤젤레스(LA) 및 도노라(펜실베이니아주의 공업도시 -편집자) 스모그 사건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다. 일본·영국·미국에서 환경오염 사건이 발생할 때 1인당 GDP(2000년 불변가격 기준)는 8900∼1만1400달러 수준이었으며, 베이징 또한 이 구간에 진입하는 상황이다. 주요 환경오염 사건이 발생한 기간에 각국의 제조업 비중 역시 40~47% 수준이다. 최근 중국의 제조업 비중은 빠르게 감소하는 추세지만 2015년 기준 40.5%로 이 구간에 속한다.

현재 베이징과 인접한 허베이성, 톈진의 전체적인 경제 현황으로는 향후 4~5년 동안은 이 범위에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베이징 일대보다 경제적 여건이 좋은 일부 연해 지역은 오염도가 감소하는 추세이며, 소득수준이 낮은 내륙 지역은 향후 더 오랜 기간 오염도가 증가할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실제 상하이와 광저우 일대는 상대적으로 대기오염 정도가 낮지만 시안과 충칭, 네이멍구, 우한 등 내륙의 산업도시들은 베이징 못지않은 스모그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은 이제 감기가 아닌 몸살에 걸린다’는 얘기처럼 우리나라도 이 영향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의 환경 여건이 개선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지만, 한편으로는 친환경 소비 트렌드에 맞춘 적극적인 시장 개척도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위기는 기회’ 환경 관련 산업 인기
 
스모그가 절정이던 2013년에는 마스크와 공기청정기, 신선공기 등 스모그와 직접 연관된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면 최근에는 환경을 의식하는 소비자의 수요가 좀더 광범위한 분야에서 다양하게 분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온라인 시장이다. 중국 언론들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PM2.5(지름 2.5마이크로미터의 초미세먼지 -편집자) 지수와 O2O(온라인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주문하면 오프라인으로 제공 -편집자) 앱을 활용한 각종 배달 서비스 이용도는 높은 상관관계를 나타내고 있다.

외식문화가 발달한 중국에서는 오염된 공기에 노출되는 식사 시간을 ‘배달’을 통해 최소화하고 있다. 방문요리, 방문세차, 방문청소 등의 서비스도 인기다. 자녀를 둔 부모들은 점차 온라인 교육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2015년 12월 베이징은 극심한 스모그로 적색경보가 발령돼 두 차례 총 5일에 걸쳐 휴교령이 내려졌다. 이 시기를 활용한 온라인 수업과 쾌적한 집 안 같은 환경에서의 학원 수업이 크게 늘어났고, 앞으로 이런 교육사업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일부 건강 관련 제품도 인기다. 스모그를 방지할 수 있다는 눈세척제와 화장품,물티슈, 차가운 공기를 활용한 스모그 방지 방충망 등은 실제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최고 매출액을 연일 경신 중이다. 중국 인터넷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타오바오의 발표에 따르면, 스모그가 심했던 2015년 12월 피임기구의 매출액은 놀라운 증가 추세를 보였다. 스모그가 심할 때 임신하면 자칫 태아의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이 기간에 임신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들의 경우 탈황·탈질 설비, 혈압측정기, 에너지 저감 장치 등 유망 분야에서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환경오염 대비 상품보다는 친환경 기반 기술과 상품, 에너지 절약 산업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요 국가들의 사례와 경제발전의 일반적인 패턴을 봤을 때 중국의 환경오염도 조금씩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시진핑의 멈추지 않는 ‘녹색 드라이브’

   
▲ 베이징의 한 KFC 매장 앞에 KFC 로고가 새겨진 배달용 오토바이들이 줄지어 서 있다. 외식문화가 발달한 중국에서는 스모그 때문에 배달음식이 유행하고 있다. REUTERS

주요 선진국들은 경제적 환경오염 위험 구간에서 어떻게 벗어났을까? 심각한 환경오염을 극복한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경제구조 개선, 즉 제조업의 구조조정 및 업그레이드이고, 또 하나는 환경 관련 관리·감독 강화다. 두 요소가 같이 작동한 결과,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이 <환경을 살리는 경제개발>이란 책에서 언급했듯이 ‘고도의 산업 발전에도 불구하고 독일 라인강이 이집트 나일강보다 깨끗하고 뉴욕 공기가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기보다 깨끗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냈다. 한때 ‘죽음의 강’으로 불렸던 울산 태화강도 지금은 1급수의 수질을 되찾고 매년 전국 규모의 수영대회를 여는 것도 이와 비슷한 사례다.

그렇다면 중국은 경제 구조조정과 환경정책 강화를 통해 스모그 문제를 비롯한 환경오염을 극복할 수 있을까? 중국은 최근 신환경보호법 및 대기오염 예방관리법을 제정해, 환경오염 관련 기업에 대한 강력한 처벌 기준을 마련하고 오염 유발 연료 및 설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산업 구조조정, 제조업 업그레이드, 가공무역 비중 축소 등을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다. 이런 구조조정 과정에서 중국의 딜레마가 발생하기도 한다. 명확한 둔화세를 보이는 경기 상황에서 구조조정은 정부와 기업에 모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은 노동집약 산업 분야의 실업과 이윤율 하락을 초래하고,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제조업 경기 둔화의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하지만 당장의 고통에도 중·장기적 발전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의 구조조정은 지속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환경에 대한 시진핑 국가주석의 애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진핑 주석은 과거 지방정부 관료 시절에 환경 관련 주요 정책들을 지속적으로 시행해온 중국 내 ‘녹색리더’다.

1970년대 산시성 지구 서기(공산당 최하층 관리) 시절에는 산시성 최초로 오물을 활용한 메탄가스 시설을 직접 설치했다. 2001년 푸젠성 성장으로 있을 때는 환경오염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지방도시별 오염물 배출 총량 규제를 강화해 이를 초과하는 지방은 아예 신규 업종 진입을 불허했다. 2002~2007년 저장성 당서기 시절에는 에너지 고소비-저효율형 430개 프로젝트 시행을 제한해 전국적인 모범 사례로 부각되기도 했다. 경기둔화에도 구조조정과 환경 관련 정책 강화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는 중국 정책의 방향은 이런 경험과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중국 정부는 제조업의 구조조정으로 발생한 실업의 경우 최근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서비스업이 높은 고용 창출 효과를 내며 흡수할 것으로 본다. 아울러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조업의 핵심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는 길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유례없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금융시장 불안, 국유기업 개혁의 난제들이 더욱 고통스러운 앞날을 예고하고 있지만 그 방향은 바뀔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근거다.

스모그와 동반 성장해온 중국 경제가 조만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역U자의 변곡점을 지날 수 있을까. 불황으로 일시적으로 걷힌 스모그가 아니라 모든 불안함을 걷어낸 중국 경제로 거듭날 수 있을까.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켜볼 일이다.

zhenyu@kotra.or.kr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세계 각국의 최신 경제 흐름과 산업 동향을 소개한다. KOTRA는 전세계 83개국에 121개의 해외 무역관을 보유한 ‘대한민국 무역투자 정보의 메카’로 생생한 해외 정보를 수집·전달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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