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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기회의 땅’ 이란 특수를 노려라
경제제재 풀린 이란 다시 보기
[70호] 2016년 02월 01일 (월) 김욱진 economyinsight@hani.co.kr

이란은 우리에게 가깝고도 먼 이웃이다. 한국산 드라마와 담배, 자동차는 이란인들의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란을 잘 알지 못한다. 이란은 엄청난 양의 원유와 천연가스를 보유하고 있고 인적자원도 풍부하다. 내수시장도 중동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크다. 최근 이란이 주요국과 핵협상을 타결해 경제제재의 봉인이 풀렸다. 이란은 2016년 주목받는 시장 중 한 곳이 될 전망이다. 이란은 이제 한국에 선택이 아닌 필수다. 

김욱진 KOTRA 이란 테헤란무역관 과장

이란에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사우디가 이란과 단교를 선언한 2016년 1월3일, 사우디 대사관이 있던 테헤란의 부스탄 거리는 ‘님르 바크르 알님르’라는 새로운 이름이 붙여졌다. 알님르는 사우디 내 소수 이슬람 종파인 시아파를 대표하는 성직자로 돌연 사형을 당했다. 사우디 정부는 테러 혐의를 받고 있는 이들에 대한 정당한 사형 집행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시아파를 대표하는 이란의 반발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란에서는 즉각 시위대가 집결했고 사우디 대사관과 총영사관은 군중의 공격을 받았다. 사우디는 당장 외교관계 단절을 공표했고 이란은 사우디산 제품 금수 조치로 맞불을 놓았다.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와 시아파 맹주 이란의 대립은 사실 해묵은 문제다. 다만 이란과 사우디의 대립을 단순히 종파 차이로만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란은 2015년 7월14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과 핵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했다. 사우디는 이를 격렬히 비난했다. 이란이 기나긴 제재를 벗어나 역내에서 본격적으로 경제활동을 시작하면 사우디가 입을 타격이 만만치 않다. 이란은 사우디의 2.5배가 넘는 내수시장을 보유하고 있고 자원이 풍부하다. 사우디가 유가 하락을 무릅쓰고 증산을 고집한 까닭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이란과의 원유 패권 다툼에서 밀릴 수 없다는 절박함이 작용했을 것이다.

   
▲ 이란의 내수시장 규모는 사우디아라비아의 2.5배가 넘는다. 이란 테헤란의 대형 재래시장에서 한 여성이 물건을 들고 걸어가고 있다. REUTERS

이란은 2015년 12월 초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서 제재가 해제되면 즉각 50만 배럴 이상 생산을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이란의 하루 생산 한도는 약 330만 배럴이지만 현재 일일 평균 산유량은 280만 배럴에 머무르고 있다. 사우디의 하루 평균 초과 산유량이 200만 배럴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터무니없는 주장은 아니다.

이란은 제재가 풀리면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메이저 플레이어로 도약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이미 밝혔다. 원유·천연가스 생산 및 수출을 늘려 바닥난 국가재정을 회복하고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에도 활발히 나설 것이다. 이란 정부는 2015년 12월 말 테헤란에서 투자 유치 콘퍼런스를 열고 50개 원유·천연가스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액수로 환산하면 1800억달러(약 218조5천억원)가 넘는 큰 규모다.

2016년 이란 경제가 꿈틀거린다

우선 이란은 한반도의 7.5배에 달하는 커다란 나라다. 지정학적으로 아시와와 유럽, 러시아를 연결하는 중요한 고리로 평가받는다. 또 남부의 해안지대를 이용한 물류의 출입이 용이하고 인접국과의 도로·철도 등 기반시설도 비교적 우수하다. 인구는 8100만 명에 이르며, 중동 최대의 내수시장이다. 전체 인구의 60%가 30대 이하로 구성된 젊은 국가로, 양질의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

2014년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1위로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에너지 강국이다. 1990년대부터 5년 단위로 ‘경제·사회 개발계획’을 수립해 산업화를 꾀하며 석유 의존 경제를 탈피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란호드로(Iran Khodro), 사이파(Saipa) 등 자국 자동차 브랜드가 있으며, 연 150만 대 이상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2015년 11월 기준, 이란은 우리나라의 26위 수출 대상국이다. 전체 수출량의 0.71%인 34억4천만달러(약 4조1천억원)를 수출했다. 주요 수출 품목은 가전제품, 합성수지, 자동차 부품이다. 이란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은 인지도가 매우 높으며, 유럽 브랜드와 경쟁하고 있다. 기아자동차의 프라이드는 이미 국민차 대열에 올랐다. 기아자동차가 사이파와 합작해 2005년까지 프라이드를 현지에서 생산·판매하고 조립라인을 넘겼기 때문이다. 이후 사이파는 사바(Saba·프라이드 베타), 나심(Nasim·프라이드)이라는 이름으로 프라이드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

이란은 건설·플랜트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주요 수주 시장이기도 하다. 이란은 원유 생산량에 비해 정제 기술이 부족하고 전반적인 도시 인프라가 미흡해 건설 수요가 많다. 경제제재가 완화됨에 따라 1800억달러(약 218조5천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발주가 예상된다. KT&G는 2008년 이란 현지 생산법인을 설립하고 담배 제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5년 생산 목표는 5억 개비에 달하며 에쎄(ESSE) 브랜드는 2014년 기준 시장점유율이 30%에 이를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의외로 한국에 대한 이란인들의 애정은 각별하다. 2006년 처음 방영된 드라마 <대장금>은 시청률이 90%를 기록할 정도였다. 또 이란의 태권도 인구는 한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120만 명에 달한다. 그럼에도 이란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성공적인 현지 진출을 위해서는 해당 국가에 대한 관심이 필수적이다.

우리가 아는 이란, 당신이 몰랐던 이란

많이 오해하지만 이란은 아랍의 일부가 아니다. 이란인과 비즈니스를 할 때 이 점은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 이란인을 아랍 사람과 동일시해서는 낭패를 보기 쉽다. 이란에서는 이슬람 이전 아랍의 역사를 ‘무지의 시대’(Jahiliyya·자힐리야)로 구분한다. 이란은 이슬람이 유입되기 전에도 고대 중동 역사의 중요한 축을 이루는 페르시아 문화를 보유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란인들은 국제 정세 불안으로 지속된 경제 악화에도 불구하고 페르시아 문명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내재하고 있다. 만약 이란 바이어를 자신보다 문화 수준이 낮다고 여기는 아랍 문화권의 일부로 취급하면 거래가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 2016년 1월 이란의 스키 동호회 회원들이 테헤란 북서부 디진 스키 리조트의 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이란은 전체 인구의 60%가 30대 이하로 구성돼 있다. REUTERS

언어 역시 마찬가지다. 이란의 국어인 페르시아어는 아랍어와 완전히 다르다. 또 1935년 ‘페르시아’에서 변경된 국호 ‘이란’은 아리아인의 나라라는 뜻이다. 혈통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란인은 인도-유럽어족이고 아랍인은 셈족이다. 이란인과 비교해 아랍인은 피부색이 더 검고 머리카락이 곱슬한 경우가 많다. 이처럼 역사적·문화적·민족적 배경이 다른 사람들을 지리적·종교적 이유만으로 같은 아랍권으로 묶어 인식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결례다.

이란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혼동되는 여러 개념을 확실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아랍’ 혹은 ‘아라비아’라는 말은 민족적 개념에서 파생된 단어로, 아랍어를 사용하고 이슬람교를 국교로 정한 나라를 통칭한다. 이슬람은 종교적 개념이다. 비아랍권 무슬림 국가도 존재하므로 이슬람과 아랍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중동’이라는 단어는 지리적 개념으로, 영국인이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리하자면 이란은 종교적으로 이슬람 국가이며 지리적으로 중동에 속하지만, 민족적·언어적으로 아랍이 아니다.

체면을 중시하는 이란인에게 ‘터로프’(Taarof)라는 특유의 빈말 문화가 있다. 터로프는 의도적으로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높여 서로의 체면을 지키는 언어 습관으로, 매우 다양하고 시적이다. 몇 가지 소개하면 ‘난 당신을 위해 희생할 거예요’(고맙습니다), ‘당신은 내 눈동자 위에서 걸을 수 있어요’(환영합니다), ‘당신 눈의 빛이 되고 싶어요’(훌륭합니다) 등이다.

터로프 습관은 문화적·역사적·종교적 배경과 연계해 살펴봐야 한다. 공동체 문화의 특성상 이란인들은 말하는 상황, 상대방과의 관계를 발화 내용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또 페르시아어의 80%는 암시적 표현으로 구성돼 있다. 지리상 동서양을 연결하는 요충지인 이란은 역사적으로 침략이 잦았다. 아랍, 투르크, 몽골 등 제국의 점령을 겪으며 대립적인 현실을 피하고 싶은 바람이 언어 습관에 투영된 것이다. 거래시 바이어를 만나 가격 협상을 할 때 상대방의 언어 습관을 완벽히 파악하고 있다면 유리한 입장을 선점할 수 있다. 반면 이란인의 모호한 발언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이란 제재가 해제되면서 국제 유가는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 내 한국 기업의 건설·플랜트 프로젝트 수주가 활성화되면 철강 제품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고 해운 수송량 증가도 기대된다. 다만 이란 제재 해제 효과에 대한 장밋빛 전망만을 쏟아내기에는 저유가, 달러화 강세, 미국 금리 인상 등 이란 경제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란 제재 해제가 진행되는 동시에 저유가 추세가 장기간 지속되면 이는 이란 경제의 딜레마로 작용할 것이다.

중동 경제 패권 다툼의 서막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와 시아파 맹주 이란의 정통성 논쟁은 이제 원유시장의 패권 다툼으로 재연됐다. 이란은 제재 해제의 경제적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저유가를 견디며 무작정 증산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 핵협상 타결 이후 이란 현지화인 리알화의 가치가 10%나 떨어진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시장의 기대심리가 안정되고 거품이 빠졌다는 방증이다.

이란 제재 해제는 닫혔던 시장이 열린다는 측면에서 분명 한국 기업에는 기회다. 우리나라는 제재 기간 동안 이란 시장에서 선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해 무역 거래시 대체 결제가 가능하며 한국산 제품의 인지도도 높아졌다. 다만 제재가 완화될 경우 한국이 누리던 프리미엄은 사라지게 된다. 이란 수출을 늘리고 대형 프로젝트를 차지하려는 주요국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란 제재 해제시 시장을 선점하려는 각국의 속셈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저성장과 디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세계경제의 상황에서 한국이 이란 시장을 더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까닭이다.

kimwookjin@kotra.or.kr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세계 각국의 최신 경제 흐름과 산업 동향을 소개한다. KOTRA는 전세계 83개국에 121개의 해외 무역관을 보유한 ‘대한민국 무역투자 정보의 메카’로 생생한 해외 정보를 수집·전달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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