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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택시장, 진짜 전쟁은 계속된다
[Special Report]'하우스 푸어' 시대
[5호] 2010년 09월 01일 (수) 김수현 economyinsight@hani.co.kr

인간의 제어할 수 없는 욕망과 착각, 수요와 공급의 시차 등으로 인해 집값의 흐름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최근 향후 주택 가격에 대한 기대심리가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전세계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가격 상승은 한계에 도달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파트를 가진 게 고통인 시절이 도래한 것일까? 주택시장 침체 속에 번듯한 집에 살지만 대출금을 갚느라 허덕이는 이른바 ‘하우스 푸어’가 새로운 사회·경제적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집값이 올라서도 안 되지만 빠른 속도로 폭락하는 것도 경제 전체에 큰 타격을 초래한다. 가히 ‘부동산 인질’ 사회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하락 추세를 보이는 근본 원인은 무엇이며, 주택시장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편집자

김수현 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교수·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연일 집값이 논란이다. 폭락할까, 아니면 머잖아 다시 오를까? 집값 하락과 함께 번듯한 집에 살지만 대출금 갚느라 허덕이는 이른바 ‘하우스 푸어’도 관심을 끌고 있다. 그 수가 약 200만 명에 이른다고 하고, 텔레비전의 기획 프로그램들은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하고 있다. 정부는 집값을 안정시키면서도 거래는 활성화할 수 있는 묘책을 찾느라 전전긍긍이다. 가계 자산의 80% 가까이가 부동산에 묶여 있기에, 올라도 문제지만 내려도 문제된다.
집값은 정말 어떻게 될까? 참으로 어려운 질문이다. 가장 극적인 사례가 미국이다. 우리 사회가 맹신하다시피 하는 ‘자유시장’ 미국은 1970년 이래 40여 명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말하자면 경제전문가가 넘쳐나는 나라다. 그곳의 ‘경제 대통령’ 앨런 그린스펀은 집값이 한창 오를 당시 주택가격 급등은 거품이 아니라 신경제의 성과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모두가 자산 효과라는 달콤한 거품에 취해 있을 때, 이미 파국은 시작되고 있었다. 결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미국의 집값은 그동안 올랐던 만큼 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상황은 비슷하다. 2005년과 2006년에 집값이 폭등할 무렵, 국내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도 상황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 연초의 예상과 연말의 결과는 형편없이 차이가 났다. 당시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의 상상력으로도 유례없는 과잉유동성과 부동산 증권화 현상의 결과가 어디에 이를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일본에서 1990년에 부동산 거품이 붕괴된 직후, 집값이 20년간 내리 내려갈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도 없다. 그럼에도 감히 2010년 한국의 부동산 시장을 예측해보자.
집은 일반 상품과 달리 시장 실패나 왜곡이 일어날 소지가 매우 많은 물건이다. 무엇보다 장소에 고착돼 있기 때문에 부족하다고 해서 다른 곳에서 가져올 수 없다. 값이 오르면 그린벨트를 풀고 더 고층으로 지으면 된다지만 토지 공급에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즉,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따라서 집값이 올라 공급을 늘리더라도 시장이 바로 안정될 리는 없다. 오히려 ‘부족의 착각’ 때문에 집값은 더 오르게 된다. 이렇게 허겁지겁 공급한 집들이 정작 입주할 무렵이 되면 수요자를 찾을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미 수요는 줄어들었는데, 그때야 물량이 쏟아져나오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간의 제어할 수 없는 욕망과 착각, 수요와 공급의 시차 등으로 인해 집값의 흐름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아직 장기 폭락 단계에 도달하지 않아
그러나 몇 가지 원리를 이용하면 ‘추세’는 분명히 진단할 수 있다. <그림>에서 보듯이 집값에 장기적 영향을 끼치는 변수는 인구와 산업구조 변화다(①). 대개 경제가 성숙 단계에 이르면 대규모 부동산 수요는 감소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폭락설이 난무하는 것도 저출산·고령화의 영향이 곧 가시화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이런 장기 흐름은 실제 시장 상황에서 쉽게 느낄 수 없다. 훨씬 짧은 주기로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가장 큰 변수는 주택 자체의 과잉 공급과 과소 공급을 반복하는 속성이다. 우리나라에서 10년 주기론(3∼4년 상승, 6∼7년 안정)이 있는 것도 대체로 그런 사정으로 이해하면 된다(②). 고용 상황이나 경제 상황도 이런 과정에 영향을 끼친다. 더구나 과잉유동성에 따른 자산 거품은 오르고 내리는 진폭을 더욱 크게 만든다. <그림>에서 가장 짧은 주기의 그래프(③)는 유동성이나 정부 정책 변수와 같이 단기간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들이다.
결국 부동산 시장은 장기·중기·단기 요소들의 조합에 따라 변한다고 보면 된다. 이 중 어느 곡선이 더 크게 영향을 주느냐에 따라 시장 상황이 달라지는데, 2000년대의 전세계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은 단기간에 그쳤어야 할 과잉유동성이 너무 오래 확장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장기 흐름상 주택가격이 더 이상 오르기 어려웠지만 단기적 영향으로 이상 급등했던 나라들은 예외 없이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미국·영국·아일랜드 등). 반면 장기 추세가 여전히 상승 국면에 있는 국가들은 이번 위기의 여파가 훨씬 적다. 특히 중국처럼 인구의 도시 집중과 산업 성장이 계속되는 신흥국가에서는 오히려 반등하기도 한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나라 시장을 생각해보자. 먼저 장기 추세다. 인구 및 가구 예측에 대해 몇 가지 시나리오가 있지만, 적어도 수도권의 인구는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오히려 2020년 정도가 정점이 될 것으로 본다. 10년의 여유가 있는 것이다. 중기적으로는 누적된 주택 공급 물량과 오래 지속될 고용 불안정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본다. 또한 단기적으로도 과거와 같은 신용 팽창은 어려울 것이기에 낮은 유동성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 정책이 어떻게 바뀌더라도 시장의 심리를 흔들어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장기 추세는 아직 급격한 하강 국면은 아니지만 중·단기 요소들은 하강 압력이 지속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일부에서 우려하는 일본식 장기 거품 붕괴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는 앞에서 설명한 대로 인구구조가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것 외에도 전반적인 주거 수준이 선진국보다 낮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가격이 하락할 때 수요가 회복될 저지선이 있다는 것, 또한 우리나라 특유의 전세제도로 인해 담보대출인정비율(LTV)이 매우 낮기 때문에 은행 부실과 그에 따른 연쇄적 가격 하락이 나타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 등이 이유다. 다만 중기적으로 하락은 불가피한데, 전체적으로 보자면 향후 3∼4년 정도 주택가격 하향 안정 추세가 계속될 것 같다. 
   
경기도 과천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 나붙은 현수막

 ‘부동산 불패론’의 미련을 버려야

하지만 이번에 주택가격 거품 붕괴가 없다고 해서 안전한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인구구조가 정점을 찍게 되는 2020년까지 제대로 연착륙하지 못한다면 그때는 진짜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도 과거 관성대로 부동산 경기부양에 매달리고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는 수급 불균형 현상을 더 크게 부풀려서 마구잡이식 공급을 한다면 진짜 거품 붕괴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번의 위기를 계기로 ‘부동산 불패론’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진정한 주택정책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몇 가지 핵심 과제가 있다.
 우선 ‘자가-민간임대-공공임대’의 균형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흔히 자가가 가장 좋은 것이고 공공임대가 다음이라고 생각한다. 민간임대는 내 집이 아니어서 불편할 뿐 아니라 불안정하고, 전세금도 수시로 올려야 하기 때문에 극구 피해야 할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서 자기 집에 사는 비율이 55%밖에 안 되기 때문에 내 집 마련을 촉진해야 한다는 게 진보든 보수든 공통된 입장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자가 소유율은 이미 60%를 넘어섰다. 일본의 자가 소유율이 1968년 이후 지금까지 61%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도 이미 정점에 근접한 것이 아닌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뜻하는 것은 민간임대에 거주하더라도 안정적이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여건을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현재 전세금 반환 위주로 설계된 임대차보호제도를 선진국형 임대차제도로 전환해야 한다. 임대용 주택은 예외 없이 등록하게 하고, 여기다 자동 계약갱신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다만 전세 과세를 포함한 임대소득세는 단계적으로, 또 영세 가옥주에게는 예외를 두면서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현재 ‘다주택자’ 문제로만 인식되는 임대사업자를 선진국 수준의 공식적인 주택 제공자로 전환시키는 일이 과제다. 실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세계 각국의 주택정책 전문가들은 자가 소유 확대에 쏠렸던 지난 10여 년간의 정책을 반성하면서 민간임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고용 불안정이 심화되고 유동성이 높아진 사회에서 안정적 민간임대 시장은 서민에게 효과적인 대안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공공임대주택을 계속 늘려야 한다. 현재 전체 가구의 3% 정도만 거주할 물량을 가진 상태에서는 안전망 구실을 하기도 어렵다. 일본은 6.4%, 세계적으로 집값이 비싸다는 홍콩은 무려 34%가 공공임대주택에 살고 있다. 최소한 일본만큼이라도, 나아가 전체 가구의 10%가 살 수 있는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주거복지 정책이기도 하지만 지금처럼 주택 경기가 바닥에 있을 때 가장 부작용이 적은 경기부양책이기도 하다. 홍수가 나면 쓸려가 버릴 4대강 사업보다 몇 배나 효과가 높은 정책인 것이다.
다음으로 10년간 꼭 정착시켜야 할 분야는 개발이익환수다. 이미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도 있고 재건축사업 개발이익환수 제도도 있다. 그러나 규제 완화다 뭐다 해서 이를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많다. 실제 이명박 정부 들어 상당 부분 완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총부채상환비율(DTI) 제도를 경기 상황에 관계없는 일종의 규범으로 보려는 것처럼, 개발이익환수도 우리 주택정책이 지켜야 할 원칙에 해당한다. 앞으로 기존 시가지 재개발사업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저층을 고층으로 짓는 과정에서 발생한 개발이익은 공공과 함께 나누는 것을 원칙으로 세울 필요가 있다.
 
멈출 수 없는 부동산과의 전쟁 

마지막으로 앞으로 10년간 부동산 관련 세제를 지속 가능한 형태로 정착시켜야 한다. 집값이 오를 때는 허겁지겁 올리다가 내릴 때는 또 죄다 내리는 ‘널뛰기 세제’를 끝내야 한다. 경기 상황에 따라 강약을 조절할 세금도 있지만, 대부분은 규범으로 정착시켜둬야 할 일이다. 여기서 여전히 중요한 원칙은 ‘보유세는 높이고, 거래세는 낮추는’ 것이다. 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는 점진적으로 임대소득세제로 그 중심을 전환해야 한다. 다만 그런 방향으로 정착되기까지는 그야말로 전략적인 준비와 단계가 필요하다. 국민의 마음을 얻되 일관되게 나가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가히 ‘부동산 인질’ 사회에 살고 있다. 올라서도 안 되지만 내려서도 안 되는 이상한 사회다. 지난 40년을 돌이켜보면, 정책의 잘잘못보다도 기본적으로 인구가 도시로 몰리고 경제가 급팽창하는 상황에서 불패 신화가 깨지기 쉽지 않았다. 1960년부터 90년까지 30년간 서울 인구는 매년 28만 명씩 늘어났고, 경제도 연평균 약 8%씩 성장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저출산·고령화에다 저성장 시대에 들어섰다. 거품 붕괴가 겁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번 위기가 당장의 파국이 될 것 같지는 않다. 10년의 여유가 주어진 것이다. 이 기간에 우리는 부동산에 대한 사회적 규범을 정착시켜야 한다.
지난 노무현 정부는 집값과의 전쟁을 벌였지만 상상을 넘어선 과잉유동성 앞에 지고 말았다. 그러나 시장 투명화, 보유세 강화, 공공임대주택 확대, DTI 정착이라는 성과를 남겼다. 당대의 평가는 인색하지만, 시장 상황도 그나마 선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더 큰 파국을 막으려면 역설적으로 그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 당면한 부동산 시장 침체에 대응해 가계 부도를 막거나 미분양을 해소하는 등 미시적인 대책은 필요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10년 뒤의 진짜 전쟁을 위해 계속 전투 모드에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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