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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미 금리 인상과 음모론
[69호] 2016년 01월 01일 (금) 정의길 economyinsight@hani.co.kr

정의길 <한겨레> 선임기자

금리, 유가, 달러 환율은 음모론의 좋은 대상이었다.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워낙 중대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1974년 오일쇼크를 둘러싼 음모론이다. 오일쇼크는 결국 미국의 달러 지배를 회복하기 위한 음모였다는 것이다. 미국 달러는 1960년대 중반 이후 미국 재정적자로 비틀거리다가, 결국 달러-금 태환 정지 선언까지 이르렀다. 이는 전후 세계경제 체제인 브레턴우즈 체제의 붕괴였다. 곧 석윳값이 4배로 급등하는 오일쇼크가 일어났다. 석윳값 급등은 미국이 석유 결제 대금을 달러로만 지급한다는 조건을 허락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주머닛돈이 쌈짓돈이라는 논리다. 즉, 산유국들의 오일머니는 미국의 금융기관에서 돌고 돌면서 결국 미국이 가용할 수 있는 돈에 불과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런 기획은 미국과 유럽의 유력 인사 모임인 ‘빌더버그 그룹’에서 했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미국 달러 지배는 균열은커녕 더 공고화됐다. 또 폭등했다가 1980년대 들어 폭락한 유가는 소련 붕괴의 한 원인이 됐다. 당시 세계 최대 산유국이던 소련은 폭등한 유가에 취해 경제의 구조조정 없이 국력을 전세계적으로 전개했다가, 1980년대 중반 이후 유가가 폭락하자 걷잡을 수 없는 체제 이완이 시작됐다.
 
달러 가치를 급락시키고 일본 엔화 가치를 급등시킨 1985년 플라자 합의 역시 결과적으로 음모론의 대상이 됐다. 1980년대 들어 세계를 집어삼킬듯이 약진하던 일본 경제는 플라자 합의에 따른 엔화 급등이 빚어낸 거품에 취했다. 일본은 미국을 상징하는 부동산을 마구 사들였다. 이를 두고 일본이 미국 부동산과 기업을 샀다고 해도 그것들은 여전히 미국에 남아 있다는 말이 나왔다. 결국 부처님 손바닥 안에서 논다는 것이다.
 
1990년대 들어 일본 경제가 쓰러진 자리에서 ‘강한 달러’가 시작됐다. 강한 달러는 전세계의 자금을 미국으로 다시 환류시켜 전세계에 대한 미국의 금융지배를 공고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쇠잔하던 미국의 월가는 비약적으로 경쟁력을 키웠다. 1990년대에 빈발했던 아시아 외환위기 등 각종 신흥국의 금융위기 역시 이와 연관한 음모론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 REUTERS

금리와 환율을 주무르는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자체가 미국 월가 은행들의 세계 지배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은 미국에서 아주 대중화된 음모론이다. 2015년 12월16일 미국 연준이 2006년 이후 처음으로 금리를 올렸다. 이번 금리 인상만큼 긴 논란이 벌어진 적은 없었다. 세계경제는 여전히 2008년 금융위기가 부른 불황의 와중에 있는데 미국이 홀로 금리 인상에 나선 것이 정당하냐는 것부터 시작해, 그 효과를 둘러싼 논전이 2015년 한해를 달궜다.
 
금리 인상의 충격은 미국이 아니라 신흥국이 받을 것이라는 주장에는 모든 경제분석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저금리로 풀린 돈이 신흥국의 부채와 통화를 취약하게 만든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신흥국으로부터 자금 이탈을 가속화할 것이란 예상이다. 만약 이런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그 결과는 무엇이 될까? 신흥국 경제의 ‘파이어 세일’(헐값 매각) 등으로 미국 금융자본들의 지배력 공고화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미국과 패권을 다투는 중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위안화 가치를 떨어트리고, 위안화를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을 구성하는 통화로 인정받은 것은 중국이 미국의 달러 패권에 휘둘리지 않으려는 사전 포석이 아닌가? 굳이 음모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들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가져올 효과가 워낙 불투명하다. 음모론까지 동원해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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