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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책] 주식 한탕 그 기다림의 미학
<워렌 버핏의 위대한 동업자 찰리 멍거>
[69호] 2016년 01월 01일 (금) 홍유숙 economyinsight@hani.co.kr

홍유숙 번역자

“분산투자가 답이다.” “펀드에 매월 꼬박꼬박 부어놓고 묵혀라.” 주식투자에 대해 증권사나 은행 직원들이 가장 흔히 하는 말이다. “내가 젊었을 때 친구 말을 믿고 몇천만원을 주식에 몰빵 투자했는데 다 날려버리는 바람에 마누라한테 입도 뻥긋 못해.” 이는 주식에 투자해본 월급쟁이를 한명이라도 알고 있다면 적어도 한번은 들어봤을 실패 무용담일 것이다.
 
   
▲ <워렌 버핏의 위대한 동업자 찰리 멍거> 트렌 그리핀 지음 | 홍유숙 옮김 | 처음북스 펴냄 | 1만6천원

그런데 주식투자로 세상에서 가장 크게 성공한 사람인 ‘오마하의 현인’(오마하는 워런 버핏의 고향 -편집자) 워런 버핏이나 그의 회사 버크셔해서웨이의 행보를 찬찬히 살펴보면, 그들의 투자 패턴은 이 이야기와 상반된 모습을 보여준다. 분산 투자가 답이 아니라 ‘몰빵’이 답이었다. 워런 버핏은 주가가 바닥을 치는 바로 그 시점에 과감하게 현찰을 탈탈 털어 몇몇 회사의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였고, 남들이 홀린 듯이 주식을 사댈 때 미련 없이 주식을 내다 팔았다. 할인한 가격에 사들인 회사를 꾸준히 보유하되 경영은 전문인에게 온전히 맡기면서 지속적으로 현금을 창출해냈다.

이런 ‘한탕’을 몇십년에 걸쳐 꾸준히 실현한 덕에 그는 지금의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그뿐만 아니라 힘들게 일궈낸 회사의 창업자들이 기꺼이 회사를 매각하고 싶어하는 대상이 될 정도로 존경받고 신뢰받는 존재가 됐다. 이런 성공 뒤에는 버크셔해서웨이의 파트너인 직설적이고 날카로운 ‘찰리 멍거’가 든든하게 버티고 있다.

찰리 멍거는 버크셔해서웨이의 선지자적 부회장이면서, 워런 버핏에게 절대 없어선 안 되는 금융 파트너다. 그는 거듭해서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투자 성적을 보여왔으며 누구라도 그런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 믿는다. 찰리 멍거는 경제학· 경영학·심리학·윤리·경영 등 다방면을 결합한 심리적 모델인 ‘세속적 지혜’라는 개념에 근거해 투자 결정을 하며 감정을 철저하게 배제한다. 이 책은 최초로 멍거의 인터뷰, 연설, 글, 주주에게 보내는 편지들은 물론 펀드매니저·가치투자자 등 다양한 전문가들의 해설을 덧붙여 멍거의 투자 전략에서 나타나는 핵심 단계들을 짚어나간다.

찰리 멍거는 어떻게 몰빵을 하고도 남들은 한번도 해내기 어려운 한탕을 계속 오랜 기간 해낼 수 있었던 것일까? 찰리 멍거와 워런 버핏은 주식을 부지런히 사고파는 일은 하지 않는다. 그들은 쉽게 가치를 계산 할 수 있는 몇개의 주식에 집중한다. 이해할 수 없는 첨단 기술이나 사람의 투기를 근거로 가격이 변동하는 금처럼 본인에게 어려운 분야는 과감하게 배제한다. 주식 가치를 계산할 때 핵심 고려 요소는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지속 가능한 경쟁력, 즉 ‘해자’(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주변에 파놓은 도랑으로 워런 버핏이 처음 제시한 개념 -편집자) 이다.

그리고 자신들이 계산한 가치보다 시장가격이 내려가기를 참을성 있게 기다린다. 지금 한순간의 유혹에 혹해서 사들인 주식이 떼돈을 벌어줄 때가 다음주에 올 것이라고 장담하는 대신, 가격이 충분히 헐값이 될 때까지 기다린 뒤 그 시기가 오면 과감히 베팅한다. 일단 베팅을 하고 나면 또다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참을성 있게 주식을 매각할 시기가 올 것을 기다린다. 모든 사람이 주식시장의 황금기에 너도나도 돈을 쏟아붓는 그 순간에 과감하게 주식을 매각한다. 즉, 시장과 정반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군중심리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단순한 배짱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가치 투자의 핵심 원칙을 머리로 이해한다고 해서 그대로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총체적 관점에서 다양한 시각으로 현상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하고, 내가 무의식적으로 빠질 수 있는 오판의 함정을 항상 경계하고 멀리해야 한다. 그리고 몇개의 적절한 품성을 가져야 한다. 이 모든 것은 꾸준한 훈련과 사색,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자질이다. 마지막으로, 흔들리지 않는 참을성을 갖고 꾸준히 기다려야 한다. 결국 주식투자란 기다림이 성패를 결정하는 셈이다.

주식투자를 잘하려면 차트 분석이 아니라 인문학 공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 분산투자를 하면 시장보다 뛰어난 실적을 올릴 수 없다는 이야기, 시장은 조울증 환자라서 모멘텀은 절대 맞출 수 없다는 이야기를 읽어 가다보면, ‘도대체 왜?’라는 호기심을 갖게 된다. 열심히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기다림이 주식투자의 가장 큰 미학이라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개미처럼 일해야 성공할 줄 알았던 믿음이 허무해지기까지 한다.
 
이 책은 주식투자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성공적 인생을 일궈내는 방법에 대한 지침서이기도 하다. 어느 쪽으로 과하게 쏠리지 않고 적절한 시기에 과감하게 움직이되, 그때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찰리 멍거의 관점은 주식투자는 물론 삶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충고다.

본문 가운데 수학 공식은 딱 한줄이 나올 뿐이고, 기술 분석 용어는 단 한개도 없다. 당신이 주식투자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더라도 손쉽게 읽어 내려갈 수 있을 만큼 쉽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책 한권 만으로도 주식투자 요령을 마스터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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