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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금리 인상보다 수출 감소가 더 큰 리스크”
여성 첫 은행장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69호] 2016년 01월 01일 (금) 김정필 economyinsight@hani.co.kr

“입행한 지 38년이 됐다”고 하자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은 “정말 오랜 세월”이라며 웃었다. 그는 1978년 기업은행에 입사한 뒤 ‘국내 최초 여성’이란 수식어를 잇따라 달며 1급 승진, 지역본부장, 부행장으로 차근차근 승진했다. 보수적인 은행가의 전통을 깨고 그는 2013년 12월30일 첫 여성 은행장의 자리에 올랐다. 350만개에 이르는 국내 중소기업의 정책금융을 현장 지휘하는 IBK기업은행장 자리는 권한만큼 책임이 막중하다. 그는 지난 2년을 되돌아보는 물음에 ‘소중한 시간’ ‘영광스러운 소임’이란 표현으로 그 무거움을 빗댔다. 권 행장의 임기는 이제 1년 남았다. IBK기업은행의 2016년 경영 전략에 담긴 국내 경기 전망과 리스크 요인을 들어봤다. 

김정필 부편집장
 
취임 2년을 맞았다. 순항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빈말이 아니고, 직원들이 열심히 해줬고 고객들이 사랑해준 결과다. 직원들이 온전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은행장의 역할임이 맞다. 그런 환경을 만들려고 직원들과 소통을 많이 했다. 또 모든 것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하려고 했는데, 직원들이 그것을 신뢰해줬다.
 
   
▲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은 국내 첫 여성 은행장이라는 타이틀로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취임했다. 그는 최고경영자(CEO)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어떤 역할도 소홀하고 싶지 않다. 한겨레 김진수 기자
 
경영철학은 무엇인가.
 
‘희망경영’이다. 여기에는 네가지 뜻이 담겨 있다. 첫째, 강한 기업은행이 되겠다는 ‘내실 성장’(Healthy)이다. 둘째, 고객과 직원, 직원과 직원 사이 ‘열린 소통’(Open)이다. 셋째, 중소기업 금융을 선도하는 ‘시장 선도’(Pioneering)이다. 넷째, ‘책임경영’(Empowering)이다. 이는 현장 직원에게 자율과 책임을 부여해 고객 요구에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도 직원의 업무 성취도를 높일 수 있다.
 
은행권의 수익 기반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 2016년 경영 변수로 무엇을 꼽나.
 
2016년 경영 환경은 사자성어로 정리하면 ‘사면초가’(四面楚歌)다. 어디를 둘러봐도 여의찮은 상황이다. 우선, 업권의 경쟁 심화로 인해 은행 사업이 레드오션화된 가운데 앞으로 수익 창출 전망이 불투명하다. 은행권의 NIM(순이자마진)이 1.56%로 역대 최저다. 2016년에는 만능 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비대면 실명확인제’ 도입, 정책금융 개편 등 금융 환경과 패러다임이 급변하게 된다. 저금리의 영향으로 잠복해 있던 한계기업이나 가계부채와 같은 구조적 문제점이 미국 금리 인상이나 중국 경제의 경착륙 등 외부 충격으로 현실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중소기업 경기 전망 ‘암울’ 
 
미국이 9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에 따른 영향은 어떻게 보나.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했더라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국내 금리를 어떻게 할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이해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국내 모든 경제주체가 미국 금리 인상을 어느 정도 예상한 상태다. 그렇지만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시장금리에는 일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은 자연스럽게 기준금리 동향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중소기업이 금리 리스크에 노출되는데, 은행으로서는 기업고객에 제도적으로 유동성을 풍부하게 제공하도록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금리 리스크에 따른 중소기업들의 건전성은 어떤가.
 
사실 금리 인상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글로벌 무역 볼륨이 줄어들기 때문에 국내 기업의 수출이 감소하는 문제다. 글로벌 기업은 글로벌 경쟁에 노출돼 있다. 이런 기업들의 매출과 이익 발생 리스크가 금리 변동성보다 더 심각하다고 본다. 대기업이 중국과의 시장 경쟁에서 밀리면 구조조정을 안 할 수가 없다. 중소기업도 거기에 맞춰 구조조정에 휘말리게 된다.
 
이 때문에 우리가 기업고객에 컨설팅할 때는 매출처 다변화, 수출 지원, 유관 기관 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해야 기업에 도움이 된다. 2016년 미국 금리가 1%까지도 올라갈 수 있다. 금리 인상으로 기업들의 영업 외 비용이 늘어나 힘들어질 수는 있다. 하지만 우리가 더 힘을 쏟아야 할 부분은 글로벌 시장과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원 시스템을 튼튼히 하는 것이다.
 
기존에 은행들이 재무제표만 보던 것을 요즘은 기술력을 감안해 대출해주기도 한다. 또 구조조정 과정에서 퇴사하는 분들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많이 하는데 일정 역할을 하는 분들이 있다면 유동성 공급을 해준다. 이런 방식으로 은행 사이드에서 제도적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역할을 찾아야 한다.
 
현재 중소기업의 체감경기는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체감경기를 대표하는 생산활동, 설비 투자, 자금 사정 모두 어려운 상황이다. 생산활동은 재고 누적에 따른 생산 정체가 지속되면서 생산-재고 지수 격차가 외환위기 이후 최대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탓에 생산활동 정체에 따른 가동률 하락으로 신규 설비 투자도 동반 하락하는 모양새다. 매출과 수출 부진이 지속되면서 내부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는 양상이다. 자금 사정을 보여주는 지표가 2015년 6월 이후 크게 악화하고 있다.
 
2016년 경기는 어떻게 전망하나.
 
한마디로 ‘엄동설한(嚴冬雪寒)에 초가집’과 같은 형국이다.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둔화의 ‘G2 리스크’ 등 녹록지 않은 외부 환경이 ‘엄동설한’과 같다. 이런 혹한에 우리가 처한 현실은 ‘초가집’을 연상시킨다. 역대 최대 규모의 가계부채와 최근 급증하는 한계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허약해진 기초 체력 탓이다. 2016년에는 내수 및 수출 둔화의 여파로 경기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 권선주 은행장은 2016년이 그 어느 해보다 힘든 시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둔화의 대외 리스크 속에 대내적으로는 기업의 수출 감소와 가계부채 증가가 위험 요인으로 잠복해 있다고 진단했다. 한겨레 김진수 기자
이런 상황 때문에 중소기업 지원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경기회복이 더디고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대내외 여건이지만, 중소기업 저변 확대와 자생력 강화를 위한 자금 지원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2015년 10월 말 현재 43조7천억원의 중소기업 대출을 지원했고, 2016년에도 자금 지원을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창업과 성장 촉진을 위한 정책금융 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다. 신성장산업과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강소 수출기업 등 미래 성장동력 분야에 자금 지원을 집중할 계획이다. 예를 들면, 신재생에너지와 신소재·바이오·관광·물류·콘텐츠 산업 등이다.
 
신년 경영 계획의 중심은 무엇인가.
 
크게 세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우선 전략 방향은 역시 수익 기반 확대다. ISA와 연금시장처럼 고객 트렌드와 정부 정책 변화에 따라 새롭게 열리는 시장을 발 빠르게 준비할 계획이다. 중소기업 금융과 관련해서도 기술신용대출을 정착시켜 창업기업과 성장기업에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다음은 미래시장의 선점이다. 핀테크(FinTech·금융+정보기술)를 활용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적극 발굴할 것이다. 스마트 플랫폼인 ‘i-ONE뱅크’를 마케팅 채널의 중심이 되도록 개선하겠다. 이는 단순 금융 조회 및 소액 이체 거래에서 탈피해 상품 판매 채널로서의 역할을 강화한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위기 대응 강화다. 저금리의 영향으로 잠복돼 있던 한계기업과 가계부채 등 구조적 문제점에 대한 선제적 리스크 관리 강화와 함께 금융위기 관리 체계를 정착시키겠다.
 
개인고객 부문 영업 전략 계획은.
 
최근 ‘비대면 채널’이 많이 중요해졌다. 2016년에는 비대면 채널을 통해 상품에 가입하고 상담도 받는 ‘옴니채널’(Omni-channel)을 구축할 예정이다. 사실 중소기업을 지원하려면 개인고객 기반의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담보대출은 지속적으로 추진하되 상환 능력 점검과 고정금리·비거치식 위주로 상품을 취급할 예정이다.
 
다만 기업은행은 법적으로 가계대출의 경우 직간접적 제한(일반성 여신 비중 30% 초과 지원 불가)을 받고 있다. 가계대출은 총량 확대보다 건전성을 세밀하게 관찰하며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기업고객에는 어려운 한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 기업 구조조정 우려가 많이 있다. 고객이 우려하는 것도 사실이다. 구조조정을 하려는 이유는 고객의 체질 개선을 도와주려는 것이다. 이를 ‘체인지업(Change-up)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이 프로그램을 이행하면 추가 여신도 주고 금리 감면도 하고 컨설팅도 해준다. 다시 말해, 어려운 고객한테 도움이 되는 구조조정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은행이 아무리 도와줘도 자체적으로 매출이 급격히 주는 등 어려운 기업은 항상 생기기 마련이지만, 되도록 기업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겠다는 뜻이다.
 
어느 정도 기업들의 고통은 불가피하다는 말로 이해해도 되는가.
 
구조조정 측면에서 볼 때 ‘고통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맞는 얘기다. 다만 옥석을 가려내서 가능성 있는 기업에 좋은 프로그램을 가동해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여신 심사 자체는 가계든 기업이든 기존보다 기준이 더 엄격해질 수 있다는 말은 드리겠다.
 
기술금융은 초기 단순 자금 지원에서 스타트업 발굴·육성·투자로 발전했다. 다음 단계 비전은 무엇인가.
 
기업은행은 2016년을 ‘기술금융 정착의 원년’으로 설정했다. 금융위원회의 ‘기술신용대출 정착 로드맵’에 따라 기술신용평가를 자체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기술신용평가기관(TCB·Tech Credit Bureau)의 평가모형을 개발하고 기술평가 전문 인력도 충원할 예정이다.
 
2015년 10월 개발을 완료한 ‘중소기업 전용 기술가치 평가모형’을 시범 운용해 평가모형을 정교화할 예정이다. 이와 병행해 기술금융의 급격한 증가에 따른 부실 사전 차단 노력도 필요하다. 기술금융 대출의 일일 연체 점검, 주기적인 운용 현황 모니터링, 이슈 발생시 관련 리뷰를 실시해 사전 건전성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2016년에는 특허 우수기업 지원제도를 시행한다. 정부 정책과 연계한 창업·성장 기업과 미래 성장동력 기업의 기술 사업화 지원도 강화한다. 미래 성장동력으로는 융복합소재·사물인터넷·빅데이터 등 총 19개 분야를 선정했다.
 
그동안 핀테크 성과와 앞으로의 전략을 소개해달라.
 
2015년의 대표적 성과로 통합 플랫폼인 ‘i-ONE뱅크’ 서비스 실시를 꼽을 수 있다. ‘i-ONE뱅크’는 금융권 최초로 계좌 조회, 이체 등의 뱅킹 서비스는 물론 지급결제, 상품 상담(전화·화상) 및 가입, 자산관리 등 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나의 앱에서 예·적금, 펀드, 대출, 카드, 외환 등 222개 상품을 24시간 365일 가입할 수 있는 것이다. 핀테크를 접목한 신사업의 발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주)이리언스의 홍채 인식 기술을 비대면 실명 확인 인증 수단으로 검토 중이다. 홍채인식기를 탑재한 ATM(현금자동입출금기) 서비스는 현재 영업점 2곳에서 시범 운용 중이다.
 
첫 인터넷전문은행 선정에서 고배를 들었다. 추가 신청 계획이 있나.
 
최선의 준비를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금융위원회의 추가 사업자 선정은 시간이 좀 필요할 것으로 보여, 참여 여부는 1차 인터넷은행의 성공적 안착 등 시장 상황과 기업은행의 내부 대응 역량, 적절한 정보통신기술(ICT) 파트너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정하겠다.
 
개인·기업 여신 심사 깐깐해진다
 
문화콘텐츠금융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관객 604만명을 동원한 영화 <연평해전>은 은행권 최초로 투자주관사로 참여했다. 제작비 30억원 투자는 물론 배급사 주선, 외부 투자자 모집 등을 지휘했다. 아울러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역량 있는 우수 중소 제작사를 발굴해 육성하고 있다. 영화 외에 제작비용 조달에 어려움이 많은 공연 분야에도 직접 투자해 영역을 넓히고 있다. 주요 투자 작품으로는 <레미제라블> <캣츠> <프랑켄슈타인> <오케피> 등이 있다. 단기 수익보다 안정적 자금 조달을 통한 지속 가능한 생태계 조성이라는 장기적 비전을 갖고 접근하고 있다.
 
투자 결정은 어떤 프로세스로 이뤄지나.
 
은행권 최초로 문화콘텐츠금융 전문조직을 신설했다. 2012년 1월 경험이 많은 영화·방송 전문가를 영입해 만든 문화콘텐츠 사업팀은 2013년 7월 문화콘텐츠금융부로 승격됐다. 문화콘텐츠 심사 과정은 사전 분석 단계부터 실사, 투자실무협의회 등 신중한 절차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먼저 문화콘텐츠금융부 직원이 모두 참여하는 ‘시나리오 검토 회의’에서 시나리오 구성과 내용, 감독, 배우, 스태프, 제작사의 역량을 함께 논의한다. 여기서 위험 요소에 대한 이슈가 제기될 경우 논의를 지속한다. 재무적·기술적 분석에 더해 기업은행 문화콘텐츠 자문위원, 전문가 의견도 도움이 된다.
 
‘깜짝 현장 방문’을 좋아한다고 들었다.
 
현장을 좋아한다. 직원들과 만나는 시간은 언제나 즐겁고 경영 의사 결정에 큰 도움이 된다. 예고 없이 방문하는 이유는 직원들의 준비 부담을 줄이려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간소화하라고 해도 직원 입장에선 은행장이 온다고 하면 그게 되지 않는다. 아무 때나 편하게 가면 아예 사전 준비가 필요 없다.
 
독자에게 신년 덕담을 부탁한다.
 
흔하지만 우리 고객들은 이런 말씀을 많이 한다. ‘나는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아 왔다’고. 위기를 예측하고 경쟁력을 쌓은 기업은 실제 위기가 왔을 때 오히려 매출을 늘려 기회로 삼는다. 2016년도 세계경제가 전반적으로 어렵지만 위기 속에 기회를 잡는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한해가 됐으면 한다.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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