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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그물망과 미꾸라지 경영진
[Scholars Column]
[5호] 2010년 09월 01일 (수) 루이지 징갈레스 economyinsight@hani.co.kr

루이지 징갈레스 Luigi Zingales 미국 시카고대학 경영대학원 석좌교수
   
징갈레스

유럽의회는 지난 7월 회의에서 은행 경영자들에게 지급되는 보너스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규칙을 몇 가지 도입하는 방안을 통과시켰다. 그 목적은 금융회사들이 과도한 위험을 스스로 짊어지는 행태를 억제하는 것이다.
새로 도입된 이 규칙은 은행 경영자에 대한 보너스 지급액 가운데 현금으로 지급되는 부분이 30%가 넘어야 하고, 40∼60%는 3년 이상 지급 시점을 유예해야 하며, 적어도 50% 이상은 금융회사가 어려운 상황에 빠지면 주식으로 전환되는 신종 채권인 ‘조건부 자본’(Contingent Capital)에 투자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간의 계약 행위에 대한 심각한 간섭으로 볼 수도 있는 이런 규칙의 도입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은행 경영자들에게 지급되는 보너스가 시스템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운다. 높은 수준에 이른 은행 부문의 기존 보수체계는 성공에 대해 보상은 하지만 실패에 대해 처벌하지는 않는다. 상황이 나빠지면 경영자들은 이 회사 저 회사로 쉽게 옮겨다닐 수 있고, 얼마든지 처벌을 피할 수 있다. 이런 왜곡은 2008년 금융위기의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였던 것으로 지적된다.
은행 경영자의 보수와 과도한 위험부담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한 연구가 많이 이뤄졌다. 그러나 연관성을 확인하는 데 실패했다. 부채 의존도가 높은 금융회사의 경영자는 더 많은 위험을 감당해야 하므로 더 많은 보수를 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런 연구는 최상위 5명의 경영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한계가 있다. 유감스럽게도 6위 이하의 경영자들에 대해 보너스의 ‘성과 민감도’와 위험부담의 인과관계를 확인하는 데 필요한 정보자료는 공개된 것이 없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 정부가 설치한 ‘금융위기조사위원회’(FCIC· Financial Crisis Inquiry Commission)는 특별한 기회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이 위원회는 해당 정보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다. 이 위원회가 작성하는 보고서는 12월에 발표될 예정인데, 그때 우리가 그 보고서를 이용해 이런 문제에 대해 대답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보너스를 봉급으로 전환 땐 규제 못해 
유럽의회가 도입한 규칙은 잘 설계된 것이지만, 치명적인 단점 하나가 있다. 잘 설계됐다고 한 것은 은행 경영자에 대한 ‘보상 수준’이 아니라(많은 사람들이 이런 수준에 개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보상 형태’에 개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규칙은 연례적인 보너스의 대부분에 대해 3년간 지급을 유예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위험에 노출되게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3년 동안 은행 실적이 부진한 경우 해당 경영자는 누적된 보너스 지급 예정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잃게 되는 것이다. 이런 규칙은 경영자의 위험부담 행위 자체를 없애지 않지만 위험 행위를 하는 경향성을 줄인다.
유럽의회의 규칙이 가진 치명적인 단점이란 그 규칙을 피해가기가 쉽다는 것이다. 그 규칙은 보너스에만 적용되는데, 은행들은 경영자 보수를 봉급과 보너스로 어떻게 배분할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갖고 있다. 현재 은행 경영자들은 매년 초에 개인별 실적에 근거해 결정된 전년분 보너스를 받는다. 그러므로 이 보너스를 올해의 봉급으로 전환시키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 전액 현금으로 지급될 수 있는 봉급은 매년 재협상의 대상이 되며, 따라서 모든 법규상의 규제를 피할 수 있다.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이 아니고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가 상환을 보증한 신용을 이용할 수 있는 은행 주주들은 과도한 차입을 꺼리지 않게 된다. 주주들에게 작용하는 이런 유인은 그대로 놔두면서 경영자에게 지급되는 인센티브 보수만 규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주주들이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회사가 위험부담 수준을 더 높이는 방법을 채택하도록 유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브라운의 특별세’ 적용 고려할 만

‘대마불사’와 관련된 도덕적 해이를 막으려면 경영자의 보수를 규제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이 있다. 은행 부채가 위험한 수준에 이르면 주식을 더 많이 발행하거나 기존 주식을 소각하는 조처를 주주들이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금융회사의 부채 위험도를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지표가 지나치게 높아질 때마다 규제 당국이 개입한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자본요건 강화를 위해, 은행 경영자에게 지급되는 보수에 공적인 개입을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영국에서 고든 브라운 전 총리가 도입했던 세금과 유사한 특별세를 도입하는 것이다. 즉, 기준을 초과해 주식이 아닌 다른 수단으로 은행 경영자에게 지급되는 모든 보수에 대해 특별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이런 세금은 은행이 자본구조를 조정해 부채비율을 낮추도록 유도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이 해법은 아주 간단하다. 그런데 그동안 이를 채택해 실행에 옮긴 정부가 하나도 없었던 것은 무슨 이유일까? 나로서는 이런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인은 은행 경영자에게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모습으로 유권자에게 인식되기를 원하지만, 정작 문제 해결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게 아닌지.
ⓒ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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