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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의 추억
Editor’s Letter
[69호] 2016년 01월 01일 (금) 김연기 economyinsight@hani.co.kr

2015년 12월11일 3년 만에 다시 찾은 인천 남동인더스파크(옛 남동공단)는 을씨년스러웠다. 공단 입구에선 때마침 도로 보수공사가 한창이었다. 참혹한 처지에 놓인 중소기업이 ‘전부 갈아엎자’는 팻말을 내건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공단 내 식당가로 가봤다. 점심시간인데도 식당마다 빈 테이블이 넘쳐났다. 이곳에서 20년 넘게 식당을 운영해왔다는 한 상인은 “공장이 한창 잘 돌아갈 때는 점심시간에 테이블이 몇 회전씩 돌았다. 하지만 이제는 손님들로 가게가 북적거린 게 언제였는지 까마득하다”고 했다.

3년 전 18대 대선을 앞두고 이곳을 찾았다. 당시 대선의 가장 큰 화두는 경제민주화였다. 야당이었던 문재인 후보는 말할 것도 없고 박근혜 후보 역시 경제민주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놓았다. 성장의 과실이 재벌 대기업과 총수 일가에만 집중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당시 취재수첩을 꺼내봤다. 공단에서 만난 중소기업 대표들은 “저렇게들 경제민주화를 외쳐대는데 누가 대통령이 됐든 새 정부가 들어서면 재벌 개혁과 중소기업 살리기가 본격화하지 않겠느냐”며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로부터 3년 뒤 경제민주화는 모두에게 추억으로 남았다. 3년 만에 다시 만난 중소기업 대표들은 “경제민주화가 대체 공약에 포함이라도 됐던 것이었냐”고 했다. 그들의 표정은 절망과 분노라기보다 차라리 체념에 가까웠다. 경제민주화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서도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2015년 12월16일 정부가 발표한 ‘2016년 경제정책 방향’엔 ‘경제민주화’란 단어가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는다. 임기 첫해인 2013년엔 경제정책 방향에서 모두 18회 언급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제민주화 업무를 주도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규모도 크게 축소됐다. 공정위는 재벌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등 불공정행위를 집중적으로 감시하는 곳이다. 2015년 10월 기준 공정위에서 근무하는 정규 인력은 590명으로 2014년보다 17명 줄었다. 최근 중앙부처 공무원 수가 꾸준히 증가해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경제민주화가 실현됐기 때문이라면 춤이라도 덩실 추겠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자료를 보면 대기업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을 100으로 할 때 2012년 중소기업 노동자의 월급은 59.8이었으나 2014년에는 56.7에 그쳤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는 2년 남짓 남았다. 이제 와서 3년 전 공약을 잊었느냐며 타박하기엔 너무 늦어버린 걸까.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의 대사를 빌려 박 대통령에게 새해 인사를 올린다.
 
“가치 있는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늦었다는 건 없습니다. …이게 아니다 싶으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는 강인함을 갖기 바랍니다.”(For what is worth, it’s never to late…. If you find that you’re not I hope you have strength to start all over again.)
 
김연기 부편집장
ykkim@hani.co.kr
 
*정남기 편집장의 안식월 휴가로 2016년 1월호 편집장 칼럼은 김연기 부편집장이 집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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