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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전쟁을 말하지 마라
[68호] 2015년 12월 01일 (화) 정의길 economyinsight@hani.co.kr

 
정의길 <한겨레> 선임기자
 

   
 

프랑스 파리 테러 이후 여기저기서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파리 테러 다음날 한국의 몇몇 신문에는 IS와의 ‘세계대전’이라는 제목이 실렸다. 미국 등 서방이 지상군을 중동에 보내고, 전세계적으로 테러세력과의 전쟁을 확대할 것으로 보고 그런 용어를 쓴 것 같다. 예측이라면 무식한 것이고, 바람이라면 악의적이다.

결론부터 말해 IS는 군사력에 의한 전쟁으로 제거가 가능하지 않다. 미 지상군 파견은 가능하지도 않고, 옳은 방법도 아니다. 이라크 전쟁에는 직접 전비로만 1조달러, 간접 비용을 합치면 3조달러, 그 돈을 다른 곳에 썼을 때 발생할 경제적 효과를 얻지 못한 기회비용까지 합치면 5조5천억달러가 들었다. IS와의 전쟁은 이라크 전쟁보다 광역화됐다. 이라크와 시리아 두 나라에 걸쳐있고, 시리아 내전까지 처리해야 한다. 안정화 작업을 감안하면, 7~8년이 필요하다. 병력은 이라크 전쟁 때의 30만명보다 2~3배가 필요하다. 미국이 나라 살림을 절단 내고 이런 병력을 파견할 수는 없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파리 테러 뒤에도 지상군을 파견하지 않겠다고 명확히 밝혔다. 미국이 지상군을 파견하지 않는데 먼저 나서 지상군을 파견할 나라는 없다. 파리 테러를 당한 프랑스가 “IS를 파괴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국내외 여론을 달래려는 립서비스일 뿐이다. 프랑스도 공습 이상의 군사력 행사를 절대로 못한다.

무엇보다 IS는 정규 지상군 전력 중심의 군사력으로는 절대 제거될 수 없는 대상이다. 우리는 이를 이라크 전쟁에서 너무나 잘 보았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해 만든 전쟁판에서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은 다시 활동 공간을 찾았다. 이들은 그 전쟁판으로 인해 생존의 위협을 받은 이라크와 시리아의 수니파 주민과 결합했다. 그 결과가 IS다.

미국은 현재 최선의 전략을 취하고 있으며 효과도 나오고 있다. 2015년 10월 이후 IS가 저지른 잇단 테러들인 레바논 베이루트 시아파 지구 연쇄 테러, 러시아 여객기 추락 테러, 파리 테러는 역설적으로 미국 전략의 효용성을 드러내 보여줬다. 파리 테러가 일어난 날 IS는 이라크 북부 신자르에서 쿠르드족 민병대 페슈메르가에게 패퇴하고 물러났다. 2014년 6월 IS가 선포된 이후 최대의 개가다. 공습과 쿠르드족 민병대 등 현지 병력을 양성해 IS를 봉쇄하는 한편, 수니파 주민과 IS를 분리하는 전략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옳은 전략이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IS의 영역 구축은 한계에 도달했다. IS는 반전을 시도하려고 2015년 10월 이후 외부로 향한 테러 공격에 나서고 있다. 테러는 말 그대로 ‘공포’다. 테러가 주는 인적·물적 피해보다 사람들의 심리에 가하는 공포가 주목적이다. 9·11 테러는 완전히 성공했다. 미국 뉴욕 무역센터 빌딩을 무너뜨리고 펜타곤을 공격해서 성공이 아니라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촉발하도록 해서 성공했다는 거다. 테러와의 전쟁으로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이 위축되기는커녕 더 커졌고, IS가 탄생했다.

IS의 테러 공격은 더 커질 것이다. IS와의 전면전, 혹은 세계대전 운운하면서 흥분하는 것은 바로 IS가 노리는 바다. 군사력 대응은 현재 오바마 정부가 하는 정도로 충분하다. 중동 현지에서 시리아 내전등의 외교적 해법을 찾고, 불만에 찬 수니파 주민의 이익을 지켜줄 정치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더디고, 고통스러운 과정이지만 다른 대안이 없다. 파리 테러로 아내를 잃은 한 프랑스 남성은 “결코 증오하지 않고 평소처럼 사랑하며 일상을 살아갈 것이다. 증오는 바로 당신들이 원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IS를 뿌리째 뽑는 정답을 그가 말했다.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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