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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미래 고소득자에게 무상교육해야 할까
대학 수업료 도입 둘러싼 독일 내 논란
[68호] 2015년 12월 01일 (화) 토마스 케르스틴 economyinsight@hani.co.kr


2020년부터 주정부 재정지출 제한법 시행…
수업료 도입 등 대학 재정 확충 방안 절실

독일 교육 정책의 목표는 모든 국민에게 평생 교육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독일 대학은 1970년대부터 무상교육 시스템이 자리잡았다. 이후 수업료 징수와 폐지가 반복되다 최근 다시 폐지됐다. 하지만 공짜가 언제나 좋은 것만은 아니다. 신입생은 갈수록 느는데 대학의 수입원은 마땅치 않다보니 이는 수업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2020년부터 주정부의 지출이 수입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부채금지법이 시행될 예정이어서 주정부 지원금에 기댈 수도 없다. 대학 교육은 의사처럼 나중에 좋은 직업을 얻기 위한 입장권과 같다. 그런 교육이 왜 거저 주어져야 할까? 이를 둘러싼 논쟁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토마스 케르스틴 Thomas Kerstan <차이트> 
교육정책 담당 특파원·<차이트 캠퍼스> 발행인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대학 등록금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독일의 대학과 전문대는 재정이 열악한데 국가는 돈을 절약해야 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우수 대학을 지원하는 제도는 많은 학생과 대학에 돈을 넉넉히 준다는 잘못된 인상을 심어줬다. 독일연방과 주정부가 우수 대학에 추가 지급해온 수십억유로는 최우수 연구 분야로만 흘러 들어갔다. 강의 수를 늘리는 등의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데는 전혀 역할을 하지 못했다. 학생 수가 엄청나게 늘어난 대학의 재정 압박을 해소하려 연방과 주정부가 지원한 것 역시 단기적 도움만 됐을 뿐이다. “독일 대학의 재정은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고 호르스트 히플러는 말한다. 물리학자이자 화학자인 그는 독일대학총장회의의 대변인이다.


갈수록 취약해지는 대학의 재정 기반

   
▲ 독일의 한 대학생이 베를린에서 열린 ‘대학 수업료 반대’ 시위에서 팻말을 들고 서 있다. 팻말에는 “대학 수업료를 사양한다”라고 적혀 있다. REUTERS

호르스트 히플러가 사실을 근거로 제시하지 않았다면 그의 말을 그저 ‘로비스트의 한탄’이라고 치부해버릴 수 있다. 하지만 지난 몇십년 동안 독일의 대학 교육은 비용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 운영돼왔다는 점을 그의 자료는 보여준다. 학생수는 과거보다 엄청나게 늘어난 반면 대학교수의 증가율은 미미하다는 것을 한 예로 들 수 있다. 1970년대 이후 대학과 전문대의 문이 활짝 열렸다. 서독이 먼저 그랬고, 통일 뒤에는 독일 전역으로 이런 현상이 확대됐다. 1970년대 초 서독의 대학생은 불과 50만명이었다. 최근에는 약 250만명이다. 과거보다 거의 5배가 늘어난 것이다.

대학교수는 같은 비율로 증가하지 않았다. 예전에는 교수 한명당 지도 학생 수가 30명이었지만 요즘은 교수 한명이 60여명을 지도한다. 이러한 교수와 학생의 비율에서 ‘교육’이라는 단어를 써도 될지 모르겠다. 가장 큰 문제는 대학 입장에서 골칫덩이로 전락한 ‘수업의 질’이다. “학생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은 아예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학습 조교 제도나 상담 프로그램은 찾아볼 수 없다.” 호르스트 히플러는 지적했다.

대학은 기본적 재원이 있어야 안정적으로 학사 운영을 한다. 이는 지속적으로 대학에 돈이 들어와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대학 수업의 질은 결정적으로 돈에 달렸다. 그런데 열악한 재정 지원 상황은 지금껏 달라진 게 없다. 기본 재정의 약 80%는 주정부가 충당해줘야 한다. 그러나 앞으로 이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많다.

2020년부터 이른바 ‘부채 금지’ 제도가 시행된다. 이에 따라 주정부는 자유로운 재정 운용에 제동이 걸렸다. 이 시점부터 주정부는 재정 수입 이상으로 지출을 해서는 안 된다. 사소한 지출을 할 때도 사전에 두번, 세번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부채금지법’은 주정부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 식의 포괄적인 가이드라인처럼 느슨한 정책이 아니다. 국가 부채를 일정한 한도 내로 축소하기 위한 조항은 2009년 독일연방공화국 기본법(우리의 헌법에 해당하며, 1949년 서독이 제정한 뒤 동독과 통일 전까지 임시헌법이라는 의미로 ‘기본법’으로 불렀으나 1990년 통일 이후에도 명칭을 유지함 -편집자)에 신설됐다.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얘기다. 주정부가 2020년 이후에도 각 대학에 현재보다 더 많은 돈을 지원해주길 바라는 건 낙관적 시각이다. 복지, 도로 건설, 치안에 필요한 국가 재정을 줄이면서 대학에 배정하는 예산을 상향 조정한다는 것 역시- 난민들의 집중 입국이 초래할 결과는 논외로 하더라도- 꿈같은 얘기다.

대학이 급하게 필요한 자금을 지원해줄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 지원금을 어느 곳에서 찾아낼지 고민해 물꼬를 터야 한다. 세금을 추가로 징수하는 방식으로 국민 전체에 짐을 지울 수도 있고, 대학 교육의 ‘부당한’ 수혜자를 겨냥해 그들에게 돈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 부당한 수혜자는 훗날 기술자, 의사, 교사, 판사가 돼 돈을 두둑히 벌어들이는 학생들이다. 특권이 별로 없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통상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전기공을 예로 들어보자. 전기 마이스터 자격증을 따려면 그는 교육비로 9천유로(약 110만원)를 개인 돈으로 지불해야 한다. 반면 의사 한명을 키워내기 위한 교육비로 납세자들은 15만유로(약 1억8천만원)나 내지만 정작 그 학생은 단 한푼도 자기 돈을 쓰지 않는다. 이는 도저히 용납하기 어려운 불공정이 아닐 수 없다.

사회계층에 따라 대학 수업료를 차별적으로 책정해 이런 불공정함의 빈 곳을 메꿔줄 수 있다는 사회민주당 대표 토마스 오퍼만의 말은 이런 정황을 정확히 포착하고 있다. 그는 일간지 <디벨트>와의 인터뷰에서 학술 연구 결과를 근거로 제시하며 “저소득층 가정의 자녀는 부유한 부모의 자녀보다 대학 공부를 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했다. “기술자는 자기가 내는 세금으로 의사 아들의 의학공부 비용을 대주는 격이다. 이건 공정하지 않다.”
 

   
   
 

수업료 언급 피하는 정치인들

그런데 이 발언은 사실 1999년에 나온 적이 있다. 당시 토마스 오퍼만은 개혁 의지에 충만해 있던 니더작센주의 학술부 장관이었다. 정규 학기를 초과한 학생들에게 수업료를 물리도록 한 제도는 그에 의해 도입된 것이다.

오늘날 오퍼만에게 대학 수업료에 관한 의견을 물으면 평소에는 그렇게 달변인 그가 입을 꾹 다문다. 몇차례 서면 질의를 하고 전화로도 여러 차례 답변을 요구한 뒤에야 그의 언론 담당 비서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유감스럽게도 그는 이 주제에 관해 “입장을 표명할 시간이 없다”고 했다. 과거 대학 수업료 도입에 찬성했던 다른 정치가들 역시 이와 관련한 주제로 말을 걸면 몸을 사린다. 독일 남동부 바이에른주 정부의 문화학술부 장관인 루트비히 슈피늘레(기독교사회연합 소속 -편집자)는 과거 대학들은 수업료를 징수해 ‘수업의 질’을 개선하는 데 주로 사용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때문에 대학 수업료는 학생들의 강의 개선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학 수업료가 폐지되면서 수업의 질을 개선하는 동력은 사라지게 됐다. 슈피늘레는 “바이에른주는 현재 대학 강의에 필요한 비용 전반을 국가가 모두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3년까지 니더작센주 정부의 문화학술부 장관이었고 현재 연방정부 학술 장관인 요한나 방카(사회민주당)는 의견 표명을 회피했다. “대학 수업료는 주정부가 스스로 결정할 문제고, 이는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연방정부의 교육부 장관인 나는 이 문제에 관여하지 않겠다.” 평소 이 분야와 관련해 공격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자유민주당 역시 “대학 수업료 재도입 여부는 주정부가 각자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공식 입장이다”라며 이 주제에 대해서는 놀라우리만큼 조심스런 태도를 보인다.

정당들의 이런 갈지자 행보는 이해가 간다. 대학 수업료 폐지는 기독교민주연합(앙겔라 메르켈 총리 소속)-기독교사회연합 연정(기민련은 전국 정당으로 수업료 도입을, 바이에른주에서만 활동하는 기사련은 수업료 폐지를 주장 -편집자)이 2013년 연방의회 선거에서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던 주제다. 이로 인해 2007년부터 한 학기당 최대 500유로(약 62만원)의 대학 수업료를 부과했던 독일연방 내 7개 주는 하나둘 이 제도를 폐지했다. 그 배경에는 2013년 니더작센주 주의회 선거에서 기독교민주연합-기독교사회연합연정이 대학 수업료의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사회민주당-녹색당에 패배한 경험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니더작센주의 선거 패배는 기독교민주연합에 뼈아픈 경험이었다. 이 선거에서 기독교민주연합-자유민주당 연정(니더작센주는 기민련과 친기업 성향의 소수당인 자민당이 연정 -편집자)은 대학 수업료 도입을 지지했고 그 대가로 선거에서 패배했다. 그 뒤 대학 수업료 도입 이슈는 기민련 내에서 이른바 ‘죽음을 부르는’ 안건으로 간주된다.

정치인에게 대학 수업료 도입을 촉구하는 것은 정치적 자살을 감행하라고 촉구하는 것과 같다. 이보다는 대학 수업료 문제를 다시 숙고해서 제도 도입 초기에 범한 실수로부터 교훈을 찾아야 할 때다. 당시에 저지른 가장 큰 실책은, 수업료가 왜 반드시 필요하고, 수업료를 내면 무엇이 좋아지며, 수업료 징수가 왜 공평한 일인지 똑 부러지게 설명하지 못했던 것이다. 또 다른 실수는 돈을 걷는 방법이었다. 당시 대학 수업료는 학기 시작과 동시에 부과됐다. 학생들은 수업료를 학기 초에 선납해야 했다. 더군다나 대학 수업료가 사회적 불공정을 야기한다는 학생들의 의구심을 조금이라도 무마해줄 수 있는 장학금 제도마저 당시에는 없었다.

정치인들이 신자유주의적이고 불공정한 ‘캠퍼스 진입료’(대학 수업료를 가리킴-편집자)를 거부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선거 국면에서 대학 수업료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유리하기 때문이다.


사후 납부와 장학금 제도 고려해야 

   
▲ 독일연방 헌법재판소는 2005년 1월 대학 수업료 부과금지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당시 베를린자유대학 학생들이 수업료와 관련한 회의를 하기 위해 강의실에 모여 있다. REUTERS

대학 수업료를 도입하기 위해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내려면 두 가지 사항을 보완하면 되는데, 정치인들에게는 이런 일마저 버거워 보인다. 우선 대학 수업료를 다시 도입할 경우 ‘사후 납부’ 제도를 고려해볼 수 있다. 졸업 뒤 돈을 많이 버는 사람만 취업 뒤 월 단위로 등록금을 상환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재능 있는 청소년은 누구나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장학금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강의 조교가 늘어나는 등 수업료 납부의 긍정적 효과를 학생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적으로 가장 어려운 일은 아마 대학 수업료 폐지를 주장하는 사회민주당(현재 독일은 중도우파인 기민련·기사련이 중도좌파로 분류되는 사민당과 대연정을 꾸리고 있다 -편집자)을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는 일이다. 어쩌면 토마스 오퍼만 같은 시민 당원이 다시 나타날지 모른다. 돈과 정의를 잘 아는 사람, 대학 수업료가 사실은 좌파의 프로젝트임을 자신이 속한 정당에 설득하는 사람 말이다.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두개의 연구 결과가 있다. 베를린학술센터의 티나 바이어와 마르셀 헬비히는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사람의 자녀들 가운데 대학 공부를 원하던 학생들이 수업료를 도입하면 공부를 포기할 것인지를 연구했다. 결과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왔다. 오히려 이 학생들은 대학 공부가 미래의 재정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민간 경제연구소인 뮌헨 이포연구소(IFO) 교육경제학자 루드거 뵈스만은 설문조사에서 전 국민의 60%가 졸업 뒤 대학 수업료를 내는 데 찬성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선거를 치를 정치인들이 귀 기울일 만한 연구 결과다.

어떻게 하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대학 수업료 모델을 만들지, 어떻게 하면 이 모델로 정치적 다수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지에 대해 관련 싱크탱크, 재단, 협회, 대학이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대학 재정이 거의 소진될 2020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상황에 직면해 즉석 처방을 내놓을 경우 사태를 악화시킬 위험이 크다.

물론 대학 수업료를 부과하는 방법 이외에 다른 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학생 대부분은 서로 누군지 모른 채 지내는 대규모 대학 환경에 익숙하다. 강의실은 학생들로 미어터진다. 우리는 양질의 대학 수업을 영국·미국·네덜란드에 맡길 수도 있다. 선택은 우리에게 달렸다.

ⓒ Die Zeit 2015년 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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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장현숙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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