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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수제맥주 참맛은 거품 살짝 머금을 때…”
‘옥토버훼스트’ 이끄는 이원식 마이크로브루어리코리아 대표
[68호] 2015년 12월 01일 (화) 김연기 economyinsight@hani.co.kr

 

옥토버훼스트는 국내 수제맥주 1호점이다. 소규모 양조장이 자체 개발한 제조법에 따라 빚는 수제맥주가 국내에서 생소했던 10여년 전 외롭게 첫발을 디딘 뒤 현재는 강남역점과 종로점 등 7곳에 매장을 운영하며 수제맥주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옥토버훼스트가 마중물 역할을 충실히 한 덕에 이제는 주변에서 수제맥주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더 나아가 OB맥주와 하이트진로가 사실상 독과점으로 나눠가진 시장에도 균열이 생길 만큼 수제맥주가 새로운 술문화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주세법 개정으로 수제맥주의 외부 유통이 가능해지면서 옥토버훼스트는 이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옥토버훼스트를 운영하는 이원식 마이크로브루어리코리아 대표를 2015년 11월19일 옥토버훼스트 서울 종로점에서 만났다.

김연기 부편집장

옥토버훼스트는 국내 1호 수제맥주 업체다. 시장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듯하다. 기자(CBS)로 줄곧 생활을 해오다 어떻게 수제맥주 사업을 하게 됐나.

어릴 때부터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주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러다가 2001년 우연히 정부 관계자로부터 소규모 맥주 제조장 허가 계획을 알게 되면서 창업계획을 본격화했다. 옥토버훼스트의 경우 국내 최초의 ‘브루잉 레스토랑’(Brewing Restaurant·맥주를 직접 양조하는 레스토랑)이라는 점에서 리스크가 컸다. 그래서 준비 기간을 충분히 잡았다. 2001년 가을부터 8개월간 일본의 고텐바브루어리, 미국의 보스턴비어컴퍼니 등 외국 맥주 전문점의 성공담을 파고들었다. 가능성을 믿어준 지인 58명이 5천만원씩 투자해 만들어준 29억원으로 2002년 7월 서울 강남역에 1호점을 열 수 있었다. 

옥토버훼스트가 첫 스타트를 끊은 이후 수제맥주 사업에 뛰어든 다른 업체들은 생존에 어려움을 겪었다.

   
▲ 한겨레 류우종

소규모 업체들이 맥주를 제조할 수 있게 된 것은 월드컵 열기가 뜨겁던 2002년이었다. 당시 서울 강남역 일대를 중심으로 수제맥줏집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섰다. 한때 130곳 넘게 생겨났다. 일부 주류업자들이 쉽게 접근했기 때문이다. 도매상에서 술을 받아서 팔아도 장사가 되는데 직접 양조를 하면 더 큰 이윤을 남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수제맥주 시장에 뛰어들었다. 원가 부담이 높은데다 세금이 만만치 않고 맥주 맛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 등 난관이 도처에 있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시작한 것이다. 결국 몇 년 지나지 않아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 

옥토버훼스트는 창업 1년 만에 추가 투자를 받아 서울 종로에 2호점을 내고 이후에도 전국에 7개의 분점을 낼 정도로 번창했다.

소규모로 맥주를 제조할 경우 맛을 균일하게 유지하는 것이 어렵고 생산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대신 수제맥주는 맛, 향, 거품이 풍부하다. 이런 수제맥주의 장점을 살리려면 맛을 균일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맥주는 양조를 책임지는 브루마스터가 누구인지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다르다. 옥토버훼스트는 독일 유학파 1호인 방호권 브루마스터가 창업 준비 단계부터 현재까지 양조를 책임지고 있다. 방호권 브루마스터는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맥주의 고향 독일에서 5년 과정의 맥주양조학 석사 과정을 마친 원조 맥주 전문가다. 

오픈 때 바이스 비어, 둥클레스 비어, 필스너 비어 이렇게 3종류를 대표 메뉴로 내세웠고, 이를 지금까지 유지해오고 있다. 밀 맥주인 바이스 비어는 과일 향이 풍부하고 맛이 부드럽다. 훈제한 맥아를 쓰는 흑맥주 둥클레스 비어는 담백하고 고소하다. 밝은 황금빛을 띠는 필스너 비어는 깔끔하고 쌉싸래한 뒷맛이 특징이다. 이들 맛에 익숙해진 고객이 꾸준히 찾아와준 것이 장기적으로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던 배경이 아닐까 싶다.

최근 경기도 부천에 대규모 양조장을 지었다. 

주세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맥주를 외부의 음식점에 판매하거나 프랜차이즈 사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옥토버훼스트는 2014년 프랜차이즈인 건대스타시티점을 열었고 서울 이태원과 가로수길 등에 있는 펍과 카페에 맥주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자체 주점 영업에 치중했지만 앞으로는 외부 공급 비중을 늘려갈 것이다. 좀더 원활한 맥주 공급을 위해 부천에 새 양조장을 짓게 됐다. 부천 양조장에서는 하루 최대 9t까지 생산이 가능하다. 2016년에는 외부 판매 비중을 70%까지 늘려갈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사업의 성격이 음식업에 가까웠지만 외부 판매 비중이 늘어나면 주류업 성격이 더 짙어질 것이다.

2002년 창업 이후 매출 성적은 어떤가.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해마다 고성장을 거듭해왔다. 창업 초기부터 언론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고 새로운 맥주에 대한 고객의 요구가 폭발하면서 크게 성장했다. 그러다가 경쟁 업체가 일시에 늘어나 다소 영향을 받았지만 2012년부터 수제맥주 붐이 본격적으로 일면서 다시 가파른 성장세를 타고 있다. 직원 6명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50명을 훌쩍 넘겼다. 맥주를 만드는 브루마스터도 6명으로 늘었다.

최근 수제맥주 시장 동향은 어떤가.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다. 무엇보다 주세법 개정으로 소규모 맥주 업체가 만든 맥주를 외부로 유통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시장 저변이 크게 확대됐다. 2014년까지만 해도 출고량 기준으로 전체 맥주시장에서 수제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0.5% 안팎에 그쳤다. 하지만 2015년에는 1%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의 맥주 시장 상황을 살펴보면 여전히 시장 가능성은 열려 있다.

미국은 2014년 전체 맥주 소비량 가운데 수제맥주의 비중이 7.8%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수제맥주의 미국 시장점유율이 2020년까지 10%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본다. 미국의 소규모 맥주 업체는 2천곳이 넘는다. 맥주의 본고장 독일 역시 소규모 맥주 업체가 1300곳에 이른다. 이웃 나라 일본에선 200곳이 넘는 소규모 맥주 업체가 1천종 이상의 수제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 맥주 시장 역시 해외 선진국과 같은 구조로 재편될 것이다.

   
▲ 한겨레 류우종

주류 업계가 전체적으로 정체를 보이는 가운데 수제맥주만 유독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제맥주는 대기업의 대량생산 맥주와 달리 다품종 소량생산이 특징이다. 천편일률적인 맛의 대기업 맥주와 달리 독특한 레시피를 바탕으로 개성 있는 맛의 맥주를 추구한다. 최근 들어 20~30대는 물론 40~50대에게도 폭넓게 사랑받고 있다. 수제맥주의 인기는 대량생산·대량소비를 멀리하고 로컬·웰빙·유기농을 추구하는 요즘의 소비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대기업 맥주와의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인가.

그동안 국내 맥주 시장은 OB맥주(카스)와 하이트진로(하이트) 두 대기업이 독과점을 형성해왔다. 이들이 내놓은 맥주는 모두 청량감이 높은 ‘라거 스타일’이다. 라거는 효모를 가라앉혀 2~10℃의 저온에서 발효한다. 탄산이 적당히 들어가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지만 묵직하면서도 향이 풍부한 맛은 없다. 반면 소규모 맥주 업체는 라거 스타일의 맥주가 아닌 ‘에일 스타일’을 앞세워 맥주 맛의 다양화를 꾀했다. 에일은 효모를 띄워 실내 온도와 가까운 18~24℃에서 발효한다. 에일은 발효 과정에서 오렌지·배·딸기 같은 과일 향과 맛을 가미해 진한 풍미를 살린다. 대규모 자동화 공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맥아, 홉, 효모 등 원료를 다양화해 여러 종류의 맥주를 만들어낸다. 

최근에는 롯데주류가 내놓은 클라우드가 소비자의 호응을 얻고 있고 기존 대기업 맥주 회사들도 다양한 스타일의 맥주를 내놓고 있다.

수제맥주는 스타일만 다양화한 게 아니다. 수제맥주가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은 이유는 여과(필터링)를 하지 않아 효모가 살아 있는 진짜 생맥주기 때문이다. 맥주 저장용 통인 케그 속에서 계속 발효가 진행되기 때문에 깊은 풍미를 즐길 수 있다. 유통기간이 6개월 이상인 일반 맥주나 수입 맥주는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도록 필터링을 통해 맥주 속의 효모를 없애는 작업을 거친다. 하지만 수제맥주는 여과 작업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살아 있는 효모가 맥주의 풍미를 더욱 살려준다.

국내 수제맥주 산업이 발전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주세법 개정으로 수제맥주 제조업자들의 기대치가 높아졌지만 여전히 맥주 시장의 진입 장벽이 높다. 수제맥주의 외부 판매를 허용하고 소규모 주류 업체들의 세 부담을 낮춰준다지만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일 뿐이다. 대기업과 똑같은 세금이 매겨지다보니 가격경쟁력에서 크게 밀릴 수밖에 없다. 법적 보완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지금의 수제맥주 열풍이 자칫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도 있다.

주세의 기준을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 종가세는 세금을 매길 때 출고원가를 기준으로 하며, 종량세는 출고량을 기준으로 한다. 따라서 종가세는 생산량은 적고 가격은 비싼 소규모 맥주 업체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대신 종량세를 채택할 경우 출고량이 적은 수제맥주 업체들의 세금 부담이 한결 가벼워진다. 이렇게 되어야만 더 많은 수제맥주 업체들이 시장에 나오고 맥주 맛도 더 살릴 수 있다. 결국 주세법이 바뀌어야 소비자가 각자 입맛에 맞는 제품을 골라 즐기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수제맥주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을 알려달라.

라거 계열 맥주는 차갑게 마시는 게 일반적이지만 에일 계열 맥주는 너무 차갑지 않게 4~5℃ 정도가 적당하다. 그래야 제대로 된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 맥주가 너무 차면 향을 느끼기 어렵다. 또 하나 팁을 주자면, 거품이 잔의 5분의 1가량 되도록 따르는 것이 좋다. 향을 맡고 거품을 조금 머금어 입안이 부드러워진 상태에서 맥주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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