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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시대의 경제학
Editor’s Letter
[68호] 2015년 12월 01일 (화) 정남기 economyinsight@hani.co.kr


기업 최고경영자(CEO)로 있다가 은퇴한 60대 남성 한분에게 물었다. 퇴직하니 뭐가 가장 달라지느냐고. 대답은 간단했다. 부인 눈치를 많이 본다는 것이다. 특히 돈을 쓸 때 일일이 부인 결재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소득이 없으니 전체적으로 쓰임새를 줄이게 되고, 부인이 이를 관리한다는 것이다.

실제 퇴직을 한다는 것은 삶의 총체적 변화를 의미한다. 그 가운데 가장 특징적인 것은 소비 감소다. 노인들은 의료비를 제외하곤 거의 돈을 쓰지 않는다. 아직 몸은 젊고, 살아야 할 날은 많은데 벌어들이는 수입이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 얘기다.

최근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이 세계경제 침체의 원인이 ‘고령화’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고령 인구가 늘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경제 성장까지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은퇴자뿐 아니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40~50대 직장인들도 은퇴 준비에 몰두하느라 소비를 할 여력이 없다는 분석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 때문에 아무리 금리를 내려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남의 나라 얘기만은 아니다. 국내에도 상당수 들어맞는 얘기다. 연령별 평균소비성향(가처분소득 대비 소비지출액의 비율)을 보면, 50대 들어서면서 평균소비성향이 뚝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40대까지는 자식 교육 때문에 지출을 줄이기 어렵지만 50대부터는 은퇴를 앞두고 본격적으로 주머니를 틀어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전통적인 경기 부양책이 먹히지 않는다. 금리 인하, 재정 확대, 감세 등의 정책이 대표적이다. 은퇴자들은 은행 대출이 적을 뿐 아니라 세금을 낮춘다고 해서 생산적인 활동에 투자하지 않는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해법 중 하나는 정년 연장이다. 정년을 60살에서 65살로 늘리면 생산 계층만 느는 게 아니라 소비 계층도 함께 늘어난다. 고령화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소비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더불어 재정 압박을 받고 있는 국민연금의 재정 상황도 크게 개선된다.

기업들은 물론 좋아하지 않는다. 당장 경영에 큰 압박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현실적으로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기업 차원의 효율성만 봐서는 안 된다. 국가 전체의 효율성을 살펴야 한다. 정년 연장은 국가적 차원에서는 인적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경제의 활력을 살리는 일이다.

한국도 인구구조가 선진국형으로 바뀌면서 본격적인 저성장 사회로 들어서고 있다. 사회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는데 돈을 쏟아붓고 부동산을 띄우는 예전의 방식만 반복하면서 경제 살리기를 외치는 것은 곤란하다. 경제를 살리려면 무엇보다 먼저 과거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남기 편집장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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