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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아프리카에서 ‘세계의 공장’ 꿈꾼다
경제 도약을 위한 에티오피아의 두번째 도전
[67호] 2015년 11월 01일 (일) 윤태웅 economyinsight@hani.co.kr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 인구가 두번째로 많은 나라다. 1억명의 인구는 확실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중국은 에티오피아에 오랫동안 공을 들여왔다. 지난 45년간 12억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앞으로 14억달러의 차관을 추가로 제공할 예정이다. 중국은 현재 에티오피아의 최대 경제협력 파트너다. 에티오피아는 제2의 중국을 꿈꾼다. 한국 기업들도 에티오피아 시장에 조금씩 문을 두드리고 있다. 값싼 인건비, 높은 교육 수준, 안정된 정치는 에티오피아의 장점으로 꼽힌다.

윤태웅 KOTRA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무역관장
 

   
▲ 하이을러마리얌 더살런 에티오피아 총리(왼쪽)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5년 9월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REUTERS

2010년 시작된 에티오피아의 GTP(Growth and Transformation Plan), 즉 경제개발 5개년 프로그램은 이제 곧 제2차 시즌에 들어간다. 조만간 전체계획이 발표될 예정인 ‘GTP II’는 2025년까지 에티오피아를 중진국 소득 수준의 국가로 진입시킨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GTP I’(2010∼2015년) 기간 중 기대에 훨씬 못 미쳤던 제조업을 육성해 다시 한번 산업화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과연 에티오피아는 10년 뒤 중진국 소득수준으로 올라 1500년 전 악숨제국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지난 10년간 두 자릿수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해온 에티오피아는 알 만한 비즈니스맨들은 다 아는 것처럼 아프리카 제2의 인구 대국이다. 1억명에 이르는 인구는 과거 중국이 그랬듯 아프리카에 또 하나의 세계 공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또한 신규 소비시장으로서의 잠재력도 크다.

발 빠른 중국은 지난 45년간의 협력을 기반으로 12억달러에 이르는 현지 투자로 에티오피아 최대 협력국으로 부상했고, 거의 모든 사업 분야에서 다양한 경제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한 상황이다. 적극적인 시장 선점을 위해 전략적으로 이뤄진 도로·철도·신재생에너지·산업단지 등에 대한 인프라 투자는 모두 하나같이 ‘에티오피아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중국은 2015년 9월 하이을러마리얌 더살런 에티오피아 총리의 방중 기간에 GTP II를 위한 중점 협력 사업인 인프라를 비롯해 산업·금융·문화·평화안보 등의 분야에서 총 14억달러 차관을 제공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블룸버그>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에서는 이미 2014년에 ‘중국 속 중국으로 전환하는 에티오피아’(Turning Ethiopia into China’s China), ‘중국주식회사가 아프리카로 공장을 이동한다’(China Inc.moves factory floor to Africa)라는 제목으로 특집 기사를 다룬 바 있다.

에티오피아 내 중국 기업 투자는 총 1014건으로 기업 수로는 912개사에 이른다. 이 중 실제 운영되는 기업은 499개사로 60% 이상이 제조업에 투자해 총 9만여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에티오피아 정부의 최우선 정책인 ‘투자 유치를 통한 고용 증가’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아프리카 대륙 전체의 중국 투자 기업이 2500개사인 점을 감안해보면 중국이 에티오피아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는지 엿볼 수 있다.

에티오피아는 이웃 아프리카 국가들이 흔히 누리는 석유·천연가스·귀금속 등 의 부존자원이 없거나 매우 적다. 그나마 풍부한 게 있다면 콩고에 이어 두번째로 큰 수력발전 잠재력이지만 아직까지 5% 미만 정도만 개발됐다. 현재 블루나일강 수원 근처에 한창 공사 중인 그랜드 르네상스 댐이 완공되면 총 6천MV의 전력 생산이 이뤄져 한층 안정적인 전기 공급이 가능할 것이다.

제2의 인구 대국의 이점인 ‘풍부한 노동력’과 ‘저렴한 인건비’는 빼놓을 수 없는 에티오피아의 매력이다. 기존에 강세를 보였던 베트남·스리랑카·캄보디아·방글라데시가 이미 외국 투자 기업들이 버틸 수 있는 최저 임금 수준을 넘어서는 상황이어서 상당수의 기업은 아프리카를 마지막 대안으로 여기고 있다.

 
노동력·교육열·정치적 안정이 장점

   
▲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도심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전철. 중국 노동자들이 함께 참여해 만든 이 전철은 산업화를 기치로 내건 에티오피아의 거대한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 중 하나다. REUTERS

실제 에티오피아엔 최근 들어 H&M 등 글로벌 의류 바이어들의 발걸음이 잦다. 생산 공장을 옮기거나 이전을 추진 중인 의류 제조 기업의 투자 문의가 많아지는 상황이다. 매킨지가 2015년 초 발표한 ‘향후 5년간 가장 유력한 소싱 국가 3개국’을 보면 아프리카에서는 유일하게 에티오피아가 인도네시아, 스리랑카를 제치고 순위권으로 진입했다.

아프리카에서 손꼽는 정치적 안정은 연이어 추진 중인 GTP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지속성을 부여함으로써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다.

‘GTP I’이 설정한 목표의 상당수가 달성률이 저조했다는 저간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2015년 5월에 치른 총선에서 547석 중 546석을 연합여당이 차지함으로써 강력한 집권력을 확보하게 됐다. 10월에는 총리까지 연임에 성공해 일관된 경제 정책 추진이 예상된다.

부존자원이 없는 ‘불행한 아프리카 국가’라는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강하게 추진된 교육 지원 확대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대학교까지 무료로 교육함으로써 풍부한 인적원의 풀을 제공한다. 중등교육부터 영어 교재를 사용한 덕분에 성인 대부분의 영어 실력도 훌륭한 편이어서 외국 기업의 투자 진출에 유리한 점으로 작용한다. 물론 숙련되지 않은 노동력 때문에 초기 생산성이 동남아의 30%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현실적인 애로 사항이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꾸준한 내부 교육 프로그램을 실행해 생산성을 조금씩 높여나가는 상황이다.

한국과의 교역 현황은 아직까지 미미한 수준에 머무르지만 향후 증가 추세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 2천만달러로 시작된 교역 규모는 2005년 5천만달러를 넘어섰고 2011년 1억달러, 2014년 2억달러 수준까지 다다랐다. 그 추세를 보면 교역량 증가폭이 10% 이상이다. 앞으로 시장 확대 가능성이 매우 높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제조업 육성을 위한 석유화학제품 수요 및 인프라 구축에 따른 건설 중장비 부품 수요는 한층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빈국의 특성상 주요 선진국으로부터 지원되거나 자체 공공 조달(전체 규모의 70%)되는 의약품 및 의료 관련 제품 시장은 이미 규모가 12억달러에 이르며 연평균 10% 이상 고속 성장을 거듭하는 중이다. 식품의약청 사전등록 등 의약품 및 의료품 공공입찰에 대한 진입 장벽이 높지만 국내 기업들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시장이라고 하겠다.

주요 선진국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소형 폐기물 처리 산업 역시 2016년에 시행 예정인 환경규정(CASH·Clean and Safe Hospital)으로 인해 전국 300여개의 공립 병원 등 신규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기업에도 기회의 땅

무엇보다 국내 제조 기업에는 에티오피아 정부가 ‘GPT II’ 기간 중 역점적으로 추진할 산업단지가 큰 기회라고 할 수 있다. ‘GTP I’ 목표 중 달성률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제조업 비중(12%)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에티오피아는 산업단지 개발을 선택했다.

이를 위해 전국에 걸쳐 총 11개의 산업단지가 최근 개발됐거나 개발될 예정이다. 이 중 볼레레미(Bole-Lemi) II와 킬린토(Kilinto) 지역에서는 국내 기업인 도화엔지니어링이 2014년 사전타당성 조사에 이어 2015년 2월 실시 설계 및 감리 용역을 수주해 사업을 진행 중이며, 2015년 7월에는 디레다와(Dire Dawa) 지역 사전타당성 조사 수주에도 성공하는 등 국내의 산업단지 개발 경험을 되살리고 있다.

이미 완공된 볼레레미 I에서는 국내 기업인 ㈜신티에스가 총 20개 공장동 중 5개 동을 임차해 2014년 10월 스포츠웨어 생산을 시작했으며, 생산된 물량 100%를 유럽 등에 수출하고 있다. 현재 1500여명을 고용 중이며, 2016년에 4800명까지 고용을 확대할 예정이다. 경공업 분야에서는 이미 에티오피아가 ‘마지막 남은 기회의 땅’이라고 알려져 있어 관련 산업 분야에 대한 국내 기업의 관심이 필요하다.

중국에 비하면 미미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난 5년간 각 분야에 걸쳐 에티오피아에 개발협력 모델을 제시해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제 발전 경험 공유사업(KSP)은 이제 5년째 접어들고 있다. 그동안 소기업 육성, 교통 시스템 개선, 전자정부, 신발·피혁 산업, GTP II, 농업 기계화, 영세 중소기업 역량 강화 등 총 8개 분야에 대한 정책 컨설팅을 제공했다. 수출입은행은 2014년 2월 7600만달러를 투입해 전력망을 구축 중이고, 2015년 말에는 고속도로 건설을 위해 1억달러 상당의 차관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정부, 유관기관, 현지 진출 기업의 노력으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높아진 덕분에 향후 일반 소비재 품목의 수요 역시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지를 거쳐간 국내 수출 기업의 얘기를 인용하면, ‘지금만큼 이곳 에티오피아 시장을 선점하기 좋은 시기는 없어 보인다’고 한다. 물론 만성적인 외화 부족으로 인해 신용장(L/C) 개설에 소요되는 시간이 눈에 띄게 길어지지만 자금 회전 부문을 수출보험 등을 통해 해소할 수 있으면 이만큼 신뢰할 수 있는 바이어를 아프리카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에티오피아 속담에 “실오라기가 모이면 사자도 잡을 수 있다”는 표현이 있다. 이제 국내 기업도 에티오피아를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대신 이 땅에 발을 직접 디뎌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침 2015년 10월 14일 저녁 현지에 진출한 기업인들이 모여 ‘주에티오피아 한국기업연합회’를 발족했다. 10여개사에 불과하지만 회원사가 늘어 에티오피아의 사자를 거뜬히 사로잡는 그날을 희망해본다.

twyoun@kotra.or.kr


* 대한무역투자진흥 공사(KOTRA)와 함께 세계 각국의 최신 경제 흐름과 산업 동향을 소개한다. KOTRA는 전세계 83개국에 121개의 해외 무역관을 보유한 ‘대한민국 무역투자 정보의 메카’로 생생한 해외 정보를 수집·전달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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