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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 Biz] 결속력 높이고 외부인 불신 키우고…
페이스북은 사회적 자본을 늘릴까
[67호] 2015년 11월 01일 (일) 김윤지 economyinsight@hani.co.kr


인적 네트워크 등 사회적 자본이 많은 사람은 취업, 승진, 사업 등 경제활동에서도 이득을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럼 최근 인적 네트워크의 핵심으로 등장한 페이스북은 어떨까? ‘결속’과 ‘불신’, 두 단어로 요약된다. 기존 집단의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는 반면 외부인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이 사회적 자본 형성에 미치는 영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살다보면 굉장히 많은 선택의 순간이 주어진다. 그때그때 고민하며 선택의 상황을 즐길 수 있지만 고통스런 결정장애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미리 마음의 갈피를 정해놓기도 한다. 짜장면을 먹을 것인가, 짬뽕을 먹을 것인가와 같이 인생의 근원적인 질문일 수도 있고, 회식 2차가 끝나고 3차를 갈 것인가 말 것인가와 같이 까다로운 복합방정식의 상황일 수도 있다.

직장인이라면 그런 상황 가운데 하나가 직장 동료나 상사가 페이스북으로 친구 신청을 해올 때가 아닐까 싶다. 친한 직장 동료라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라면 큰 고민이 되지 않지만, 개인적 친분이 그리 두텁지 않은 동료나 상사라면 적잖이 고민이 된다.

내 마음속 답안을 살짝 공개한다면, 나는 직장 동료나 상사와 친구를 맺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친분관계를 기준으로 삼을까 고민해보았는데, 그러면 곤란한 상황이 적잖이 생길 것 같았다. 페이스북의 글을 읽다보면 단순히 ‘좋아요’만 눌렀을 뿐인데 나의 고민, 가치관, 정치적 지향, 취향 등이 드러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꺼리는 사람들에게 보이기 싫어 공감 가는 글에 ‘좋아요’ 하나 누르지 못하는 상황도 싫었다. 하지만 관계라는 게 서로 엮여 있어 회사 사람 몇명과 친구를 맺다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조금 꺼려지는 사람과도 친구를 맺어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이 예상됐다. 하는 수 없이 친한 동료들에게 내 원칙을 밝히면서 직장 사람들과는 ‘페친’(페이스북 친구)을 맺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런 고민이 가능한 까닭은 사람들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하는 이유가 다르기 때문이다. 나와 정서를 교감하면서 위로하고 위로받고 싶어서인 경우도 있고, 자신의 활동 분야의 연장선으로 삼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사업이나 장사를 위해 페이스북을 하거나, 자신의 작업이나 의견·생각을 알리는 장으로 삼기도 한다. 후자라면 어떤 사람과 페친을 맺을지는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 같다. 내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사람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목적이 아니라면 이용자마다 페친 선정 기준은 다를 수 있다.

목적은 다르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에 무언가를 적고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다량의 글을 방출하는 것은 그 활동에서 어떤 가치가 창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기도 하다. 과연 페이스북은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 것일까? 경제학적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페이스북이 정서적 교류를 통한 심리적 안정감이나 기쁨 외에 이용자에게 어떤 경제적 인센티브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사회적 자본이 가져오는 경제적 이득

   
▲ 페이스북 활동을 통해 집단 구성원들의 대면 접촉이 늘어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페이스북의 사회적 자본 증대 효과가 주목받고 있다. REUTERS

먼저, 페이스북을 통한 상업 활동이나 마케팅 등은 논외로 한다. 그런 가치들은 이미 많은 책과 강좌 등을 통해 논의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곳에 세우는 입간판을 인터넷 공간 안으로 들여온 것이라 생각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이용자를 더 세밀하게 분류해 효율적으로 타기팅을 할 수 있다는 차이점은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인터넷 마케팅이란 틀에서 그리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활동 외에 이용자가 페이스북을 통해 얻는 이득으로 사회과학 분야에서 가장 주목하는 것은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란 개념이다. 사회적 자본이란 사람들 사이에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공유된 제도, 규범, 네트워크, 신뢰 등과 같은 무형의 자본을 뜻한다. 지금까지 경제학은 물적 자본과 인적 자본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해온 바가 크다. 그런데 199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사회적 자본이 사회의 거래 비용을 절감시켜 물적·인적 자원의 생산성을 높인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경제학에서도 관심을 끌었다. 즉, 사회적 자본을 잘 갖춘 나라들의 경제 발전이 더 쉽다는 것이다. 그런 점 때문에 세계은행·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같은 국제기구에서 많은 연구가 이뤄진다.

사회적 자본의 핵심은 ‘사회적 신뢰’다. 똑같은 물적·인적 자원을 갖춘 나라라 해도 사회 안에 신뢰가 부족하면 부가적으로 치러야 하는 비용이 높아진다. 서로 믿지 못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법적 장치를 갖춰야 한다. 때로는 그 법적 장치까지 믿지 못하는 경우에 대비해 2중, 3중의 부가 장치를 고안해야 한다. 그러고도 서로 맺은 계약을 믿지 못할 수 있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거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면 신뢰가 높은 사회라면 이미 갖춘 법 제도나 규범만 가지고도 충분한 계약이 이뤄질 수 있다. 쓸데없는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생산성이 높아지고 경제적 발전도 더 기대할 수 있다.

사회적 자본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 주목한 것은 페이스북 활동이 사회적 자본을 늘리는 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개인적 차원에서 사회적 자본이 많은 경우 경제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연구는 이미 활발하게 이뤄져 있다. 어떤 사람이 사회적 네트워크를 잘 갖췄을 때 직업 획득의 기회가 높아지고 승진도 빠르다. 그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소득도 높다. 이런 사실은 이미 검증된 이야기다.

이른바 인맥 관리를 잘해야 성공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경제학적으로도 ‘사회적 자본의 경제적 함의’라는 차원에서 많이 입증되고 있다. 따라서 사회적 자본을 늘리는 데 긍정적 영향을 준다면 사람들의 페이스북 활동은 경제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추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아주 재미있는 결과를 보여주는 연구가 있다. 독일의 사회경제연구소(GESIS)가 2014년 발표한 ‘페이스북은 사회적 자본을 축적할 것인가, 파괴할 것인가?’라는 연구논문에 따르면, 페이스북 활동은 분명 사회적 자본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페이스북 활동을 통해 이전에는 느슨하게 맺은 집단 구성원들의 대면 접촉이 늘어나고 구성원 간 신뢰도가 높아진다는 사실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이 연구의 의미는 크다. 1980년대 이후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인터넷 이용이 사회적 자본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연구가 많았다. 그런데 당시 연구들은 ‘대부분 인터넷 활동이 개인의 소외를 더 늘리는 경향이 많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속적 기능 강화와 교량적 기능 약화

   
▲ 페이스북은 이미 알던 집단과의 결속을 강화하지만 새로운 집단과의 유대를 늘리지는 못한다. 또한 자기가 소속된 집단 외부의 사람에 대한 신뢰를 더 떨어뜨린다. REUTERS

하지만 과거의 연구들은 몇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인터넷 사용 초기라서 지금의 SNS만큼 이용자층이 넓지 않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초기 인터넷 사용자의 경우 ‘사회적 외골수’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 경우 잘못하면 ‘인터넷을 많이 이용하면 외골수가 된다’는 반대의 인과관계를 추론한다. 과거의 연구는 사실 이런 부분이 다수 있었다.

독일 사회경제연구소의 연구팀은 다른 점도 함께 밝혀냈다. 바로 페이스북 이용은 이미 알던 집단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측면이 높지만 새로운 집단과의 연계를 늘리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이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페이스북 이용이 집단 외부인에 대한 신뢰를 더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즉, 이미 소속된 집단에 대해서는 내부적 결속을 강화하지만 내가 속하지 않은 집단 외부인을 불신하는 마음이 더 강해진다는 이야기다.

사회적 자본은 여러 가지 개념이 중층적으로 섞여 있는 탓에 관련된 집단의 동질성에 따라 결속적(bonding), 교량적(bridging), 연결적(linking) 사회적 자본이라는 세가지 차원에서 접근한다. 결속적 사회적 자본은 가족·친구·이웃 등 이미 동질적 성향을 가진 구성원 속에서 형성되는 개념이다. 교량적 사회적 자본은 이보다 조금 먼 이질적인 동료나 조직 외 구성원과 맺는 개념이다. 연결적 사회적 자본은 이보다 더 먼 집단, 혹은 공공기관과 같은 조직과 맺는 개념이다. 연구 결과는 페이스북 이용이 결속적 사회적 자본을 강화하지만 교량적 사회적 자본을 더 떨어뜨린다는 내용이다.

이런 결과가 나타난 원인에 대해 연구팀은 ‘SNS 이용이 외부인과의 접촉면을 더 늘렸지만 SNS에서 나타나는 사람들의 태도가 현실보다 더 공격적이어서 외부인에 대한 신뢰가 더 떨어졌다’고 분석한다. 페이스북을 이용하다보니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도 깨닫고, 쟁점에 대해 서로 물고 뜯는 논쟁을 자주 접하면서 외부인에 대한 신뢰도가 더 하락했다는 이야기다.

결국 페이스북 이용을 통해 개인적인 사회적 네트워크가 강해져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겠지만, 사회 전체적인 통합력이나 신뢰는 떨어질 수 있다. 페이스북 이용을 통해 사회가 내가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임을 더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페친을 선별하게 된 것도 이런 점 때문이 아니었을까.

yzkim@koreaexim.go.kr


*김윤지 연구위원은 한겨레신문사가 발행한 경제주간지 <Dot21> <Economy21>에서 산업부·경제부 기자를 했고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한국 중소기업의 대기업 종속성과 관련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서 정보기술(IT) 산업, 문화콘텐츠 산업, 중소기업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연재를 통해 문화 산업을 경제학의 관점에서 새롭게 분석하고 접근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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