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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하르츠 개혁과 노사정 합의
[66호] 2015년 10월 01일 (목) 정의길 economyinsight@hani.co.kr

2000년대 초 ‘하르츠 개혁’이라 불리는 독일 노동시장 개편은 한국 노·사·정 합의의 모델이다. 이 개편을 주도한 폴크스바겐 인사담당 이사 페테 하르츠의 이름을 딴 이 조처는 한마디로 독일 노동자의 임금을 깎아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 것이다. 이는 일자리를 늘리는 등 독일 경제를 성장시키고 확장시켰다. 유로화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유럽 통합 등이 당시 독일 경제의 여건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독일 경제는 1990년대 통일 후유증으로 심각한 병을 앓고 있었다. 1993년 -1.1% 성장을 하고 실업률 또한 10%를 넘었다. 1998년 집권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사민당 정부의 1기 내각 때도 실업자 3500만명에 실업률 9%로 좀처럼 경제 상황이 호전되지 않았다. 유럽에서 가장 건실하고 안정적이던 독일이 ‘유럽의 환자’로 전락한 주요 원인은 통일 부담 때문이었다. 동독 지역 실업률은 15%에 달했고, 이런 실업자를 독일의 사회보장제도가 짊어져야 했다. 동구권 개방으로 독일 기업들이 값싼 임금을 찾아 국외로 빠져나가기도 했다.

‘어젠다 2010’이라고 명명된 일련의 하르츠 개혁 패키지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2003년 3월에 시행됐다. 핵심 내용은 중소기업도 직원을 쉽게 해고할 수 있게 한 반면 월 400유로 이하의 소득자에게는 사회보장세와 소득세를 면제했다. 또 실업급여 기간을 기존 32개월에서 12~18개월로 줄였다. ‘미니잡’ ‘미디잡’이라고 불리는 파트타임 일자리도 합법화했다.

목표는 한마디로 ‘단위 노동비용 삭감’이었다. 노조는 실업률이 상승하고 독일 바깥에 저임금 노동시장이 형성되자 이 조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조처는 당장은 독일 경제에 어떤 긍정적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도입된 유로화는 독일 경제에 날개를 달아주기 시작했다. 과거 마르크에 비해 약했던 유로화와 하르츠 개혁으로 낮아진 단위 노동비용은 독일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강화해줬다. 더구나 유로화 도입으로 유럽 공동시장이 확보되고, 활황을 맞은 중국 경제는 독일 제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2000년대 들어 독일 노동자의 임금은 해마다 1.1%가량 올랐으나 인플레를 감안한 실질소득은 오히려 4.5% 떨어졌다. 다른 유럽 국가에서 단위 노동비용이 증가할 때 독일에서만 유독 떨어졌다. 기업 경쟁력 개선이 임금 억제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내수는 부진했다. 그러나 수출은 호황을 맞았다. 독일 제조업이 다시 살아나고 독일 자동차 생산량의 4분의 3 이상이 수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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