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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슈] 문화산업은 제조업 넘어서는 성장동력
글로벌 문화콘텐츠 기업 꿈꾸는 CJ
[66호] 2015년 10월 01일 (목) 이연춘 economyinsight@hani.co.kr
   
▲ 2015년 4월 말 일본 사이타마현 슈퍼아레나에서 열린 ‘케이콘 2015 재팬 엠카운트다운’을 찾은 케이팝 팬들이 한류 스타들의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CJ E&M 제공

영화·방송·음원·공연 등에 10조원 투자…
산업 생태계 구축과 ‘원소스 멀티유스’ 활용이 관건


CJ그룹이 ‘제2의 창업’에 시동을 걸었다. 연매출 수십조원에 이르는 월트디즈니와 타임워너처럼 글로벌 문화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한류의 확산을 감안할 때 CJ의 구상이 비현실적인 것은 아니다. 제조업에 치우친 국내 산업 구조를 바꾼다는 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한류의 파워는 아직 아시아를 벗어나지 못한다. CJ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이연춘 <뉴시스> 산업부 기자

2015년 8월 초 미국 뉴저지의 푸르덴셜센터에서는 세계 최대의 한류 컨벤션 ‘케이콘(KCON) 2015’가 일본,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거치는 긴 여정을 마무리하고 성대한 막을 내렸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케이콘은 케이팝(K-Pop) 공연과 식품·패션·뷰티·자동차·정보기술(IT) 등 한국 기업의 마케팅이 결합된 세계 최대의 한류 이벤트다.

케이콘은 한류의 중심에 선 GD·소녀시대·아이유·씨앤블루·B1A4 등 내로라하는 케이팝 스타의 콘서트를 즐기면서 다양한 한국 기업의 제품과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페스티벌이다. 2015년 일본과 미국 동부까지 확대 개최된 이 행사에는 관객 9만5천여명이 몰려 높은 인기를 자랑했다. 케이팝 스타의 한국어 가사를 목청 높여 따라하며 열광한 팬들은 야외에 펼쳐진 스타의 패션·헤어·메이크업 스타일링 클래스에 참여하고 자연스레 옆 부스에서 판매하는 화장품과 액세서리 등을 구매했다. 또 스타들이 즐겨 먹는 한국 음식을 맛보고 직접 만들어보는 등 한국 문화를 적극적으로 체험했다.

CJ E&M이 개최하는 케이콘은 콘서트를 매개로 한류 콘텐츠와 국내 기업의 제품을 소개하는 이벤트를 융합해 한국에 대한 종합적인 브랜드 체험을 제공한다. 한류 문화콘텐츠의 파워를 식품·패션·IT 등 산업 전반으로 확대하고자 2012년 처음 열렸고 해마다 그 규모가 더욱 확대되면서 한류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한류의 낙수효과를 경험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참여 기업들 역시 매년 1.5~2배 증가하고 있다. 문화콘텐츠가 한국의 산업 전반으로 경제 효과를 확산시키는 이른바 ‘한류 경제학’이 케이콘 현장에서 입증되는 셈이다.

2012년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문화상품 수출이 100달러 늘어날 때 관련된 소비재 수출은 412달러나 증가한다.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휴대전화 등 IT 제품의 수출은 평균 395달러 증가하고 의류는 35달러, 가공식품은 31달러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중소기업 300개사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한류로 인한 매출 증대 효과가 관광산업은 85.7%, 유통 75.5%, 식품 45.2%, 전자 43.3%, 화장품 35.5%, 자동차 28.1%, 의류 23.3%로 나타나 기업 매출 신장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문화 한류가 국가 경제성장의 촉매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런 흐름의 선두에 있는 기업이 CJ다. CJ는 차세대 먹을거리 산업으로서 문화산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장기적 비전을 갖고 지속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조선·철강 등 전통 제조업이 중국 등 신흥국의 추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CJ는 10조원을 투자해 문화콘텐츠 분야의 ‘글로벌 톱10’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1995년 미국 영화제작사 드림웍스SKG에 3억달러(약 3500억원)를 출자한 뒤 20년 동안 문화사업에 지출한 투자비(7조5천억원)보다 더 많은 금액을 앞으로 6년간 쏟아붓겠다는 것이다.

CJ그룹은 이를 위해 적극적인 해외 진출 전략을 세우고 있다. CJ CGV는 현재 한국·미국·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미얀마 등 6개국에서 운영하는 1639개의 스크린을 2020년에는 12개국, 1만여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전체 스크린의 80%와 매출의 65%를 해외에서 확보함으로써 명실상부한 글로벌 극장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복안이다. 이 경우 해외 스크린 수는 현재의 700개에서 8천여개로 늘어난다. 이 목표가 달성되면 연간 1억3천만명인 CGV 관람객은 2020년 7억명 수준으로 증가한다. 또한 전세계 영화 관람객의 8%를 차지하는 세계 톱 클래스 극장 기업이 되면서 한국 영화를 전세계인에게 전파하는 ‘K-무비 플랫폼’의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홍정표 키움증권 영구원은 “CJ CGV의 국내 사업은 외형적 성장을 달성했지만 판매관리비 증가와 판촉비 증가에 따라 수익성이 부진했다”면서도 “해외 사업은 중국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베트남 영업이익 규모가 확대되는 등 국내 부진을 만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CJ E&M은 외국인을 만족시킬 콘텐츠를 담당한다. 외국인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글로벌 지적재산권(IP) 확보에 주력하면서 세계적인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다. 영화사업 부문의 경우 중국과 동남아 현지에서 합작영화 제작 및 배급을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타이 등 4개 국가에서 현지 합작으로 제작·배급되는 작품은 연간 8편 정도로, 이는 영화사업 전체 매출의 15%가량을 차지한다. CJ E&M은 영화사업 부문에서 현지 합작영화 편수를 점차 늘려 2020년에는 글로벌 사업 매출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정윤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CJ E&M의 향후 성장 사업 부문은 해외 영화사업이 중심이 될 것”이라며 “영화 부문에서 2020년까지 13%의 성장을 지속해 해외 매출 비중이 60%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사업은 해외 미디어 파트너와의 합작을 통해 다양한 진출을 꾀하고, 음악·공연 사업도 현지 및 글로벌 IP를 확대해 해외 진출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또 영화 <수상한 그녀>가 중국과 베트남에서 리메이크되고, 창작 뮤지컬 <김종욱 찾기>가 중국과 일본에서 인기를 끈 뒤 영화와 책으로 나온 것처럼 ‘원소스 멀티유스’(OSMU) 방식도 확대한다. 이를 통해 2020년 CJ E&M의 글로벌 매출 비중을 현재(8.5%)보다 크게 높여 43%로 키울 계획이다. 한류 확산 플랫폼인 케이콘, 마마(MAMA)의 개최 지역과 규모도 확대해 국내 중소기업들의 해외 판로 개척 지원 사업도 강화할 예정이다.

   
▲ 2013년 중국 랴오닝성 선양 중심가에 개관한 ‘CGV 선양 진룽중신(瀋陽 金融中心)’. 아이맥스(IMAX), 스위트박스의 특별관을 포함해 10개관 1826석의 좌석을 갖추고 있다.
   
▲ 이채욱 CJ 부회장은 최근 문화산업에 1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정 연구원은 “CJ CGV는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의 적극적인 사이트 확장과 수익 턴어라운드 가속화로, CJ E&M은 중·장기적으로 해외 영화 제작 및 배급 확대로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문화산업을 그룹의 신수종사업으로 삼는 곳은 국내에서 CJ그룹이 유일무이하다. 다만 문화사업의 비즈니스 속성상 흥행에 성공하는 확률은 매우 낮아 아직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문화콘텐츠 산업이 발달한 미국에서조차 영화 10편이 제작되면 7편은 적자를 면치 못하는 구조다. 미국 등에서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수직계열화뿐 아니라 수평계열화를 통해 원소스 멀티유스를 극대화하는 상황이다.

한 문화사업 전문가는 “문화콘텐츠 사업은 수요층이 불확실하고, 성공하는 콘텐츠와 실패하는 콘텐츠의 차이가 크며, 초기에 큰 투자 비용이 필요한 대표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구조”라며 “이 때문에 대다수 글로벌 문화기업들은 수직계열화, 수평다각화, 글로벌화를 주요 사업 전략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CJ그룹을 ‘문화 공룡’으로 보는 시선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자칫 해외로 나가기 전에 국내 규제에 발이 묶일 수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문화사업 전문가는 “문화산업은 제조업과 달리 모든 역량을 내재화할 수 없으며 작가·배우·감독·제작사 등 관련 산업의 종사자들 사이에 산업생태계를 형성해 동반 성장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며 “따라서 대규모 투자를 감수하고, 글로벌화를 추진하며, 유통 파워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능력을 보유한 문화 전문 대기업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산업 전체의 외연과 부가가치의 크기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CJ그룹 쪽은 향후 “글로벌 톱10 미디어 기업에 대한 지분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며 “2020년에는 문화 분야 매출이 15조6천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CJ그룹 문화사업 부문 계열사인 CJ E&M·CGV·헬로비전의 2014년 매출은 3조6천억원대로 그룹 총매출(26조8천억원)의 13% 수준이다. 2020년엔 그룹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10%대 후반까지 높여 식품·바이오·물류와 함께 4대 사업군으로 키운다는 것이 CJ 쪽의 청사진이다.

CJ가 이렇듯 문화산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것은 1995년 할리우드 스튜디오 ‘드림웍스’에 투자자로 참여하면서부터다. 당시 이재현 제일제당 상무는 누나인 이미경 이사와 함께 로스앤젤레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영화감독이자 제작자인 스티븐 스필버그, 월트디즈니 만화영화를 총지휘한 제프리 카젠버그, 음반업계의 거장 데이비드 게펜이 함께 만든 ‘드림웍스SKG’의 투자 계약을 성사시키러 떠나는 길이었다.

할리우드의 거물들과 협상을 앞두고 이 상무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문화야. 그게 우리의 미래야. 단순히 영화 유통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멀티플렉스도 짓고, 영화도 직접 만들고, 음악도 하고, 케이블채널도 만들 거야. 아시아의 할리우드가 되자는 거지.” 드림웍스SKG를 통해 콘텐츠 제작 및 유통 역량을 키운 뒤 궁극적으로 우리 정서에 맞는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고, 멀티플렉스를 통해 영화 관람 문화를 바꾸며, 문화상품을 앞세워 세계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자신의 구상을 얘기한 것이다. 드림웍스 투자는 이후 CJ그룹이 ‘식품회사’라는 오랜 틀을 벗어던지고 문화창조기업으로 탈바꿈하는 사업다각화의 초석이 됐다.

소녀시대 멤버들이 공항에서 입은 옷·구두·액세서리는 전세계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관심을 받고, 인기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인공이 먹은 음식은 해외에서도 화제를 낳으며 순식간에 인기를 얻는다. 단지 콘서트나 팬미팅 등을 통해 스타를 만나러 한국을 찾는 것이 아니라 우리 문화를 직접 체험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 관광객도 날로 증가한다. 한류 스타를 향한 관심과 호감이 한국의 다른 브랜드로 이어지며 각종 재화나 서비스의 해외 진출을 용이하게 만드는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이다.

2014년 10월 한류미래전략연구포럼은 ‘한류의 경제 효과가 6조6050억원(2012년), 한류의 자산가치가 94조7900억원(2012년 6월)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높은 자산가치를 지닌 문화 한류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제대로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낼 경우 1인당 국내총생산(GDP) 1만5천달러를 넘으면 비중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제조업을 보완해 한국 경제를 먹여살릴 차세대 먹거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CJ 쪽의 판단이다.

높은 신장세를 보이는 문화콘텐츠 산업은 고용 창출 효과에서도 제조업 등 여타 산업 분야를 웃돈다. 한국은행(2014년)에 따르면, 문화산업의 고용유발계수는 15.5명으로 전체 산업의 8.6명, 자동차 산업의 6.7명, 반도체의 4.2명에 비해 훨씬 높다. 특히 산업의 특성상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청년들의 취업이 가능한 분야여서 청년 실업률 해소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된다.

CJ그룹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장기 저성장 시대로 진입한 가운데 한국 경제는 내수시장을 키우고 미래 성장동력을 빨리 찾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며 “한국 경제를 지금까지 이끌어온 ‘수출 중심의 제조업’ 구조로는 이러한 한국 경제의 한계를 극복하는 게 난망하다”고 말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평소 “전세계인이 매년 두세 편의 한국 영화를 보고, 매월 한두 번 한국 음식을 먹고, 매주 한두 편의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매일 한두 곡의 한국 음악을 들으며 일상생활 속에서 한국 문화를 마음껏 즐기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문화콘텐츠 산업은 국내 대기업들이 가본 적 없는 분야다. 그러나 CJ는 이를 발판으로 삼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려 한다. 성공 여부는 CJ가 지금부터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lyc@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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