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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슈] 낙제점 받고도 긴축재정 가는 이유는?
집권 3년차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어디로
[66호] 2015년 10월 01일 (목) 김소연 economyinsight@hani.co.kr
   
▲ 방문규 기획재정부 제2차관이 2015년 9월4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브리핑룸에서 ‘2016년 예산안 및 2015-2019년 국가재정운용 계획안’을 설명하고 있다. 추경예산을 포함해 계산하면 2016년 예산은 2015년 대비 0.5% 증가하는 데 그친다. 뉴시스

2%대 성장률에도 내년 긴축예산 편성…
통화·재정·세제 정책 모두 손발 묶인 최경환 경제팀


2015년 말 박근혜 정부는 최악의 경제 성적표를 받아들 가능성이 높다. 3%대의 경제성장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2%대 중·후반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2016년 예산안을 긴축재정으로 편성했다. 현 정부 경제팀은 금리를 내리는 통화정책과 세금을 올리는 세제정책을 과감하게 쓸 수 없는 상황이다. 금리를 내려도 소폭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재정지출 확대도 불가능하다. 진퇴양난의 국면이다. 긴축 예산안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다.


김소연 <한겨레> 경제부 기자

3%대를 지켜라! 정부는 올해 3%대 경제성장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하지만 쓸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은데다 중국 경제 부진과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등으로 오히려 경제 불확실성만 높아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015년 6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2015년 경제성장률(실질) 전망치를 애초 3.8%에서 3.1%로 0.7%포인트 대폭 낮춰 잡았다. 수출 부진 등으로 생산과 투자의 회복세가 더디고, 예기치 못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그나마 나아지고 있던 소비와 서비스업 부문이 위축된 탓이다.

정부는 2015년 7월 11조6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까지 꺼내들었다. 경기 부진으로 부족한 세입을 채워넣는 데 5조4천억원, 경제 활성화를 위해 6조2천억원을 더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메르스 사태로 추경을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3%대 성장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의지’라는 분석이 더 힘을 받고 있다. 2016년 4월 총선에서 박근혜 정부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제성적표가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9월8일 2016년 예산안을 발표할 때도 정부는 ‘2015년 경제성장률 예상치 3.1%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다른 경제기관의 전망과는 차이가 있다. 한국은행은 추경 효과를 반영하고도 2.8% 성장을 예측했으며,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기준금리 1~2회 추가 인하와 구조 개혁이 실현되지 않으면 2%대 성장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2.6%), 삼성증권(2.7%), 한국경제연구원(2.7%)은 한국은행보다 낮은 전망치를 내놨다. 국제금융센터 자료를 보면, 노무라증권 등 해외 투자은행 10곳이 지난 6월 이후 새로 내놓은 2015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2.6%였다.

박근혜 정부 3년차인 2015년 예상되는 경제정책 성적표는 낙제점으로 향하고 있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2015년 2분기 국내 경제가 전 분기 대비 0.3% 성장하는 데 그쳤다. 이는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분기(0.1%)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한 5분기 연속 0%대 성장률이 이어져오고 있다. 돌발 악재인 메르스와 가뭄 탓도 크지만 수출 둔화와 내수 부진으로 성장동력이 떨어지는 것이 2분기 ‘성장 쇼크’를 야기했다는 분석이다.

3% 성장에 매달리는 박근혜 정부 

3분기 들어서도 수출 악화와 내수 회복세는 부진하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 구실을 하던 수출이 경제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2015년 8월 우리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7% 줄어든 393억달러로 집계됐다. 2015년 들어 수출은 8개월 연속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감소세를 이어간다. 8월 감소폭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8월(-20.9%) 이후 6년 만에 최대치로 커졌다. 세계 교역 물량 감소, 국제 유가 하락, 중국의 수요 부진, 한국의 수출 경쟁력 저하 등 구조적 악재가 겹겹이 쌓여 있어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내수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민간소비는 현 정부가 들어선 2013년 1분기 이후 10분기 동안 모두 세차례(2013년 1분기, 2014년 2분기, 2015년 2분기)나 전기 대비 감소했다. 해당 기간 동안 ‘비교적 괜찮다’고 평가할 수 있는 1% 이상 증가는 단 두 차례에 그친다. 소비를 하기 위해서는 임금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저임금을 받는 비정규직이 줄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은 최근 10년 동안 전체 노동자의 절반가량인 800만명 안팎을 오가고 있다. 2015년 상반기 임시직 실질임금은 지난해보다 0.6% 오르는 데 그쳤다.

임금은 낮은데 집값과 교육비 부담이 커지니 돈을 쓰지 않는 사람이 늘고 있다. 2015년 2분기 가계의 평균소비성향은 71.6%로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두번째로 낮은 수준까지 추락했다. 평균소비성향은 세금 등을 제외하고 바로 쓸 수 있는 돈인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에 지출한 돈이 차지하는 비율로, 이 지표의 하락은 가계가 씀씀이를 줄이고 있다는 의미다.

부진의 늪에 빠진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전통적으로 통화정책(금리), 재정정책(예산), 세제정책(세금감면)을 적절하게 사용해야 하는데 세가지 모두 활용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손발 묶인 통화·재정·세제 정책 

우선 기준금리를 이미 많이 내렸다. 더 내릴 수 있는 여력이 많지 않다. 한국은행은 2014년 8월과 10월, 2015년 3월과 6월 4차례에 걸쳐 연 2.5%의 기준금리를 1.5%로 1%포인트나 끌어내렸다. 가계빚이 이미 1130조원을 넘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큰 폭의 금리 인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지해온 제로(0) 금리 정책에 종지부를 찍을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것도 변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9월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연방기금 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동결했다. 그러나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에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국내외 금리 차이 확대와 이로 인한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 때문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현재 금리 수준이 하한선에 도달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큰 폭의 인하는 어려워 경기 진작 효과는 미지수다.

세제정책도 뾰족한 방법이 없다. ‘증세는 없다’는 대통령 공약에 막혀 충분한 재정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의 재정 상황에서는 내수 회복을 위한 대대적인 복지 확대, 일자리 마련, 중소기업 지원 등이 쉽지 않다. 세금을 깎아줘 기업의 투자를 늘리는 방법도 있지만 부작용이 크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법인세 인하 등 감세 정책을 폈지만 재정은 악화되고 기업의 고용과 투자는 늘지 않아 지금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승용차, 대형 가전제품, 녹용·로열젤리, 방향용 화장품의 개별소비세를 30% 깎아주는 소비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지만 그 효과는 자동차를 중심으로 소비가 소폭 늘어나는 데 그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증세 등을 통한 세입 확충이 이뤄지지 않아 재정이 취약해지면서 재정정책도 쓰기 어려운 형편이다. 정부가 제출한 2016년 예산안을 보면 정부의 빈약한 재정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부는 지난 9월8일 2015년 본예산보다 3%(11조3천억원) 늘어난 386조7천억원 규모의 2016년 예산안을 확정하고 9월11일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 지출 증가율 3%는 2010년(2.9%)만 빼면 최근 10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정부가 전망한 내년 경상성장률 4.2%보다 낮아 전문가들은 ‘사실상 긴축재정’이라고 비판한다. 특히 2015년은 추경예산까지 편성했다. 정부가 실질적으로 2015년에 거둬들인 수입과 지출을 보려면 추경을 포함해 계산해야 한다. 그럴 경우 내년 정부의 총수입은 3.7% 늘어나고, 총지출은 0.5% 증가에 그친다. 예상보다 훨씬 심한 긴축재정을 편성한 셈이다.

지출이 별로 늘지 않았는데도 세입이 취약하다보니 국가채무가 많이 증가했다. 국가채무는 2016년 말 645조2천억원으로 1년 사이 50조1천억원이 증가할 전망이다. 이 경우 2016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는 40.1%로 처음으로 40%를 넘어서게 된다.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선진국에 견줘 안정적인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회복을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쳐왔다. 당장 나라빚이 늘더라도 복지·일자리·중소기업 등에 대한 재정 지원으로 경기가 살아나면 세수가 늘어나고 다시 재정이 좋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OECD의 평균 국가채무는 2007년 GDP의 73.5%에서 2015년 114.6%로 41.1%포인트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는 28.7%에서 38.5%로 9.8%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5년 4월 한국의 재정건전성이 양호하다며 “경기회복이 가시화되지 않거나 성장이 예상보다 저조한 경우 추가적으로 재정을 더 쓰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정부는 왜 재정적자에 대한 거부감이 강할까? 재정적자가 늘어나면 어쩔 수 없이 증세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 재정적자는 복지정책 등 지출이 많아서가 아니라 국세 수입이 적은 것이 원인이다. 한국의 복지 규모는 GDP의 10.4%로, OECD 평균 21.6%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반면 조세부담률(2013년 기준)은 17.9%로 OECD 평균(25.8%)과 견주면 7.9%포인트나 낮다. 세수 금액으로 따지면 100조원이 넘는다. 현 정부는 재정 확충의 길을 스스로 봉쇄함으로써 더 이상 경제정책 수단을 구사할 수 없는 진퇴양난의 어려운 길을 가는 것처럼 보인다.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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