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시각 > Interview
     
[Interview] “모바일 결제 성패, 국제표준에 달렸다”
조정일 코나아이 대표
[66호] 2015년 10월 01일 (목) 정남기 economyinsight@hani.co.kr

조정일 코나아이 대표는 외환위기 때 창업해 전자결제 분야에서 한길을 걸어온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의 1세대 사업가다. 개인적으로도 크게 성공했다. 하지만 그는 작은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왔다. 교통카드 시스템으로 벌어들인 수백억원을 모두 쏟아부어 신용카드 집적회로(IC)칩을 개발했고, 스마트폰 유심칩 시장에 진출했다. 최근에는 애플페이 등과 경쟁할 수 있는 국제 표준의 결제 플랫폼을 개발했다. 비자카드, 마스터카드 등에 비싼 수수료를 주지 않고도 해외 결제를 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그가 믿는 것은 기술력이다. 기술력 하나 믿고 애플·구글·삼성 같은 글로벌 기업이 경쟁하는 결제 플랫폼 시장에 겁 없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 조정일 코나아이 대표는 교통카드부터 시작해 스마트카드 칩, 휴대전화 유심칩에 이르기까지 손대는 사업마다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하나하나의 사업이 회사의 운명을 건 도전이었다. 그는 국내 유일의 EMV 기반 ‘코나페이’ 결제 시스템으로 또 한번 도전에 나섰다. 한겨레 정용일 기자

정남기 편집장  

교통카드부터 최근 출시한 ‘코나페이’까지 전자결제 사업을 계속 해왔다. 어떤 계기로 창업을 하게 됐나.

애초부터 전자화폐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직장을 다니면서도 꾸준히 전자화폐 시스템을 연구했다. 그것을 바탕으로 창업하게 됐다. 막상 창업을 하려고 할 때 외환위기가 터졌다. 하지만 꿈꿔오던 게 있었기 때문에 창업 말고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1998년 1월 창업을 감행했다.

외환위기 때라서 어려운 점이 많았을 것 같다.

퇴직금 1800만원으로 시작했다. 서너 달도 안 가는 돈이다. 그래서 초기부터 투자자를 찾았다. 다행히 에인절투자자를 찾아서 1억5천만원을 투자받았다. 에인절투자자를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 비전만 믿고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형제도 그만한 돈 투자 안 해준다. 투자자의 돈을 생명처럼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런 마인드가 없으면 성공하기 힘들다. 다행히 초기 투자자는 2001년 회사를 상장한 이후 큰 이익을 남겼다. 300억원가량을 회수했다.

교통카드 시스템으로 성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몇달 영업을 해보니 도저히 안 되겠더라. 그래서 교통카드 시스템 개발로 전환했다. 당시 서울시가 후불 교통카드 시스템을 막 시작한 상황이었다. 부산의 하나로 교통카드 시스템을 수주해 전자화폐 개념으로 설계했다. 이후 경남·대전·경기도 등 주요 지방자치단체의 교통카드 시스템을 거의 다 맡아서 했다. 서울의 버스, 지하철만 빼고 우리가 거의 다 했다.

해외로 진출할 생각은 없었나.

해외 진출을 시도했지만 벽에 부딪혔다. 인프라 사업이다보니 투자 금액이 많고 수주 기간이 길었다. 현실적 한계를 느꼈다. 해외 사업을 하려면 자본과 파이낸싱이 중요한데 내가 연구원 출신이라서 그런 메커니즘을 몰랐다. 국내에서도 교통카드 시스템을 운영하는 자회사의 사업 구조를 잘못 짰다. 지분 51%를 확보해 경영권을 확보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더 이상 성장동력으로 삼기 어렵다고 느꼈다. 그래서 사업을 모두 매각하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했다.  

기술력 하나 믿고 신규 사업 도전

스마트카드 집적회로(IC)칩으로 성공하지 않았나.

초기에는 쉽지 않았다. 2003년에는 40억~50억원의 흑자를 봤다. 그러나 2004년 187억원, 2005년 60억원의 연속 적자를 냈다. 그동안 번 돈을 거의 다 쏟아부었다. 다른 사람이 보면 미친 짓이었다.

IC칩 개발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교통카드 칩은 그냥 메모리 칩이다. 금융권이 쓰는 신용카드 칩은 다르다. 중앙연산처리장치(CPU)와 운영체제(OS)가 있다. 보안 레벨도 높아야 한다. 칩 하나가 사실상 미니 컴퓨터 기능을 한다. 우리는 개방형 OS를 개발하고, 외부 해킹을 막을 만큼 보안 레벨을 갖추고, 거기에다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탑재했다. 그리고 국제 인증을 받았다. 그런 방식으로 한 제품을 개발하는 데 2년6개월이 걸렸다. 돈도 200억원이나 들었다.

국내 금융회사들의 반응은 어땠나.

2006년 처음으로 핀란드와 노르웨이에 신용카드 IC칩을 수출했다. 국내에선 비씨카드에 처음 제품을 납품했다. 당시 국내 시장은 작았다. 신규 업체라는 단점 때문에 영업이 어려웠다. 금융권은 보통 안정적인 OS를 쓰려 한다. 버그가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내 금융사들은 외국산 칩을 쓰고 있었다. ‘젬플러스’와 ‘엑셀토’ 제품이다. 지금은 두 회사가 합병해 ‘젬알토’라는 회사가 됐다.

현재 IC칩 매출 실적은 어떤가.

70여개국에 연간 5억개의 칩을 수출한다. 해외 매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우리는 IC칩 제품을 산 뒤 거기에 OS와 애플리케이션을 입혀서 판매한다.

휴대전화 유심칩 사업도 하고 있다.

코나아이가 국내 시장의 50%가량을 장악하고 있다. 국내 경쟁 업체는 별로 없고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는 구도다. 유심칩은 앞으로 모바일 쪽에서 유망한 분야다. 사물인터넷을 하게 되면 관련 기기들이 각각의 기기 인증 모듈을 필요로 한다. 유심칩과 비슷한 칩이다.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유심칩 활성화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다.

한국만 유심칩 이용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원래 유심칩은 호환성이 있어야 한다. 어느 단말기에서나 쓸 수 있어야 한다. 고객이 통신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통신사들은 유심칩을 기기와 연동시킨다. 단말기에 필요한 기능을 유심칩에 집어넣어 기기와 묶어놓는다.

그럼 이통사 단말기 유심칩은 호환이 안 되는가.

일부만 열려 있다. 부가 기능은 안 된다. 기본 기능은 가입자 인증 기능을, 부가 기능은 결제·보안 기능 등을 말한다.

통신시장이 공급자 중심 시장인 것 같다.

과거에는 통신사가 서비스를 좌지우지했다. 그러나 세상은 바뀌게 돼 있다. 내가 독점한다고 해서 그 상태가 계속 가지 않는다. 누군가 반란을 일으키게 돼 있다. 중국 폰이 많이 들어오면 국내 통신시장도 바뀔 것이다. 시장에 안주하는 것, 자기들만의 리그를 만드는 것은 깨지게 돼 있다.

국내 IT 산업이 발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동안 국내 IT 대기업들은 돈을 많이 벌었다. 그러나 그 이익을 중견·중소 기업에 얼마나 배분했는지 의문이다. 이익을 공유했다면 국내 IT 산업은 더 발전했을 것이다. 지금은 대기업이 무너지면 중소 IT 기업도 다 무너지는 구조다. 중견·중소 기업도 한눈팔지 않고 전문 기업이 돼야 한다. 뭐든지 자기 전공 분야를 찾아서 특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당당하게 대가를 받아야 한다.

요즘은 해외에서 먼저 뜨는 기업이 많다.

중견·중소 기업 중 최고경영자(CEO)가 제대로 된 기업들은 해외에서 자기 살길을 찾는다. 국가 정책이 어찌됐든 상관하지 않는다. 그리고 대기업 근처에 가지 않는다. 힘들더라도 해외시장을 먼저 개척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게 더 오래, 안정적으로 가는 길이다. 한국의 로컬 기업은 평균수명이 5년에 불과하다. 그리고 대외 변수에 취약하다.

이번에 EMV(비자·마스터 카드 등이 만든 IC카드 국제 기술 표준) 기반의 ‘코나페이’ 결제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전에는 EMV 기반 시스템이 없었나.

요즘은 전화번호 등을 이용해 간편결제 방식을 마음대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간편결제 방식을 새로운 핀테크 플랫폼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국제 표준이라는 게 있기 때문이다. 지난 30년 동안 수많은 결제 방식이 있었지만 살아남은 것은 한두 가지뿐이다. 국제 기준에 맞지 않으면 범용성을 확보하는 데 문제가 생긴다. 확산이 안 되고 사장된다.

한국에는 국제 표준에 맞는 플랫폼이 없다. 티머니(T-money)의 경우도 교통에만 제한적으로 쓰인다. 식당에서는 거의 이용되지 않는다. 10년이 지나도 확산되지 않는다. 작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은 자금이 부족하니까 아이디어만 가지고 얘기한다.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국제 표준에 맞는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코나페이를 만든 것이다.

   
▲ 조정일 코나아이 대표는 중견·중소 기업들이 과감하게 해외로 진출해 세계시장에서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만 10년, 20년을 내다보는 특화된 전문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한겨레 정용일 기자

금융사들과 어떻게 사업을 하나.

고객에게 국제 표준에 맞고 범용성과 호환성 있는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은 기업이 있으면 우리 플랫폼을 가져다 쓰면 된다. 우리는 그런 기업에 기술을 제공한다. 결제 서비스의 이름을 어떻게 붙이든 상관없다. 특정 은행이 우리 기술을 쓰고 자기 이름을 붙여 ‘○○페이’라고 불러도 상관없다. 신용카드사, 통신사도 우리 기술을 가져다 쓸 수 있다.

구체적인 이용 방식은.

두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코나아이칩이 들어 있는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하는 것이다. 국내외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스마프폰에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은 뒤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해 사용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애플페이·삼성페이와 동일하다. 그러나 코나페이 애플리케이션은 단말기에 구애받지 않는다. 어떤 단말기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애플·구글·삼성 등이 결제 서비스를 내놨다. 전망이 어떤가.

애플페이 모델이 제일 많이 이용될 것 같다. 우리도 애플페이와 비슷한 결제 방식이다. 국제 표준이 그런 형태로 가고 있다. 애플은 단말기에 신용카드를 넣어서 쓰는 방식이다. 애플페이는 브랜드 플랫폼만 있지 자기 규격으로 하는 게 아니다. 실제로는 신용카드 결제다. 따라서 새로운 인프라가 필요 없다.

구글페이는 통신사, 단말기 제조사, 그리고 신용카드를 발행하는 은행이 알아서 협약을 맺어야 한다. 따라서 매우 복잡하다. 구글 방식은 이미 실패한 것으로 본다. 삼성페이는 아직까지 마그네틱 카드를 이용하는 개념이다. 다만 접촉하지 않고 마그네틱 카드의 정보를 읽어내는 것이다. 삼성은 아직 EMV 기반의 플랫폼을 갖고 있지 않다.

알리페이는 국제 표준을 따르지 않는 방식이다. 따라서 스스로 인프라를 깔아야 한다. 기존 인프라를 쓰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QR코드를 생성해서 바코드 리더기로 읽고 있다. 그러나 바코드 리더기가 있는 곳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일반 식당에는 보통 바코드 리더기가 없다. 알리페이도 결국 범용성의 한계를 느끼고 EMV 기반으로 전환할 것이다.

코나페이는 신규 인프라가 필요 없다. IC 카드를 읽는 단말기(리더기)만 있으면 된다. 앞으로 IC칩 카드가 보편화되면 국내외 어디서든, 어떤 스마트폰 단말기로든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

코나페이를 쓰면 국내 기업이나 소비자에게 어떤 이득이 있나.

그동안 국내 신용카드로 해외에서 결제하려면 비자·마스터 카드 같은 회사와 제휴해야 했다. 그러나 코나페이를 쓰면 비자·마스터 카드와 제휴하지 않고 국내 신용카드로 해외에서 결제가 가능하다. 소비자는 해외에 나갈 때 제휴 카드를 따로 챙길 필요가 없다. 신용카드 회사는 비자카드 등에 내는 수수료를 줄일 수 있다.

“기업 생태계 살아야 국내 IT 산업 발전”

제휴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국내외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하는데 반응이 좋다. 특히 중국 쪽 반응이 좋다. 미국에서도 새로운 사업을 할 여지가 있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가 자체 카드를 발행할 때 코나페이 플랫폼을 쓸 수 있다. 그러면 스타벅스는 비자카드에 내는 가맹점 수수료 2.5%를 내지 않아도 된다. 매출의 2.5%라면 굉장히 큰 것이다. 결국 좋은 파트너를 잡는 게 중요하다. 일단 미국 시장에 도전하려 한다. 중국은 규제가 많고 미국은 개방된 시장이다. 상업적 논리에만 부합하면 미국 시장에서 더 빨리 정착할 수 있다.

사업을 하면서 견지하는 경영철학이 있나.

비즈니스는 리스크 테이킹과 헤징이다. 그중에서도 리스크 테이킹이 먼저다. 그러려면 도전을 해야 한다. 다만 헤징할 능력이 안 되는 상태에서 리스크를 감수해서는 안 된다. 많은 스타트업이 그걸 못해서 망한다. 스타트업이니까, 젊으니까, 이런 식으로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한국에서는 사업을 한번 실패하면 인생을 망치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 창업하고 도전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려면 창조적 활동을 하게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줘야 한다. 그런 장치 없이 창업으로 몰아가는 것은 젊은이를 사지로 내모는 것이나 다름없다. 100개, 1만개 중 하나가 성공한 것 가지고 모두 성공할 수 있는 것처럼 떠드는 것은 잘못이다. 운이 좋을 수도 있고, 개인적 능력이 뛰어나서일 수도 있다. 그것을 모두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곤란하다.

그보다 젊은이에게 ‘기업을 하는 것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가르쳐줄 필요가 있다. 그런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기업가들이 모두 탐욕 때문에 사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

IT 산업에 대해 할 말이 더 있나.

국내 산업 가운데 그나마 남아 있는 게 IT, 반도체다. 조선·중공업 모두 무너지고 있다. IT 기술을 가지고 창조적인 것을 해야 한다. 다만 제조업은 경쟁력이 없다. 융합기술을 하든, 새로운 패러다임을 하든 새로운 것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소프트웨어, 콘텐츠 그런 것을 해야 한다. IT 분야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이 기술만 보지 말고 세상을 봤으면 좋겠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다. 상상력을 가지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

중국의 기세가 무섭다. 한국의 IT 산업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나.

기업의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 중국에선 동업을 하지 않으면 사업에 실패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에선 동업하면 망한다고 생각한다. 샤오미가 단말기를 만들면 그건 샤오미 단말기가 아니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모든 것을 오픈한다. ‘모바일 디바이스 생태계의 한 컴포넌트를 제공한다’는 의미다. 그것을 통해서 나와 다른 사람이 함께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기득권을 가지겠다는 것은 더 이상 안 된다. 개방해야 한다. 그러려면 ‘같이 가겠다’는 공유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jnamki@hani.co.kr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권태호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장철규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