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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과 KIC
Editor’s Letter
[64호] 2015년 08월 01일 (토) 정남기 economyinsight@hani.co.kr

국민연금은 조용할 날이 없다. 보험료 인상과 연금 개혁을 둘러싸고 매년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최근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의결권 행사 문제로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에는 정부가 기금운용위원회 공사화 문제를 들고나와 시끄럽다.

정부 구상은 기금 운용 조직을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독립시켜 공사화하고 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화하겠다는 것이다. 전문성과 수익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주로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를 감안한 개편안이다.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수익성과 안정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그치지 않는다. 일단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하면 안정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 중요한 점은 공사화한다고 해도 수익률이 높아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어차피 구체적인 기금 운용은 민간 운용사에 위탁해야 한다. 그런데 운용사들의 실적은 공사화 여부와 상관이 없다. 금융시장 상황과 운용사의 노하우가 좌우한다. 공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주식·채권·부동산 등의 전체적인 투자 비중을 조정하는 정도다. 공사화하면 오히려 조직 운용을 위한 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진다. 따라서 시장수익률을 넘어선다 해도 결과적으로 남는 게 없는 경우가 많다. 말만 그럴듯할 뿐 실속이 없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투자공사(KIC)다. KIC는 정부 외국환평형기금과 한국은행 외환보유액을 운용해 국부를 불린다는 명분 아래 설립됐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KIC의 2007∼2013년 수익률은 4.02%였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 수익률은 6.08%였다. 특히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8년 메릴린치에 대한 잘못된 투자로 KIC의 수익률은 -17.53%를 기록했다. 2010년 이후 5년 동안 수익률만 계산하면 KIC가 연 7.4%로 국민연금의 5.8%보다 높다. 하지만 조직 운영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감안해야 한다.

정부는 해외 공적연금에 비해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낮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재의 금리 상황과 기금 운용의 안정성을 고려하면 5%대의 수익률은 결코 낮은 게 아니다. 외국의 몇몇 공적연금은 수익률이 15%를 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결코 흔치 않은 사례다. 높은 수익률을 낸 연기금의 기금 운용이 모두 공사화돼 있는 것도 아니다. 2014년 16.9%의 수익률을 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은 연금과 의료보험 제도 및 기금 운용이 하나의 조직에서 이뤄지고 있다.

독립성을 강화하는 것도 시급한 현안이다. 사실 국민연금이 정부 압박에 밀려 손실을 감수하고 금융시장에 자금을 투입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해당 공무원의 자리만 늘리는 공사화보다는 실질적 독립성 강화가 수익률을 높이는 더 빠른 길이 될 수도 있다.

정남기 편집장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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