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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 Biz] 스타의 힘, 넘어설 수 있을까
스타 경제학과 문화 다양성
[63호] 2015년 07월 01일 (수) 김윤지 economyinsight@hani.co.kr

 

   
▲ 드라마·영화·가요 같은 문화산업에서 스타는 그 자체로 작품의 좋은 정보가 된다. 2015년 4월 드라마 <프로듀사>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차태현, 공효진, 아이유, 김수현(왼쪽부터)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가요, 드라마, 영화와 같은 문화산업에서 스타가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다. 쏟아지는 작품의 홍수 속에서 스타는 그 자체로 작품의 질을 대변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화산업이 스타 시스템으로만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스타가 너무 노출되면 효용이 떨어지고 자연스럽게 소비자는 새로움(신인)을 찾게 된다. 신인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값에 상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적 지원을 해준다면 스타 시스템이 강력하게 작용하는 문화산업에서도 다양성을 살릴 수 있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최근 유명 가수가 새 노래를 발표할 때면 늘 ‘음원 차트 올킬’이란 단어가 따라나온다. 과거에는 레코드나 CD와 같은 음반 판매량으로 가요의 인기 순위를 매겼다. <가요 톱10> 같은 TV 프로그램에서 인기 순위를 매길 때 중요한 척도가 되는 것이 음반 판매량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레코드나 CD보다는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를 통한 구매가 늘어나면서 음원을 판매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의 순위가 매우 중요해졌다. ‘음원차트 올킬’이란 9개의 우리나라 주요 음악 사이트에서 모두 1위를 석권했다는 의미다. 9개 음악 사이트는 보통 멜론, 엠넷, 올레뮤직, 벅스, 몽키3, 네이버뮤직, 다음뮤직, 소리바다, 싸이월드뮤직을 칭한다.

9개의 음악 사이트에서 모두 1위를 했다는 것은 해당 가수의 스타 파워를 보여주는 좋은 지표가 되기 때문에 가요 기획사들은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홍보한다. 그래서 때로는 조금 얄팍한 방법도 동원된다. 9개 가운데 몇개 사이트에서만 1위에 올라도, 혹은 대략 높은 순위에만 올라도 ‘차트 올킬’이라며 보도자료를 만들어낸다. 단 하루만 1위에 올라도 ‘차트 올킬’을 붙여주는 애교도 종종 보인다.

이렇게 차트 1위를 했다는 걸 강조하는 것이 중요한 까닭은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 자체가 그 가수 또는 노래에 대한 파워를 높여 다른 가수 혹은 노래와의 격차를 더 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 등을 통해 어떤 노래가 1위에 올랐다는 사실을 알림으로써 그 노래의 주목도를 높이는 것이다. 즉 ‘스타’라는 것이 인지되는 순간, 사람들의 주목도가 더 높아지는 이른바 ‘스타 경제학’을 활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가요, 영화 등과 같은 문화산업에서는 이런 이유로 스타가 중요하다. 너무나 많은 가수, 너무나 많은 배우가 존재하고 이들이 쏟아내는 작품도 넘쳐난다. 이런 홍수 속에서 사람들이 일일이 작품과 배우, 가수의 질을 판가름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어떤 가수나 배우에게 붙은 ‘스타’란 꼬리표는 그 자체로 많은 이들에게 좋은 정보가 될 수 있다. 이 가수가 혹은 이 배우가 그 분야에서 인정받은 스타라면 그가 내놓은 작품이 조금 더 좋은 것일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주기 때문이다. 정말 그럴까?

‘수요의 법칙’ 작용 안 하는 문화산업

미국 시카고대학의 노동경제학자 셔윈 로젠(Sherwin Rosen)과 컬럼비아대학의 모셰 애들러(Moshe Adler)는 왜 문화산업에서 스타 시스템이 존재하게 되는지를 경제학적 분석틀로 밝혔다. 1981년 로젠은 ‘슈퍼스타 경제학’이라는 논문을 통해 문화산업 종사자들의 작은 재능 차이가 소득에 엄청난 차이를 낳게 하는 현상, 즉 슈퍼스타 발생 과정과 조건을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설명했다.

먼저 수요 측면에서는 문화상품의 ‘대체 불가능성’ 때문이다. 연기를 어느 정도 잘하는 배우들을 아무리 모은다 해도 뛰어나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 한명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화산업의 소비자들은 값싼 가격으로 질 낮은 예술가를 소비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인 ‘수요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드라마에 ‘김수현 한명을 기용할까, 더 싼 배우 10명을 기용할까’를 두고 생각해보면 간단히 수긍이 간다.

공급 측면에서는 미디어 기술의 발달로 생산과 배급에서 엄청난 ‘규모의 경제’를 창출할 수 있게 된 점이 중요하다. 음악을 CD로 만들거나 소설을 책으로 만들 때, 영화나 드라마를 TV로 방영할 때 공급자의 노력은 수요자 수와 상관없이 동일하다. 즉 1명이 소비하건, 100명이 소비하건 드라마의 총 제작 비용은 같다는 것이다.

수요자 입장에서도 TV에서 현빈이 나오는 드라마를 볼 때와 ‘듣보잡’ 신인 배우가 나오는 드라마를 볼 때 시청료의 차이는 없다. 재화의 질이 다른 상품이 동일한 가격으로 대량 제공되는 상황인 셈이다. 그렇다면 수요는 한쪽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이 두가지 특성이 맞물리게 되면 분야별 선두 주자는 스스로 매출을 더 늘릴뿐 아니라 경쟁자들의 매출까지 감소시키는 이중 효과를 얻게 된다. 이로 인해 슈퍼스타가 탄생하게 된다는 게 로젠의 설명이다.

로젠이 이렇게 예술가들의 작은 재능 차이가 엄청난 소득 차이로 귀결되는 과정을 보여줬다면, 애들러는 예술가들의 재능 차이가 없어도 슈퍼스타는 존재하게 되는 과정을 설명했다. 애들러는 1985년 ‘스타덤과 재능’이란 논문을 통해 문화 상품 소비의 특수성 때문에 스타 시스템이 생길 수밖에 없음을 보여줬다.

문화상품 소비는 다른 상품의 소비와 달리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 축적’을 필요로 한다. 연극을 보려 한다면 어떤 장르의 이야기인지, 어떤 배우가 연기를 잘하는지, 어떤 작가의 이야기가 어떤 특성을 갖는지 등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지식을 축적하는 방법은 두가지다. 해당 분야 상품을 직접 소비하는 것과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진 다른 사람들과의 정보 교류를 통해서다. 두 방법은 소비자의 입장에선 모두 비용과 노력이 드는 행위다. 그래서 애들러는 문화상품 소비에는 ‘탐색비용’이 들어간다고 보았다.

탐색 비용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스타는 매우 편리한 도구다. 소비자는 탐색 과정에서 다른 소비자와 대화를 통해 지식을 축적하고 또 자신의 지식도 ‘과시’해야 한다. 그런데 서로 모두 알고 있는 대상이 아니면 대화도 힘들고 과시도 어려워진다. 따라서 소비자는 기왕이면 공통으로 알고 있는 대상을 추구하게 된다. 서로 탐색 비용이 적게 드는 대상을 찾고 탐색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소비를 하게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모두가 아는 스타가 있으면 탐색 비용이 꽤 줄어든다. 공급자 입장에서도 스타가 있으면 소비자에게 편리한 소비를 권하는 셈이라 판매도 손쉽다.

이 과정에서 예술가들에게 재능의 차이가 없어도 스타는 만들어지게 된다는게 애들러의 주장이다. 똑같은 재능을 가졌다 하더라도 누군가 운에 의해 조금 더 알려지는 순간 탐색 비용을 줄이려는 소비자에 의해 스타가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번 스타로 각인되면 그 효과가 강력해 다른 경쟁자들이 싼 가격과 같은 인센티브를 내세우며 대항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고 보았다. 작은 재능의 차이가 슈퍼스타를 낳게 된다는 로젠보다도 애들러는 훨씬 더 냉정하게 스타 시스템을 바라본 것이다.

   
▲ <음오아예>로 각종 음악 사이트 1위에 오른 걸그룹 마마무가 2015년 6월18일 서울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뉴시스

‘스타’와 ‘새로움’의 갈림길에서

하지만 문화산업이 이렇게 스타 시스템으로만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문화산업의 또 다른 속성이 견고할 것만 같은 스타시스템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문화상품은 반내구재와 같아 소비자가 늘 ‘새로움’을 추구한다는 바로 그 특성이다. 일반적으로 재화는 1년 이상 계속 사용하는 내구재와 한번만 사용하고 버리는 비내구재로 나눈다. 그런데 이 사이에 의류와 가구처럼 여러 번 쓰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영원히 쓰지는 못하는 반내구재라는 것이 있다. 닳아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취향이 바뀌어 교체하는 재화인 셈이다.

문화상품은 통상 반내구재적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듣는 음악이나 영화는 한번 듣고 버리는 것은 아니지만 영원히 그것을 소비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다. 그래서 문화상품의 노출과 호감도는 보통 역U자형 관계를 가진다고 이야기한다. 노출이 점점 많아지면 호감도는 증가하지만, 너무 많이 노출되면 호감도가 다시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모두에게 익숙한 스타는 어느 정도까지는 유용하지만 이 스타가 너무 노출되면 효용이 떨어질 수 있다. 사람들은 문화상품에서 익숙함과 편안함을 찾으면서도 새로움을 찾고 싶은 욕망이 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문화산업은 스타 시스템과 새로움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곤 한다. 이런 힘의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유럽의 한 연구팀이 재미있는 실험을 해보았다. 각각 30개의 노래를 유명 가수 카테고리와 신진 가수 카테고리로 나눈 뒤 프랑스의 10대 학생들에게 듣게 했다. 이때 학생들은 본인이 더 듣고 싶은 노래의 시간을 조절할 수 있고 노래를 들으며 각각 점수를 매겼다. 첫번째 그룹이 먼저 노래를 듣고 점수를 낸 뒤, 두번째 그룹은 첫번째 그룹 학생들이 준 평균 점수를 참조하면서 점수를 줬다. 그 결과 첫번째 그룹에 비해 두번째 그룹에서 신진 가수의 노래를 듣는 평균 시간이 훨씬 짧았다. 첫번째 그룹이 준 유명 가수들의 평균 점수가 신진 가수들보다 높아 이후 평가에 영향을 준 것이다. 즉, 구전 효과에 의해 스타 시스템이 형성되는 과정이 증명된 셈이다.

세번째 그룹에서는 학생들에게 각 카테고리의 음악을 들려주면서 음원을 판매했다. 이때 신진 가수들의 노래를 더 싸게 살 수 있도록 했다. 그랬더니 첫번째 그룹에 비해 신진 가수들의 노래를 듣는 평균 시간이 훨씬 길어졌다. 스타 시스템이 강력하게 작동하는 문화상품에서는 가격 같은 인센티브가 통하지 않는다던 애들러의 주장과는 달리 문화상품에서도 가격 인센티브가 유의미하게 작용한다는 결과였다.

이 연구팀은 연구 결과를 통해 스타 시스템이 강력하게 작용하는 문화산업에서도 다양성을 살리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즉, 보조금 같은 정책을 통해 신진 예술가들이 좀더 싼값에 자신들의 상품을 제공할 수 있게 하면 시장에서 공급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 기능에만 의존할 경우 문화 시장엔 스타만 남을 수 있다고 예측했지만 정부의 의지를 통해 다양성이 살아 숨쉬게 할 수도 있음을 연구팀이 보여준 것이다.

yzkim@koreaexim.go.kr


* 김윤지 연구원은 한겨레신문사에서 발행한 경제주간지 <Dot21> <Economy21>에서 산업부·경제부 기자를 했고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한국 중소기업의 대기업 종속성과 관련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서 정보기술(IT) 산업, 문화콘텐츠 산업, 중소기업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연재를 통해 문화 산업을 경제학의 관점에서 새롭게 분석하고 접근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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