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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이슈] 계열사 ‘헤쳐모여’로 오너 지배력 높인다
막바지로 향하는 삼성그룹의 후계 구도 판짜기
[63호] 2015년 07월 01일 (수) 이정훈 economyinsight@hani.co.kr

 

   
▲ 2015년 2월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 초청 오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두번째)이 구본무 LG그룹 회장(맨 오른쪽) 등 대기업 총수들과 함께 나란히 앉아있다. 이 부회장은 2015년 들어 삼성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뉴시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회사 정점으로 이재용 체제 완성 목표… 해외 투자자 반대가 변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미 삼성그룹을 장악하고 있다. 전자, 금융 모두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회장으로 취임하는 일만 남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막바지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중요한 고비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다. 합병된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지배하는 구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외 투자자들은 합병에 반대한다. 주주 가치를 훼손한다는 이유다. 글로벌 기업
으로 성장한 데 따른 당연한 결과다. 

이정훈 <한겨레> 경제부 기자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 후계자로 공식화된 것은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 회장이 1977년 8월 일본 경제전문지 <니케이비즈니스>와 인터뷰를 하면서다. 그로부터 10년 뒤 이 회장은 아버지의 자리를 물려받았다. 이건희 회장은 1993년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집안 정리하고 회사 정리 끝내는 데 5년 정도가 걸렸다”고 말했다. 같은 해 ‘신경영 선언’이 나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2013년 1월 부회장으로 취임했다. 미국 유학 시절을 제외하고 줄곧 10년 넘게 삼성전자에서 일했다. 그사이 그는 그룹 후계자로 성장했지만 경영권 승계 작업은 더디게 진행됐다. 2013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시작됐다. 이듬해 5월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갑작스럽게 쓰러진 뒤에는 지배구조 개편이 더욱 속도를 냈다.

이건희 회장은 경영권 승계는 부드럽게 이뤄졌지만 회사 안에서 회장 지위를 확고히 수립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반면 이재용 부회장은 이미 아버지의 자리를 이어받을 것으로 사내외에서 인정받고 있지만 형식적인 승계 작업은 매끄럽지 않게 흘러간다.

이재용 부회장은 2015년 5월 아버지의 지위 3개 가운데 2개를 물려받았다.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에 선임된 것이다. 남은 것은 삼성전자 회장뿐이다. 이들 두고 재계에서는 “실질적인 승계를 보여주는 상징적 조처”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1982년 사회복지법인 동방사회복지재단으로 설립돼 1991년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어 삼성서울병원과 저소득층 가정을 위한 보육사업, 삼성노블카운티 운영 등을 맡고 있다. 삼성문화재단은 1965년 고 이병철 회장이 세운 뒤 삼성미술관 리움, 플라토, 호암미술관 등을 맡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그룹 경영권을 승계한지 얼마 되지 않은 1988년 삼성생명공익재단, 1992년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이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수사받던 1996년 두 재단에서 손을 뗐다. 하지만 사면을 받은 뒤 1998년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으로 복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승계만 남았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08년 삼성 특검으로 대국민 사과를 한 뒤 이사장 자리를 다시 이수빈 회장에게 넘겼다. 그리고 2010년 3월 경영에 복귀한 뒤 2011년 삼성문화재단에, 2012년 삼성생명공익재단에 돌아왔다. 검찰 수사로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줄곧 이사장직을 유지해온 셈이다. 그 자리를 이재용 부회장이 물려받은 것이다.

더욱이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생명지분 2.2%를, 삼성문화재단은 삼성생명 4.7%, 삼성화재 3.1%, 제일모직 0.8%, 삼성SDI 0.6%, 삼성증권 0.3%, 삼성물산 0.1% 등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 부회장이 재단 이사장으로 자리잡으며 경영권이 한층 강화된 것이다.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는 “이건희 회장 소유 삼성 계열사 지분을 재단으로 돌려 상속세나 증여세를 줄이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삼성도 “떳떳하게 세금을 내겠다”며 재단을 이용한 편법 상속 의혹을 부인했다. 재계에선 이르면 2015년 안에 이 부회장이 회장직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착착 진행된 아버지 지위의 승계와는 달리 이 부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안정적 지배구조를 만드는 작업은 순조롭지 않다. 삼성은 2013년부터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들어갔다.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가 제일모직의 패션 부문을 가져오고, 이듬해 식음료·건물관리 등의 분야는 자회사(웰스토리)로 만들거나 계열사(에스원)로 넘기면서 계속 변화해왔다. 이같은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애초 이건희 회장의 승인을 받아 진행됐지만 이 회장이 쓰러진 뒤 2014년 하반기부터는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2014년 7월엔 삼성SDI와 제일모직 소재 부문을 삼성SDI로 합쳤고, 11월에는 한화에 삼성테크윈·삼성종합화학 등 방산과 석유화학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연말에는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 일가의 지분이 많은 삼성SDS와 제일모직이 차례로 유가증권시장에 이름을 올렸다.

2015년 5월에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하는 방식으로,제일모직은 삼성물산 주식 1주당 제일모직 신주 0.35주를 교부할 예정이다. 이번 합병안이 통과되면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한 이 부회장의 지분은 16.5%로, 7.8%씩 갖고 있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의 지분은 5.5%로 바뀐다. 이건희 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3.4%와 삼성물산 지분 1.4%를 보유하고 있어 합병이 끝나면 2.9%로 낮아진다. 합병 삼성물산에 대한 이 부회장 등 총수 일가의 지분은 총 30.4%가 된다. 또한 합병 삼성물산은 기존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19.3%와 삼성물산의 기존 삼성전자 지분 4.1%를 갖게 돼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로 자리잡게 된다.

삼성은 ‘의식주휴(衣食住休)+바이오 기업’의 비전을 내세우며 ‘시너지 효과’를 강조했다. 삼성물산 이사회도 합병 목적을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및 신성장동력 확보 △사업 추진 및 운영 시너지 창출 등으로 제안받았다.

   
▲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기한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 소집 통지와 합병 결의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문이 2015년 6월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법률 대리인 최영익 변호사(왼쪽)와 삼성물산 쪽 김용상 변호사(오른쪽)가 심문을 마치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삼성 쪽은 “제일모직은 건설 사업의 핵심 경쟁력 조기 확보와 해외 진출 확대를, 삼성물산은 사업 다각화와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합병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물산의 해외영업 인프라를 이용해 제일모직의 패션·식음료서비스 사업의 글로벌 시장 리더십을 확보하고, 신수종 사업인 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로 등극하면서 바이오 사업을 적극 육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2020년까지 건설·상사·패션·리조트·식음료 등을 아우르는 거대 종합 서비스 기업으로 매출 60조원, 세전 이익 4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그러나 삼성 쪽의 설명과 달리 증권사들은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합병 뒤 이재용 부회장 등이 최대주주로 부상함에 따라 오너의 지배력 강화가 예상”(SK증권 김기영 애널리스트), “3세가 지분을 보유한 제일모직이 삼성 계열사를 직접 지배하게 되었다는 점, 특히 삼성전자에 대한 지분 4.1%가 확보됐다는 점에 주목”(메리츠종금증권 박선호 애널리스트),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 지분을 확보해 총수 일가가 그룹 경영권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키움증권 박중선 애널리스트), “대주주
가 지배하고 있는 회사(제일모직)와 그룹영업 지배를 위해 필요한 회사(삼성물산)의 합병을 통해 삼성그룹 영업 지배구조를 안정화하려는 목적이 가장 컸던 것으로 판단”(미래에셋투자증권 이광수 애널리스트) 등이다.

아울러 이재용 부회장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으로 삼성물산 주주들이 손해를 본다는 평가가 나왔다. 합병 비율 1 대 0.35가 부당하는 것이다. 한 증권사의 수석연구위원은 “삼성물산의 합병 설명서를 보면 대부분 삼성물산의 인프라를 이용하는 것으로 돼 있다”며 “삼성물산 덕분에 제일모직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인데
삼성물산은 제일모직보다 더 낮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삼성물산은 향후 삼성전자 평택 라인 투자나 삼성디스플레이 LCD 투자 등으로 호재가 많다”며 “향후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은데 제 가치가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시점에 합병이 결정됐다”고 덧붙였다.

자본시장법은 상장사의 합병 비율을 최근 1개월, 최근 일주일, 최근일 종가 등을 산술평균해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 10% 내에서 할증이나 할인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주식 가치만 따지도록 한 것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완료되면 합병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그 아래에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두게 된다. 금융 분야는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 일가 지분이 많은 합병 삼성물산을 시작으로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삼성카드를, 전자계열사로는 합병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삼성전기 등으로 지배구조가
바뀐다. 기존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으로 이뤄진 대표 순환출자 고리는 사라지고 지배구조는 한결 단순해진다.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이 마무리되면 사실상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큰 틀이 완성될 것이라는 평가다.

여기에 더해 지주회사 체제 전환 시나리오가 나온다. 삼성전자를 인적 분할해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눈 뒤 합병 삼성물산과 합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등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은 2014년 말 “지주회사 전환 계획은 없다”고 못박았지만 최근에는 “지주회사 전환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은 없었다”며 미묘한 태도 변화를 보였다.

그러나 합병 삼성물산이 출범하더라도 몇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기존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고 여동생들인 이부진, 이서현과 큰 틀에서 경영 구도를 정리해야한다. 공정거래법(제9조 2)은 대기업 집단 안에서 3개 이상 계열회사의 지분 출자 관계가 엮이는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새 회사가 탄생해 기존 순환출자가 법적용 테두리 안에 들어온다. 이 때문에 ‘합병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합병 삼성물산’과 ‘합병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합병 삼성물산’, ‘합병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전기→합병 삼성물산’ 등을 6개월 안에 해소해야 한다. 이에 따라 삼성전기나 삼성SDS 등 계열사들의 사업 분야 합종연횡이 다시 진행될 전망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 등과의 경영권 정리도 마쳐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 소속이면서도 매월 금융계열사 사장들과 회의를 하고 있어 전자와 금융에 방점이 찍힌 상태다. 삼성 안에서는 “사실상 경영권 정리는 끝났다”며 지분 정리와는 별개로 현 상태로 나눠 경영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삼성물산이 삼성증권 지분(0.3%)을 처리할 가능성도 높다. 합병 삼성물산이 출범할 경우 금융위원회로부터 대주주 변경 승인을 받아야 한다. 자본시장법 제23조는 금융회사의 대주주가 되려면 사전에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금융위 승인에 길게는 몇개월이 걸릴수 있어 삼성물산은 합병 전 지분 매각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엇,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저지할까

이 와중에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 등장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3대 주주(7.2%) 자격으로 합병 비율을 문제 삼아 반대에 나섰다. 6월9일 임시주총 금지 가처분 소송을 낸데 이어 6월11일에는 삼성물산 자사주 처분 금지(이후 KCC 인수 주식 의결권 행사 금지로 변경) 가처분 소송을 냈다. 네덜란드연기금자산운용사(APG) 등 일부 해외 투자자도 합병 비율에 불만을 표시했다.

우선주를 보유한 해외 투자기관도 우선주 주주들을 위한 별도 주주총회를 요구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상법 제436조는 합병, 주식분할, 주식교환 등으로 종류주(우선주) 주주에게 손해를 끼칠 경우 별도 주총 결의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합병 발표 초기 삼성은 느긋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시작되면서 다급해졌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이 해외투자자를 설득하기 위해 홍콩으로 가는 등 고위 임원들이 주주 설득 작업에 나서고 있다. 동시에 삼성물산 자사주(5.76%)를 우호세력인 KCC에 매각하는 등 표대결에도 대비하고 있다. 삼성 미래전략실 임원은 “합병이 무산되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는 불가능하다”고 말할정도로 삼성으로서는 이번 합병에 혼신의 힘을 쏟는 중이다.

어찌됐든 삼성의 지배구조 재편 과정은 이제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삼성이 ‘부드러운 승계’(The soft succession) 과정에 접어들었다”면서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 수개월 내로 회장직을 승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그가 짊어져야 할 과제로 △경쟁과 협력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삼성의 한국적 뿌리와 글로벌 기업 삼성의 현재와 미래 등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을 꼽았다. 세번째 과제가 가장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 부회장이 겪을 어려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삼성은 엘리엇에 대해 이른바 ‘먹튀’라며 ‘국내자본 vs 해외자본’의 구도로 삼성의 뿌리를 강조했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은 과거와 달리 삼성의 이러한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는데도 지배구조는 여전히 낡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헤지펀드가 공격할 수 있는 빌미가 됐다는 의견이 많다. <이코노미스트>가 언급한 한국적 뿌리와 글로벌한 미래 사이의 균형에서 삼성은 한국적 뿌리만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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