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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 Biz] 대한민국은 왜 ‘먹방’에 열광하나
대중문화 트렌드로 떠오른 먹방·쿡방
[62호] 2015년 06월 01일 (월) 문동열 economyinsight@hani.co.kr
   
▲ ‘먹방’(먹는 방송)이 인기를 끌면서 케이블 채널은 물론 지상파 방송에서도 대세로 자리잡았다. 1인가구와 먹방 트렌드를 조합한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 제작발표회에서 출연진들이 기념 케이크를 먹고 있다. 뉴시스

지금 대한민국은 ‘먹방’(먹는 방송) 전성시대다. 실시간 인터넷 방송인 <아프리카TV>에서 처음 선보인 먹방은 이제 케이블 채널은 물론이고 지상파 방송에서도 대세로 자리잡았다. 외신도 한국의 먹방 문화에 관심을 쏟을 정도다. 최근 먹방의 또 다른 특징은 음식을 만들어내는 사람, 요리하는 남자의 매력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이른바 ‘쿡방’이다. 먹방과 쿡방의 인기몰이 이유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자극하는 식탐을 소재로 하기 때문이다. 먹방·쿡방은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에 비해 제작비가 적게 들어 방송사의 효자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고 있다.

문동열 델미디어 대표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데 가장 근간이 되는 세가지를 ‘의식주’(衣食住)라고 정의한다. 그중에서도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과 맞닿아 있는 것이 바로 ‘식’이라 할 수 있다. 먹는다는 행위가 바로 생존을 위한 에너지 보급과 그 맥락이 닿아 있기 때문에 ‘식’은 인류 문명과 사회를 그대로 투영해오며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왔다.

그래서인지 의식주에 대한 정의는 각 문화권마다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약간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식’의 위치다. 의식주를 영어로 표현하면 식의주(food, clothing and shelter)다. ‘식’이 맨 앞에 위치한다. 단순히 발음상 편리함의 차이일 수 있으나 전문가들은 이를 음식에 대한 서양과 한국의 시각 차이로 보기도 한다. 한국인에게 최근 식을 탐하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그 바람의 한가운데에는 ‘먹방’이라는 콘텐츠가 자리잡고 있다. 

‘먹는 방송’의 줄임말인 ‘먹방’은 실시간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TV>에서 유래했다. 기존 BJ(<아프리카TV>에서 방송을 진행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밥 먹는 장면을 그대로 인터넷 방송을 통해 내보내는 형식이 초기 먹방의 형태다. 이들 먹방의 구조는 아주 단순하다. 카메라 앞에 음식을 늘어놓고 그냥 맛있게 먹으면서 시청자와 채팅을 즐기는 것이다. 물론 몇몇 먹방은 이렇게 ‘우아’하지만은 않다. 음식을 마구 입에 집어넣는 폭식이라든가 음식을 온몸에 바르는 엽기적인 행동 등 시청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경악할 만한 영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도 인기를 끄는 대부분의 먹방들은 자극적인 퍼포먼스보다 특유의 끼와 재치가 가득한 입담으로 시청자의 시선을 잡는다.

화면에 등장한 음식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것부터 고급 요리까지 다양해 먹방을 보고 있노라면 그 많은 음식을 과연 무슨 비용으로 조달했는지 궁금해진다. 실제 먹는 행위는 원초적인 행위로 그다지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은 아니다. 입장 바꿔 자신이 무언가 먹는 모습을 누군가 빤히 보고 있다면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당황스러울 것이다. 이렇게 남에게 보이기 조금 부끄러운 모습을 드러내는 대가는 의외로 짭짤한 편이다.

월 1천만~2천만원 버는 먹방 BJ들 

인터넷 먹방의 수익 구조는 어떻게 될까. 시청자는 방송 내용이 재미있으면 BJ에게 ‘별풍선’이라는 사이버머니를 보낸다. BJ들은 이를 서비스 제공업체에서 환전해 수익을 버는 형태다.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유명 먹방 전문 BJ의 경우 수익이 월 1천만∼2천만원이라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물론 먹방을 하는 모든 BJ가 이렇게 수입이 높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프리카TV> 내에서 먹방은 꽤 수익률이 좋은 인기 콘텐츠에 속한다. 최근 들어 먹방도 경쟁이 심화돼 그 포맷이 다양해졌다. 정해진 시간에 모든 음식을 비우는 일명 ‘타임어택형’부터 음식을 하나씩 먹으면서 평가하거나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형’까지 먹방의 포맷 역시 진화 중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남들이 먹는 모습을 빤히 바라보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배워왔다. 그래서 먹방을 통해 누군가 열심히 먹는 모습을 뚫어져라 보는 건 다소 생경한 경험에 속한다. 정도가 지나치면 오히려 기분이 나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인기 있는 먹방을 보고 있노라면 입안에 군침이 돈다. 그야말로 사람의 ‘원초적’ 행위를 보여주기 대상으로 삼고 그것을 통해 인간 본연의 욕구 해소에 이른다는 점에서 등 해외 언론에서는 한국의 먹방 문화를 일종의 ‘푸드 포르노’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사실 TV에서 먹방 형식의 프로그램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오전 시간대에 주부를 대상으로 한 요리 프로그램이나 [VJ특공대] 같은 르포 형식의 프로그램에서 맛집을 소개하는 형태로 먹방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청자의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현재 방송계를 강타하는 먹방은 기존 요리 프로그램이나 음식점 소개 프로그램과 접근 방식부터 전혀 다르다. 기존 음식 방송들이 음식과 식당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형태였다면, 최근 유행하는 음식 방송 프로그램들은 인터넷 먹방 문화의 영향을 받아 그야말로 ‘먹는 행위’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전통적 먹방은 먹성 좋은 연예인들이 맛집을 찾아다니며 먹는 즐거움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에서 출발했다. 최근에는 요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격조 있는 토크쇼로 발전했다. 더 나아가 단순히 먹는 데 그치지 않는 일명 ‘쿡방’으로 진화해가기 시작했다.

   
▲ 최근에는 음식을 만드는 남자의 매력에 초점을 맞춘 ‘쿡방’이 인기를 끌고 있다. <냉장고를 부탁해>(JTBC)의 한 장면. 뉴시스

쿡방은 먹는 행위보다 요리하는 행위에 초점을 맞춘다. 유명한 셰프나 연예인들이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요리를 만들어 선보이는 방송 프로그램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유명인이 실제 집에서 사용하는 냉장고를 스튜디오로 가져와 셰프가 냉장고 안의 재료로 요리를 한다. <냉장고를 부탁해>[JTBC] 같은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쿡방에 출연하는 젊은 셰프들이 현란한 솜씨를 발휘해 평범한 재료에서 멋진 요리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 한편의 멋진 쇼를 보는 듯하다. 그러다보니 젊은 셰프들이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기도 한다. 최근에는 ‘요리 잘하는 남자가 섹시하다’는 의미의 ‘요섹남’이 신조어로 등장했다.

먹방은 드라마 형태로도 진화했다. 1인 가구와 먹방 트렌드를 조합한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가 대표적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드라마에서는 먹는 행위가 배경으로 사용되거나 요식적이었던 데 비해, 제목에서부터 나타나듯이 <식샤를 합시다>에선 먹는 행위가 드라마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시청자의 인기를 끌면서 시즌2로 이어졌다. 쉴 새 없이 음식을 입에 넣는 장면이 클로즈업되면서 이 드라마가 전파를 타는 심야 시간대에 음식배달 앱을 통한 주문이 일시적으로 높아지는 현상까지 생겼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먹방·쿡방이 인기를 얻는 이유에 대해 다이어트에 시달리는 많은 현대인에게 대리만족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비만이 게으름의 상징이 되고 외모가 선택이 아닌 필수 스펙으로 간주되는 요즘 세대에 다이어트 탓에 식생활을 마음놓고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먹방이나 쿡방을 보며 대리만족을 한다는 것이다.

투자 대비 수익률 높은 효자 프로그램 

방송제작자의 입장에서 보면 먹방·쿡방은 야외촬영 비중이 높아 제작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보다 투자 대비 수익률이 높은 효자 프로그램이다. PPL(Product Placement·간접광고) 효과도 높아 여성층에 인기가 높은 한 프로그램의 경우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프랜차이즈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다보니 방송제작자들 사이에서도 수익성이 좋은 프로그램으로 인기가 높아 대한민국 방송계는 그야말로 먹방의 전성시대가 되고 있다.

하지만 먹방 전성시대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유쾌한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우리 사회의 쓸쓸한 단면이 녹아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최근 스마트폰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는 배달 앱 시장 규모가 1조원에 이를 만큼 배달문화가 성황 중이다. 배달문화 성장의 이면에는 ‘솔로 이코노미’로 대변되는 1인가구의 증가가 배경으로 지목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488만가구에 달하는 1인가구는 2025년에는 685만가구로 늘어나 전체 가구의 3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1인가구 증가로 식사를 혼자 해결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을 놓고 보면 먹방 인기의 배경에는 1인가구의 증가와 함께 혼자 식사할 수밖에 없는 사람의 숨길 수 없는 ‘외로움’이 녹아 있다. 최근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삼포(연애·결혼·출산 포기), 오포(연애·결혼·출산·직업·내집마련 포기), 칠포(연애·결혼·출산·직업·내집마련·꿈·희망 포기)를 넘어 해탈의 경지에까지 이른다는 일명 ‘달관세대’와도 그 맥락이 닿아 있다.

경제적 또는 심리적 박탈감으로 인간관계를 포기하다보니 외식이 줄어들고 집에서 혼자 외롭게 식사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먹방을 찾게 되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인터넷 먹방의 주요 시청자들이 많이 몰리는 시간을 보면 저녁 시간대와 겹친다.

영국 BBC의 한 기자는 한국인의 먹방을 다룬 뉴스에서 먹방을 외로운 한국인들의 ‘사이버 파티’로 규정했다. 혼자서 밥 먹는 것에 익숙지 않은 한국인들이 발달된 정보기술(IT)을 이용해 누군가와 같이 밥을 먹는 가상현실이 바로 먹방이라는 것이다. 늦은 저녁 퇴근해서 집에 돌아와 배달음식으로 혼자 식사하는 쓸쓸함을 달래기 위해 먹방을 보면서 오늘도 한끼를 때우는 것이 먹방 전성시대에 담긴 우리의 또 하나의 현실이다.

rabike@naver.com


 

* 문동열은 중견 방송제작사 델미디어의 대표로 영상 콘텐츠 제작과 차세대 한류를 이끌어나갈 신인 아티스트 발굴에 힘쓰고 있다.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미디어마케팅을 전공했고 SBS 콘텐츠허브에서 방송 프로그램 제작을 담당했다. 또한 IBK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에서 콘텐츠 금융과 콘텐츠 기업 컨설팅을 맡았다. 방송 제작과 금융에 모두 정통한 문화콘텐츠 산업의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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