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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조원, 연기와 함께 사라지다
[Forum] 담배의 경제학
[5호] 2010년 09월 01일 (수) 정영호 economyinsight@hani.co.kr

정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흡연은 시장 실패가 발생하는 영역이다. 시장 실패와 관련해 일반 재화를 소비하는 경우와는 다른 다음과 같은 특성을 지녔다. 외부성, 네트워크 내 확산 효과, 정보의 실패, 시간선호의 비일관성, 건강 행태 선택에서 합리성 부재 등이다.
첫째, 외부성을 보자. 경제주체의 의사결정으로 인한 비용·편익이 제3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때 외부효과가 발생한다. 외부성은 사회적 비용·편익이 개별 소비자의 사적 비용·편익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할 때 일어나는데, 이것이 발생하면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실패해 시장 실패가 일어난다. 흡연과 관련한 외부성으로는 △간접흡연이나 담뱃불로 인한 화재로 주위 사람들, 또는 사회 구성원에게 피해를 주는 직접적 외부성 △흡연으로 인해 건강이 악화되면 흡연자가 의료 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하게 되면서 공공재정 지출이 증가하는 부정적 외부성을 들 수 있다.

합리적 흡연 선택이 어려운 이유  
둘째, 네트워크 안에서 행태가 확산되는 효과다. 한 개인의 소비 유형이 사회로부터 또는 그 개인이 속한 동료 그룹으로부터 강한 권유와 영향을 받을 때 부정적 외부성이 나타난다. 이때 그 소비 행위는 바람직한 수준을 벗어나게 된다. 흡연처럼 건강하지 못한 생활양식 역시 네트워크 안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에, 흡연 행태를 개선시키는 효율적인 방법을 설계할 때는 사회적 네트워크를 중요한 이슈로 고려해야 한다.
셋째, 정보의 실패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선택을 하려면 소비자는 상품의 특성과 질, 그리고 소비로부터 얻을 수 있는 편익(효용)과 기회비용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겨우 과다 소비 또는 과소 소비에 의한 후생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특히 담배의 경우 건강에 대한 불충분한 인지와 중독적 측면에 관한 부적절한 정보 등이 합리적 선택을 하는 데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담배의 폐해에 대한 정보의 제공과 확산이 가져온 긍정적 효과는 다음의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미국의 경우, 1964년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결과에 대해 의사들이 공개적으로 경고하기 시작했고, 1966년에는 담배가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제품에 표시하게 했다. 중앙정부와 주정부도 흡연이 건강에 해로운 결과를 가져온다는 캠페인을 벌였다. 그 결과, 담배가 폐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응답률은 1960년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미국인의 50%에 불과했으나 1969년에는 71%로 증가했다. 흡연율도 1964년에는 3% 감소했으나 1970년에는 8%나 줄었다.
넷째, 시간선호성1)이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현재 시점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 미래의 행동 변화를 고려하지 않는다. 따라서 시간선호에서 비일관성을 보이는 경우가 발생한다. 즉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가치가 감소하는 비율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미래 가치가 과거에 예상한 가치보다 급격하게 감소할 수 있다. 시간선호의 비일관성과 관련된 실증적 연구를 보면, 미국의 한 흡연자 모임에서 10명 중 8명이 금연을 원했지만 ‘지금 당장 금연’은 원하지 않았다. 즉 흡연자의 80%가 1년 뒤에 가서 담배를 끊기로 했는데, 실제로 1년 뒤에 금연을 시도했지만 이 중 54%는 일주일 이내에 실패하고 말았다. 이런 시간선호의 비일관성으로 인해 금연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시기가 언제까지 뒤로 미뤄지게 될지 명확하게 예측할 수 없게 된다.
다섯째, 건강 행태 선택에서의 합리성 부재다. 일반적으로 경제학에서 모든 개인은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기본 가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가정이 현실적으로는 성립되지 않는 경우가 존재한다. 예컨대 어린이와 청소년은 의사결정을 할 때 앞으로 발생할 결과를 고려하지 않고 행동하는 경향을 자주 보인다. 특히 한번 습관화된 행동은 변화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근시안적으로 행동하는 미성년자가 니코틴에 중독될 위험에 더 노출됐다고 할 수 있다. 미국 성인 흡연자의 80%가 청소년기에 흡연을 시작했다고 보고될 정도로 유년기와 청소년기의 건강 및 건강 관련 행동은 평생 지속되는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흡연과 관련된 정부의 정책적 개입은 최선의 선택을 하는 데 일조한다는 측면에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고등학교 학생 중 약 30만 명이 흡연을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고생 흡연 인구 30만 명 시대 
그럼 흡연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얼마나 될까? 흡연은 우리나라 주요 사망 원인인 뇌혈관 질환과 심장 질환의 주요 인자일 뿐 아니라 폐암·구강암·방광암·췌장암·위암 등 각종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 이런 직접흡연으로 인한 피해는 간접흡연에도 동일하게 적용돼 폐암, 심혈관 질환, 호흡기 질환을 발생시키는 요인이 된다. 한편 담배꽁초에 의한 화재도 2007년 6412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필자는 직접흡연과 간접흡연이 유발하는 질병으로 인한 비용, 그리고 담배에 의한 화재 비용 등을 추산해 ‘흡연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추산해보았다. 직접흡연과 간접흡연으로 인한 질병의 경제적 비용은 직접비용과 간접비용으로 구분했다. 직접비용은 질병 치료에 소요되는 직접의료비인 외래 및 입원 진료비와, 간접의료비인 교통비와 보호자 비용이 포함된다. 그리고 간접비용은 소득손실액과 작업손실 비용으로 구분된다. 여기서 소득손실액은 질병으로 인한 조기사망비용으로, 사망에 의해 손실되는 예상 평생소득의 잔여분이라 할 수 있으며, 작업손실 비용은 질병 치료를 위해 환자가 입원할 경우 상실한 근로 일수와 외래방문의 경우에 발생한 근로 기회 상실로 인한 비용으로 정의된다.
   
 

2007년에 발생한 흡연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약 5조6396억원인 것으로 추정됐다(<표> 참조). 하루 평균 155억원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흡연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다. 이를 종류별로 보면, 조기 사망에 따른 소득손실 비용이 3조5214억원으로 가장 크게 나타났고, 진료비가 1조4252억원으로 분석됐다. 또한 작업손실액은 3038억원, 간병비로 1896억원, 그리고 병원 외래방문에 따른 교통비로 203억원이 지출됐다.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도 1715억원에 이르고 있으며, 담배로 인한 화재의 재산 피해액은 78억원으로 집계됐다.
한편, 흡연은 개인의 수명과 생애의료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40살 남성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기대여명이 6.28년이나 짧으며, 뇌혈관 질환으로 인한 1인당 생애의료비는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1100만원 정도 더 지출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흡연의 폐해를 감소시키기 위해 바람직한 가격정책 방향은 무엇일까? 흡연의 폐해를 감소시키고 국민 건강을 증진시키려면 적극적인 가격정책이 필요하다. 2009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표한 각국의 담배 가격 순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담배 가격은 78번째로 나타났다. 국내의 담뱃값이 상당히 낮은 수준인 것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 건강 관점에서 담배 가격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며, 보건복지부에 담배 가격 결정의 권한과 책임이 강화돼야 한다는 점이다. 조세수입을 목적으로 한 정책 수단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 증진과 예방을 위한 공중보건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담뱃값 인상으로 조성된 재원은 수혜자 원칙에 부합하고, 국민의 건강 증진과 질병 예방을 도모할 수 있게 활용해야 한다.


[Tip & Tap]
 1) 시간선호(Time Preference)
미래는 늘 불확실하다. 그래서 위험하다. 사람들은 불확실한 미래보다 확실한 현재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한다. 같은 돈이라도 먼 훗날보다는 바로 지금 쓸 수 있을 때 더 큰 만족을 얻기 때문이다. 미래의 100만원보다 현재의 100만원에 얼마나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할지는 사람들의 시간선호가 얼마나 강한지에 달려 있다. 개인이나 사회의 시간선호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자료: 네이버캐스트 교양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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