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는 세입자들 주거비용 낮출 기회… 집값 상승 노리는 투자자에겐 실속 없어

정부가 연 1% 안팎의 초저리 수익 공유형 모기지 상품을 내놓기로 했다. 일단 금리만 보면 구미가 당긴다. 하지만 7년이라는 기간 제한이 붙어 있다. 그 뒤에는 대출이자 부담이 커진다. 주택 거래에 따른 각종 세금도 계산해야 한다. 이것저것을 떼고 나면 투자자에겐 큰 매력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전세금 상승에 압박받는 세입자라면, 어차피 집을 사야 할 실수요자라면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상품이다. 금리 차이만큼 이득을 볼 수 있다.

▲ 지난해 말 서울 대치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을 지나던 시민이 전세와 매매 시세표를 살펴보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의 전셋값은 학군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뉴시스

양희동 <이데일리> 사회부동산부 기자

#대기업 계열 유통업체에 다니는 조아무개(35·여)씨는 새해 들어 내 집 장만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현재 서울 강북의 전용면적 84m²형(옛 34평)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조씨는 중견기업에 다니는 남편과 수입을 합하면 연소득이 7천만원이 넘는다. 이 때문에 무주택자인데도 불구하고 지난해까지 주택기금을 활용한 저리 대출 상품을 전혀 이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난 1월 말 정부가 소득에 관계없이 연 1%대 초저리로 주택 구입 자금을 빌려주는 ‘수익 공유형 모기지’ 출시를 예고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그는 이 상품의 적정 대출 규모 및 전세와 비교한 거주비용 등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이르면 3월쯤 우리은행을 통해 시범 출시할 예정인 ‘수익 공유형 모기지’(3천가구 규모)는 무주택자는 물론 1주택자(처분 조건부)까지 공시가격 9억원(시세 12억원 상당), 전용면적 102m² 이하 아파트를 1%대 초저리 대출로 구입할 수 있게 한 상품이다. 연이율은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인 코픽스(2.1%)에서 1%포인트를 뺀 1.1%가 적용된다. 그동안 부부 합산 연소득 6천만원 이하 무주택자(생애 최초 7천만원 이하)들만 1%대 금리 상품을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을 맞벌이 부부 등 중산층 이상까지 빗장을 모두 푼 셈이다.

대출 대상 아파트의 선택 폭도 넓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자료를 보면, 현재 수익 공유형 모기지의 매입 대상 아파트는 총 520만5765가구로 이 제도가 적용되는 지역(서울·경기·인천·지방광역시·세종시·인구 50만명 이상 도시) 전체 아파트 물량(621만8434가구)의 83.7%에 달한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 일부 대형 초고가 주상복합을 제외한 대부분의 아파트를 매입하는 게 가능하다. 특히 이 상품은 대출 심사에서 소득 기준을 없애 고소득 1주택자도 얼마든지 주택 구입 자금을 싼 이자로 빌릴 수 있다.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들까지 큰 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낮은 이자의 대가로 7년 뒤 집값 상승분을 은행과 대출금 비율에 맞춰 나눠야 하는 탓에 집주인의 실익은 적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투자의 관점에서 수익 공유형 모기지를 선택하려면 향후 집값 상승률, 대출금 비중, 각종 세금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 배당과 세금 빼면 투자 수익 별로

수익 공유형 모기지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은 1%대 초저리 대출이 적용되는 7년의 기간이 끝나면 은행과 집주인 사이에 주택 가격 상승분에 대한 수익 정산이 이뤄진다는 사실이다. 정산 이후에는 더 이상 초저리 혜택을 받을 수 없고 기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로 환원된다. 7년 후 수익 상환은 당초 매입가격에서 대출평균잔액을 계산해 산정하기 때문에 대출 비중보다 더 많은 이익을 은행이 가져갈 수도 있다. 만약 7년 이후에도 계속 아파트를 보유할 경우 은행 몫의 집값 상승분을 추가 대출로 떠안았다가 오히려 손해를 보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이 상품은 사실상 7년 뒤 집을 판다는 가정하에 설계됐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수익 정산 때까지 오른 집값 상승률이 대출자의 손익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변수다.

부동산114의 기준으로, 서울 지역 평균가격인 5억2천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일반 주담대(연이율 3.4%)와 수익 공유형 모기지(1.1%)를 이용해 집값의 70%(3억6400만원)를 대출받아 구입한다고 가정해보자. 7년간 집값이 연 2%씩 오를 경우 가격 상승분은 7731만원으로 일반 주담대는 이자비용(8663만원)을 빼고 932만원가량이 손실이다. 반면 수익 공유형 모기지는 은행이 가져갈 5412만원과 이자비용(2803만원)을 뺀 손실이 484만원 정도로 주담대보다 다소 적다.

여기에 취득세(572만원)와 보유세(연 70만~80만원)를 합해 1100만원가량을 제외하면 두 경우 모두 실익이 전혀 없다. 만약 3%씩 집값이 오르면 가격 상승분은 1억1953만원으로 일반 주담대는 이자와 각종 세금을 뺀 2190만원이 이익이지만, 수익 공유형 모기지는 은행 몫의 집값 상승분(8367만원)과 이자·세금을 제외하고 여전히 317만원이 손해다.

결국 수익 공유형 모기지는 7년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연평균 3.3%(손익분기점)를 넘어야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은행이 가져가는 집값 상승분을 감안하면 주담대에 비해 투자 상품으로서 별다른 장점이 없다. 정부가 제시한 은행 수익률 상한선인 연 7%도 아파트 가격이 매년 4.3% 이상 올라야 적용되기 때문에 별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다만 최대 5년까지인 거치 기간(원금 분할 상환 없이 이자만 내는 기간)과 대출 조건 등이 구체적으로 확정되면 일부 수익을 얻을 여지는 있다. 국토부는 대출 기간이 5년을 넘으면 중도상환 수수료를 물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집값 대비 대출 규모를 50% 이하로 낮춰 은행이 가져가는 몫을 줄이고, 거치 기간을 최대한 유지한 뒤 원금 상환을 최소화하면 일정 수준의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예를 들어 집값이 매년 2%씩 오를 경우 5억2천만원대 아파트를 대출 40%(2억800만원)를 받아 매입하면 7년 뒤 일반 주담대는 집값 상승분(7731만원)에서 이자(4950만원)와 세금(1100만원)을 빼고 1681만원이 남는다. 이에 비해 수익 공유형 모기지는 이자(1602만원), 세금(1100만원), 은행 몫의 수익(3092만원) 등을 모두 제외하고 주담대보다 250만원가량 많은 1937만원이 남는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수익 공유형 모기지는 대출 비중이 높아질수록 은행이 가져가는 몫이 커져 대출자가 집을 팔아 시세 차익을 얻기 힘든 구조”라며 “거치 기간을 최대한 활용한 뒤 중도상환 수수료를 내지 않는 최단기간에 집을 되팔면 일부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지만 투자 상품으론 부적합하다”고 분석했다.

▲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월10일 국회에서 서민 전세 대책 등에 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초저금리 수익 공유형 모기지는 집을 사려는 전세입자들에게 유리하다. 뉴시스

이익 정산이 이뤄지는 7년 이후에 계속 거주할 경우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대출 7년 뒤 수익을 정산하고 기존 주담대 금리로 전환하면 은행 몫의 집값 상승분을 다시 대출로 떠안는 탓에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7년 뒤에 갈아탈 수 있는 추가 대출 상품이 개발되지 않는다면 장기 보유 목적의 대출자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수요자는 전세비용 절반 줄일 수도

2년마다 이사 걱정에 밤잠을 못 자는 세입자의 처지에서는 7년간 안정적으로 내 집에서 거주할 수 있는 수익 공유형 모기지가 전세를 대체할 만한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투자의 관점에서는 은행과 집값 상승분을 나눠야 하는 한계가 있지만 전세와 비교하면 금리 및 주거 안정성 측면에서 매력적인 상품이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수도권의 경우 지난 7년간 주택 가격의 변화 추이를 볼 때 향후 집값 상승을 낙관하기 어렵지만 급락 가능성도 적어 오히려 전세 수요를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KB국민은행 자료를 보면, 2008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7년간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2.68% 하락했다. 같은 기간 경기도(-4.11%)와 인천(-0.08%) 역시 집값이 모두 떨어졌다. 하지만 집값 하락세는 지난해 이후 서울 아파트값이 1.06% 오르는 등 반등한 상태다.

지난해 말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 등 ‘부동산 3법 통과’의 여파로 올해도 주택시장은 회복세로 시작하고 있다. 저성장 기조 속에서 높은 집값 상승을 예상하긴 어렵지만 정부와 업계 모두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외부 악재만 없다면 보합세 이상은 충분히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승복 피데스개발 전무는 “저성장이 지속되더라도 주택은 기본적으로 멸실된 만큼 추가 공급이 필요하다”며 “오랜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택 공급이 부족해진 상황이라 집값이 현재 수준 이상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견해를 밝혔다.

무주택 실수요자가 수익 공유형 모기지를 이용해 서울 평균 전셋값 수준인 3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한 뒤 7년간 집값이 전혀 오르지 않았다고 가정해보자. 자기 자본 9천만원을 가지고 집값의 70%인 2억1천만원을 빌리면 7년간 이자는 1617만원이다. 여기에 취득세 330만원과 연간 보유세 40만원가량을 합하면 총주거비용은 2227만원가량이다.

반면 같은 가격의 전세 아파트를 똑같은 금액을 빌려 얻는다면 은행 대출이자를 연 3.9%로 계산할 때 내야 할 이자가 총 5733만원이다. 수익 공유형 모기지 주거비용의 2배가 넘는다. 여기에 2년마다 오르는 전셋값 상승분을 감안하면 비용은 더 늘어난다. 수익 공유형 모기지로 집을 사면 주택 보유로 인한 세금을 감안하더라도 7년간 내 집에서 살며 주거비용을 전세의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현재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앞으로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고 아파트를 매입하는 투자자라면 기존 주담대를 이용하는 편이 낫다”며 “수익 공유형 모기지는 주거비용을 줄이고 싶은 실수요자들이 낮은 금리를 이용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astsun@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