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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전·월세 대책
Editor’s Letter
[57호] 2015년 01월 01일 (목) 정남기 economyinsight@hani.co.kr

정부가 새해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민간이 주도하는 주택임대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두달 전 10·30 대책을 발표하면서 전세의 월세 전환을 기정사실화한 데 이어서 나온 정책이다. 월세 시대로 가는 것을 사실상 수용하고 민간 자본을 동원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뜻이다.

전세가 월세로 바뀌는 게 불가피하다는 것은 많은 경제학자들이 인정하는 사실이다. 전세의 대가로 거액의 돈을 집주인에게 맡기는 방식은 세입자에게 매우 위험하고 불리한 제도다. 확정일자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사후 대책에 불과하다. 언제든지 돈을 떼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 월세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것에는 이론을 제기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 이행 과정은 충분한 대책이 마련된 뒤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세입자들의 주거비가 크게 상승하게 된다. 전세를 살던 사람이 월세로 옮겨가면 주거비가 2배가량 오른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자가(55% 안팎)를 포함할 경우 우리나라 가계소득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율도 20%에서 30%로 높아지게 된다. 월세가 보편화된 선진국에선 가계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이 30% 안팎이다.

지나친 월세 상승을 막으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월세 시대가 되면 주거 약자인 저소득층이 가장 큰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공공임대주택을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 단기간에 공급을 늘리기 어렵다면 이번 대책에 포함된 준공공 임대사업자(세금을 감면받는 대신 임대료 인상이 제한되는 사업자)를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 대책의 초점은 민간 임대업자에게 파격적 혜택을 주는 데 모아져 있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해주고, 택지 가격을 할인해주고, 용적률을 올려주겠다는 것이다. 공급을 늘리면 자연스럽게 임대료가 낮아질 것이란 뜻으로 읽힌다.

과연 그렇게 하면 전·월세 시장이 안정될까?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 수급에 탄력성이 없는 주택 임대시장에서 공급량만 늘린다고 문제가 해결될 리는 없다. 또 그 효과가 가시화하는 데 몇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더 중요한 점은 매우 무책임해 보인다는 것이다. 새해 경제정책 방향을 보면 ‘전·월세 대책’이란 단어가 보이지 않는다. ‘민간 주도 주택임대산업 육성’이라는 막연한 계획만 제시돼 있다.

최근 2~3년 동안 정부는 폭등하는 전셋값에 손도 대지 못했다. 수많은 대책을 발표했지만 말에 그쳤을 뿐 어느 것 하나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전세의 월세 전환 문제도 마찬가지다. 공허한 정책만 남발해왔다. 그마저도 10·30 대책 이후에는 보이지 않는다. 경제정책 방향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아예 손 놓고 포기하는 모양새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민간 임대업자 육성 방안을 믿을 만한 대책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정남기 편집장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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