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가 산업 전반에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수단으로 이용되면서 문화산업에서도 빅데이터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출판부터 엔터테인먼트까지 빅데이터의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트렌드 분석이 중요하기 때문에 문화산업과 빅데이터의 접목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나의 첫 직장은 대기업 시스템통합회사였다. 사회과학대학을 다니며 컴퓨터를 겨우 켜고 끌 줄만 알았던 내가 시스템 엔지니어로 입사한 것이다. 장대한 사연이 있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첫 직장을 막 준비하던 그해 가을에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큰 획을 그었다는 사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이 몰아쳤다. 거짓말같이 회사들이 채용 계획을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원래 생각하던 곳이 아니더라도 일단 올해 안에 직장을 잡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취업준비생들 사이에 돌았다.

그 혼란 속에서도 세상이 정보기술(IT)로 크게 변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었다. 세상일이 어찌될지 모르니 이거라도 배워보자는 생각에 뭘 하는 곳인지도 모르면서 시스템통합회사에 원서를 넣었다. 그리고 오직 그곳에서만 합격통지서가 왔다.

그렇게 어렵게 회사에 들어갔으나 시련은 그때부터였다. 시스템, 코딩, 비트, 자바,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미들웨어. 평생에 나와 상관없던 그 단어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했다. A, B, C부터 배우기 시작해 유창한 글쓰기까지를 단 몇달 안에 배우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어렵게 들어온 직장이라 쉽사리 내칠 수도 없던 때였다. 2년여 동안 그 세계의 언어를 익히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