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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생산성 극대화가 기존 자본주의 흔들 것”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교수
[55호] 2014년 11월 01일 (토) 마르쿠스 로베터 economyinsight@hani.co.kr
   
▲ 지난 10월13일 방한한 제러미 리프킨 교수. 리프킨 교수는 “유럽연합은 이미 한계비용 제로의 협력적 공유사회로 진입했다”고 말했다. 한겨레 신소영 기자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은 한 시대를 풍미한 자본주의가 저물고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등장할 것이라고 예견해왔다. 그가 보기에 자본주의 시스템을 뿌리부터 흔들고 있는 것은 디지털 혁명을 기반으로 한 거대한 기술 발전과 그 여파다. 디지털 세계의 본질은 개방적이고 투명한 시스템이다. 기존 기업의 중앙집중식 시스템과는 맞지 않다. 리프킨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지구촌이 연결·개방·공유를 통해 ‘협력적 공유사회’로 진화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마르쿠스 로베터 Marcus Rohwetter <슈피겔> 기자

제러미 리프킨(69)은 오래전부터 세계에서 영향력이 큰 문화평론가로 꼽혀왔다. 1967년 그는 미국의 베트남 참전에 항의하기 위해 10만여명이 워싱턴의 펜타곤(미 국방부 건물) 앞에 모인 일명 ‘펜타곤 행진’의 조직자 중 한명이었다.

경제학자 리프킨은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그의 저서들에서 기술 발전이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비판적으로 논평했다. 특히 유전자변형 문제를 가볍게 여기는 사회적 경향을 경고하고, 새로운 에너지 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지난 20년 동안 리프킨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비즈니스스쿨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미래학자인 리프킨에게서 디지털 시대의 자본주의와 새로운 ‘무료 사회’로 가는 길에 대해 들어봤다.

당신은 자본주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고 주장한다.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가.

우리는 ‘새로운 경제 질서의 성립’이라는 아주 드문 역사적 사건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는 특별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변화는 19세기 초 자본주의가 세계 무대에 등장한 이후 없었다. 하지만 지금 자본주의 시스템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그 이유는 거대한 기술 발전과 그 여파 때문이다.

아주 대담한 주장이다. 자본주의는 경제 형태로서 과거 어느 때보다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듯하다. 쇠퇴하기보다는 오히려 다른 지역(자본주의의 영향을 받지 않던 지역)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자본주의가 완전히 사라진다는 소리는 아니다. 최소한 아직은 아니다. 하지만 자본시장과 새로운 공유 시스템이 공존하는 ‘하이브리드(혼합 또는 융합) 경제’의 출현을 이미 눈으로 보고 있다. 나는 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협력적 공유사회’라고 부른다.

당신의 저서 <한계비용 제로사회>의 중심 메시지기도 하다. 무엇을 의미하는가.

소유를 강요하는 것에서 벗어나 공유를 통해 나눔을 실천하는 새로운 경제 조직 형태다. 물질적 이익 중심의 자본주의 시장이 이기주의에 기반하는 반면, 경제적 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공동 작업이다. 자본주의는 여전히 존재하겠지만 상당히 변형된 형태가 될 것이다. 공유경제는 점차 기업과 민간 경제를 밀어내고 2050년에는 지배적 경제구조가 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그 길을 가고 있다.

새로운 ‘하이브리드 경제’의 출현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대안인 ‘제3의 길’을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런 주장이 자주 등장했지만 실현된 적은 한번도 없지 않은가.

경제 형태로서 공유경제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15억 이상의 인구가 커뮤니티 은행, 셰어하우스, 그리고 지역 상수도망과 전력망을 이용한다. 하지만 디지털화를 통해 지금은 매우 빠른 속도로 새로운 형태의 공유경제 모델이 만들어지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에어비앤비(Airbnb)를 통한 주택의 공유, 자동차의 공동 이용 등이 그 예다. 대학의 대규모 온라인 강좌는 교육을 변화시킨다. 우리는 곳곳에서 극단적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보고 있다. 이 변화가 기존 수직적·자본주의적 시장과 상당히 다른 성격인 것이 확실하다. 일단은 좋은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왜 그런가.

많은 것이 아주 저렴해지기 때문이다. 국제 통신은 20년 전에 비해 오늘날에는 거의 무료나 마찬가지다. 다른 산업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반복될 것이다. 운송 및 물류 비용이 감소하면 작은 합작 회사도 세계시장의 주역이 될 수 있다. 이는 인류에게 완전히 새로운 경제적·사회적 조직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간디가 말한 것처럼 “대량생산이 아닌 대중의 생산”이 실현되는 공유경제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경제 이론이라기보다는 낭만적 사회에 대한 판타지로 들린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변화는 수년 전부터 나타났고 문화와 미디어 산업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수백만명의 사람이 음악·영상·뉴스·지식을 거의 무료로 나누고 있다. 그에 따라 음악, 미디어, 출판 유통과 같은 사업모델이 사라지고 있다.

그 현상은 잘 알려져 있지만 이것을 자본주의의 소멸 현상이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은가.

모든 한계비용을 사라지게 하는 혁명의 시작점이다. 이제는 점점 더 다른 경제 분야로 퍼져나가는 중이다. 우리는 일종의 ‘무료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설명해달라.

모든 기업은 한계비용을 줄이려 한다.

한계비용은 재화나 서비스를 한 단위 더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추가 비용이다.

그래서 언제나 생산성을 높이고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최대한 많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한계비용을 거의 제로에 수렴하게 만들 정도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게 해주는 기술 혁명이 도래한다는 사실을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디지털 세계에서 재화와 서비스는 대부분 무료다. 그로 인해 수익도 사라지기 때문에 시장경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극단적인 경우 당신이 희망하는 공유경제의 승리보다는 공공 번영의 파멸을 의미하지 않겠는가.

위험은 존재한다. 그러나 산업과 기업이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는 것이 더 빠를 것이다. 에너지 대기업을 예로 들어보자. 이들은 앞으로 스스로 공급자가 되지 않고 수천개의 소형 공동 에너지 기업과 협력체계를 갖춰 에너지 인터넷을 관리할 것이다.

한계비용의 극소화는 지금까지 디지털 혁명을 주도하거나 이에 큰 영향을 받는 일부 산업계로 제한돼왔다. 지금은 수천개의 음악 앨범을 팔든 수백만개의 음악 앨범을 팔든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이 변화가 빠르게 다른 산업 분야에도 퍼지게 될 거라고 예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 세계를 정복하고 있는 새로운 기술 플랫폼 덕분이다. 인터넷이 사물의 슈퍼 인터넷으로 변화하는 중이다. 통신망이 에너지 네트워크 및 자동화된 물류 네트워크와 결합해 거대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제3의 산업혁명’을 촉발할 것이다.

   
▲ IBM의 광대역통신망 케이블.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의 ‘글로벌 신경 네트워크’가 구축되면 2030년쯤에 100조개의 센서가 공장, 창고, 운송, 전력 네트워크를 연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REUTERS

2030년, 사물인터넷 센서만 100조개

네트워크에 연결된 장치와 기계의 세계는 아직 시작 단계다.

지멘스·제너럴일렉트릭·IBM 등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많은 산업 그룹이 이른바 ‘글로벌 신경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인프라 구조를 만들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기계 장치와 사물인터넷을 연결하는 센서가 약 110억개 존재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30년쯤에는 100조개의 센서가 공장, 창고, 운송 네트워크, 전력 네트워크를 연결하게 될 것이다. 자동차, 사무실, 공장 그리고 가정집 사이에 거대한 양의 데이터가 교환될 것이다.

일단 많은 산업 기업과 인터넷 기업에 좋은 사업 기회가 될 것이라는 소리로 들린다.

이 데이터의 흐름은 누구나 분석하고 평가할 수 있다. 효율성과 생산성이 현격하게 높아지면서 지금 디지털 상품에서 이뤄진 것처럼 실물 제품의 생산과 유통에 드는 한계비용도 낮아질 것이다.

시스템의 변화보다는 기술을 바탕으로 한 경제 붐이 일지 않겠는가.

경제적 패러다임의 변화는 드물게 일어난다. 하지만 일단 시작되면 그 변화는 대부분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한다. 제1차 산업혁명이 그랬고, 이제 다시 때가 무르익었다.

디지털화를 증기기관 발명 및 세계의 기계화와 동급으로 놓는 것인가.

당시에는 증기기관, 전기에 이어 전화와 라디오, 값싼 석유와 철도, 그리고 엔진이 나타났다. 이제 다시 산업을 관리하기 위한 새로운 소통 형식, 산업을 움직이기 위한 새로운 에너지 형태, 그리고 운송 및 물류 메커니즘의 세 요소가 갖추어졌다.

당신이 주장하는 공유사회와 어떤 관계가 있나.

인터넷 혁명의 구조는 중앙집중식 구조와 수직적으로 통합된 기업에 적합하지 않다. 분배·협력·공유를 더 선호한다.

인터넷 경제는 구글·애플·아마존 같은 자본주의적으로 조직된 대기업이 지배하고 있다. 제3의 산업혁명이 제2의 산업혁명과 동일한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지 않은가.

아니다. 디지털 세계의 본질은 개방적이고 투명한 시스템이다. 음악, 영상, 재생 가능한 에너지 등을 공유하고 전달함으로써 성장은 광범위하게 일어난다. 앞으로는 디지털 설계도만 있으면 우리에게 필요한 많은 제품을 쉽게 3차원(3D) 프린터로 자가 제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택시 및 운전기사 서비스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인 우버(Uber)의 성공이다.

   
▲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은 저비용으로 정보 상품을 공유하는 협력 커뮤니티를 구축해 많은 돈을 벌었다. REUTERS

왜 우버를 성공 사례로 보는가.

우버는 스마트폰을 통한 통신, 위성항법장치(GPS)를 통한 위치 확인, 그리고 물류 네트워크 구축 등 새로운 슈퍼 인터넷의 거의 모든 측면을 이용한다. 이들은 이미 자동운전 로봇 자동차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런 모델을 통해 미래에는 수많은 개인 소유의 자동차가 거리에서 사라져 교통 문제를 감소시킬 수도 있다.

우버는 사회적 공유경제보다 수익 달성에 더 관심 있는 것 같다. 수많은 캘리포니아의 신생 인터넷 기업들이 전부 창립자를 부자로 만들기 위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순진한 생각 아닌가.

물론 그건 맞는 소리다. 구글·페이스북·트위터는 낮은 비용으로 정보 상품을 공유할 수 있는 협력 커뮤니티를 구축함으로써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하지만 아이러니가 아주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성장과 함께 이 기업들은 점점 글로벌 통신 공급자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이 때문에 그들이 독점기업인지, 그리고 국가에서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

앞으로 거대 인터넷 기업의 전횡 어렵다

새로운 협력 커뮤니티가 장기적으로 상업적 기업으로 운영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최악의 경우 새로운 기술 엘리트들이 최정상의 자리를 차지하고 다른 사람의 돈으로 부자가 되는 극단적인 자본주의가 나타나지 않겠는가.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수익 중심 기업과 공익 기업 사이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다. 하지만 결국 기존 산업들이 무릎 꿇게 될 것이다. 실제 유통이 이미 온라인 유통의 제물이 되었다. 이런 일이 곳곳에서 계속 벌어질 것이다.

하지만 치열한 저항이 있을 것이다. 그보다는 모든 기업이 새로운 사업모델을 파괴하려 하거나 스스로 새 사업모델에 참여할 것이다. 택시협회 로비스트들은 우버의 사업을 금지하라고 요구하고, 렌터카 업체 아비스(Avis)는 카셰어링 플랫폼 ‘집카’(Zipcar)를 통째로 사들였다.

나는 새로운 모델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을 거라고 믿지 않는다. 대안이 없지 않은가. 그 전에 공유경제 모델을 원하는 사람과 수익 모델에 개인정보가 이용되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정치화할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도 19세기와 20세기처럼 새로운 노동조합 운동이 필요하게 될 수도 있다.

개인정보 이용이나 인터넷 중립성 같은 문제를 다루는 일종의 글로벌 인터넷 노동조합을 말하는 것인가.

그렇다. 지금도 인류의 절반은 디지털 재화를 생산·공유하고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권리와 이익을 대변하는 기구가 없다. 머지않아 자신의 노동과 개인정보로 제3자만 돈을 벌지 않도록 자구책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이 만든 협동조합이나 협의체를 보게 될 것이다.

지금은 단순한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그런 기구가 생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너무 순진한 생각이다. 수억명, 아니 수십억명의 사람이 자신의 개인정보와 노동의 결과로 다른 사람이 돈을 버는 걸 보고만 있을 것 같은가. 그런 일은 잘될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 Der Spiegel 2014년 32호 Der Anfang einer Revolution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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