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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독일 경쟁력의 원천은 모듈식 생산
독일 기업들의 레고 블록식 생산공정
[53호] 2014년 09월 01일 (월) 디트마어 H. 람파르터 economyinsight@hani.co.kr
   
▲ 표준화된 레고 블록 생산 방식을 도입한 기업들은 저비용으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한다. 레고의 새로운 교육용 로봇 조립품을 한 모델이 살펴보고 있다. REUTERS

BMW·오스람·지멘스 등 대부분 기업 채택… 공정 단순화로 저비용·다품종 생산 가능

어떻게 하면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고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까? 독일 기업들은 표준화된 모듈식 생산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실제 전세계의 많은 기업들이 생산방식을 모듈화하고 있지만 독일 기업을 따라잡지는 못한다. 레고 블록처럼 정교하게 모듈화된 생산이 독일 기업 경쟁력의 원천인 것이다. 생산비 절감, 시간 단축, 재고 축소, 제품 다양화 등 모듈화로 인한 이득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디트마어 H. 람파르터 Dietmar H. Lamparter <차이트> 기자

게라드 쿤은 어떻게 하면 새로운 고객을 만들어낼지 고심하는 사람이다. 오스람의 경영진인 그는 회사 제품이 새롭게 사용될 수 있는 곳을 찾아낸다. 레겐스부르크에 있는 오스람은 수백만개의 최신형 조명을 생산한다. 쿤은 “발광다이오드(LED) 칩은 과거에 필라멘트가 하던 기능을 한다”고 말했다.

이 새로운 조명기구는 전기를 훨씬 적게 소모할 뿐 아니라 조명 전문가에게는 새로운 디자인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자동차와 휴대전화뿐 아니라 거리, 터널, 사무실, 주거공간 모두에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디자인 모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스람은 기존 전구 소켓에 끼워 쓸 수 있는 LED 제품도 생산하고 있다.

새로운 것과 과거의 공존, 이것이야말로 오스람의 큰 성과 중 하나다. 하지만 이 성과를 위해 전통의 기업 오스람은 두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했다. 첫째, 오스람은 강력한 칩 제조업체들과 경쟁해야 했다. 컴퓨터 칩과 조명 칩의 제조 과정이 흡사하기 때문에 경쟁 업체가 많았다. 둘째, 오스람은 항상 새로운 LED 칩을 빠른 속도로 출시해야 했다. 6~9개월마다 새로운 세대의 칩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모듈화로 더 강해진 독일 기업들

과거에는 새로운 칩이 나오면 새로운 조명기구 몸체를 만들어내야 했다. 이를 위해 생산라인도 다시 정비해야 했다. 하지만 오스람은 새로운 전략을 세웠다. 새로운 칩에 맞춰 조명기구 몸체를 다시 만들어내는 대신 조명기구 자체를 레고 블록처럼 조립하는 방식, 즉 모듈화를 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조명을 설치할 때 기존 디자인을 그대로 두고 칩만 교체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렇게 해서 기존 전구 소켓을 그대로 쓰면서 더 강한 빛을 새로운 조명톤으로 제공하는 ‘리트로핏 램프’가 등장했다. 기본적으로는 같은 디자인이지만 100개가 넘는 다양한 방식의 조명이 가능해졌다. 모듈화된 제작 방식 덕분에 오스람은 작은 변화만으로도 더욱 빠르게 시장에 반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독일 기업들이 현재 얼마나 빨리 모듈화를 접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사실 대부분의 기업이 모듈화를 도입하고 있다. 모듈이란 기능을 유지하는 가장 작은 단위를 말하는데, 이것을 이리저리 조립하면 새로운 조합의 제품이 나오게 된다. 오스람은 이러한 방식을 섬세한 조명에 적용했지만 지멘스는 400t에 이르는 가스터빈에 모듈화를 도입했다. 레고 블록의 법칙이 규모가 큰 제품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최근 신속하게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모듈화라는 아이디어 덕분이다. 자동차 업계로부터 이러한 제조 방식이 퍼져나가 현재는 공항에서 쓰이는 화물 컨베이어벨트같이 간단한 제품 생산에도 모듈화가 적용되고 있다.

모듈화 생산방식이 가장 먼저 적용된 곳은 어디일까? 10년 전 포드사는 조립라인을 더 크게 만들었고, 30년 전 도요타는 ‘린 생산’(Lean Production)이라는 혁신적인 방식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다른 기업들이 이 방식을 모방했지만 여전히 도요타는 이 분야에서 세계 제1의 자동차 업체다. 현재는 독일 기업들이 규격화된 모듈을 이용해 조립식 생산을 하는 지능적인 방식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모듈화 도입 이후 독일 경제는 달라졌다. 모듈화는 조용히 경제에 스며들었고,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경제위기에 대한 독일의 방어력을 높여주었다. 어떤 나라의 기업도 경제위기 때 독일 기업만큼 강하게 버텨내지 못했다.

모듈화는 어떤 면에서 이득이 되는가? 사실 자동차나 조명기구에 표준화된 모듈을 도입하면 다양성이 사라진다는 위험이 있다. 따라서 모듈화를 이용하면서도 고객이 원하는 대로 제품을 다양하게 제작하는 것이 뛰어난 기술이다. 가격이 비싼 독일 제품에 대해 전세계 고객이 기대하는 바는 좀더 개인의 필요에 충실한 맞춤 제작, 즉 개별화다. 독일 경제는 이것을 해냈고, 비용을 크게 절감하면서도 ‘메이드 인 저머니’(Made in Germany)라는 명성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호르스트 빌데만 뮌헨공대 교수는 “기업은 모듈화 전략을 통해 세계화의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 모듈화를 통해 낮은 비용으로 복잡한 과정 없이 각 지역의 시장에 맞는 제품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엔지니어이자 경제학자인 빌데만은 “독일은 단일한 제품의 대량생산에서 미국·일본·한국에 뒤질 때가 많다”고 말한다. 하지만 개별 필요에 맞춘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데는 큰 기업이나 작은 기업이나 레고 블록의 생산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성공을 거둘 수 있다.

뮌헨에서 마르틴 빈터코른 폴크스바겐 회장은 빌데만 교수와 비슷하게 다양한 차종을 생산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했다. 폴크스바겐은 모듈화의 선구자였다. 폴크스바겐 엔지니어들은 1990년대 어려운 때부터 플랫폼에 대해 뛰어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폴크스바겐 그룹은 아우디·폴크스바겐·스코다·세아트를 계열사로 두고 있고, 이들이 내놓는 자동차는 사실상 동일한 기술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이들의 차이는 겉으로 보이는 작은 것밖에 없었다.

현재 볼프스부르크에 본사를 둔 폴크스바겐은 또 한번 큰 발전을 이루어냈다. 플랫폼 대신 모듈을 도입한 것이다. 자동차의 엔진, 기어, 회전축, 핸들, 브레이크, 전자기기 모두를 모듈화했다. 정말 레고 블록같이 조립 가능한 부품이 있고, 이를 조합하면 디자인도 다르고 운전 방식도 다른 차가 생산된다.

   
▲ 프랑스 몰샤임에 있는 오스람 공장에서 직원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오스람은 조명기구를 레고 블록처럼 조립하는 모듈 제작 방식을 택해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REUTERS

이런 전략을 도입하는 과정의 초기에는 수많은 조립 모듈을 개발하느라 많은 비용이 들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새 모델 ‘골프’(Golf)를 개발하는 데 20%의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또한 폴크스바겐은 전세계 106개 공장에서 300개가 넘는 모델의 골프를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빈터코른 회장은 모듈화가 연간 1천만대 가깝게 팔리는 자동차를 제작하면서 ‘복잡성과 비용’을 절감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레고 블록 방식을 적용하는 데 기업 규모가 클 필요는 없다. 2014년 봄에 열린 스위스 제네바 박람회에서 메르세데스벤츠는 새로운 에디션의 C클래스와 S클래스를 선보였다. 하나는 중간급 차종이고 다른 하나는 고급 차종이지만, 두 차는 동일한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두 모델 다 앞유리 위쪽에 작은 카메라가 있다. 도로가 막힐 때면 자동차는 이 카메라를 이용해 거의 혼자 주행한다. 앞으로 이 기술을 이용하면 완전 자동주행이 가능해질 것이다.

단지 한 차종을 위해 기술을 개발하는 일은 합당하지 않다. 벤츠는 새로 개발한 이 카메라를 여러 클래스에 ‘기본 사양’으로 채택했다고 총개발 책임자인 토아스 베버가 말했다. 더 많은 고객이 새로운 기술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새 기술이 고급 차종에만 도입됐지만 현재는 그 이하 차종에도 동시에 적용되고 있다.

과거에는 한 차종이 4도어에서 스테이션 웨건, 쿠페, 그리고 밴으로 발전하는 데 여러 해가 걸렸다. 하지만 현재 벤츠는 30여개 모델을 한꺼번에 시장에 내놓았다. 그리고 A클래스는 항상 새로운 모델을 내놓았다.

경쟁사인 BMW도 모듈화를 이용해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고 다양한 모델을 생산한다. BMW는 같은 생산라인에서 3시리즈의 다양한 중형차 모델과 4시리즈의 스포츠카를 동시에 생산한다. 이 생산라인에서 10개 이상의 다양한 외부창을 조립할 수 있다고 생산 총괄인 헤럴드 크뤼거가 밝혔다. “창의 생김새는 다 다르지만 차체에 창문을 다는 부분은 동일하다.” 따라서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도구를 바꾸거나 새로운 조작법을 익힐 필요가 없다. BMW는 차량이 생산라인에 들어서기 6일 전까지는 좌석 배열이나 엔진을 바꿀 수 있다.

마지막으로 BMW가 자랑하는 것은 여러 조립 모듈 자체 또한 모듈화를 통해 생산된다는 것이다. 여러 엔진이 단일한 실린더 크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3기통 엔진과 4기통 엔진을 모두 조합해낼 수 있다. 다양한 마력의 엔진이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제작되는 것이다.

재고 필요 없고 생산비용 절감 효과

바이에른에 위치한 BMW가 하루에도 수백개의 엔진을 조립하는 데 비해, 베를린 모아비트의 대형 기계 공장에서는 1년에 12개 남짓 가스터빈이 생산된다. 하지만 여기에도 레고 블록 방식이 적용된다. 지멘스의 경영인 안드레아스 피셔 루트비히는 “지름 5m가 넘는 커다란 터빈 1개면 베를린 전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 제작 중인 가스터빈은 라인란트, 말레이시아 ,알제리, 러시아에 공급된다.

모아비트에는 각각 다른 크기와 강도의 터빈을 제조하는 3개의 터빈 제조라인이 있다. “유사한 부분이 많아질수록 제품 개발, 부품 구매, 생산에 소요되는 시간과 돈이 절약된다”고 피셔 루트비히가 말했다.

   
▲ 폴크스바겐의 베스트셀링카 ‘골프’. 폴크스바겐은 엔진, 기어, 회전축, 브레이크, 전자기기 등을 모듈화해 제작 비용을 20% 절감했다. REUTERS

지멘스는 자동차 제조회사들로부터 이러한 방식을 가져왔다. 지멘스는 발전소 전체를 레고 블록 방식으로 건설했다. 터빈만 모듈 키트에서 제작되는 게 아니라 변압기, 정수 시설, 배관 시스템까지 모듈화를 시도했다. 지멘스 에너지 부문 총괄인 롤란트 피셔는 “많은 모듈이 미리 준비되고 테스트를 마친 상태로 조립될수록 발전소를 건설할 때 문제가 덜 발생한다”고 말했다. 발전소 건설을 수주하면 장기 서비스 계약도 동시에 맺게 된다. 따라서 이 그룹의 엔지니어들은 앞으로 더 쉽게 발전소 보수 및 부품 교환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피셔는 “모듈화 아이디어가 고객이 차이를 감지할 수 없는 곳은 표준화하고 장점이 확실히 눈에 띄는 곳은 다양하게 만들자라는 생각에 입각해 곳곳에 퍼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 점은 인터롤(Interroll)도 확실히 인지하고 있다. 산이 많은 베르멜키르헨에 있는 이 회사는 공항이나 공장에서 소포 분류를 하는 데 사용되는 컨베이어벨트를 구성하는 롤러를 생산한다. 금속판이나 플라스틱 등으로 만들어진 6만여개의 다양한 롤러가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이 회사가 내놓는 제품들이다. “만일 오늘 스웨덴 지사가 화상으로 주문을 넣으면 이는 행정절차 없이 곧장 예약으로 넘어간다. 늦어도 일주일이면 고객이 주문한 제품을 받을 수 있다”고 이 회사의 기술 총괄인 랄프 가리히가 말했다. 인터롤은 제작 과정이 복잡하지 않음에도 독일에서 제작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에 독일을 떠날 생각이 없다. 또한 동유럽으로 회사를 이전할 생각이 전혀 없다. 아시아 경쟁사들로부터 싼 제품이 수입되는 것도 두렵지 않다.

생산라인에 직원 2명이 짝지어 서 있다. 가장 간단한 롤러는 3개의 부품인 파이프, 기본 롤러, 축을 조합하는 것으로 끝난다. 여기에는 단 6초가 소요된다. 하지만 고객의 요구에 따라 길이, 지름, 재질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직원들은 매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롤러를 미리 완성해 창고에 쟁여놓지 않는다”고 가리히가 말했다. 모든 것이 단순하게 모듈화돼 있어 제작에는 비용의 10%도 들지 않는다. 인터롤의 제품은 코카콜라나 슈퍼마켓의 계산대에서 사용된다. 택배업체인 UPS나 아마존도 이 회사 제품을 이용한다.

회사의 본부는 세금이 적게 나오는 스위스의 테신 지방으로 이전했지만 중국·미국과 더불어 독일에서도 생산을 계속하고 있다. 모듈화 기술은 독일 내의 일자리를 지켜준다고 지멘스 경영진 피셔가 말했다. “우리는 독일로 일자리를 되돌려오고 있다.” 오스람도 마찬가지다. 오스람은 바이에른주의 아이히슈테트에 레트로핏 조명기구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생산라인을 만들었다. 뮌헨의 빌데만은 말했다. “정말 오랜만에 독일에 새로운 조명기구 생산라인이 들어섰다.”

ⓒ Die Zeit 2014년 31호 Das Lego Prinzip
번역 이상익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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